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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럭의 싱글 콜렉션] 2월 추천작: 천미지, 까데호 외

발행일자 | 2020-03-13

블럭의 싱글 콜렉션 – 2월 추천작: 천미지, 까데호 외

집콕 혹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단어가 화두이고 실제로 많은 사람이 자택근무를 하는 요즘, 작은 방 안에서 즐길 수 있는 무언가는 필수에 가까워졌다. 실제로 영화를 비롯해 각종 컨텐츠 소비가 많아지고 있는 요즘, 좋은 음악만큼 좋은 것이 또 있을까 싶다. 집에서 일을 하는 사람에게도, 이 시국에 출퇴근을 하는 (우리 같은) 사람에게도 새로운 음악을 만나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이 필요하다. 편안한 노래부터 자극을 주는 노래까지, 다양하게 만나보자.

까데호 – Cyber Holiday (Feat. 넉살)

까데호가 넉살과 함께 싱글을 발표했다. “Cyber Holiday”라는 곡은 요즘처럼 휴가를 갈 수 없는 시기에 화면을 통해 휴가를 가는 모습과 서로가 만나지 않고 소통하는 부분까지 담아냈다. 이보다 더 요즘에 딱 맞는 곡을 찾기 힘들 정도다. ‘코로나 지나면 만나자’는 인사가 일상이 되어버린 요즘, 솔직히 코로나를 이겨내고 만날 수 있지만 늘 ‘밥 한 번 먹자’고 하고 인스타에서 하트를 주고 받는 우리의 관계가 의자에 앉아서 맞이하는 해외여행만큼이나 편하지 않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넉살이 오랜만에 선보이는 진한 랩과 까데호의 부드럽고 유연한 연주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그림 또한 감상 포인트다.

헤이트 (hate.) – Blue.

까데호가 범접할 수 없는 케미를 선보인다면, 헤이트(hate.)는 좀 더 오밀조밀하면서도 치밀하게 연주를 엮는다. 블락스와 겨울에서 봄, 불고기디스코까지 분주하게 활동하는 김형균부터 뉴욕에서 공부도 하고 활동도 하다 돌아온 김영재, 힙합/알앤비 음악 시장에서 최근 이름을 알리고 있는 제임스 키스에 재즈, 블루스를 비롯해 재달과도 호흡을 맞춘 류인혁, 이유성까지 라인업 조합이 상당하다. 이들의 합을 제대로 느껴보자. “Blue.”라는 곡이 아주 적격이다.

조제(Josee) – 20

아는 사람 사이에서는 유명한, 은근히(?) 많은 사랑을 받는 조제가 “20”이라는 곡을 들고 돌아왔다. 조제 특유의 나른하면서도 선명한 사운드스케이프와 음색이 더해져 그의 노래를 처음 들어도 왜 찾는 사람이 많은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꾸준히 더해질 조제의 음악을 지금부터 천천히 하나씩 복습해보자.

너와 – 보고 싶은 너에게

이성경x이루리로도 알려진 너와는 좋은 싱어송라이터다 보통의 싱어송라이터처럼 간결한 구성으로 곡을 구성하고 노래를 부르지만, 너와의 음악은 시작하는 순간부터 공기가 달라진다. 간결함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울림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보고 싶은 너에게”는 훌륭한 발라드 넘버 그 이상의 감상을 준다. 아마 보컬의 음색, 곡을 구성하는 소리의 질감이 다른 온도를 만든 것이겠지만, “너와”라는 음악가만이 전달할 수 있는 이 감성은 쉽게 짧은 글로 설명하기 힘들다. 그렇기에 꼭 들어볼 것을 권한다.

파효 – 살얼음

“살얼음”은 앞서 선보였던 같은 세 글자 제목의 곡, “종이학”과 “고양이”와는 다르다. 이 곡이 파효라는 음악가의 전체에 있어서 어떤 부분인지, 얼마나 큰 부분인지 내가 감히 가늠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제 막 싱글을 선보이기 시작하는 음악가를 통해 이렇게 마음에 드는 곡을 만나게 되다니 그저 반가울 뿐이다. 서늘한 분위기 가운데 던지는 가사가 박히며, 음색 또한 절묘하다. 순전히 내 취향이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이 곡에서의 미묘한 완급조절과 정서만큼은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다.

김마리 – 나의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

반면 지금까지 한 번도 소개하지 못했지만 그 사람의 감성이 정말 좋아서 종종 들어온 음악가가 있다. 바로 김마리다. 솔직히 나도 포크라노스 유통작이 아니었다면 발견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평범한, 일상에서 쓸 수 있는 언어를 이렇게 예쁘게 엮을 수 있다는 것과 그것을 이렇게 자신만의 표현으로 들려줄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이다. 간결하고 직관적이지만, 허투루 쓰지 않은 한 줄 한 줄과 그것을 전달하는 목소리가 정말 좋다.

Nubset – 1000/0

갑자기 분위기가 크게 바뀌지만, 넙셋(Nubset)은 ‘얼터너티브 힙합’이라는 키워드와 잘 어울린다. 물론 누군가가 명확한 기준을 내세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안’이라는 단어를 썼을 때 그것이 얼마나, 어떻게 유효한지에 관한 논의도 해야 한다. 그런 복잡한 문제를 제쳐두고, 넙셋은 넙셋만이 줄 수 있는 청각적 쾌감이 있다. 트랙에서 오는 공격적인 분위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만 것 아니다. 그렇다고 넙셋이 소리를 지르고 소위 말하는 과격한 스타일을 선보이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넙셋은 독특한 풀이 방식을 통해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SINCE – NEW SHIT

마이크스웨거를 통해 주목을 받은 신스(SINCE)는 최근 “Raw Sh!t Cypher Vol 02”라는 컨텐츠에서 또 한 번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데 성공했다. 비록 선보인 랩의 길이는 짧지만 자신만의 무기가 무엇인지를 충분히 듣는 이에게 각인시켜 준 듯하다. 매력적인 톤과 안정적인 스피팅, 속도감 있는 랩에서 오는 타격감과 리듬감은 그 자체로도 실력을 입증하는 동시에 충분한 차별성이 된다. 앞으로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신승은 – 올해의 운세

요즘은 랩 가사에서는 흥미로운 감각이나 무릎을 탁 칠만한 통찰을 찾기 힘들다. 오히려 다른 장르에서 그러한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다. 신승은의 “올해의 운세”가 딱 해당하는 예시다. 누구나 공감할만한 짧다면 짧은 가사 안에는 페이소스부터 시작해 다양한 감정이 담겨 있다. 여지를 남기는 결말은 덤.

크리스탈 티 – 그곳에 닿아줘

특정 장르, 특정 지역, 특정 시대, 특정 분위기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특히 아트워크부터 영상까지 함께 접하고 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렇다고 크리스탈 티가 하는 음악이 재현에서 그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나올 뮤직비디오부터 다음 싱글까지, 더 많은 것이 기대된다.

천미지 – 몸

곡과 관련이 있는 이야기인지는 모르겠는데, 호주의 여성학자 엘리자베스 그로스(Elizabeth Grosz)는 몸 페미니즘에 관하여 구체적인 화두를 던져왔다. 남성중심주의적인 사고는 인간의 성별에 따른 육체를 이야기할 때에도 여전히 드러나는데, 이러한 관념을 뒤집기(혹은 깨기, 극복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성차화된 몸을 이야기하며 남성의 몸이 지닌 특수성을 지적한다는 것이었다. 천미지는 “성차화된 몸을 가진 사람이 욕망의 대상으로 살아온 삶의 피할 수 없는 위태로움을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소개를 남겼다. 이야기하고 나니 연관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분절되고 타자화되며 욕망의 대상으로만 남은 여성의 몸에 관한 이야기를 구체적인 묘사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Editor / 블럭
bluc@poclan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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