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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Choice] 김오키 / 퍼블릭도메인포미 (4월 2주차)

발행일자 | 2018-04-18

Weekly Choice by [S] (Apr. 2nd 2018)

김오키(KimOki) / 퍼블릭도메인포미
(봉식통신판매 / 2018.04.09.)


 

‘김오키(KimOki)’ 하면 왠지 ‘프리재즈’라는 단어를 먼저 떠올리게 되지만 사실 그의 디스코그라피, 현재까지의 커리어를 통틀어 그의 음악이 단지 프리재즈에 국한된 적은 없는 것 같다. 김오키 뻐킹매드니스, 김오키 동양청년, 전기사기꾼, 아방 트리오, 김오키 스피릿 선발대, The South Korean Rhythm Kings, 그리고 지금의 김오키 새턴발라드까지 그가 행해온, 혹은 현재도 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이 지닌 음악적 다채로움. 더불어 최근의 엡마, 호림, 히피는 집시였다, 서사무엘, 로다운30, 노선택과 소울 소스 등 그가 피쳐링의 형식으로 협업했던 아티스트들의 각양각색 면면까지. 그의 발자취를 찬찬히 돌아보고 나서 다시 생각해보면 사실 김오키라는 연주자는 우리가 ‘프리재즈’라는 단어 하나로 그 정체성을 쉬이 에두르기엔 그 이상으로 음악에 대해 꽤 열린 태도를 가진 아티스트 아니려나.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이것만은 단 한 번도 상상해 본적이 없다. 김오키가 연주하는 재즈 스탠더드, 발라드라는 것 말이다.

 

 

하지만 그의 새 앨범, 아니 정확히는 색소폰, 피아노, 더블베이스의 트리오 편성 프로젝트인 ‘김오키 새턴발라드’의 정규작 [퍼블릭도메인포미]는 놀랍게도(?) 발라드 앨범이다. (‘새턴’은 아마도 故 ‘선 라(Sun Ra)’의 독립레이블이었던 ‘새턴레코드’에서 따온 이름 아닐까 싶다) ‘All of Me’, ‘Someone To Watch Over Me’ 등 이미 무수히 많은 음악가들의 연주로, 노래로 태어났던 재즈 스탠더드 넘버들, 또 홍난파의 동요 ‘고향의 봄’, 역시 홍난파의 가곡인 ‘사공의 노래’, ‘봉숭아’ 등을 아름다운 발라드로 연주해 수록하고 있다. 한편 그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어어부 프로젝트’, ‘방백’의 백현진(영화감독, 연기자이기도 하다)의 곡들을 멜랑콜리한 무드의 모던재즈 풍으로 재해석해-무려 세 곡이나-담고 있다는 점도 특기할 점. 색소폰, 피아노, 베이스의 트리오로서는 가장 전형적인 편성, 그리고 발라드. 마치 파전에 막걸리처럼 가장 적절하며 동시에 최적인 조합답게 적어도 이 앨범에서 김오키의 블로잉은 다른 악기들과 차분하게 합을 이루며 ‘발라드’의 정서를 만들어내는 것에 충실하다. 대부분의 레코딩에서, 라이브에서 파격적이고도 자유분방한 연주를 선보였던 김오키가 안정적으로 선율을 짚어가며 만들어내는 다정하고 섬세한 소리, 이는 파격적이지 않아서 오히려 파격적이고 김오키의 또 다른 면을 보여주는 듯하다. 아름다운 연주들이 고요한 강물처럼 유유히 흐르고 또 흘러가는, 그저 가만히 귀를 기울여 차분한 호흡으로 듣게 되는 음반이다.

여러 관악기 중에서도 트럼펫, 그리고 색소폰은 그 소리의 특질상 ‘밤’의 정서를 가장 잘 대변하는 악기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이 앨범에서 김오키가, 그리고 새턴발라드가 만들어내는 소리들, 그 소리들이 자아내는 무드는 마치 갖가지 감정의, 갖가지 밤들 같다. 그 속엔 적당한 다정함과 온기가, 그리고 이따금씩의 스산함과 쓸쓸함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김오키 새턴발라드 / 고향의 봄(홍난파 곡)> 라이브 @ 벨로주

 

<김오키 새턴발라드 / 심정> 라이브 @ 벨로주

 


Editor / 김설탕
sugarules@poclanos.com

(‘Weekly Choice by [S]’ 코너의 모든 글은 에디터의 개인적 주관을 반영한 것으로 본사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일절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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