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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t Big Thing] 더 낯설고 더 새롭게, 푸르내

발행일자 | 2016-03-22
[INTERVIEW] | 더 낯설고 더 새롭게, 푸르내
홍대씬의 루키로 불리던 밴드 ‘얄개들’의 유완무와 이경환, 이들의 오랜 친구였던 김성준이 만나 지금의 ‘푸르내’를 만들었다. 2014년 결성 이후 2년 만에야 앨범을 내놓은 이들은 이전 밴드 시절의 풋내 어린 청년기를 지나, 느리지만 착실하게 자기들만의 궤적을 그려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지난 EP에도 실렸던 8번 트랙 <마음>은 이전 보다 더 빠른 템포로 변화되어 있다. 새롭지만 낯설지 않은, 그 익숙함마저 특별하게 만드는 푸르내와의 대화.

두은정 : 이번 푸르내의 앨범 소개 글은 멤버가 아닌 누군가 앨범을 직접 구매해서 듣는 독특한 시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어떻게 아이디어를 내신 건지 궁금하네요.
김성준 : 그건 제가 썼는데, 팀에서 글을 맡고 있거든요. 대부분의 앨범 소개 글이 시점이 비슷해서 다르게 써보려고 고민하다 앨범을 구매하는 사람의 경험담처럼 써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유완무 : 전 처음에 읽고 사실 ‘이게 뭐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렇게 쓰게 된 이유를 성준에게 물었더니 지금하고 똑같은 대답을 했거든요. 그 생각에 대해 수긍을 하고 계속 보다 보니 왠지 괜찮은 것 같더라구요.(웃음) 사실 앨범 소개 글은 대개 주의 깊게 보질 않았잖아요. 만약 이번 저희 앨범 소개 글을 읽게 된다면 앨범에 대해 좀 더 흥미롭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두은정 : 앨범 커버는 뮤지션 ‘기린’ 씨의 그림으로 만들어졌는데 어떻게 작업을 의뢰하게 됐나요. 같은 뮤지션이어서 작업 과정에서의 피드백이 좀 더 수월했을 것 같기도 하고요.
유완무 : 경환이가 처음에 정물화로 커버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냈어요. 이걸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들어갈지에 대해 고민하다, 저희가 생각나는 사물들을 각자 다섯 개씩 정해서 그걸 기린 씨에게 그중 하나씩만 골라서 정물화를 그려달라고 부탁하게 됐어요. 커버의 정물 중 향수는 성준이 택한 거고 고기는 저, 수석은 경환.(경환 : 수석을 그려달라고 했는데 바위를 그렸네요. 물론 맘에 들어요) 커버의 그림 외에도 내지에 간간이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그것도 저희가 고른 각각의 다섯 개 정물들이에요.

두은정 :  각각의 정물들을 선택하시게 된 이유가 있나요? 특히 커버의 오브제들이요.
유완무 : 저는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 다섯 개를 생각해보자’라는 주제로 정했거든요. 그리고 그중 하나가 고기였어요.(일동 웃음)
김성준 : 저는 정물화로 그린다고 해서 뭔가 고급스러운 아이템을 생각하다 보니 향수병을 고르게 된 것 같아요.

두은정 : 혹시 성준 씨는 ‘이 디자인의 향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전달하신 건가요. 커버 속 향수는 특정 브랜드가 연상되는 여성용 향수여서 궁금했어요.
김성준 : 향수병이라고만 얘길 하고 디자인은 기린이 했어요. 근데 왠지 저 이미지가 저희 음악이랑도 매칭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유완무 : 향수라고 하면 남자 향수보다는 여성들이 쓰는 향수가 먼저 연상되는데, 아마 기린도 그런 생각으로 그린 것 같기도 해요.

두은정 : 경환 씨는요.
이경환 : 저는 그냥 방을 둘러보고 보이는 것들, 그리고 무작위로 머리에 떠오르는 것들을 기린 씨에게 전달했어요.
유완무 : 그러고 보니 셋 다 완전히 다른 생각으로 골랐네.

두은정 : 앨범보다 선공개 되었던 <야생의 밤> 뮤직비디오에 대한 얘기도 듣고 싶어요. 
김성준 : 감독인 시원 씨는 사실 경환에게 기타 레슨을 받는 친구예요. 원래는 의상 관련 전공을 했고 뮤직비디오를 찍어본 적은 없지만 전공과 관련된 영상을 만든 걸 보고 저희가 작업을 같이 해보자고 제의하게 됐죠. 시나리오 같은 경우는 감독이 직접 작업을 했고요. 감독 시원 씨는 ‘코가손’의 프로필 사진을 촬영해주기도 한 인연이 있어요.
여배우로 출연한 ‘금새록’씨는 저희 감독의 사촌 동생이에요. 영화 ‘암살’에 출연도 했던 친구이고요. 남자 배우 같은 경우는 원래 캐스팅되어 있던 분이 있었는데 촬영하기 3일 전 갑자기 캔슬이 됐어요. 결국 지금 출연한 배우 ‘송삼동’씨를 윤성호 감독님을 통해 급하게 소개받게 되었죠.
유완무 : 그 때 제가 신혼여행을 가 있을 때였거든요. 신혼여행 도중 갑자기 상황이 그렇게 된 거예요. 정말 겨우겨우 진행됐죠.
이경환 : 뮤비 장소로는 바로 앞에 도로가 있고 큰 쇼윈도가 있는 곳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서촌에 있는 식당 ‘두오모’ 매니저님과 연이 닿아서 진행이 순조롭게 됐어요.

두은정 : 그럼 뮤직비디오의 시나리오, 진행은 전적으로 감독님이 맡으신 건가요?
김성준 : 저희가 레퍼런스를 드리긴 했어요. 색감이나 구도에 참고될 만한 영상을 찾아 보여드리는 식으로요. 큰 틀과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감독님이 가지고 시작을 했는데, 그걸 가지고 여러 번 만나 대화해서 보완해 나가는 식으로 진행이 됐죠.
이경환 : 촬영 감독이랑 스태프들은 다 감독 친구분들이 도와주셨어요. 그리고 사실 뮤비에 나오는 요리들은 두오모에 있는 메뉴는 아니에요. 저희 앨범 작업기 사진 찍어주시는 ‘송곳’이라는 작가님이 오셔서 그 요리를 다 해주셨죠. 도와준 모두에게 너무 고마워요.

 

 

두은정 : 뮤직비디오를 보면 주인공 둘이 쇼윈도를 사이에 두고 내내 모르는 척하다 여자 주인공이 갑자기 걸어 들어와서 남자가 앉아있던 자리의 음식을 마구 먹어치워요.

저는 이 두 주인공이 서로 모르는 사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뮤비를 봤어요. 그러다 갑자기 여자가 들어오는 장면을 보며 둘이 원래 알던 사이인데도 그동안 모르는 척하고 있던 걸 의도한 건가 마지막엔 헷갈렸어요.
김성준 : 그런 연출적 아이디어는 감독의 의도인데요. 그 곡 가사 내용이 욕망에 눈이 멀어 거리를 헤매는 내용인데 그런 ‘욕망’을 감독님이 ‘먹는’ 행위로 풀어보겠다고 했어요. 욕망이란 걸 너무 직접적인 장면으로 드러내면 좀 그러니까 그걸 그렇게 마구 먹는 걸로 표현하면 어떨까 생각한 거죠.
이경환 : 주인공인 둘이 원래 알던 사이였는가는, 감독만 알아요.
유완무 : 대본에는 없었어요.(웃음)

두은정 : 이번 타이틀곡은 <아주 먼 곳>인데 정작 뮤직비디오를 찍은 곡은 <야생의 밤>이예요.
유완무 : <야생의 밤>을 저는 좀 더 밀고 싶었어요. 그래서 뮤직비디오로 찍으려고 생각하던 곡 후보가 2곡 정도였는데, 제가 이 노래가 더 좋을 것 같다고 밀어붙였죠. 실은 약간 막연한 이유예요. 가사의 경우에도, 요즘은 사랑에 대한 직접적인 얘기들이 더 많지 어떤 욕망에 대해 노래하는 가사가 많지 않잖아요. 그래서 이 가사가 신선하게 와 닿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저는 이번 앨범 수록 곡들이 다 타이틀곡이라고 생각해요. 전 곡들 중에서도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곡으로 생각되는 곡을 고르다 보니 <아주 먼 곡>이 타이틀이 되었지만요. 다른 어떤 곡은 우리의 음악성을 좀 더 보여주고 싶은 거라면 ‘이 노래는 좀 더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좋아하겠다’ 싶은 걸 생각해 정하게 됐죠.

두은정 : 2014년 데뷔 EP 발매 이후 약 2년간의 꽤 긴 공백이 있었어요. 
유완무 : 이것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우선 첫 번째로는 드러머의 탈퇴인 것 같아요. 그래서 다시 새로운 드러머와 맞추는 기간이 다소 길어졌고요. 두 번째는 나의 결혼.(웃음) 장난이고요. 아무래도 각자의 사생활이 제일 크죠. 경환이도 다른 밴드를 하고 성준이는 공부를 하고, 저의 경우에도 결혼 준비를 하느라고 다들 많이 바빴어요. 녹음을 저희끼리 하고 싶었거든요. 그 와중에 시간을 내기가 굉장히 힘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여러모로 다음 앨범을 내기까지의 텀이 점점 길어지게 됐죠.
만약에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았더라면 아마 앨범 준비를 한 달 만에 다 할 수도 있었을 거예요, 진짜로. 그게 너무 아쉬워요. 밴드 말고도 우리가 생계를 유지하려면 어쩔 수 없이 일을 해야 하잖아요. 그런 생각을 하면 너무, 아쉽죠.
김성준 :  프로듀서가 없어서 오래 걸린 것도 이유인 것 같아요.(완무 : 맞아, 그런 것도 있어.) 믹싱을 스스로 하다 보니까 어느 정도가 이 곡의 완성이다, 라는 우리 스스로의 기준이 없다 보니까.
이경환 : 보통은 밴드들이 스튜디오에 돈을 내고 그 시간만 딱 하면 그게 데드라인인 거예요. 저희는 각자의 시간도 많이 없고 모두의 시간을 맞추기도 어렵지만 무제한으로 쓸 수 있잖아요. 그래서 믹싱하다가 어디서 끊어야 할지 몰라서 계속 진행하기도 했죠.
유완무 : 우리 중에 한 명이 엄청난 경험자라서 다 할 수 있으면 모르는데, 장비가 안 돼서 한 달을 그냥 버리기도 하고. 막상 그렇게 실행착오를 거쳐 준비가 됐어도 프로그램 돌아가는 걸 잘 몰라서 책 사서 그걸 공부하고.(일동 웃음) 앨범이 이렇게 무사히 나오게 돼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지금 생각하니 그게 그냥 다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두은정 : 곧 앨범 발매 기념 쇼케이스가 있죠.
유완무 : 이번 26일 토요일, ‘신도시’에서 해요. 공연장은 제가 그곳에서 하자고 제의했는데 뭔가 재밌는 장소를 찾다가 신도시로 결정하게 됐어요. 생긴지 얼마 안 되기도 했고 평소에 디제잉이나 행사도 많이 하고 재미있는 공간이잖아요.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을 것 같아서요.

두은정사실 지역적인 제약이 있잖아요. 대부분의 클럽은 홍대에 밀집되어 있기도 하고요.
유완무 : 보러 오실 분들은 을지로여도 어떻게든 오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웃음)

 


두은정 : 봄이 가까워 오네요. 춘삼월에 맞춰 앨범을 낸 푸르내 멤버들이 개인적으로 가진 올 한해의 목표나 계획들이 궁금해요.
유완무 : 
저는 노래를 많이 쓰고 싶어요. 노래를 많이 써서 김성준에게 가사를 많이 맡길 거예요.(웃음) 그게 저의 음악적인 계획이에요. 그리고 아버지가 칠순이신데 여행을 보내드리고 싶어요.
김성준 :
저도 노래 많이 만드는 게 목표예요. 신곡은 기존 곡들과 색깔을 바꿔보는 것도 생각하고 있어요. 계속 공부도 하려고 하고요.
이경환 :
다시 백수가 되는 게 꿈이에요. 지금은 레슨도 하고 있고 무엇보다 밴드를 두 개나 하다 보니까 이게 음악을 하는 게 맞는지 고민하게 되고요.

두은정 : 푸르내의 향후 계획은요.
유완무 : 우선 저희 드러머가 새로 바뀌어서 그 친구와 호흡을 계속 맞춰가야 할 것 같아요. 이번 새 드러머는 밴드 ‘ECE’에서 드럼 치던 친구예요. 쇼케이스 이후로 공연을 많이 하고 싶고요. 공연을 하면서 틈틈이 새 곡을 작업하면, 그걸 만드는 대로 싱글도 자주 내고 싶고요.
이경환 : 
성준이가 앞서 말했던 대로 앞으로 나올 노래들은 지금과는 색깔이 많이 바뀔 수도 있어요. 계속 작업을 꾸준히 해서 서너 곡 정도 나오면 앨범이든 어떤 형태가 되던지 빨리 발표를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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