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Choice by [S] (Mar. 5th 2018)
RAINBOW99 / 수원화성
(MAGIC STRAWBERRY SOUND / 2018.03.31)
‘옥상달빛’, ‘십센치’, ‘선우정아’, 최근에는 ‘치즈’까지 주로 팝 성향이 강한 가수들의 소속사로 유명해진 레이블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에서 ‘RAINBOW99’는 그의 음악, 캐릭터 등 모든 면에서 다분히, 아니 독보적으로 이질적인 존재다. 전자음악가, 기타리스트, 사운드디자이너 등 그를 카테고라이징하는 몇몇 키워드들 외에도 개인적으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그에 관한 연관키워드는 ‘다작’이다. ‘RAINBOW99’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한 2009년부터 현재까지 무려 서른 개 이상의 정규앨범, 싱글, 프로젝트앨범들을 발표해왔고 여기에 초창기 프로젝트인 ‘시와무지개’나 근래의 ‘우쿠루쿠’, 뜻밖의 펑크 유닛 ‘SXPTY’까지 굳이 포함하면 그 숫자는 마흔을 훌쩍 넘어간다.
그 중 2015년 내내 담양, 동해, 제주도 등 국내 각지를 매달 한 곳씩 여행하며 여행지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만든 음악들을 월간으로 공개, 이윽고 이듬해인 2016년 초에 이를 집대성해 정규앨범 [Calendar]로 발표한 여행 프로젝트가 있다. 그는 불쑥 떠나고, 한없이 걷고, 그리고 음악을 만든다. 눈보라 몰아치는 담양 대나무 숲의 압도적인 풍경을 소리로 그려내고, 제주도에선 불쑥 여행에 동참한 아버지의 색소폰 연주를 자신의 전자음악 세계 안에 동참시킨다. 한편 남한산성에선 우연히 만난 트로트 가수 ‘꿩털’이 대접한 막걸리에 얼큰히 취해 그 자리에서 곡을 쓰고 연주하기도 한다. 새로운 공간엔 늘 예기치 못한 풍경, 상황, 경험들이 있고 이는 오롯이 그의 영감의 원천이 되어 음악으로 피어났다. 개인적으로 그의 모든 프로젝트 중 단연 백미로 꼽고 싶다.
2015년 월간 여행 프로젝트의 커버들
몇 해를 지나-물론 그 사이에도 그는 쉼 없이 음악을 만들고 또 발표했지만-2018년에 그가 다시 여행 프로젝트를 시작한다는 소식은 그래서 더욱 반가웠다. 새 여정의 면면을 들여다보니 이전과는 다른, 작은 변화들이 눈에 띈다. 이전 프로젝트의 작업 방식이 대부분 여행지에서의 스케치, 돌아와 서울에서의 후반작업의 과정을 거쳤다면 이번에 그는 마스터링을 제외한 모든 작업, 그러니까 곡의 구상부터 작곡, 연주, 녹음, 심지어 믹스까지 현장에서 해내며 그 순간의 감정을 더 생생히 담아내는 데에 집중한다. 아울러 대부분 혼자만의 여행이었던 이전에 비해 이번에는 왕민철 다큐멘터리 감독이 여정을 함께하며 그 발자취를 하나하나 기록하고 있다는 것 또한 달라진 점. 여하튼 이 새 여정은 1월의 논산, 2월의 청주를 거쳐 3월엔 수원으로 발길을 돌린다. 수원화성 성곽 주변 곳곳을 거닐다 발견한 가장 인상적인 장소 두 곳에서 만들어낸 두 곡의 음악은 각각의 정서가 확연하게 다르다. 아련한 무드를 자아내는 전자음의 앰비언스 위로 청초한 건반, 기타, 베이스 등 갖가지 소리들이 쌓여가며 가슴 뭉클하게 아름다운 서정을 그리는 ‘수원화성과 종교화합’, 이와는 대조적으로 기계적으로 차갑게 반복되는 리듬과 전자음, 거기에 음울한 소리들을 흩뿌려대는 건반 소리와 연주라기보단 그저 노이즈처럼 불쑥불쑥 끼어드는 기타의 소리 등이 어우러져 마치 사이버펑크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불온하고 불편한 무드를 시종 조성하는 ‘수원화성과 과학기술’은 수원화성 주변의 독특한, 혹은 이질적인 풍경에서 음악가가 느낀 감정들을 저마다의 방법으로 생생히 담아낸다.
아래 두 편의 비디오를 꼭 감상하길 권한다. 내가 이렇게 쓴 몇 단락의 글보다 훨씬 더, 이 프로젝트의 성격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RAINBOW99 (with 신지용) / 수원화성과 종교화합> Live
<RAINBOW99 (with 신지용) / 수원화성과 과학기술> Live
Editor / 김설탕
sugarules@poclan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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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설탕입니다. 작년 한 해 동안 연재해온 ‘Deep Inside’를 최근의 ‘O3ohn’ 편으로 마무리하고 새 코너인 ‘Weekly Choice by [S]’를 새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한 장의 음반을 수십 번 이상 듣고 또 들으며 깊숙히 파고 들어가 맥락을, 이야기를 읽어내는 일, 그리고 이를 통해 얻은 나름의 생각들을 글로 풀어내는 일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즐거운-동시에 무척 힘들기도 했던-작업이었기에 아쉬움도 조금 남지만 새로 선보이는 이 코너를 통해 더 많은 분들이 더 가볍게 접할 수 있는 글을, 대신에 더 많이 써보려고 해요. 매주 수요일에 포크라노스 공식 홈페이지에서 여러분을 만납니다. 잘 부탁해요. 🙂
(‘Weekly Choice by [S]’ 코너의 모든 글은 에디터의 개인적 주관을 반영한 것으로 본사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일절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