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최첨단맨(ultramodernista) [Whiskey]

발행일자 | 2018-08-29

“20세기 중후반 댄스 음악들에 대한 향수, 선망이 묻어나는 레트로 디스코, 신스팝 사운드는 분명 전자음악의 속성을 지니고 있지만 레트로의 뉘앙스를 만들어내는 가장 주된 재료인 신시사이저 외에 전주, 후렴 등에서 멜로디를 주도할 뿐 아니라 그 자체로도 팔딱팔딱 뛰는 그루브를 만들어내는 쟁글쟁글한 기타 리프도, 몸이 반응할 수 밖에 없는 댄스 바이브를 생산하는 드럼과 베이스의 심플하지만 단단한 리듬 파트도 모두 리얼 사운드로 연주되고 있고 여기서 이 밴드의 정체성을 논할 수 있다.”

 


 

최첨단맨(ultramodernista)
Whiskey
2018.08.22.

 

2018년 6월, ‘최첨단맨(ultramodernista)’의 첫 싱글 ‘Koriga’를 들으면서 자연스레 2013년 5월의 어느 날을 상기하게 되었다. 다프트펑크(Daft Punk)가 새 앨범 [Random Access Memories]를 세상에 공개한 날이었는데 그날 다프트펑크의 음악을 들으며 느꼈던 것과 비슷한 감흥들을 그로부터 아주 긴 시간이 지난 현재, 최첨단맨의 음악을 통해 다시금 체험하게 된 탓이다.

 

‘최첨단맨(ultramodernista)’(이하 최첨단맨)은 휴키이스라는 솔로 프로젝트로 더 잘 알려진 휴(보컬, 기타)가 밴드 ‘we hate jh’의 구성원이자 ‘스웨덴세탁소’의 세션으로도 활동해온 이상근(드럼), 정진욱(베이스), 그리고 건반 주자인 Dan과 결성한 4인조 밴드로 리얼 사운드로 구현하는 레트로한 디스코, 혹은 디스코에 기반한 댄스뮤직을 표방하고 있다. 록, 포크, 소울 등 다양한 장르의 요소들을 두루 포괄하면서도 그러나 어쨌거나 최종적으로는 ‘팝’으로 귀결되는 음악들을 솔로 커리어 내내 선보여온 휴(휴키이스)이기에 그가 프론트맨으로 나서는 댄스뮤직 밴드라는 게 혹자에겐 다소 의아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그가 ‘Why Can’t You Luv Me’처럼 산뜻한 펑키 그루브를 내포한 댄스 트랙들도 만들고 부른 적이 있음을 떠올려본다면 사실 아주 뜻밖의 일만도 아닌 거 같다.

 

 

최근 공개된 두 번째 싱글 ‘Whiskey’는 첫 싱글 ‘Koriga’와 마찬가지로 이 밴드의 ‘레트로-퓨쳐리즘’적인 DNA가 명징하게 드러나는 곡이다. 20세기 중후반 댄스 음악들에 대한 향수, 선망이 묻어나는 레트로 디스코, 신스팝 사운드는 분명 전자음악의 속성을 지니고 있지만 레트로의 뉘앙스를 만들어내는 가장 주된 재료인 신시사이저 외에 전주, 후렴 등에서 멜로디를 주도할 뿐 아니라 그 자체로도 팔딱팔딱 뛰는 그루브를 만들어내는 쟁글쟁글한 기타 리프도, 몸이 반응할 수 밖에 없는 댄스 바이브를 생산하는 드럼과 베이스의 심플하지만 단단한 리듬 파트도 모두 리얼 사운드로 연주되고 있고 여기서 이 밴드의 정체성을 논할 수 있다. 더불어 바로 이런 점이 곡의 전체적인 무드와 더불어 서두에서 언급한 다프트펑크의 ‘Random Access Memories’ 앨범을 필연적으로 연상케 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다프트펑크가 기타리스트 나일 로저스(Neil Rogers), 드러머 오마르 하킴(Omar Hakim) 등 달인의 영역에 이른 연주자들과의 협연으로 만들어낸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공존하는 사운드, 그 사운드로 구현한 복고와 미래가 공존하는 레트로-퓨쳐리즘의 디스코 뮤직. 최첨단맨의 음악은 바로 그것과 무척이나 닮아있다. 명백히 과거에 대한 선망을 드러내는 그들의 이름이 하필이면 ‘극단적 현대주의자’(Ultra Modernista)라는 익살맞은 모순과 함께.

 

 


Editor / 김설탕
sugarules@poclan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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