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연말의 음악

연말의 음악
Holiday Music

 

12월이 시작하기 무섭게 프랜차이즈 카페에 깔린 음악들이 바뀌었다. 아, 이 음악들이 내가 2017년이 다 갈 때까지 들어야 하는 연말 음악들인가. 크리스마스가 마치 코 앞인 것처럼, 영원히 계속될 것처럼 기분만 들뜨게 할뿐더러 전혀 새롭지도 않다. 당분간 우리는 평소와 같이 출근과 업무를 해내는 동시에, 짬을 내 그간 미루었던 지인들과의 만남도 여럿 성사시켜야 한다. 물론 흥이 나는 시간도 늘겠지만, 혼자만의 시간도 잊지 말아야 한다. 북적대는 연말일수록 혼자만의 시간은 필요하고 또, 의도치 않아도 혼자만의 시간은 찾아온다. 함께 있을 때, 그리고 혼자 시간을 보낼 때를 상상하며 연말 음악들을 골라보았다.

 

A-FUZZ(에이퍼즈) – The Four Seasons

2017년 매 시즌 싱글을 공개한 에이퍼즈가 계절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며 내놓은 EP는 가족과 함께 단란한 연말을 보내기에 완벽한 선택일 것이다. 남녀노소, 세대를 뛰어넘는 재즈는 연말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장르이기도 하다. 봄, 여름 곡은 어떡하냐고? 일단 앨범부터 플레이할 것! 봄 트랙은 훈훈한 실내에서 파티 분위기를 띄우기에, 여름 트랙은 차가운 겨울 공기 마시며 가까운 곳으로 밤 드라이브하기에 적절하다. 가을 곡은 자리를 한창 무르익게 할 테고, 겨울 곡은 제목 그대로 크리스마스의 설렘을 담았다.

 

테림(TE RIM) – ODE TO TE

얼마 전 친구들과 연말 파티를 계획하는데, 각자 디제잉을 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모두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들이기에 이런저런 계획을 짜다 보니 결국 연말 파티가 ‘내가 올해 얼마나 핫하고 (너희들은 미처 몰랐던) 엄청난 곡을 가져왔는지 들어봐 대회’가 될 거란 농담 섞인 예측이 나왔다. 부담과 야망이 뒤섞여 쌓여가는 사이, 나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테림을 떠올렸다. 모두가 열광할 레트로 무드의 세련된 전개, 몽환적인 보컬, 그리고 적당히 리듬을 탈 수 있는 비트까지, 이 앨범만큼 연말 무드를 살릴 앨범이 어디 또 있을쏘냐! 디제이가 될 생각에 신이 나 처음부터 끝까지 앨범을 찬찬히 듣다 보니 절로 멋진 파티가 그려지며 설레기 시작한다. 그나저나 우리의 파티가 음악만큼 멋져야 할텐데.

 

 

신세하 – 7F, The Void

언젠가 정말 멋들어진 연말 파티를 열고 싶다.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숨겨진, 하지만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모두 열광할 옛날 런던의 클럽 느낌이 나는 공간이면 좋겠다. 상상 속 게스트리스트는 데이빗 보위, 프린스, 마이클 잭슨.. 앗, 너무 나갔군. 현실의 끈을 다시 살짝 붙잡고…. 그래, 신세하가 오면 멋질 것 같다! 구레나룻을 멋지게 기른 신세하가 등장하고, 천장엔 디스코볼이 돌아가고, 조명이 반짝이는.. 아, 그러고 보니 이 장면, 신세하 ‘Tell Her’ 뮤비에서 본 것 같잖아! 그런데 이렇게 멋진 파티를 다 준비해놓고 막상 파티 당일 나는 왠지 쑥스러워 못 갈 것 같다. 그래도 즐거웠다, 상상만으로. 신세하나 들어야지. 음악만 들어도 상상 속 파티에 있는 것 같고 좋네.

 

 

 

 

위아더나잇 (We Are The Night) – 들뜬 마음 가라앉히고

왁자지껄한 연말모임으로 빽빽한 시즌을 보내다 보면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생각에 잠길 그런 시간 말이다. 연말 파티보다 이런 시간이 더 필요한 나 같은 사람들도 많을 것 같다. 밤이 긴 겨울에 그 누구보다 어울릴 위아더나잇의 곡들은 혼자서 보내는 시간을 그 무엇보다 충만하게 만든다. 사색적 가사와 함께 지난 한 해의 여러 순간들을 조용히 곱씹고, 또 내년을 계획하며 연말을 보내고 싶은 이들에겐 위아더나잇이 완벽한 선택일 것이다.

 

허수아비 레코드 컴필레이션 앨범 – 허수아비들의 겨울잡담

만약 당신이 이런저런 일로 마음이 편치 않아 연말 모임에 나갈 의욕조차 생기지 않을지라도 낙담하지 말 것. 우리 곁엔 허수아비 레코드가 있다. 최근 허수아비 레코드는 무려 2개의 크리스마스 컴필레이션 앨범을 난데없이 발매했다. 수장 김태춘을 비롯해 신승은, 야먀가타 트윅스터, 그리고 아직은 낯선 이름의 뮤지션들까지 각자 크리스마스를 노래한다. 외로움, 슬픔, 그리움, 뭐 이런저런 감정들이 제각각 뒤섞인 크리스마스다. 많은 이들이 그 어느 때보다 행복과 즐거움을 쫓는 시즌이기에 상대적으로 더 외롭고 힘들 수 있는 연말, 마음이 헛헛할 이들에게 그 어떤 것보다 이 앨범이 위로가 될지도 모르겠다.

 

 

 

강태구 – <그랑블루 / 내 방 가을>, <Passenger / 아름다운 꿈>

2017년이 어느 때보다도 힘들고 지친 한 해였다면 강태구의 앨범과 함께 조용히 사색의 시간을 가져볼 것. 조용한 곳, 이왕이면 강태구가 이 앨범을 만들었던 제주도라면 더 좋겠다. 자신을 고립시킨 채 찬찬히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글로 정리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홀로 술을 마시며 이 앨범을 듣다간 눈물이 왈칵 날지도 모르겠다. 그럴 땐 맘껏 울어도 될 것 같다. 극한의 슬픔으로 자신을 몰아넣고 깊이 침잠해서야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 같은 게 있기도 하니까. 그러고 나서 멍하니 듣는 강태구의 음악과 그 안에 담긴 감정들은 분명 위로일 것이다.

 


 

Editor / 맹선호 
sunho@poclan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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