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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t Big Thing] 한여름 끝의 시정(詩情), 더 핀

발행일자 | 2017-09-08

Next Big Thing
한여름 끝의 시정(詩情), 더 핀(The Finnn) 

6년 만에 돌아온 더 핀의 임장현은 정작 본인은 한 번도 쉰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가 써내려온 가사 속 구절을 곱씹다보면 문득 김향안의 일기 속 한 문장이 생각난다. ‘예술가는 흘러가는 구름을 무심히 보지 않는다. 형태와 빛깔, 구름이 주는 시정(詩情)을 예민하게 받는다.’


 

두은정 : 의도하건 의도치 않았건 오랜 휴지기를 거치면서 여러 감정이 들었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론 이번 앨범을 기다렸지만 어떤 색깔의 음악일지 기대 반 걱정 반이었구요. 그런데 참 ‘더 핀’스러워서 이후의 발매작에 대해 더이상의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쨌건 오랫만에 내는 싱글이 ‘댄서와의 연인’인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임장현 : 우선 ‘댄서와의 연인’은 기존의 노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곡 같아요. 어쨌건 절 오래 아셨던 리스너를 대상으로 발매를 한 거니까 원래 색깔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하고 싶었고. 가끔 오랫만에 컴백을 해서 장르를 바꾸거나 변신을 해서 나오는 팀들이 있는데 사실 변화를 해서 성공한 사례를 본 적이 없어요. 들으시는 분들한테는 참 죄송한 말인데 안 하던 것을 짧은 시간 안에 작업하기 힘든 것 같거든요. 나중에 정규 앨범이 발매가 되겠지만 나름대로 그 안에서 달라진 것들도 있는데요. 그래도 앨범이 이번이 세 개째인데 점점 갈 수록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 같아 이건 스스로에게 기특하다는 표현을 쓰고 싶네요.

두은정 : 음악 활동을 쉬는 동안 주로 무엇을 했는지.

임장현 : 저는 사실 쉰 적은 없어요.(웃음) 군대를 다녀오기도 했고, 그 군대 안에서도 사실은 계속 일하잖아요. 다녀와서도 계속 경제 활동을 하기도 했고요. 지금의 노래들은 군 입대 전 그러니까 2011년도에 노래를 다 만들어놨었어요. 군대 안에서의 그 2년이란 시간이 크잖아요. 전 그 안에서 가사를 쓰기로 작정을 했었어요. 제대할 때쯤엔 사회에 뭘 들고 나와야 조금이라도 그 속도를 맞출 수 있잖아요. 군대에서 가사쓰니까 너무 좋던데요.

두은정 : 어떤게 좋으셨어요.(웃음)

임장현 : 저는 수첩이 항상 있었는데, 남들은 그냥 하늘 보는 시간, 멍하니 있는 시간처럼 그냥 날아가는 시간이 제가 가사를 쓰니까 보이더라고요. 저는 그나마 생산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고 느껴져서인지 덜 심심하기도 하고. 사회에서는 한 곡의 가사를 여러 달 쓸 수 없지만 거기는 시간의 방이잖아요. 한 곡의 가사를 세네 달씩 쓴 적도 있었어요. 제 노래가 가사가 많은, 스토리텔링식의 곡이 많고 멜로디가 많기 때문에 그 경우에는 라임을 짜기가 더 어려워요. 그래서 오래간 생각하면서 작업할 수 있어 좋았던 것 같아요.

두은정 : 뒤늦게 instrumental 버젼을 추가한 이유는 무언지. 저는 좀 더 연주적인 것에 귀 기울여줬으면 하는 맥락인 걸까 하는 생각을 했죠.

임장현 : 제가 한 곡짜리 싱글을 발매한 건 처음인데요. 다른 싱글들을 보니까 instrumental이 다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있어야 할 것 같아서. 혹시나 제 목소리가 듣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 아니예요.(웃음) 한 곡은 너무 심심할 것 같기도 하고요. 온라인 시대가 되니까 이렇게 뒤늦게 추가할 수도 있고 그게 참 좋더라고요.

두은정 : 앨범 소개글을 안 보는 사람들도 많지만 개인적으로 굳이 꼭 읽어보는 편이기도 한데, 이번 싱글 소개글 마지막에 ‘그래서 댄서와의 연애는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물음이 재밌었어요. 가사 속 스토리텔링에서 이미 작사자가 결론을 낸 상태에서 물어보는 걸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겠고.
전개적 배경, 결말을 정하는 편인지도 궁금해지더라고요. 나름의 해석을 많이 했거든요.

임장현 : 솔직히 이번 소개글의 경우엔 좀 급하게 쓰기도 했어요. 생각하신 것처럼 깊이 고민해서 쓴 문구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저는 결말을 정하지 않는 영화들이 재밌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기도 하고 결말을 내는 가사는 안 써보기도 했고. 

두은정 : 저는 제목도 그랬고 나름의 해석을 많이 했거든요.

임장현 : 사람들이 제가 정말 어떤 댄서와 연애를 했었던걸까 이런 궁금증을 가질 것 같긴 해요. 그거에 대해서 그냥 모호하게 두고 싶었어요. 그 분들이 더 행복하게 상상할 수도 있는 거라서.

두은정 : 그렇게 말하니 정말 궁금해져요.

임장현 : 한 번 잘 상상해보세요.(웃음)

두은정 : 가사 얘기가 나온 김에. 최근에 ‘청춘’이라는 곡을 다시 듣는데 청춘이라는 단어가 너무 흔하게 쓰여서 그 뜻이 퇴색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래도 그 노래 참 좋아했어요. 예전엔 ‘사라지고 갈라져도 그대에게 반할거’라는 가사가 이 노래의 전부를 대변해준다고 느껴졌는데 문득 다시 들으니 지금에 대한 표현과 청춘이라는 이 제목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가를 실감하기도 했고. 그 때의 장현 씨 나이대를 생각하면 그 당시에 느껴지는 감정들에 충실한 가사들이었다고 생각해요.

임장현 : 기술적인 작업의 영역이라 실제로 작곡, 편곡은 단기간에 할 수가 있는데 노래를 열 개 이상 낸다고 했을 때 그 가사를 단기적으로 6개월 안에 쓴다고 하면 그 열 가지 아이디어를 다 얻기 쉽지 않아요. 저는 그럴 때마다 제가 옛날에 썼던 글이나 시를 참고해서 쓰는데, 말씀하셨던 ‘청춘’은 제가 예전에 써놓았던 시를 조금 변형한 거예요. 저는 인간의 청춘은 스물둘에서 스물다섯즈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요즘 시대에서는.

두은정 : 아. 저는 아직 제가 청춘인 것 같은데.(웃음)

임장현 : 음. 아닌 것 같아요. 근데, 괜찮아요.(웃음) 무튼 그 기간 안에서 할 수 있는게, 어떤 사람을 맹렬히 사랑하는 것 이외에 그것보다 더 우선 순위인게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해서 그런 가사를 쓰고 그 단어를 제목으로 썼던 것 같아요.

두은정 : 그럼 아까 말씀하셨던 것처럼 글, 시 이런 것 지금도 자주 쓰세요?

임장현 : 지금은 아이폰이 생겨서 메모 어플에 가끔 쓰긴 하는데 예전에는 수첩도 가지고 다니고. 전에 조그만 mp3를 외출할 때 가지고 다니던 기억이 나요, 녹음기용으로. 메모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항상 좀 그런 것들을 많이 해놨던 것 같아요. 노래 같은 것들도 가이드 녹음도 많이 해두고. 근데 나중에 집에 와서 들어보면 다 쓰레기고.(웃음)

두은정 : 6년 만의 새 앨범이예요. 또 새로운 곡 금방 들을 수 있겠죠.

임장현 : 다음 발매 일정이 미뤄져서 9월에 네이버 뮤지션리그를 통해서라도 하나쯤은 미리 들려드리려 해요. 11월부터는 거의 매달 발매 일정이 잡혀있어요.


Editor / 두은정
(촬영, 인터뷰)
youngwave@poclan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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