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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ETIME INTERVIEW] 01 오존(O3ohn)

발행일자 | 2018-05-30

[FACETIME INTERVIEW] 01 오존(O3ohn)

김은마로: 최근에 공연이 많았죠. 모니터를 꼼꼼이 하는 편인지요.

오존(O3ohn): 섭외 중 공연 섭외가 제일 많죠. 모니터는 잘 안해요. 제가 했던 걸 보는 걸 별로 안좋아해서.. 제 노래 듣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웃음).

 

김은마로: 최소의 발매 단위(싱글)로 최대한 잦게 발매하는 뮤지션들이 늘고 있죠. 노출 빈도를 높이면서 대중들에게 자주 이름을 노출시키는 일종의 전략(?)이죠. [jon1]과 [jon2], 각 네 곡씩 수록된 빼곡한 EP를 2018년이 되자마자 두 달 만에 쏟아냈어요. 짧은 기간 내에 적지 않은 넘버를 한꺼번에 푸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는지 궁금해요.

오존(O3ohn): 오히려 그게 자연스럽고 편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특정한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작년 후반에 내려고 했던 앨범이 미뤄져서 올해 초에 나오게 된 거거든요. 사실은 10곡 정도로 채워서 한번에 낼 계획이었으니까 이것도 좀 쪼개서 낸 거예요. 그렇게 묶여 있어야 좀 더 의미가 있는 앨범이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저는 쪼개는 것이 더 아까운 느낌이 들더라고요. 다만 1월에 나온 [jon1]은 괜찮았는데, 2월에 [jon2]를 발매하기까지가 너무 시간이 짧았어서 굉장히 힘들었어요.

 

김은마로: 그렇게 나온 [jon1]과 [jon2] 각각의 색깔이 뚜렷하고 또 달라서 놀랐어요. 왜 따로 냈는지 알겠다 싶을 만큼.

오존(O3ohn): 그렇다 할 계기 같은 것도 없었는데. 지금 보니 그렇게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지도 않아요. 같은 결에 있는 음악들이라고 생각해요. 음악 스타일은 저도 모르게 조금씩 바뀌는 것 같아요. 다음 앨범 때문에 새로운 데모들을 조금씩 모으고는 있는데 어떤 음악일지 아직 하나도 모르겠어요.

 

김은마로: 처음으로 피지컬 음반도 나왔어요. 소수의 레코드샵에서만 판매를 하고 있던데요.

오존(O3ohn): 요즘 시디를 많이 안 사잖아요. 조금만 찍길 잘한 것 같아요. 조금 찍어서 여러 곳에 푸는 것보다 알고 있는 샵에만 소량으로 푸는 것이 저도 편하고 사는 분들도 편할 것 같다고 생각했죠.

 

김은마로: 그 와중에 뮤직비디오도 꾸준히 찍었죠. 새가지(SEGAJI) 비디오랑와 연이 끈끈한 것 같아요.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함께하고 있네요. 오존(O3ohn)님은 영상 제작에 얼마나 개입하는지 궁금해요.

오존(O3ohn): 시키는 대로만 한 것 같아요. 그러네요(머리를 긁는다), 제가 참여한 것이 거의 없네요. 음. 디벨롭 과정은 비디오마다 조금씩 달라요. ‘Untitled01’ 같은 경우, (감독)형이 저한테 받은 첫인상이라든가 제가 갖고 있는 밝은 에너지 같은 걸 비디오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어요. 옷도 밝은 옷 입고 나오고, 되게 모험하는 소년의 이미지 같았죠. ‘Thoms Piano’의 경우, 어두운 곡이고 부모님에 관한 노래라는 설명을 드렸죠. 아버지 작업실이 있는 걸 아셔서 그곳에서 촬영을 했고요. 생각해보면 감독님이 저를 잘 이해하고 있는 분이셔서 진행 과정이나 스토리라인이나 전체적으로 더 수월하게, 저의 큰 의견 전달 없이 알아서 진행이 됐던 것 같아요. 머리를 턴다거나 하는 작은 동작 연기는 제가 즉흥적으로 했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사소한 것들이죠.

 

김은마로: ‘Seeyouin + Finale’는 여러 의미로 참 충격적이었어요.

오존(O3ohn): 그게 저도 그렇고 감독 형도 그렇고 평소에 전혀 안 해봤던 영역이어서 그 시도 자체가 되게 재미 있었어요. 그 형한테서 그런 모습을 보는 것도 되게 흥미로웠고, 제 음악을 그런 식으로 풀어내는 것도 흥미로웠고요. ‘Seeyouin’의 곡 설명을 드릴 때, 제가 이전에 했던 것보다 조금 다른 부분이 있는 곡이라고 설명을 했어요. 그런 말들에서 포인트를 얻어서 제가 곡을 썼을 때와 비슷한 맥락으로 새로운 시도와 아이디어를 쓴 것이 아닐까 싶어요.

 

 

김은마로: 공연 얘기를 좀 해볼게요. 최근 진행된 현대카드 공연 때는 러닝타임 내내 샤막 뒤에 있었죠.

오존(O3ohn): VJ님이랑 얘기하다가 먼저 제안을 주신 상황이었고, 그래서 좀 재미있게 해보고 싶어서 조아형 작가님을 찾아갔던 거거든요. 그분께서 먼저 그렇게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내주셨어요. 공연하면서는 앞이 잘 안보여서 더 편했어요. 큰 공연일수록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거든요. 샤막 덕분에 저도 그렇고 세션 분들도 안정감 있게 한 것 같아요.

 

김은마로: 대림미술관에서 현대카드, 그리고 다가오는 여러 페스티벌까지. 무대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어요. 다음 공연에 대한 욕심은요?

오존(O3ohn): 야외도 상관없고 실내도 상관없고 지하건 옥상이건 크게 연연하지 않지만 특정 지역에 대한 건 있어요. 지방이나 해외 공연에 대한 욕심은 있어요. 제일 가까운 일본, 홍콩, 대만, 이렇게 근처에 있는 나라들이 그나마 가능성 있을 것 같네요.

 

김은마로: 현대카드 공연 끝나고 곧바로 새가지(SEGAJI) 비디오 파티가 있었죠. 그 자리에 없었어서 분위기가 어땠는지 모르겠네요. 디제잉도 하셨던데요.

그 날 사람이 생각보다 너무 많이 왔어요. 꽉 차 있었거든요. 아이튠즈에 있는 걸 들고 가서 틀겠다고 했더니 그래도 된다고 그래서 이것저것 뒤죽박죽해서 제 마음대로 그냥 틀었거든요. 근데 그렇게 했다고, 개판으로 했다고 뭐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도 저는 전문 디제이가 아니니까, 그렇게 틀어도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다들 너무 전문적인 디제잉을 기대하고 오셨더라구요. 하우스만 틀 거라고 생각하고 왔다가 Talking Heads 트니까 되게 당황하시더라구요.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몇 분 있긴 했지만, 디제이가 그런 디제이만 있는 게 아닌데.. 그래도 저는 재밌게 놀았습니다!

 

 

김은마로: 많은 것들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어요. 음악에서도 비주얼적인 부분이 중시되다보니 패션/아트와의 연결고리가 더욱 단단해졌고, 싱어송라이터와 디제이, 엔터테이너와 예술가의 경계도 모호해지고 있지 않나요. 이런 흐름에서 받은 영향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오존(O3ohn): 가장 먼저, 제가 만드는 음악에서 만족을 얻어야 다른 걸로 연결이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영향은 받지만 그걸 다시 풀어내는 건 아직 어려운 것은 같아요. 저보다 더 잘 아는 주변 분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김은마로: 많은 인디 뮤지션들의 주요 활동 반경이 마포구 일대가 되면서 ‘홍대씬(scene)’이라는 단어가 생겼죠. ‘인디-홍대’ 공식이 진부한 것은 없지 않아 있지만, 여전히 독보적으로 상징적인 지역이자 조합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지역들이 씬(scene)이라는 단어와 잘 매칭이 안되기도 하고요. 홍대라는 상징적인 지역에 대한 생각이 궁금해요.

오존(O3ohn): 저에게는 딱히 그런 개념은 없어요. 그냥 서울이 하나의 덩어리인 거죠. 지방이면 지방. 글쎄요. 유독 홍대가 아닌 지역에서 공연을 많이 했는데 홍대에서 많이 안하려던 의도는 없었어요. 일단 홍대가 멀고, 불러주는 곳이 홍대 외 지역이었던 것일 뿐이에요. 굳이 홍대를 하나의 특별한 바운더리로 보고 있지는 않습니다.

 

김은마로: 대개 솔로 뮤지션들은 개별로 활동하더라도 본인들만의 크루, 공간들을 통해 스스로를 정의하고 소개하는 경우가 많죠. 크루 활동은 생각이 없나요?

오존(O3ohn): 일단은 불러주는 데가 없고요(웃음), 글쎄요. 하나의 이름으로 묶진 않았지만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보면 하나의 크루 개념 안에 같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생각보다 동료들이 많아서 외롭진 않아요. 영남이형(Song Young Nam)이나 다영(ADOY)누나도 그렇고, 주변에 세하(Xin Seha)나 마르코(Marco/Jiin)처럼 다들 주변에 음악하는 분들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좋은 음악 서로 공유하고 그러면서 외롭지 않게 지내고 있습니다.

 

 

김은마로: 진중하고 수줍은 이미지가 강해요. 무엇 하나를 진행하더라도 심사숙고 하는 편이죠?

오존(O3ohn): 그게 좀 심해서 결정을 쉽게 못하는 편이에요. 우유부단한 성격이라서. 근데 또 고민은 너무 많아서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고 혼내고 그러죠. 지인들한테 악기에 관한 질문이라든지, 그런 전문적인 내용도 많이 물어보죠. 주변에 다양한 분야의 전문인력들이 많아요.

 

김은마로: 자력으로 앨범을 만들어내고, 자력으로 유통을 진행하고 모든 섭외도 직접 받고 있죠. 늘 그랬지만, 올 상반기는 유독 헤비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오존(O3ohn): 그게 생각보다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일인 것 같더라구요. 작업에 관한 생각보다 비즈니스적인 생각을 더 많이 접할 때가 많기도 하고. 이걸 좀 분리하려고 하고는 있는데. 일이 들어오면 최대한 빨리 해결하고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려고 하거든요. 처리해야 할 일이 생기면 최대한 빨리 끝내고 분리를 하려고 하는데 그게 생각보다 에너지가 많이 뺏기더라고요.

 

김은마로: SNS 라이브를 통한 소통 횟수가 많이 적어졌던데요.

오존(O3ohn): 저도 그런 얘기를 들어서 생각을 해봤어요. 근데 확실히 예전보다 많이 바빠져서 그렇죠. 신경 쓸 다른 것들이 너무 많아지다 보니까 (SNS 라이브에) 눈을 안주게 되는, 그런 것이 있죠.

 

김은마로: 다큐멘터리 제작도 진행하고 있다고 하셨죠?

오존(O3ohn): 현대카드 단독 공연 때 촬영도 했고 음원 소스도 드렸어요. (감독 형이) 개인 작업의 일환으로 따로 시간을 내서 도와주시고 있어서요. 회사 일이 바쁠 때는 작업 진도가 더디시겠죠.

 

김은마로: 인지도를 얻는 것과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 – 모든 뮤지션들의 만년 고민이죠. 오존(O3ohn)님은 어떠신가요.

오존(O3ohn): 지금은 제가 하고 싶은 것(다음 작업)을 빨리 하고 싶어요. 시작만 하면 금방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시작하는 게 어렵네요.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지 계속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기획, 진행 / 김은마로

eunmaro10@poclan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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