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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t Big Thing] 지금 막 자라난 한 뼘, 새소년

발행일자 | 2017-07-25

Next Big Thing
지금 막 자라난 한 뼘, 새소년

언젠가 새소년의 공연을 처음 보던 날이 생각난다. 이맘때 여름은 어지러울 정도로 더웠고, 뜨거운 공기 가득한 클럽 안에서 흘러나온 음악은 록, 팝, 블루스 할 것 없이 한데 뒤섞인 것들이었다. 사춘기를 겨우 지나온 소년의 목소리를 한 보컬은 뜻밖에 갓 스무 살의 여성이었고 다소 어수룩한 표정으로 뱉는 멘트 후에는 그 좁은 클럽 무대를 자기만의 온도로 데우는 것에 열중하는 장면들이 가득 찼다. 그 열기를 따라가는 와중 신나기보다 놀라워서 이 감정을 무슨 표현으로 표현할지에 대해 꽤 고민했던 것 같다. 새소년을 알고 난 후의 것들은 전부 손바닥 뒤집듯이 내 예상을 비껴가는 것들이었다. 이를테면 데뷔곡을 ‘긴 꿈’으로 선택한 것, 허밍으로 따라부르던 가사가 ‘달사람’, ‘조가비’같은 단어들로 이루어져있단 걸 알았을 때의 충격들 말이다.

밴드를 결성한 지 1년여, 보컬 황소윤을 주축으로 드러머 강토, 베이스를 맡은 문팬시까지 3인조 체재의 새소년은 꽤 오랜 시간을 거쳐 첫 싱글 <긴 꿈>을 세상에 내놓았다. 열여섯 무렵 혼자 곡을 만들어온 보컬 소윤은 고교 시절의 데모곡들을 모아 이미 성인이 되기 전 비공식 앨범으로 제작하기도 했다. 이 중 일부가 새소년의 주요 곡이 되었으니 이들의 세계는 사실 오래전부터 조금씩 꿈틀대고 있던 일.

새소년이란 이름의 셋이 오랫동안 매만지고 다듬어온 곡을 천천히 듣고 나니 어쩐지 숨통이 트이는 기분인데, 고작 4분여의 곡이 달려가는 동안 이들은 새로움과 시작이 같은 표현이라 말하는 것만 같다. 키가 자라는 소리가 들리는 기분은 어떤 느낌일까. 키가 작았던 중학교 시절의 나는 그것을 상상했고 성장통을 겪는 친구들의 ‘밤새 자라난’ 고통에 대한 후일담을 들으며 고개를 갸웃댔던 것 같다. 아마 새소년에게는 내내 이런 소리가 들리고 있지 않을까. 시작이라는 표현은 이제 여기, 오로지 이들에게만 붙여도 될 것 같다.


두은정 : 이미 많이 들었던 질문이겠지만 새소년이 오랜 시간 준비해온 ‘긴 꿈’ 발매에 대한 소감을 묻고 싶어요.

문팬시 : 처음엔 걱정을 많이 했어요. 싱글을 준비하면서 힘든 상황을 겪어보니 EP는 또 어떻게 하나 고민했는데 요즘은 그새 생각이 또 바뀌었어요. 빨리 내고 싶어지고, 빨리 곡 작업도 하고 싶어지고. 이렇게 어떤 결과가 나오는게 너무 재미있어요.

황소윤 : 물론 다른 프로듀서들도 함께 했지만 우리 셋이서 만들어내는 첫 번째 결과물 이었잖아요. 사실 제 개인적으로는 걱정은 물론 셋이서 힘든 과정도 겪었는데 막상 나오고 나니까 ‘순산’을 한 기분이 들어요. ‘긴 꿈’ 발매로서 만족한다기 보다는 앞으로 나올 EP의 작업을 훨씬 건강하고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랄까요. 그간 저희끼리만 듣던 음악을 사람들과 같이 들으니까 느낌이 많이 다르더라고요. 녹음이나 믹싱같은 작업에서 집중해서 들어오며 느끼지 못 했던 감상이 발매 뒤에 들으니 느껴지기도 하는게 다르더라고요. 아무튼, 좋아요.(웃음)

두은정 : 보컬 소윤과 드러머 강토는 같은 학교 출신이기도 하죠.

강토 : 이 얘기를 이 표현으로 꽤 많이 했던 것 같은데 학교 다닐 때는 안 친했어요.(웃음) 마주칠 일도 없었어요.

황소윤 : 저는 사실 강토오빠의 모습을 많이 봤어요. 아무래도 강토오빠가 선배다 보니 선망하는 것도 있었고요. 그 후 우연히 공연 뒷풀이 자리에서 얘기를 나누다 같이 연습해보자 얘길 하면서 인연이 시작됐어요. 실질적인 팀의 시작은 클럽 살롱 노마드 오픈마이크를 통해서였죠. 지원을 했는데 덜컥 공연을 해야하는 상황이 되어서 제가 만든 곡을 가지고 함께 연습을 했어요. 그 때가 제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일주일 뒤쯤. 그 이후에는 클럽 공연을 시작하고 헬로루키까지 지원하게 된거죠.

두은정 : 2016년 5월의 헬로루키 공개오디션이었죠. 사실 그 때 새소년은 대진운이 좋지 않았다고 해야하나.(웃음) 그 달에 로바이페퍼스, 실리카겔에, 끝없는잔향속에서우리는 같은 유난히 쟁쟁한 팀들이 많았잖아요.

강토 : 어쩌면 헬로루키가 안 된게 다행인게 우리가 지금의 모습이 아니었을 것 같아요. 지금의 구성원들로서만 낼 수 있는 밴드의 느낌은 아예 없지 않았을까. 그 당시에는 소윤이가 만든 곡을 제가 드럼 카피하고 베이스 카피하면서 연주만 하는 형태였는데, 만약 그 때 헬로루키가 됐다면 새소년은 그 상태로 발전해나갔겠죠.

두은정 : 첫 베이스 멤버가 탈퇴한 후 베이스 자리는 꽤 오래 공석이었어요.

황소윤 : 사실 이전 멤버보다 지금 베이스를 맡은 팬시오빠가 밴드 구성원으로써 더 오래 활동했어요.

문팬시 : 그러고보니 벌써 일 년여네요. 과정이 마냥 순탄하지만도 않았고 이것저것 많은 일들 겪으며 몰입하다보니 시간이 참 빨리 가요. 이런 마음이 드는 걸 보니 그간 열심히 했나봐요. 처음 멤버 영입 제의를 받고 이 팀이 하는 음악은 마음에 들었는데 혹시 음악적 감성이 맞지않아 제가 오히려 방해를 하는 상황이 되진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있었죠. 그 이후엔 서로가 잘 맞춰와서 이렇게 잘 풀린 것 같아요.

황소윤 : 사실 저희 밴드 자체가 순탄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팬시오빠가 들어오던 시기가 레이블에도 갓 소속되고, 유독 복잡하고 안정적이지 못한 시기였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시오빠가 힘든 상황에도 잘 융화가 된 것 같아 다행이예요.


두은정 : 그러고보면 기타 멤버를 공개적으로 구인한 적도 있었는데.

황소윤 : 베이스는 거의 틈이 없이 바뀌었고 기타 멤버는 올 초에 찾아보다 결국 지금의 3인조로 형태로 계속 진행하기로 결정이 되었어요. 그 과정이 다른 멤버들이 말한 밴드로서의 결집성을 가지게 된 계기인 것 같아요. 처음에는 ‘새 멤버들이 들어와야 한다’, ‘음악적으로 뭔가 더 풍성하면 좋겠다’ 같은 얘기들을 많이 했었는데 이젠 셋이 하는게 편하고, 셋이 하는게 재미있고요. 지금은 우리 셋이서만 할 수 있는 것들을 잘 모색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일종의 전우애를 가지게 됐고요.

두은정 : 사실 새소년은 여러 세션 멤버와 함께 꽤 오래 4인조 셋으로 공연해왔죠. 결과적으로 3인조가 되면서 사운드적인 측면이나 퍼포먼스적인에서 보완해야겠다 느낀 점이 있을 것 같은데.

강토 : 저는 보완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저의 역할에 더 충실하게 몰입해야겠다 생각했어요. 한 파트가 없어지면서 사운드가 비는 퍼포먼스에서의 문제와는 상관없이, 확실히 세 명이서 했을 때 에너지가 집중되는게 있더라고요.

황소윤 : 사실 세션이 자주 바뀌는 것들이 밴드에게 있어선 불안한 요소거든요. 셋이 할 땐 각각의 연주가 돋보이는 장점도 있고요. 단점은 반대로 연주가 너무 잘 보이니까.(웃음) 아무래도 합이 더 중요해졌죠.

두은정 : 갓 데뷔 싱글을 발매한 지금도 여전히 ‘어리다’, ‘젊다’라는 평을 듣고 있기도 하지만 보컬 소윤은 지금보다 훨씬 더 어린 나이에 솔로 데모 <16-19>를 제작하기도 했죠.

황소윤 : 사실상 지금처럼 적극적인 활동을 하진 않았어요. 제가 한 솔로 활동은 말 그대로 데모앨범을 만들어낸 정도고, 본격적인 활동은 새소년 하면서 이루어졌다고 봐요. 데모앨범 제작은 내 삶에서나 대외적으로도 하나 남겨둔다 생각하고 음악이라는 걸 처음 만들기 시작했을 때부터 성인이 되기 전까지의 음악을 정리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시작한 거였어요. 어떤 야망이나 큰 포부로 한 일은 아니고, 16살 때부터 19살까지의 제가 참 재미있는 시절을 보냈는데 제가 ‘재미있게 놀았던’ 결과물을 사람들에게 들려주거나 나 자신의 기록물로 남겨두면 좋지 않을까 했죠. 그래서 실은 엄청나게 서툴고 생경한 형태의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두은정 : 그게 실질적인 새소년의 모태가 되었죠.

황소윤 : 제가 워낙 스펙트럼이 넓은 음악을 하다보니까 밴드 음악으로써 발전시킬 수 있는 곡들이 있었고 그렇지 않은 곡들도 있었어요. 밴드 음악 형태를 띄고 있는 몇 곡들을 새소년 안에서 발전시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었고요. 아직도 저는 새소년의 음악과 황소윤의 음악을 분리해야겠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어요. 저는 새소년에서 셋이 같이 만들어가는 사운드가 좋아요. 아까 강토오빠가 말한 일종의 ‘에너지’가 느껴질 때 희열감을 느끼기도 하고 지금 이 셋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새로운 무언가도 좋고요. 새소년은 새소년답게 이끌어나가고, 데모앨범에 수록된 팝적이거나 좀 더 대중성을 띄거나 밴드 음악으로 발전시키기 어려운 다른 곡들은 황소윤으로서 작업을 해나가고 있는 중이예요.

두은정 : ‘소윤’의 솔로버젼 <긴 꿈>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많을 거예요. 스스로 느끼는 데모앨범에 수록되었던 <긴 꿈>과 지금의 <긴 꿈>과의 차이점은.

황소윤 : 한 번도 이런 류의 곡을 만들어본 적이 없었어요. 엄청 밝고 스트레이트하고 가사가 오글거릴 정도로 감상적인 곡은 <긴 꿈>이 처음이었는데 음악에서 새싹처럼 푸릇푸릇한, 신선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저는 아쉬운 부분 없이 지금 발매된 <긴 꿈>, 제가 처음 만들었던 <긴 꿈> 모두 좋아요.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이번에 선보인 <긴 꿈>은 조금 더 성숙한 느낌인 것 같아요.

두은정 : 더이상 황소윤 혼자만의 곡이 아닌 세 멤버 공동의 곡이 되면서 각자가 생각하는 이 곡의 포인트 같은게 달랐을 것 같아요.

문팬시 : 지난 주 주말인가, 비가 엄청 많이 왔고 친구들이 차를 렌트해서 놀러가다가 저를 태워서 바래다주는 길이었어요. 제 앨범이 나왔다고 친구들과 다 함께 음악을 들었는데 인트로가 왠지 슬픈 느낌이 들더라고요. 비 오는 날 듣는 느낌이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다들 비 오는 날 <긴 꿈>을 다시 들어보셨으면 해요.

 

두은정 : 사실 긴 꿈의 가사 자체는 엄청나게 희망찬 느낌이죠.

황소윤 : 안 그래도 작업할 때 염려되서 그 부분에 대해 강조했었어요. 자칫 1차원적으로 마냥 밝은 느낌이 될까봐 프로듀서에게도 그런 얘기를 미리 전달했죠.

두은정 : 곡을 다듬어 나가는데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포인트는.

문팬시 : 신경을 안 쓴 부분은 없지만 확실히 후렴과 아웃트로가 중점적이었죠.

황소윤 : 사실 편곡 과정에 있어서 <긴 꿈> 버젼이 상당히 많아요. 아웃트로도 꽤 긴박하게 만들어지기도 했고요. 지금 발매된 곡은 팬시오빠 말대로 신경 안 쓴 부분이 정말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격변을 거친 버젼인데, 아웃트로 같은 경우는 막상 작업에 들어가보니 빠르게 진행되기도 했어요. 그 부분이 M/V만 봐도 그렇고 사실상 서사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두은정 : 보컬이 남자인 줄 알았다는 의견도 있더라고요.

문팬시 : 사실 충격을 받았어요.

황소윤 : 저도요. 어떻게 나를 남자로 알지?(웃음)

두은정 : 뭐랄까, 개인적인 감상은 변성기를 겪고있는 사춘기 남자아이 느낌이랄까요.

황소윤 : 허스키한 느낌이 있다고들 하고요. 게다가 밴드 이름까지 ‘새소년’이다보니 보컬이 여자겠구나 유추할 수 없는 것 같기는 한데 생각보다 그런 반응이 많아서 놀라긴 했죠. 물론 재밌기도 하고요.

두은정 : 사실 보컬의 성별을 구별하기 어려울만큼 지금 발매한 단 한 곡만으로는 새소년이란 밴드를, 그리고 앞으로 발매할 앨범의 색깔을 유추하기 어렵죠.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의 공연 레파토리를 보자면 록, 블루스, 팝 등의 장르를 넘나드니까요. 사실 그래서 <긴 꿈>은 다소 예외적인 곡이라고 느껴지기도 해요. 진짜 잘 하는 건 숨겨두고 ‘우린 이런 것도 할 수 있어요’하는 느낌이랄까. <긴 꿈>으로 새소년을 처음 접한 사람들은 밴드 색깔을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문팬시 : 솔직히 이번 곡에 대한 반응이 이렇게까지 좋을 줄은 몰랐어서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나중에 다른 곡을 듣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걱정되기도 해요.

황소윤 : 저희 밴드의 특징이 다양한 장르, 다양한 색깔을 가진거라 생각하는데 새소년이 가진 가장 대중적인 곡, 사람들에게 가장 다가가기 쉬운 곡이 <긴 꿈>이라고 생각했죠. 말씀하신대로 제일 잘 할 수 있는 곡을 아직은 숨겨두고 있는게 맞는 것 같아요. 다음에 나올 싱글이 <파도>이니만큼 앞으론 전혀 다른 색깔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도 되고요. 사운드적인 면에서나 편곡적인 면에서나 그간 중구난방이었던 스타일의 곡들을 한데로 모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지금까지는 4인조 혹은 그 이상의 편곡을 지향해왔다면 지금은 셋이서 라이브를 해내거나 빈티지한 색깔을 내보는 것에 집중을 하고 있어요. 첫 싱글이 <긴 꿈>이라는 점과 그 다음 발매될 싱글이 <파도>라는 점이 저한테는 굉장히 기대가 돼요.

두은정 : 앞으로의 새소년은.

문팬시 : 그간 셋이서 ‘재미있게 하자’는 얘기를 많이 했어요. 딱 그거 말고 나머지는 욕심이랄까. 좋은 일에 대한 욕심보다 안 좋은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Editor / 두은정
(촬영,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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