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럭의 싱글 콜렉션 – 8월 추천작: 차세대, 윤기타 외
9월이 벌써 끝자락에 접어가고 추석도 이미 끝났지만, 포크라노스는 8월에도 9월에도 쉬지 않고 좋은 음악을 발표했다. 지면이 모자라서, 혹은 시간이 없어서 소개하지 못하는 아쉬운 작품이 있을 정도로 좋은 싱글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꼭 한 번 들어봤으면 하는 몇 곡을 소개한다.
위니 – Call My Name
투엘슨의 객원보컬로 활동했던 위니가 오랜만에 싱글을 발표했다. 차분하면서도 섬세하게 감정선을 잘 전달하는 위니의 장점이 돋보이는 곡이다. 곡은 여름에 나왔지만, 긴 연휴 이후 폭탄 업무나 과제와 같은 혼란스러운 상황에 (특히 지친 하루를 보내고 해가 질 때 즈음에) 더없이 잘 어울린다.
송희란 – I Don’t Care
앞선 곡이 위로를 해줬다면, 이 곡은 아마 모두가 하고 싶은 말일 것이다. 특히 직장인이라면 긴 연휴 이후뿐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하고 싶은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다. 퇴근 시간 30분 전에 무언가 부탁을 받거나 기타 업무환경이 상대적으로 아쉬운 곳에서 일하는 분이라면, 실제로 가사처럼 행동하지는 못할지라도 대리만족이라도 느껴보자.
치스비치 – Summer Love
여름은 다 끝나가지만 치스비치의 매력은 끝나지 않는다. 치즈, 스텔라장, 러비, 박문치로 구성된 걸그룹 치스비치의 “Summer Love”는 과거 90년대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어떤 이에게는 향수로 다가오겠지만, 90년대 걸그룹 컨셉이 생소한 누군가에게는 신선함으로 다가갈 것이다. 안무가 늦게 나온다고 하여, 혹은 그룹의 활동이 뜸하다 하여 아쉬워하지 말자. 원래 덕질할 거리는 한 번에 풀지 않는 법. 우리는 이제 다음 싱글을 기다리며 존버단을 결성하는 일만 남았다.
차세대 – 타이타닉
차세대가 선보인 싱글 “타이타닉”은 낭만 그 자체다. 차세대가 풍기는 분위기나 이들의 비주얼만으로도 낭만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며 근사하게 다가온다. 여기에 무려 90년대 최고의 흥행작 중 하나인 타이타닉을 테마로 사랑을 노래하니, 이 매력은 촌스러움과 세련됨이라는 양분화된 기준 사이에서 어디로 두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저 “무슈킴”이 얼른 음원으로 나오길 바랄 뿐이다.
우싸미 – 복수
“행복해서 그 녀석들의 언행이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평안한 복수”를 경고하는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이하 우싸미)의 “복수”는 그 모든 것이 남다르다. 복수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그 치열하고 불같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분노를 억누르고 덤덤하게 나아가는 느낌도 있고, 어금니 꽉 물고 이야기하는 느낌도 있다. 기타 연주와 곡의 전개 자체가 워낙 독특해서 강한 인상을 남기는데, 우싸미의 음악 여정은 점점 더 흥미로워지는 중이다.
eundohee – The Sea
그런가 하면 정말 서늘하면서도 따뜻한 감정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음악이 여기 있다. 개인적으로 곡의 분위기나 정서가 지니는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음악가 중 하나가 바로 은도희다. 개인이 지니고 있는 고유한 정서가 음악에 가장 잘 투영되는 순간이 아닐까 싶기도 하며, 곡을 구성하는 각 소리가 지닌 온도보다 결국 그 구성이 만들어내는 곡 자체의 온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생각해보게 된다.
이루리 – 소나기
너무 자주 추천하는 것 같지만 올해의 마지막 싱글이라고 하니 당당하게 한 번 더 소개하겠다. 사실 언제나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을 만큼 이루리의 음악은 멋지고, 세련되었다. 소설 ‘소나기’와 실제로 내리는 비가 주는 이미지를 잘 담아낸 이 곡을 들으며, 그가 직접 쓴 작업기를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바로가기)
레니 – Not Over
올해 2월 자신의 이름으로 첫 싱글을 발표한 이후 어느덧 네 번째 싱글이다. 부지런히 작품을 발표하면서도 레니라는 음악가가 지닌 결을 단단하게 구축하는 중이며, 지금까지 발표한 네 싱글이 묶여 한 작품이 된다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기에 연달아 들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드림팝이나 일렉트로닉 팝 등 팝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추천.
Swimming Sheep, 홍효진 – Make Me Feel
스위밍 쉽(Swimming Sheep)과 룸306(Room306)의 홍효진이 만나 재즈의 문법으로, 그리고 간결한 사운드로 사랑에 관한 곡을 만들었다. 앨범 소개에는 은밀한 짝사랑 노래를 만들었음에도 어딘가 오글거린다고 했지만, 어딘가 경쾌해서 더 편안하게 듣게 된다(물론 편안한 느낌을 주는 것이 곡의 의도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 재즈와 팝, 유쾌함과 은밀함 사이에 있는 곡.
윤기타 – 지나간 사랑을 읽어본다
BTS의 앨범에 참여하여 이름이 알려진 윤기타이지만, 굉장히 서정적이면서도 단단한 가사를 쓰고 그에 걸맞은 노래와 표현을 선보인다는 것이 윤기타를 소개하는 더 적절한 말이 아닐까 싶다. 특히 따로 읽어도 좋을 만큼 좋은 가사는 언제나 인상적인데, 아마 가사를 먼저 읽어본다면 곡을 꼭 들어보고 싶어질 것이다.
wave to earth – wave
더 폴스(The Poles)의 김다니엘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바로 웨이브 투 어스(wave to earth)다. 더 폴스와는 또 다른 느낌을 지니고 있기에 김다니엘이라는 프론트맨의 매력은 더욱 크게 다가오며, 제법 무언가를 보여줬다 생각이 들었지만 앞으로가 여전히 기대될 수밖에 없다. 빈말인 것 같다면, 미래를 함께 지켜보자. 단 한 곡으로 확신하긴 어렵지만, 멋진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는 예측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
Editor / 블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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