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Summer Soul, Charming Lips [The Suicide Diary]

발행일자 | 2019-05-24

 

“어쨌거나 수록된 여섯 개의 곡들은 저마다 템포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전체적으로 느슨하고 나른한 그루브, 무드를 시종일관 조성하는데 여기에 서두에서 언급했던 썸머소울 특유의 ‘부유감 있는’ 음색을 전면에 앞세워 일상을 완전히 벗어나지 않으면 도무지 맛볼 수 없을 거 같은, 일상의 번잡함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느긋하고 여유로운 기운, 기분 좋은 나른함을 감상하는 내내 전한다.”

 


 

Summer Soul, Charming Lips
The Suicide Diary
2019.05.19

 

싱어송라이터 ‘Summer Soul’(이하 썸머소울)과 기타리스트/프로듀서인 ‘Charming Lips’(이하 차밍립스)의 만남을 처음 접한 건 2017년, 차밍립스의 –현재까지는 유일한– 솔로 싱글인 ‘Couple’을 통해서였다. 이어 이듬해 봄에는 두 사람 공동의 이름으로 함께 작업한 싱글 ‘Kill Your Darling’을 공개했다. 당시에 이제 막 본격적인 솔로 음악가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하려는 시점에 있던 썸머소울, 이전에 래퍼 ‘오르내림(OLNL)’의 곡들을 프로듀스한 비트메이커이자 프로듀서로, 그리고 기타, 베이스 연주자로 주로 활동해오던 차밍립스의 조합은 이때부터 이미 꽤 매력적이었다. 맑고 투명한 톤의 기타를 중심으로 빚어낸 예쁘면서도 느긋한 팝의 멜로디, 그리고 그 위를 특유의 부유감 있는 음색으로 나른하고도 서늘하게 노래하는 썸머소울, 이 조합은 뭐랄까… 마치 좋은 인디팝의 정석을 보여주는 듯했고 두 음악가 각각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때만 해도 이 두 사람의 협업들에 어떤 연속성이 있다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저 단발성의 이벤트 정도로만 여겼을 뿐.

 

이후 썸머소울은 몇 개의 싱글을 더 공개했다. 무엇보다 2018년 인디씬 최대의 화제작이었던 공중도둑의 <무너지기> 앨범에 객원 보컬리스트이자 작사가로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참여한 것은 그녀의 존재감이 씬에서 좀 더 뚜렷해지게 되는, 본인에겐 굉장히 의미 있는 사건이었을 것이다. 한편 차밍립스 역시 프로듀서로서, 연주자로서 조용하지만 꾸준히 음악 작업을 이어왔다. 이렇듯 각자의 세계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와중에도 그들은 –내 예상과는 달리- 꾸준히 함께 작업하고 또 결과물들을 쌓아왔나 보다. 2019년 봄, 어마어마한 비주얼의 –그리고 양적으로도 역시 어마어마한– 굿즈들을 동반한 크라우드펀딩을 텀블벅에서 오픈하며 그룹 ‘Summer Soul X Charming Lips’의 첫 EP 발매가 임박했음을 알린 것이다.

 

 

최근 공개된 EP <The Suicide Diary>는 이전 작업들의 연장선이라고 할 법한, 그간 두 사람이 함께 들려줬던 팝의 어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음악들을 수록하고 있다. 곡 하나하나의 멜로디들에서 왠지 썸머소울의 흔적이 짙은데 크레딧에는 모든 곡들이 두 사람의 공동 작곡인 것으로 기재되어 있지만 아마 주된 프레이즈들은 대부분 썸머소울이 만들지 않았을까 미뤄 추측하게 된다. 더불어 –당연한 얘기이겠지만- 썸머소울이 그간 발표해온 개인 작품들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데뷔작 ‘How Beautiful’ 이후 ‘Barefoot’이나 ‘I Feel Love’ 등의 후속작들을 들으면서 어딘지 묘하게 퇴폐적인(?), 혹은 관능적인 뉘앙스가 있다고 느꼈는데 그에 비하면 이 EP는 좀 더 편안하고 친절한 ‘팝’으로 전작 ‘Couple’이나 ‘Kill Your Darling’의 정서를 충실하게 이어간다. 어쨌거나 수록된 여섯 개의 곡들은 저마다 템포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전체적으로 느슨하고 나른한 그루브, 무드를 시종일관 조성하는데 여기에 서두에서 언급했던 썸머소울 특유의 ‘부유감 있는’ 음색을 전면에 앞세워 일상을 완전히 벗어나지 않으면 도무지 맛볼 수 없을 거 같은, 일상의 번잡함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느긋하고 여유로운 기운, 기분 좋은 나른함을 감상하는 내내 전한다.

이 음악을 듣다 보면 왠지 이런 그림을 상상하게 된다. 몸을 누이면 푹 꺼지는 푹신한 소파에 흐물흐물 널브러진 채 음악을 들으며 차가운 맥주를 홀짝거리다가 술 기운이 적당히 오르면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근본은 없지만 그루브는 충만한- 나 홀로 춤사위를 조심스럽게 행하는 그 어떤 밤을.

그렇다. 이 EP는 왠지 꼭 그런 밤을 위해 마련된 BGM처럼 느껴진다.

 

 


Editor / 김설탕
sugarules@poclan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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