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럭의 싱글 콜렉션 – 11월 추천작: 신세하, TE RIM 등
사실 깊이 고민하느라 늦는 건 아닌데, 그래도 항상 고르면서 고민은 많다. 한 번이라도 더 들었으면 해서 가볍게 써보는 것이긴 한데, 어쩌다 보니 이름을 걸고 쓰는 글이 되어서 그런지 하나를 하더라도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생각이 많아진다. (특히 자발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사실 싱글 단위로 나온 작품이 앨범에 비해 더 빨리 잊혀지는 감이 있어 아쉬운 마음에 쓰겠다고 했는데, 요즘은 앨범도 그런 것 같다. tmi지만 앨범 중에서는 [UNFRAME SEOUL TAKE #2], [Me-low Volume 1], [무동력], [Two], [StadiuM], [공중그늘]을 추천한다.
Meego – reminder
조금씩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이미 발빠른 사람들은 주목하고 있는) 미고(Meego)가 두 곡을 선보였다. 함께 한 프로듀서로는 마찬가지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hoiwave, GILLA가 함께했다. 미고는 최근 많은 관심을 받은 제이클래프(Jclef)의 앨범에도 참여한 바 있는데, 아직 많은 작품을 공개한 것이 아님에도 이미 자기 색채가 어떤 것인지 충분히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긴 호흡의 작품이 기대될 수밖에 없다.
신세하 – 왠지
한국의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어버린 신세하의 새 싱글이다. 이제는 전주만 들어도 ‘신세하구나’라는 것이 느껴진다(이것은 어마어마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청량함과 습함을 동시에 조금씩 느낄 수 있는, 신스와 드럼 프로그래밍에서 묘한 쾌감을 주는 신세하만의 색채는 단 한 곡임에도 충분히 많은 걸 느끼고 또 즐길 수 있게 그려져 있다.
TE RIM – FaceTime
개인적으로 이유 없이 무조건 좋아하는 테림의 싱글이다. 이번 곡은 다운템포 R&B의 모습을 한 동시에 트립합의 요소를 담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곡은 묘하게 독특한 문법을 지니고 있으며, 테림 특유의 팝 음악에 가까운 색채에 지금까지 우원재와, 그리고 혼자 들려줬던 트립합의 색채를 군데군데 담고 있다. 보컬을 포함한 여러 사운드의 공간감과 그걸 활용한 배치 또한 인상적이다.
blent.(FIRST AID & JERRY K) – odd eye (feat. Klang)
퍼스트 에이드와 제리케이의 만남이라니, 어딘가 생소하면서도 자연스러운 기묘한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두 사람이 만들어낸 작품 또한 마찬가지다. 서로 다른 두 세계의 만남은 의외로 충돌이라는 표현보다는 느슨하면서도 절묘한 화합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듯하다. 두 사람의 음악적 공력은 새로운 조합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이 없을 정도로 서로의 색채를 잘 녹여낸 듯하다. 두 사람 모두 워낙 다양한 음악적 스타일을 소화해왔기 때문에 앞으로는 또 어떤 느낌을 들려줄지 궁금하다.
이루리 – 언젠가, 우리
올해 말 그대로 열일한, 그러면서도 작품의 퀄리티는 놓치지 않는 이루리의 신곡이다. 이성경x이루리, 서울문, 바이바이배드맨까지 꽤 많은 작품이 나왔지만 이루리 자신의 이름을 건 작품은 자신만의 색채를 견고하게 가져가는 편이다. 이번 작품에는 곡을 함께 만든 구름도 있지만, 아트워크부터 사진, 스타일까지 비주얼적인 측면에서 백예린이 지원사격을 나서기도 했다. 이루리의 팝 음악은 언제나 매력적이니, 올해 초에 나온 앨범 [Rise From The Ashes]도 꼭 챙겨 듣자.
uju(우주) – Any Call (call me any time)
과거 삼성이 쓰던 이름인 애니콜을 떠올렸다면 작품의 의도에 정확히 맞는 생각을 떠올린 것이다. 곡은 애니콜이라는 이름이 유효하던, 아니 잘나가던 시절로 돌아간다. 그 시절의 감정과 추억, 그리고 음악적 문법까지 한꺼번에 되돌아가되 세련된 면모만큼은 2018년에 그대로 잡아두었다. 80년대 후반, 드럼 머신과 신스의 도입 이후 등장했던 뉴잭스윙 스타일을 제대로 살린 우주의 곡은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때의 추억이 없는 연령대라면 아쉽지만, 만약 당신이 20대 후반 이후의 나이라면 한 번 들어보길 권한다.
전진희 – 밤을 걷는다
전진희는 하비누아주의 리더로서가 아닌 전진희로서도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포크 팝에 가까운, 그러나 기타가 아닌 피아노가 중심에 있으며 편성 역시 재즈, 팝에 가까운 전진희의 음악은 날이 추워질수록 더욱 가까이하게 된다. 추운 이 밤을 견뎌내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특히 추운 요즘 같은 때에는 더욱 그렇다.
Vonlin Yoon – 6 digit VR Garden
그랙다니는 올해 각 개인의 작품을 제외하고도 매달 꾸준히 곡을 발표했다. 이 곡 또한 그 프로젝트 중 하나다. 다른 그랙다니 멤버들도 마찬가지지만, Vonlin Yoon 또한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고하게 지니고 있다. “느린 박자에 늘어지는 신스가 음산한 느낌을” 준다는 배수환씨의 소개글이 딱 맞는 듯하다. 곡은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긴장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계속 사운드 구성에 변화를 주며 다채로운 느낌까지 준다. 각 소리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곡이 끝나 있는 이번 곡도 전작만큼이나 멋지다.
Editor / 블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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