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강미경 [17]

발행일자 | 2021-06-22

본작은 근래 들은 국내 재즈 연주자들의 앨범 중 가장 밴드리더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표현하는, 그래서 강하지만 따뜻하고 부드러운 일종의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앨범이다. 더불어 최근 만난 작품들 중 가장 모던 재즈의 유산이 가장 강하게 들리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결코 지루하거나 평범하지 않다.

 


 

강미경
17
2021.06.15

한사랑산악회 김영남 회장이 외치는 열정도 젊은 색소폰 연주자 강미경의 열정에 비하면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자신의 20대 마지막 생일에 발매했다고 하는 첫 앨범 [17]은 6분 길이 내외의 다섯 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곡인 “Pupil”부터 마지막 곡 “17”까지 모두 강미경이 쓴 것으로, 기존 공연에서 이미 천천히 선보였던 곡들이 포함되어 있다. 모던 재즈의 모습을 한 첫 곡부터 여유 있는 리듬의 “The Walking Deer”를 지나 인상적인 전개를 선보이는 “숨구멍”, 힘있는 “Gatecrasher”를 지나 마지막 “17”까지, 숨 돌릴 틈도 없이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다섯 곡 내내 타이트함과 열정이 있다. 밀어부치는 에너지는 물론 작곡가, 리더로서의 책임감까지 느껴질 정도다. 색소폰이 지니고 있는 장점 중 하나가 힘을 들려줄 수 있는 음색이라고 생각하는데, 물론 그러한 연주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힘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강미경은 이를 훌륭하게, 첫 앨범이지만 능숙하게 소화해낸다.

 

 

처음 앨범을 들었을 때는 강미경의 연주가 가장 먼저, 그리고 존재감이 크게 들렸지만 몇 차례 더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연주자들과의 합은 물론 다른 연주자들의 뒷받침까지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본작은 근래 들은 국내 재즈 연주자들의 앨범 중 가장 밴드리더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표현하는, 그래서 강하지만 따뜻하고 부드러운 일종의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앨범이다. 더불어 최근 만난 작품들 중 가장 모던 재즈의 유산이 가장 강하게 들리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결코 지루하거나 평범하지 않다. 오히려 음악에서는 어떤 솔직함과 유연함의 여지도 담겨 있다. CD에는 각 곡마다 직접 쓴 글이 있다고 하는데, 아직 구매를 하지 못해 읽지는 못했지만 강미경이라는 음악가 개인의 이야기가 담겨있지 않을까 하여 내심 기대 중이다.

 

그의 인스타그램에 가면 캐논볼 애덜리(Cannonball Adderley)부터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 웨인 쇼터(Wayne Shorter)부터 찰리 파커(Charlie Parker)까지 훌륭한 유산을 남긴 이들의 힘있는 연주를 꾸준히 올려놓은 것을 볼 수 있다. 많은 긱을 해온 것도 알 수 있지만, 여러 곳에서 세션을 해왔다는 정보도 볼 수 있지만 꾸준히 업로드해놓은 연주와 읽어온 책만 쭉 봐도 그가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해왔을 지 아주 어렴풋이지만 짐작할 수 있다. 열정 가득한 연주자 강미경의 첫 시작을 응원하며, 그의 마지막 20대도 축하하며 앞으로 더 많은 활동을 보여주길 진심으로 희망한다.

 

 


Editor / 블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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