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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여름, 지금 만나러 갑니다

발행일자 | 2017-07-21

POCLANOS PICKS
여름, 지금 만나러 갑니다

봄에는 꽃이 핀다지만 여름에는 하늘이 핀다열린 하늘을 뚫고 태양이 조도를 밝히면, (더운 바람에 지친우리 모두 물과 술(!) 등 온갖 액체를 탐하며 일말의 시원함도 놓치지 않으려 애쓰지 않는가그 중심에는 바다가 있고푸르름이 있고더할 나위 없는 활기가 있다사람이 모이고 사랑도 모인다꿈이든 꿀이든한여름 밤의 무언가는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사시사철 태양이 작렬하는 동남아에서 질풍노도를 거치며 자라온 탓일까이제는 일년에 무려 세 개의 계절을 거쳐야 겨우 돌아오는 따뜻한 여름이 꽤나 각별하다마치 내가 그랬듯빛과 물을 따라 생명이 움직이는 숭고한 계절여름가장 따뜻하지만 쿨하고아무리 빳빳한 추억도 조금은 느슨하게 남는 계절이다진득한 더위와 장마는 고통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더 극적인(?) 추억과 전개를 위해 존재한다고 애써 위로해본다
 
초여름이 되면 음원 시장에도 파도가 친다가장 시원하고 청량한 음악을 찾아 너도 나도 헤엄친다광란의 이열치열 밴드 연주나 로파이(Lo-fi)한 질감의 사운드혹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전개의 전자음악까지 이 여름을 더욱 화려하게 남길 음악들이 매일매일 쏟아져 나오는 요즘이다그래서 이번에는 여름이다여름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듬뿍 담아 추천해본다너른 해변도 좋고 에어컨 아래도 좋다가벼운 옷차림과 손에 든 맥주 한 잔에 낭만을 더해줄 올 여름의 음악들을 만나보자.

01. 스멜스앤레노(Smells & Reno) <You Know>

듣고 있으면서도 믿기지 않는 멜로딕한 테크 싱글이 나왔다스멜스(Smells)와 레노(Reno), 베테랑의 일렉트로닉 뮤직 프로듀서 둘이 내놓은 여름 맞이 싱글 <You Know>. 트랙 중반부에 가서야 등장하는 코러스에 가까운 보컬은 마치 겨우 쥐어 본 해변의 모래가 손가락 사이로 흩어지는 듯한 모습을 연상시킨다아날로그 신스와 드럼머신에 따뜻한 여름과 시원한 여름 모두가 담겨있다.

02. 서울문 (Seoulmoon) <바다바다>

밴드 바이바이배드맨챔피언스, 24아워즈의 멤버들이 의기투합해 결성한 3인조 밴드 서울문이전 싱글 발매작들까지만 해도 기타와 베이스드럼의 고른 비중과 적당한 저음으로 탄탄한 밴드 사운드를 내던 이들이 더욱 가벼워진 싱글 <바다바다>로 돌아왔다김혜미의 보컬은 더욱 맑고 청량하게 빛나고트랙 내내 흘러나오는 트로피컬한 사운드는 섬세하고 청량하다김혜미(보컬기타), 신혜미(드럼), 이루리(베이스)의 친절한 앨범 코멘트도 잊지 말고 챙겨보자!

03. E.L <JUNE>

4년 전 Sirena(시레나)로 활동하던 당시의 음악들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사용된 사운드 소스들은 훨씬 다채로워졌고춉은 더욱 짧고 과감하게 이어진다첫 번째 트랙 ‘Forever Young’에서는 ‘Marble Soda’ 런치패드(Launchpad) 매시업을 라이브로 선보이며 시부야(Shibuya) 감성 특유의 톡톡 튀는 색채로 눈과 귀를 사로잡은 Shawn Wasabi의 재치가 엿보이고더 나아가 더 큰 범위의 퓨쳐 베이스(Future Bass)도 찾아볼 수 있다더 많은 음악적 시도를 예견한 그인 만큼앞으로의 발매작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04. 바이바이배드맨 <너의 파도>

현실에서는 눈 씻고 찾아보아도 보이지 않는 그 새파란 청춘이바이바이배드맨의 음악 속에는 명백히 보인다젊음푸름싱그러움청량함을 이보다 더 직관적으로 표현해내는 밴드가 또 있을까한여름의 햇살을 머금고 제자리에서 조용히 반짝이는 바다의 물결처럼이 요소들은 결코 과하지도 인위적이지도 않다귓속에서는 청춘이 고동치는데보컬과 연주는 담담할 뿐이다.  

05. AKUA <Drink! Refreshing Dream, sink into AKUA>

국내 홍대씬에서도 보기 드문 슈게이징 록’ 밴드, AKUA(아쿠아). 이름 뒤에는 그들의 데뷔 EP명이기도 한 ‘Fresh Always On’이 늘 함께한다짙은 리버브와 로파이(Lo-fi)한 무드가 기반이 되는 이들의 사운드는 마치 한 겹의 얇은 막을 가운데 두고 듣는 듯하다물 속을 부유하듯먹먹하다음악보다는 울림에 가까운 소리.

06. Anar <Rio>

‘Rio’라니들어보기도 전에 빤히 아름다울 것을 예상했다먼지 뭉치와 함께 오랜 시간 구르다 나온 듯한 바랜 엽서와도 같은 커버를 보고 반쯤 확신이 들었고첫 번째 트랙 ‘De janeiro’를 듣고는 이 뻔한 아름다움에 대한 감탄으로 눈이 절로 감겼다재즈 힙합의 매력을 깨우쳐준 소중한 EP. 빈티지한 음질이 유독 멋스럽다기분 탓인지 한국의 여름과는 잘 매칭되진 않는다아직 한 번도 가보지는 않았지만여기에는 분명 리우데자네이루의 여름이 묻어있다.


Editor / 김은마로 
eunmaro10@poclan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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