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날카롭고 약간의 비음이 섞인 음색, 그 독특한 톤으로 변화의 폭이 크지 않은 심플한 선율을 나지막이 읊조리듯 노래하는 그의 스타일은 얼핏 단조로운 듯하면서도 대체로 칠한 무드의-그러나 적당한 그루브가 있는-비트와 완벽하게 맞물리면서 본인이 원하는 바로 그 ‘바이브’를 확실하게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BRWN
ARMAND
2019.01.14
‘노래를 잘한다’는 것에 대해선 아마 저마다 다양한 견해가 있을 거다. 물론 많은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노래를 잘하는 보컬리스트란 여전히 ‘압도적인 발성과 테크닉으로 풍부한 감정을 표현하는 유형’의 음악가들이지 않겠나 싶지만 사실 세상엔 정말 다양한 개성의 보컬리스트들이 존재하고 ‘노래를 잘한다’는 것의 의미는 그만큼이나 꽤 광범위하지 않을까. 특히 요즘 힙합, 알앤비 씬에서 ‘잘한다’의 의미는 과거의 그것과는 상당히 의미가 달라진 것 같다. 멈블랩, 클라우드랩, 특히 랩싱잉 스타일이 주류가 되고 힙합과 알앤비의 경계가 더욱 옅어지면서 발음, 발성, 호흡, 테크닉 등 과거에 중요하게 여겨지던 모든 가치들보다 보컬이 비트와 맞물려 어떤 무드, 바이브를 형성하고 그것으로 흡입력을 만들어내는 능력, 이것이야말로 ‘실력’의 척도가 된 것이다. 이를테면 ‘Post Malone’(포스트 말론). 이제는 발표하는 곡마다 히트시키며 일약 팝스타가 되어버린 그이지만 그의 노래를 고전적인 관점에서 보면 결코 뛰어난 보컬리스트는 아니지 않나.
‘BRWN’(이하 브라운) 역시 이런 맥락에서 바라봐야 할 아티스트다. 2018년 초에 등장해 지속적으로 음악을 발표하며 빠른 속도로 디스코그라피를 쌓아가고 있는 그 역시 랩과 노래의 경계를 오가는 형태의 보컬리스트이고 장르적으로도 힙합과 알앤비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다. (내 맘대로 비율을 논하자면 6:4 정도로 좀 더 알앤비쪽에 스탠스가 있는 거 같기는 하다)
본인의 통산 일곱 번째 발매작이자 두 번째 EP [ARMAND] 역시 마찬가지. 다양한 프로듀서들과 작업한 총 다섯 트랙을 수록하고 있고 신예 래퍼 ‘Eptend’(에피텐드), 한국에 몇 안 되는 그라임 래퍼 ‘Damndef’(댐데프) 등이 참여한 이 작품 속 브라운의 보컬 퍼포먼스엔 다이나믹하고 드라마틱한 전개도, 시원하게 터지며 분위기를 압도하는 클라이막스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음악은 상당히 매력적이며 심지어 중독적인 면마저 지니고 있다. 다소 날카롭고 약간의 비음이 섞인 음색, 그 독특한 톤으로 변화의 폭이 크지 않은 심플한 선율을 나지막이 읊조리듯 노래하는 그의 스타일은 얼핏 단조로운 듯하면서도 대체로 칠한 무드의-그러나 적당한 그루브가 있는-비트와 완벽하게 맞물리면서 본인이 원하는 바로 그 ‘바이브’를 확실하게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현재 애플뮤직의 힙합/랩 챠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관조적 무드의 오프너 ‘a letter to us’를 시작으로 심플하지만 귀에 잘 들어오는 멜로디의 훅이 깊은 인상을 남기는 타이틀곡 ‘Armand’, EP 내 가장 힙합적인 수록곡으로 음울한 무드의 비트와 중독적인 훅, 댐데프의 공격적인 랩이 어우러지는 ‘돈’ 등 뭐 하나 지나치기 힘든 다섯 곡은 대체로 일관된 무드 안에서 전개되어 작품 전체로 감상하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알앤비의 감성적인 면과 힙합의 음울한 멋스러움을 고루 담아내고 있는, 도시의 밤이 지닌 명암 양쪽 모두를 두루 닮은 음악이다.
+)
나이트 드라이브의 BGM으로 아주 제격일 거 같다.
Editor / 김설탕
sugarules@poclan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