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싱글 ‘머물러줘’는 유독 AOR, 혹은 시티팝적인 바이브가 진하게 느껴지는 곡이다. 본인이 추구하는 음악의 성향과 최근의 시티팝 유행이 시기적으로 적절하게 맞물려 나온 결과물이라는 느낌을 주는 이 곡은 앞서 간단히 언급한 이런 스타일 음악의 전형적인 매력들을 모두 담고 있는데 기타, 일렉 피아노, 신스, 드럼 등이 어우러지는 풍성한 사운드와 그루브, 매끈하게 잘 빠진 캐치하면서도 세련된 멜로디 라인, 알앤비 베이스의 유려한 팝 보컬이 적절한 밸런스로 오디오를 빼곡하게 채우며 넘실댄다.”
nokdu
머물러줘
2018.10.31.
글의 시작부터 아주 솔직한 얘길 한 가지 하자면, 사실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시티팝(City Pop) 유행에 유독 별다른 감흥이 없었던 편이다. (물론 들으면 좋긴 하지만)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주된 이유는 그저 그것이 나에게 딱히 ‘새로울 것이 없는’ 음악이기 때문이었다. 이미 어릴 때부터 이런 풍의 음악들을 충분히 많이 들어왔던 것이다. 게다가 한때-대략 20대 초반부터 30대 초중반까지-광적으로 모든 시대의 알앤비 음악을 디깅하던 시기가 있다는 점도 한 몫을 했다. 이 시기에 특히 즐겨들었던 음악들 중엔 AOR(Adult Oriented Rock)과의 접점이 큰 음악들, 이를테면 ‘Kool & The Gang’, ‘Earth Wind & Fire’(우린 흔히 ‘지풍화’로 불렀다), 혹은 ‘Bobby Caldwell’ 등의 음악도 있었고 이것들은 지금도 내 음악 취향에서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결국 AOR의 영향을 크게 받은 ‘시티팝’이라 불리는 음악들의 무드, 사운드, 형식은 내겐 너무나 익숙한 것이었고 그래서 굳이 디깅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더불어 요즘의 내가 일본 음악을 왠지 잘 안 듣게 된다는 점도 하나의 요인이라면 요인이려나.
여하튼 사운드도, 그루브도 모두 풍부하고 여기에 도회적인 세련미가 뚝뚝 떨어지는-현재의 시점으로 보자면 ‘고급진 레트로’라 칭할 법한-이 부류의 음악들은 내겐 언제나 애정의 대상이었기에 최근 국내에서도 ‘레트로’가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 젊은 음악가들 사이에서 이런 뉘앙스를 재현하고자 하는 움직임들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현상은 꽤나 반갑고 또 흥미롭다. 더불어 이 글을 통해 소개할 아티스트 ‘nokdu (녹두)’ 또한 같은 맥락에서 최근 나의 시선을 잡아 끌고 있다.
‘nokdu’(이하 녹두), 이름이 무척 재미있는데 사실 현재의 시점에서 그리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아티스트는 아니다. 지난해부터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다양한 노래들을 복고적인 무드로 재해석한 커버 영상들을 꾸준히 공개해오다가 올해에 들어와 비교적 짧은 기간 사이에 세 장의 싱글을 연이어 공개했다. 송라이팅과 보컬, 프로듀싱까지 두루 소화하는 셀프-프로듀싱 싱어송라이터라는 점, 80년대의 알앤비, 훵크 음악들에서 영감을 받은 음악을 만든다는 점 등이 여기까지의 활동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전부다. 아, 또 한 가지. 아주 좋은 보컬리스트다. 레코딩, 라이브 그 어느 쪽에서도 훌륭한 모습을 보여준다.
새 싱글 ‘머물러줘’는 유독 AOR, 혹은 시티팝적인 바이브가 진하게 느껴지는 곡이다. 본인이 추구하는 음악의 성향과 최근의 시티팝 유행이 시기적으로 적절하게 맞물려 나온 결과물이라는 느낌을 주는 이 곡은 앞서 간단히 언급한 이런 스타일 음악의 전형적인 매력들을 모두 담고 있는데 기타, 일렉 피아노, 신스, 드럼 등이 어우러지는 풍성한 사운드와 그루브, 매끈하게 잘 빠진 캐치하면서도 세련된 멜로디 라인, 알앤비 베이스의 유려한 팝 보컬이 적절한 밸런스로 오디오를 빼곡하게 채우며 넘실댄다. 개인적으로는 이 곡을 들으면서 한국식 시티팝의 모범적 사례라고 생각하는 임재범의 90년대 노래 ‘이 밤이 지나면’을 언뜻 떠올리기도 했다. 여하튼 레트로 알앤비를 좋아하는 리스너들에게도, 시티팝이나 AOR 음악을 사랑하는 리스너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을한 여지가 충분한 좋은 곡으로 얼마 남지 않은 이 해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올해의 가장 기분 좋은 발견 중 하나로 녹두를, 그리고 이 노래를 꼽게 될 거 같다.
Editor / 김설탕
sugarules@poclan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