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V.A. [UNFRAME SEOUL TAKE #2]

발행일자 | 2018-12-05

“TAKE#1의 트랙 구성이 현재 서울의 서브컬쳐 씬에서 각광받고 있는 베이스뮤직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자 하는 것에 비해 이번 작품의 트랙리스트는 포크, 록, 전자음악, 힙합까지 다양한 장르를 포괄하며 음악의 결도, 분위기도 저마다 다른 여섯 트랙을 담고 있다. “

 


 

V.A.
UNFRAME SEOUL TAKE #2
2018.11.28.

 

옴니버스, 컴필레이션 앨범들이 엄청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NOW>나 <MAX>처럼 직배사에서 출판했던 팝 히트곡 모음집이나 가요 발라드 모음집 <연가> 등이 당시에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들이라면 드럭의 <아워네이션>, 마스터플랜의 <초>나 <풍류>, 소울컴퍼니의 <The Bangerz>처럼 홍대 인디펜던트 씬의 클럽/레이블이 주체가 된, 특정 장르 중심의 매니악한 옴니버스 앨범들도 다양하게 존재했다. 아, 한국 최초의 힙합 컴필레이션이었던 <1999 대한민국>을 시작으로 우후죽순 쏟아져나왔던 ‘대한민국’ 시리즈들도 절대 빼놓아선 안 될 것 같고. 한편 개인적으론 미국의 언더그라운드 힙합 레이블 ‘로커스(Rawkus)’의 <Lyricist Lounge>와 <Soundbombing>, 그리고 라운지 음악이 한창 유행하던 시절에 많이 들었던 <Easy Tempo>나 <Buddha Bar>, 혹은 폼푸냑의 <Hotel Costes> 시리즈 등이 기억에 깊게 남아있다.

음악 매체의 패러다임이 디지털의 세계로 넘어온지 오래이고 이미 ‘앨범’보단 ‘싱글’이 익숙한 시대를 살고 있다. 자연히 이런 모음집에 대한 관심도 더는 예전 같지 않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보면 지금도 여전히 꽤 흥미롭고 의미 있는 컴필레이션 음반들이 나오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여기서 소개할 <UNFRAME SEOUL TAKE #2>도 하나의 좋은 예가 되겠다.

 

 

‘UNFRAME SEOUL’(이하 언프레임서울)은 그들의 표현을 그대로 가져오자면 “서울의 경관과 함께 국내 서브컬처 음악을 소개하는” 채널이다. 그들의 공식 홈페이지(unframeseoul.com)에 방문해보면 서울을 베이스로 하는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전단지 모티브의 비주얼과 함께 소개하는 ‘JEONDANJI’, 아티스트들이 추천하는 다양한 노래들을 서울의 야경과 함께 소개하는 ‘SEOUL LIGHTS’ 등의 코너들을 만날 수 있고 브랜드의 이름을 그대로 쓰는 컴필레이션 <UNFRAME SEOUL> 시리즈 역시 그들이 기획하는 컨텐츠 중 하나다.

 

<UNFRAME SEOUL TAKE #2>는 2017년 이 즈음에 선보였던 첫 번째 컴필 <UNFRAME SEOUL TAKE #1>의 후속작이고 ‘서울의 음악을 큐레이팅’한다는 기본적인 컨셉트도 동일하지만 트랙리스트 구성에서 전작과는 다른 접근을 하고 있다. TAKE#1의 트랙 구성이 현재 서울의 서브컬쳐 씬에서 각광받고 있는 베이스뮤직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자 하는 것에 비해 이번 작품의 트랙리스트는 포크, 록, 전자음악, 힙합까지 다양한 장르를 포괄하며 음악의 결도, 분위기도 저마다 다른 여섯 트랙을 담고 있다.

이번 쇼미에서-적어도 나에겐-가장 인상적인 순간을 연출했던 EK의 ‘GOD GOD GOD’을 프로듀스한 노련한 비트메이커 ‘Y0UNG VA$$(영배스)’의 멜랑콜리한 비트 위로 아이돌로 출발해 현재는 VMC의 일원인 ‘BIGONE(빅원)’이 7년간의 치열한 서울 생존기를 차분하게 서술하는 ‘Seoul’은 제목과 내용 양면에서 앨범의 인트로로 손색이 없다. ‘김사월’은 ‘북촌’에서 그녀 특유의 사적인-주로 연애에 관한-경험에서 비롯된 듯한 회상적 이야기를 오로지 기타 하나만을 벗삼아 차분하게 읊조리고 ‘조선 양반의 록’을 자처하는 아이코닉한 밴드 ‘전범선과 양반들’은 그 특유의 기개와 해학 넘치는 스타일을 ‘보따리’를 통해 고스란히 전시한다. 지난 한대음에서 ‘최우수 랩/힙합 음반’에 선정된 수작 <재건축>에서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던 프로듀서 ‘VIANN(비앙)’과 래퍼 ‘KHUNDI PANDA(쿤디판다)’는 ‘응석’에서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춘다. 붐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비앙의 감각적인 비트와 날카롭고 단단한 라임을 촘촘하게 새겨넣는 쿤디판다의 랩은 여전히 조화롭다.

음반의 후반부는 전자음악의 향연이다. 레프트필드 하우스, 테크노, 베이스뮤직을 넘나드는 디제이/프로듀서 ‘DJ Bowlcut(디제이 보울컷)’의 환상적인 테크하우스 넘버 ‘Fucks Given Zero’에 이어 최근 가장 인상적인 행보를 하고 있는 전자음악가라 해도 과언이 아닐 ‘YESEO(예서)’의 ‘Eternal’은 빛을 받아 반짝이며 바스러지는 파도처럼 영롱한 전자음의 향연을 펼치며 근사한 피날레를 선사한다. 어느 하나 거를 것 없이 멋진, 더불어 서울 언더그라운드의 현재를 충분히 맛볼 수 있는 곡들을 담은 음반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여전히 서울에서 살고 있다. 이곳에 대한 감정은 지극히 양가적이다. 어떤 날은 도시의 번잡함이 지겹고 또 어떤 날은 도시라서 누릴 수 있는 것들에 고맙기도 하다. 그렇게 하루에도 몇 번씩, 한 해에 수백수천 번씩 서울을 떠날까 말까 고민하며 ‘보따리만 묶었다 풀었다 한다’. 애증의 대상인 서울에서 그렇게 또 하루를 다 보내고 이 글을 맺는다.

 

 


Editor / 김설탕
sugarules@poclan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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