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ise, piano, seoul

  • Artist RAINBOW99
  • Release2013.09.30.
  • Genre AmbientElectronicJazz
  • Label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 FormatAlbum
  • CountryKorea

1. 새벽녘
2. 2호선
3. 아침 (With 박지혜)
4. 길고양이
5. 뉴타운
6. 대한문
7. 십자가

 


 

사이키델릭 노이즈와 피아노 즉흥 연주로 표현하는 서울의 현재

일렉트로닉 뮤지션 ‘RAINBOW99’과 젊은 피아노 연주자 ‘윤재호’의 프로젝트 앨범

이 앨범에 대한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놀란 부분은 RAINBOW99과 피아니스트 윤재호가 함께 작업했다는 것 자체에 있었다. RAINBOW99과 피아니스트 윤재호. 보통 기타와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바탕으로 작업을 해왔고, 음악에 있어서 멜로디보다는 화성에, 즉흥보다는 짜인 구조에 더 힘을 기울여왔던 RAINBOW99이였기에, 재즈를 꾸준히 연주해왔던 피아니스트 윤재호와의 즉흥작업은 더욱더 생각해내기 힘든 조합이었다. RAINBOW99은 지금까지 어른아이, 하이미스터메모리, 시와, 올드피쉬, 옥상달빛, 카프카, 투명 등 수많은 인디 밴드들의 세션 기타리스트로 활동해왔고, 최근에는 앨범 프로듀싱과 연극, 영화의 음악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지금 국내 인디 음악계에서 꼭 기억해야 할 인물 중하나이다. 특히 3월말에 발매되었던 RAINBOW99의 2집 [Dream Pop]은 평단과 청자, 모두에게 좋은 평가와 지지를 얻으며 RAINBOW99의 영역을 한 단계 더 확장시켰다. RAINBOW99이 일렉트로닉을 기반으로 점층적인 구성과 극한의 대비, 사운드에 대한 고민과 집중이라는 음악적 특징을 보여준다면, 윤재호는 표면적으로 그 반대편에 서있는 재즈 피아노 연주자라고 볼 수 있다. 윤재호는 그의 프로필에서 “‘윤재호’ 라는 이름은 최소한 음악에서만큼은 하나의 소리로 존재할 수 있기를, 음악이라는 것을 통해 자유를 찾는다는 거창한 신념대신, 나는 원래 자유로운 존재라는 것을 음악을 통해서 알게 되는 과정, 그 과정의 어떠한 부유물이 ‘윤재호’가 되길 희망합니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꽤 복잡해 보이는 말이지만 음악을 통해 자유로움을 배운다는 마음만은 정확하게 보인다. 그가 왜 계속 재즈를 연주해왔는지를 알게 되는 말이기도 하다. 그만큼 윤재호라는 피아니스트와 RAINBOW99의 조합은 흥미롭다. 이처럼 음악적으로 반대편에 서있다고 할 만큼 공통점이 없었던 두 아티스트가 즉흥작업을 통해 앨범을 만들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의외로 사이키델릭과 서울이라는 공통의 주제에 있었다.

앨범의 제목인 “Noise, Piano, Seoul” 이 세 단어는 앨범의 모든 것이나 다름없다. 이 앨범은RAINBOW99의 노이즈 위에 윤재호의 피아노가 만나 서울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RAINBOW99과 윤재호가 이야기하는 서울은 어떤 모습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둡고 건조하며 서늘하기까지 하다. 그 사이사이의 밝은 면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배트맨이 활동하는 고담시티 정도의 우울함을 가지고 있다. 슬프게도 지금의 서울이 사실 딱 그렇지 않은가. RAINBOW99과 윤재호는 서울이라는 주제를 화성과 멜로디에 갇히지 않고 이미지나 정서자체에 집중하기 위해 가장 많은 신경을 썼다고 한다. 이를 위해 RAINBOW99은 윤재호의 연주가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도록 비트와 화성을 최대한 배제한 노이즈만을 들려주고 녹음을 진행했고, 즉흥성을 최대한 살려 후반작업을 했다고 하는데, 앨범의 곡들을 하나하나 듣다 보면, 그들이 얼마나 집중해서 작업에 임했는지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7곡, 40분”. 이 앨범의 곡 수와 앨범 길이다. 일주일 만에 녹음과 후반작업까지 완성했다고 하기에는 꽤 긴 러닝타임이다. 하지만 앨범을 끝까지 듣고 나면, 두 아티스트의 고민과 깊이, 집중력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새벽녘으로 시작해, 십자가로 끝나기까지의 7곡 모두, 제목과 정확히 일치하는 이미지를 떠오르게 하며, ‘Noise, Piano, Seoul’이라는 앨범 제목 안에서 군더더기 없이 이어져있어, 듣는 이를 지금의 서울이 주는 이미지 그 자체로 안내하고 있다. 특히 밴드 ‘노르웨이안 우드’의 보컬리스트인 박지혜가 참여한 ‘아침’이라는 곡은 앨범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 RAINBOW99과 젊은 피아노연주자 윤재호의 프로젝트 앨범인 ‘Noise, Piano, Seoul’. 어쩌면 너무도 적나라한 감성에 서늘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안에 있는 희망을 발견해내는 순간, 지금 당신의 가을은 생각보다 따스하다. 서울의 가을은 꽤나 아름답지 않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