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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럭의 싱글 콜렉션] 7월 추천작: 은종, 잭킹콩 외

발행일자 | 2019-08-20

블럭의 싱글 콜렉션 – 7월 추천작: 은종, 잭킹콩 외

 

한동안 적은 선곡과 밋밋한 내용을 적으며 정체된 느낌을 받았지만, 이번엔 꽤 많은 곡을 고심 끝에 고르며 어렵게 글을 완성하게 되었다. 고른 곡 중에서 서로 비슷한 곡은 단 하나도 없으며, 여름과 잘 어울리면서도 각자 이야기하는 소재나 방식이 너무나도 다르다. 좋아하는 장르나 분위기에 따라 호불호는 있겠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

 

 

코넛 – 코인세탁소

레드불 웜업 프로젝트를 비롯해 곳곳에서 주목을 받아온, 베이스를 연주하며 자신만의 팝 음악을 선보이고 있는 코넛이 신곡 “코인세탁소”를 발표했다. 나긋한 분위기의 팝 음악 안에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 나름의 성찰 혹은 메시지를 꺼내며,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끔 만든다. 함께 실린 “낯선 도시의 밤” 역시 그렇다. 각자의 마음을 잠깐이라도 가만히 지켜보며 어루만져주는 시간을 만들자.

 

 

은종 – 너의 고민을 떠올리다 생긴 나의 고민

사실 이 노래는 개인적으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서 고르게 되었다. 특히 “그런 너에게 힘이 돼주는 꿈을 꾸는 내가 있다는 걸”과 같은 가사가 마음에 닿았다. 외에도 “근데 있잖아 너의 옆에는 함께해주는 여전한 것들이 있어 걱정하지 마”와 같은 부분이 좋았다. 나와 너의 관계 때문이 아니라 각자의 사정 때문에, 혹은 이런저런 변화가 생겨 같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거나 바뀌고 때로는 더 가까이서 위로해주지 못해 아쉬울 때가 있지만, 늘 마음만큼은 여전한 나 같은 사람이 ‘너’에 해당하는 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곡.

 

 

이한철X나우 – 장미 (with 알로하하하)

굉장히 오래된 노래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하다. 그런 곡을 이한철과 나우 사회공헌 네트워크가 함께 만들었다. 그리고 평균연령 77세의 어르신 합창단과 함께 불렀다. 스태프들과 합창단의 목소리가 더해져 따뜻하고 포근한 곡을 만들었다. 더위에 지쳤다면, 그리고 삶이 팍팍하게 느껴진다면 천천히 곡을 들으며 소개 글도 읽어보고, 나우(나를 있게 하는 우리)에 관해 찾아보자.

 

 

A-FUZZ (에이퍼즈) – 첨밀밀 (甜蜜蜜)

이 곡 역시 많은 사람이 익숙할 것이다. “I’m Still Loving You”, 혹은 “첨밀밀”로 많이 알고 있는 옛 노래를 에이퍼즈가 훵크, 재즈를 이용해 좀 더 재미있게 재구성했다. 메인 테마로 가져가는 구간은 익숙하게 느껴지겠지만, 그 익숙함을 바탕으로 에이퍼즈가 신나게 연주하는 곡 전체야말로 훌륭한 감상 포인트다.

 

 

Damndef & LOBOTOME – 140 Symphony

한국 유일무이 그라임 아티스트 댐데프(Damndef)가 싱글을 발표했다. 차붐과 함께한 곡이 타이틀곡이지만, 이 곡을 선택한 이유는 개인적으로 이 곡이 좀 더 멋있어서다. 댐데프만이 줄 수 있는 에너지, 로보토미의 완성도 높은 트랙, 타이트하면서도 공격적인 전개 모두 그라임만이 선보일 수 있는 매력을 잘 전달한다고 생각한다. 그라임의 매력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이 작품을 선택하면 될 것 같다.

 

 

여전희 – Blame Game

얼터너티브 알앤비라고 불리는 형태의 음악이 점점 줄어들 때 즈음, 그리고 그런 음악 중에서 좋은 음악을 만나기 어려울 때 즈음에 여전희는 “Blame Game”을 선보인다. 곡을 구성하는 소리의 생김새나 연결, 여전희가 선보이는 보컬과의 균형은 얼터너티브 알앤비의 매력을 잘 담고 있다. 누군가는 유행에서 조금 뒤처진 것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작품의 완성도가 유행을 이겨내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한다.

 

 

잭킹콩 – Weather

이름만 듣고 발랄한 펑크 밴드를 생각했다면 큰 낭패를 맛볼 수도 있다. 잭킹콩은 재즈, 알앤비, 소울을 기반으로 한 밴드다. 이번 싱글 “Weather” 역시 그러한 장르 문법을 사용하면서 얼터너티브한 면모를 담고 있다. 도회적인 보컬과 차분한 전개는 올해 발표한 다른 싱글과 비슷한 결을 이루고 있어서, 다른 작품도 함께 들어보길 권한다.

 

 

니들앤젬 (Needle&Gem) – 한 토막의 하루의 토막

우선 니들앤젬은 텀블벅에서 펀딩을 진행 중이다. 이 페이지부터 한 번 보고 오자. 캐나다와 한국을 기반으로 하는 니들앤젬은 현재 에릭 유 한 사람의 솔로 프로젝트로 진행 중이며, 긴 공백을 깨고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주목받는 미술가인 차지량 작가가 아트 디렉터를 맡는 등 그 준비가 탄탄하다. 시와 음악이 단순히 가사로, 음악으로 같은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온전한 작품으로서 남기고자 한다. “한 토막의 하루의 토막”은 가장 먼저 공개하는 일종의 티저에 가깝다.

텀블벅 링크: https://tumblbug.com/needleandgem

 

 

서울문 – 우리들의 지난 여름밤

여름에 어울리는 노래도, 밴드도 당연히 많겠지만 서울문은 그러한 테마를 이야기할 때 무조건 꼽았으면 한다. 예쁜 가사만큼 돋보이는 건 단연 곡 전체가 가지고 있는 사운드스케이프이며, 시원시원하게 뻗어 나가면서 동시에 청량함을 주는 감각적인 전개는 곡의 큰 매력이다. 여름의 밤을 떠올리면 덥고 습하고 잠 못 드는 그런 인상만 기억한다면, 서울문의 곡을 틀어보자. 루프탑이나 밤의 한강, 밤바다가 주는 낭만으로 그 이미지가 바뀔지도 모른다.

 

 

YESEO – HOT HAND

예서가 오랜만에 싱글을 발표했다. 이번 싱글은 SM 엔터테인먼트의 임레이(IMLAY), 그리고 보이모드(BOYMOD)의 키드 X 키드(KID X KID) 세 사람이 함께 만든 곡이다. 예서 특유의 요염함과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좋은 조화를 이루는 것은 이제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이번 곡에서는 지금까지 들려주지 않은 형태의 곡을 들려준다.

 

 

uju (우주) – 미운 사람만 가득한 이 도시에도

예서와 함께 아이다호에서 공연을 진행한 바 있는 우주(uju)는 레트로한 느낌의 전자음악을 선보인다. 신스의 운용 덕분인지 마치 과거 드라마 음악 OST 같기도 하고, 요즘 이야기하는 시티팝을 언급하기에는 코러스의 사용과 간주의 모양새 등 흥미로운 구석이 많다. 한국의 팝 음악이라고 했을 때 여러 갈래가 존재하겠지만, 가장 대표적인 스타일을 꼽으라고 하면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90년대와 2010년대를 모두 설명할 수 있는 곡.

 

 

Manic Sheep – Deep Dusk

아시아의 밴드 음악이 자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체에서 사랑을 받는 추세다. 한국의 밴드도 아시아 다른 나라에서 사랑을 받고, 다른 나라의 밴드도 한국에서 사랑을 받는다. 그중 하나가 바로 매닉 쉽(Manic Sheep)이다. 한국에 내한한 적도 있는 대만 인디 밴드 매닉 쉽의 음악은 슈게이징 노이즈 팝으로 불린다. 누군가는 록 음악으로 소개하겠지만, 매닉 쉽의 음악은 디테일도 많으며 어느 정도 자리 잡은 듯한 색채 안에서 변화의 폭을 흥미롭게 가져간다.

 

 

9m88 – Aim High

아시아 음악의 위대함이나 그런 걸 얘기하려는 건 아니지만, 최근에는 아시아 내에서도 세계적으로 관심을 얻는 음악가가 등장하며 전세계 힙스터(중에서 일부)가 아시아를 주목하고 있다. 9m88도 그렇게 주목받는 이들 중 하나다. 9m88은 예지(yaeji)나 시피카(CIFIKA)와 같은 아시아의 힙한 여성 솔로 음악가 라인업을 꼽을 때 절대 빠지지 않는 이름이며, 그만큼 이미 자기만의 무언가를 구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RAINBOW99 – 낙검자수용소, 밤

이 앨범의 곡 수는 하나이지만, 곡의 길이는 28분이다. 몇 곡을 하나로 합쳐 놓은 곡이기도 하다. 이 곡에 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앨범 [동두천]에 관한 설명을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래서 길게 쓰기보다는 그와 진행한 인터뷰의 링크를 첨부한다.

[INTERVIEW] 전자음악가 ‘RAINBOW99’가 그려낸 역사의 굴곡 ‘동두천’
링크: http://naver.me/G9Ab9syn

 

 

늦은 감은 있지만 – 담

마지막으로 소개할 곡은 슬릭과 남메아리의 프로젝트, 늦은 감은 있지만이 공개한 “담”이다. “담”과 함께 수록된 “Do It For Ma”는 기존에 발표한 “Ma Girls”의 또 다른 버전이지만, 남메아리가 만들어낸 새로운 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슬릭과 남메아리 두 사람의 조합은 그 시너지가 생각보다 상당하다. 남메아리가 구성한 사운드는 슬릭의 리듬을 온전히 이해한 듯하며, 단순하지 않으면서도 명쾌한 전개는 듣는 이에게 좀 더 세련된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한다. 늦었는지 안 늦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시작점이 너무 멋지기에 응원한다.

 

Editor / 블럭
blucsha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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