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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Pick] MY TOP 5 FAVORITE SONGS IN 2018

발행일자 | 2019-01-10

Editor’s Pick (Jan. 2nd 2019)

MY TOP 5 FAVORITE SONGS IN 2018


 

2018년의 끄트머리에 꽤 긴 휴가를 가졌다. 어느덧 12년차의, 제법 경력이 쌓인 아마추어 스노우보더인 나는 거의 매년 겨울, 가진 휴가일수의 대부분을 몰아서 온전히 스노우보딩에 투자한다. 이번 연말 역시 마찬가지, 강원도 평창과 일본 북해도에서 좋아하는 스노우보딩을 맘껏 즐기면서 만족스럽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지금 난 지난 몇 주간 연재를 쉰 핑계를 대고 있는 중이다. (응?)

 

이처럼 궁색한 변명과 함께 시작하는 2019년의 첫 번째 글은 ‘시작’보다는 오히려 ‘맺음’을 위함이다. 본래 이 코너는 매주 한 장의 음반을 선정해 소개하는 것이 컨셉트이지만 이번 글은 예외적으로 2018년에 내가 가장 좋아했던, 그리고 많이 들었던 음악들을 간추려서 소개하는 자리로 하고자 한다. 글을 시작하기 전 머릿속으로 노래들을 떠올려보기도, 아이폰의 음악 라이브러리와 사용하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플레이리스트들을 들여다보기도 하며 다섯 곡의 노래를 선정했다. 다만 이 선정은 100% 개인적인 주관에 의한 것으로 일말의 대표성도 지니고 있지 않다는 점을 사전에 밝혀둔다.

 


 

1. jayvito / PADO

<jayvito / PADO>

(jayvito / 2018.03.19)

 

단언컨대 2018년 포크라노스 발매작 전체를 통틀어 ‘압도적으로’ 제일 많이 들은 노래다. 과장이 아니고 정말로 수천 번을 들었을 거다. 그만큼 좋아하는 노래다.

솔직히 21세기 가왕(?) ‘Future’가 2010년대 초반에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그의 기묘한 웅얼거림이 발전해 현대 힙합의 가장 주요한 흐름인 ‘멈블랩’으로 장르화되리라고는 정말 추호도 생각치 못했다. 그러나 2019년 현재 멈블랩과 랩싱잉은 힙합/알앤비의 가장 확고한 트렌드가 되었고 래퍼, 프로듀서인 ‘jayvito(제이비토)’의 음악 역시 이 트렌드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다만 차분하고 섬세하며 외향적이기보다는 내향적인, 장르로 분류해보자면 ‘이모 랩(Emo Rap)’에 가까운 그의 음악은 최근 한국에서 비슷한 유형의 음악을 하는 그 누구와도 확연하게 구분된다. 자신의 삶과 주변을 주의깊게 들여다보고 사람에 대한 진솔한 감정, 삶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들을 특유의 어법으로 노래하는 그의 음악에는 센 척도, 약자혐오도, 하물며 머니스웩도 없다. 그저 ‘사랑’만이 존재할 뿐.

 

+)

이 싱글 이후 공개한 첫 번째 EP [j]에도 동일한 트랙이 수록되어 있지만 굳이 이 싱글을 고른 것은 저 아트워크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jayvito / PADO> official audio

 

2. 데카당 / 외출

<데카당 / 데카당>

(데카당 / 2018.05.30)

 

‘데카당’은 밴드의 공식적인 활동 초기부터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열심히 응원해온 팀 중 하나다. 그래서 마치 ‘도장을 깨듯’ 신인 밴드가 획득할 수 있는 유의미한 타이틀들을 차곡차곡 획득하며 커리어의 초반부를 성공적으로 그려가는 이들의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것이 너무나도 즐거운 2018년이었다.

이들의 음악과 내 개인적 음악 청취 취향 사이엔 뚜렷한 접점이 있고 그게 내가 이 밴드를 유독 좋아하는 이유일텐데 음악 곳곳에서 묻어나는 블루스나 네오-소울, 알앤비의 요소들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 탓에 평소에 자주 듣는 데카당의 노래들 역시 대부분 이 범주 내에 있다. 이를테면 ‘피터파커’나 ‘B’ 같은 진득하면서도 느슨한 그루브의, 섹시한 뉘앙스가 있는 곡들 말이다.

하지만 이들의 첫 앨범 [데카당]을 통틀어 유독 많이 들은 노래를 딱 하나만 꼽아보자면 그건 아마도 ‘외출’일 거 같다. 왜일까? 아마 이 노래가 감정을 고조시켜가는 방식이 좋고, 고조를 통해 만들어내는 뭉클한 노스탤지어가 좋고, 노래가 담은 이야기 또한 너무나 좋기 때문일 거다. 강렬한 울림을 전하는 후반부를 무심코 듣고 있노라면 종종 영문을 알 수 없이 마음이 울컥하고는 한다.

<데카당 / 외출> official audio

 

3. 공중도둑 / 왜?

<공중도둑 / 무너지기>

(공중도둑 / 2018.07.31)

 

수많은 소리들이 부유하고, 부딪히고, 반짝이며 바스라진다. 그 파편들 속 어딘가에서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 애써 비집고 나오려는 듯한 목소리는 끝내 또렷해지지 못 하고 저 모든 소리들과 뒤섞여 함께 침잠해간다. 이 모든 것들은 얼핏 아무 질서 없이 부산한 듯하지만 반면 그 속에 어떤 확고한 질서를 지니고 정교하게 정돈된 거 같은 인상을 풍기기도 한다. 그리고 이것이 공중도둑이 창조해낸 [무너지기] 속 세계의 풍경이다, 그렇게 복잡하게 관계를 가지는 소리들이 끝끝내 어떤 ‘아름다움’으로 귀결되고야 마는.

앨범의 첫 곡인 ‘왜?’를 고른 것은 이 노래가 ‘첫인상’이었기 때문이다. 정교하고 복잡하게 세공되어 각양각생의 빛을 불규칙하게 내뿜는 유리조각을 멍하니 들여다보는, 그러다 차츰 그 영롱함의 세계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만 같은 요묘한 감각. 이 앨범을 듣는 경험은 그런 감각과 꽤나 유사했다. 사실 이런 초월적 체험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음악은 결코 흔하지 않고 많은 이들이 이 앨범을 올해의 가장 주요한 작품 중 하나로 주목하는 이유 또한 거기에 있을 것이다.

신비한 음색의 소유자인 ‘Summer Soul(섬머소울)’에게 앨범의 상당한 지분을 할애한 것은 여러모로 탁월한 선택인 거 같다. 그녀의 영롱하면서도 산뜻함이 있는 보컬은 공중도둑이 구축한 ‘무너지기’의 세계에 자연스레 녹아들면서도 추상으로 가득한 이 작품에 일말의 선명함을 더하는 느낌을 준다.

<공중도둑 / 왜?> official audio

 

4. 김사월 / 엉엉

<김사월 / 로맨스>

(김사월 / 2018.09.16)

 

“잠시 네가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는 사이

나는 화가 나서 술집을 나와

밖은 너무 추워 나는 엉엉엉 울어”

 

아, 역시 김사월이다. 이토록 생생한, 마치 손에 잡힐 듯 뚜렷하게 그려지는 치정의 풍경을 노래할 수 있다니.

그녀의 두 번째 앨범 [로맨스]는 제목 그대로 연애에 대한 이야기다. 심플한 밴드 편성으로 내는 단출한 소리들을 배경 삼아 김사월은 특유의 차분한 톤으로 연애의 다양한-찬란함과 구질구질함을 넘나드는-면들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노랫말들을 채워 나간다.

지극히 사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것 같은 그녀의 노랫말들이 굳이 청자들을 설득하려 하지 않음에도 자연스레 공감을 확보하는 것은 연애, 그리고 사랑이 가장 개인적이고 내밀한, 하지만 동시에 가장 보편적인 관계, 감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관계를 맺고, 단단해지고, 차츰 느슨해지고, 끝내 이별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저마다 각양각색의 사연을 지니고 있겠지만 그럼에도 한편으론 비슷비슷하게 마련이니까. 그래서 세상에 수없이 많은 연애 소설이, 로맨스 영화가, 그리고 사랑(과 이별) 노래가 존재하는 것 아니겠나.

<김사월 / 엉엉> official audio

 

5. 술탄오브더디스코 / Playaholic (feat. 김아일)

<술탄 오브 더 디스코 / Aliens>

(붕가붕가레코드 / 2018.10.30)

 

1집 [The Golden Age]에서 2집 [Aliens]에 이르기까지 무려 5년. 이 기나긴 간극에 정비례하고도 남는 음악적 진일보. ‘술탄 오브 더 디스코’는 2018년에 이르러 다시 한 번 또 다른 레벨로 스텝업했다. 그들의 음악적 뿌리가 되는 소울, 훵크(Funk)의 DNA를 고스란히 유지한 채 그 밀도를 한층 끌어올렸고, 동시에 ‘김아일’, 뱃사공’, ‘SUMIN’ 등과 협업하며 현재의 알앤비, 힙합 음악의 요소들을 받아들이고 기존의 스타일에 성공적으로 녹여낸다. 그외에도 일렉트로닉, 록 등 여타 장르들의 요소들을 적재적소에 가미하며 흥미로운 음악적 시도들을 선보인다. 다채롭고 풍성한 리듬, 그루브의 향연이 특유의 유쾌한 태도와 함께 시종일관 펼쳐지는 이 앨범은 듣는 내내 감탄의 연속이다.

앨범의 오프너 ‘Playaholic’은 마치 ‘팔리아먼트-펑카델릭’(Parliament-Funkadelic)’의 전성기를 재현하는 듯 모든 면에서 피펑크(P-Funk)적인 뉘앙스가 물씬한 곡으로 그 시기 음악의 열렬한 팬인 나는 전주에서 이미-과장을 조금 보태자면-기절할 뻔했다. 특히 ‘김아일’의 영민한 피쳐링이 돋보이는 곡인데 그는 그저 16마디의 랩을 더하는 단순한 참여의 수준에 머물지 않고 곡의 무드에 완벽하게 녹아드는, 교묘할 정도로 훌륭한 벌스의 디자인으로 온전히 곡의 일부가 된다. 이 같은 노력이 노래의 맛을 한 차원 끌어올렸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고.

<술탄오브더디스코 / Playaholic (feat. 김아일)> official audio

 

& More…

상기한 다섯 곡 외에도 다루고 싶은 음반들이 너무나도 많았고 마음 같아서는 그 모든 작품들에 대해 조금씩이라도 코멘트를 해보고 싶었지만 분량의 문제나 시간관계상 미처 그러지 못 했다. 이런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달래고자 추가로 열 작품을 더 선정해 제목만이라도 언급하려고 한다. 여기에선 대부분 정규, 혹은 최소 EP 단위의 작품들을 선정했다.

 

– <김해원 / 바다와 나의 변화 Sea And Myself> (김해원 / 2018.03.19)

– <김오키 / 퍼블릭도메인포미> (봉식통신판매 / 2018.04.09)

– <동찬 (Dongchan) / 안개 (FOG)> (영기획(YOUNG,GIFTED&WACK Records) / 2018.04.29)

– <험버트, 구원찬 / 방향> (피치스레이블,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 2018.05.02)

– <YESEO(예서) / Damn Rules> (YESEO / 2018.07.14)

– <Lofibaby (로파이베이비) / N> (Lofibaby (로파이베이비) / 2018.08.24)

– <Voyeur / 숲에 이르기 직전의 밤> (Bottle Panic / 2018-10-22)

– <알샤인(Alshain) / Me-low Volume 1> (알샤인(Alshain) / 2018.11.23)

– <Nerdy coke / 인터뷰> (crimp / 2018.11.24)

– <Room306 / 겹> (영기획(YOUNG,GIFTED&WACK Records) / 2018.12.29)

 

* 상기한 모든 작품들은 발매일을 기준으로 순서를 배열하였습니다.

 


Editor / 김설탕
sugarules@poclanos.com

(‘Editor’s Pick’ 코너의 모든 글은 에디터의 개인적 주관을 반영한 것으로 본사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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