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EJO [Mind Web Wanderer]

발행일자 | 2019-04-19

 

“[Mind Web Wanderer]는 그렇게 복잡한 심연의 세계를 어떤 뚜렷한 목적 없이 떠도는 방랑자(Wanderer)의 음악이고 그 세계의 풍경은 힙합, 랩, 다운템포, 재즈, 앰비언트, 엑스페리멘탈, 다운템포, 브레이크비트 등등 다양한 요소들의 조합과 변주를 통해 음악으로 구현된다. 앞서 말했듯 예상했던 것과는 아주 많이 다른 음악, 이 세계를 처음 접한 순간이 ‘기분 좋은 충격’이었던 이유다.”

 


 

EJO
Mind Web Wanderer
2019.04.13

 

‘에조(EJO)’라는 이름을 처음 접한 건 2017년 초, ‘김오키’의 다섯 번째 정규작 [fuckingmadness]에서였다. 첫 곡인 ‘Fuc ma dreams’를 비롯 이 앨범의 몇몇 곡들에서 기술적으로 유난히 빼어나거나 도드라지진 않지만 안정감 있고 매력적인 톤, 유연한 플로우로 곳곳에 유려한 영어 랩을 수놓는 이가 있었고 궁금해져 크레딧을 확인해보니 그게 바로 ‘에조’였던 것이다. 이때만 해도 ‘랩’을 하는 ‘외국인’ 정도로 인식하고 있던 그가 ‘헨즈’나 ‘모데시’ 등의 공간에서 디제잉을 하기도 하고 ‘김오키’나 ‘라이언클래드’ 등과 팀을 이뤄 라이브 퍼포먼스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은 그보다는 조금 이후의 일이다. (그가 국방의 의무까지 마친 엄연한 한국인이라는 사실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2019년 초, 이승준 실장님이 ‘에조’의 정규 앨범을 곧 낸다며 맛배기로 두 곡의 데모를 먼저 들려주셨다. 이때만 해도 에조를 ‘디제잉도 하는 래퍼’ 정도로 인식하고 있던 나는 으레 랩뮤직이겠거니-하며 실장님이 보내주신 파일들을 열었고 이내 뒤통수를 세게 몇 대 맞은 거 같은 기분이 되었다. 예상했던 것과는 아주 많이 다른 음악, 그건 아주 기분 좋은 충격이었다.

 

 

그리고 4월, 에조의 정규 앨범 [Mind Web Wanderer]가 마침내 나왔다. 총 11곡, 약 40분 가량의 플레잉타임, 그 속에 담긴 내용물에 대해 ‘앱스트랙트-힙합’이라는 한 마디로 적당히 뭉뚱그려 퉁칠 수도 있을 테지만 사실 그의 음악은 그리 간단명료하게 정의내릴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한국, 미국, 그리고 인도를 관통하는 다채로운 지역적 배경을 지닌 에조는 다양한 문화들을 체험, 흡수하며 현재에 이르렀고 그렇게 복잡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그의 내면 깊숙한 곳의 정신, 무의식의 세계 또한 마치 거미줄(Web)처럼 복잡하게 얽힌 미로와도 같다. [Mind Web Wanderer]는 그렇게 복잡한 심연의 세계를 어떤 뚜렷한 목적 없이 떠도는 방랑자(Wanderer)의 음악이고 그 세계의 풍경은 힙합, 랩, 다운템포, 재즈, 앰비언트, 엑스페리멘탈, 다운템포, 브레이크비트 등등 다양한 요소들의 조합과 변주를 통해 음악으로 구현된다. 앞서 말했듯 예상했던 것과는 아주 많이 다른 음악, 이 세계를 처음 접한 순간이 ‘기분 좋은 충격’이었던 이유다.

 

다양한 지역적 백그라운드와 음악적 특색을 지닌 [Mind Web Wanderer]는 애써 해석하려고 하지 않을 때 더 잘 와 닿는다.”

– 림스타그램(limstagram) 힙합엘이 에디터

 

대체로 힙합 기반의, 레이드백 성향이 짙은 –그리고 종종 변칙적인- 비트 위에서 겹겹이 쌓이고, 변덕스럽게 교차하고, 중독적으로 반복되는 전자음들, 여기에 형식과 무형식, 의미와 무의미를 넘나드는 에조의 랩, 혹은 주술적 중얼거림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바이브는 마치 무의식의 세계 그 자체다. 추상적이고 자유로우며 그 어떤 내러티브도, 혹은 맥락도 존재하지 않는다. 무의식이 그렇듯 그저 흐르는 대로 흘러갈 뿐이다. 어디로든, 어떠한 제약이나 한계도 없이. 작품의 이런 성격 때문에 이 ‘Mind Web’의 세계는 ‘림스타그램’님이 공식 코멘터리에서 언급했듯 애써 이해하거나 해석하려 하기보다 단지 음악의 흐름에 자신을 맡기고 청자 스스로가 ‘방랑자’가 되어 심연의 바다를 맘껏 유영하려는 자세를 취할 때 되려 더욱 인상적인 순간들과 마주하게 된다. 동시에 바로 이런 점이 이 짧은 글에서 굳이 곡 하나하나에 대한 구체적 해석과 감상을 제공하지 않으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록된 전곡을 직접 프로듀스하고, 가창이 있는 곡은 직접 불렀으며, 심지어 믹스까지 본인이 다 했다. 앨범이 탄생되기까지의 과정의 대부분, 그러니까 소리를 빚고, 빚어낸 소리를 다듬고 깎아내 결과물로 이행하고, 모인 결과물들을 최적의 흐름으로 배열하는, 이 모든 상황을 스스로의 역량으로 통제하면서 비트메이커, 래퍼, 프로듀서, 엔지니어로서의 역할까지 수행한 셈이다. 이 매력적인 다재다능함은 앞으로 어디로, 어떻게 더 뻗어가게 될까.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방랑자의 여행, 그 새로운 막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

 

 


Editor / 김설탕
sugarules@poclan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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