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럭의 싱글 콜렉션 – 1월 추천작: 김다니엘, 예서 등
1월은 발표된 싱글 수가 굉장히 적었다. 그리고 나는 사실 이 연재를 한참 까먹고 있었다. 생업 유지와 바뀌는 생활 패턴 사이에서 잊혀져서 늦어졌다고 궁색한 핑계를 대본다. 이미 많이 늦었지만 짧게 1월의 싱글을 소개한다. 좋은 EP와 앨범이 많은 가운데 총 여섯 개의 싱글을 꼽았다.
D`uncanny (디언캐니) – 루다 (Luda)
때로는 여유롭고 편안한 느낌의 곡을, 때로는 긴장감 넘치는 곡을 발표하기도 했던 디언캐니가 이번에는 자신에게 큰 의미가 있는 싱글을 발표했다. 함께 지냈던 자신의 반려견 루다를 하늘로 보내고 나서 만든 곡들은 가사 안에 자신의 감정이나 상황이 모두 담겨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구체적인 표현으로 선보인 덕에 부가적인 설명 없이도 많은 이들이, 특히 반려동물을 보낸 이들이 공감을 많이 할 것 같다. 지금까지의 작품과는 또 다른 결을 보여주지만 디언캐니는 가장 최근에 가까울수록 가사 자체가 지니는 힘이 강해지고 있으며, 과장된 묘사 없이도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인다.
이루리 – 물고기
구름의 프로듀싱으로 제작된 곡이지만, 곡에서 이루리는 보컬, 베이스, 코러스, 키보드, 기타를 담당했다고 한다. 드럼이나 기타가 선보이는 색은 몽환적이지만, 그 안에 등장하는 다른 악기는 어렴풋이 선명한 이미지를 전달한다. 그걸 조화롭게 만드는 건 이루리의 음색이다. 물고기라는 존재가 사람에 따라 다르게 읽힐 수도,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지만 사랑을 향한 갈망이나 바람은 많은 이들이 충분히 그 감정을 받아들이고 또 느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아트워크나 포토, 헤어, 메이크업 등의 비주얼 작업은 모두 백예린이 맡았으며, 곡이 선보이는 감각과 더없이 잘 어울린다.
YESEO (예서) – Take Flight!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나 자신과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벗어날 수 있다고 믿어야만 했던 상황에서 쓴 곡”이라고 하는 이 곡은 실제로 긍정적인 느낌이 많이 담겨 있다. 지난 작품인 첫 정규 앨범과는 또 다른 결의 곡인데, 듣는 이에게 자신의 위치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려는 용기가 느껴진다. 스스로를 몰아세우는 치열함과 숨가쁜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이 곡을 추천한다. 더불어 정규 앨범 이전에 예서가 발표했던 곡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도 추천한다.
슬릭 (SLEEQ) – I`M OKAY
댄스홀 리듬이지만 결코 과하거나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담백하면서도 댄서블한 감각을 유지하여 듣기 편안하면서 즐길 수 있다. 수많은 시선과 선입견이 존재하지만, 특정한 ‘이름 붙이기’ 때문에 때로는 부담이나 스트레스를 느끼는 그이기도 하지만 괜찮다고 말하는 슬릭은 여전히 타이트한 운율의 배치와 흥미로운 전개를 선보인다. 정말 오랜만에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랩이 나온 것 같기도 하다.
김다니엘 – 언젠가 눈이 오면
올해 눈은 거의 오지 않았다. 하지만 더 폴스에서 기타와 보컬을 맡고 있는 김다니엘은 눈이 왔을 때의 따뜻하고 낭만적인 느낌을 노래한다. 김다니엘은 더 폴스에서 들려줬던 노래와 묘하게 결이 아주 살짝 다른 느낌을 자신의 솔로에서 선보인다. 더 폴스가 치열하고 밀도 높은 사운드와 보컬,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면 김다니엘은 상대적으로 편안한 기타 팝에 가까운 음악을 들려준다. 김다니엘만의 매력을 알 수 있는 곡이기도 하지만, 더 폴스의 음악과 비교해서 들어보면 더욱 흥미롭지 않을까.
Will Not Fear, ACACY – 00000 (Feat. Khundi Panda)
현재 가장 독자적인 개성을 지닌 래퍼 중 한 명인 아카시(ACACY)와 프로듀서 윌 낫 피어(Will Not Fear)가 만났다. 아카시 특유의 타이트하면서도 멜로디컬한 래핑은 0의 중의적 의미를 재미있게 풀어낸다. 윌 낫 피어 역시 독특한 분위기의 프로덕션을 선보이며 자신의 이름을 성공적으로 알린다. 윌 낫 피어의 트랩 사운드는 아카시의 랩, 쿤디 판다의 랩을 만나며 자신만의 색을 드러낸다. 독특한 사운드 소스의 활용이 인상적인 곡.
Editor / 블럭
blucsha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