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은 아는, 인디 음악 내에서 가장 크게 기대를 모았던 신해경이 [속꿈, 속꿈]을 발표했다. 인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익히 알려진 신해경은 과거 다른 이름으로 몇 개의 작품을 발표하다 이후 신해경이라는 이름으로 2017년 2월 22일에 EP [나의 가역반응]을 공개하며 한꺼번에 화제를 모았다. ‘혜성처럼 등장했다’는 식상한 비유 외에는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다. [나의 가역반응]이 들려줬던, 그리고 만들었던 세계는 아름다웠다. 친숙하면서도 잘 짜인 멜로디와 신해경만의 공간감, 예쁘게 쌓인 여러 사운드는 팝 음악과 록 음악 사이 그 어딘가에 있었다. 숱하게 리뷰와 인터뷰가 나왔고, 공연도 제법 많았으며 네이버 온스테이지를 비롯해 여러 곳에서 그를 불렀다.
이후 몇 개의 싱글을 발표한 뒤, 3년이 지난 지금 그의 첫 정규 앨범 [속꿈, 속꿈]이 발표되었다. 돌아온(?) 신해경의 정규 앨범에 많은 사람이 반응하고 또 감상한다. 과거의 작품과 현재의 작품이 별개인 듯한 인상이 있지만, 알고 보면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다. “모두 주세요”로 시작된 [나의 가역반응]은, “화학평형”이라는 곡에서 시작되어 [속꿈, 속꿈] 속 “회상”과 “그 후”로 이어진다. 이러한 시간의 흐름과 공기의 이동은 굉장히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물론 이번 앨범과 지난 EP는 다르다. 이번 앨범은 좀 더 황홀하고 아련하게 다가오며, 감정적인 동시에 감각적인 감상평을 불러 일으킨다. 앨범의 시작과 끝을 관통하는 공간감과 사운드 구성은 뻔한 소리라고 들리겠지만 누군가의 꿈 속을 헤집고 들여다 보는 느낌이다. 대신 가사와 멜로디 라인만큼은 선명하게 다가온다. 과거 좋은 한국의 인디 음악을 연상케 하는 찰나의 순간이 오히려 새롭게 다가온다. 몽환적인 느낌과 선명함 사이에서의 균형 자체도 매력이지만, 무엇보다 곡 하나 하나를 넘어 앨범 전체의 분위기를 구성한 것은 오직 신해경만이 가능한 표현이 아닌가 싶다.
포크라노스와의 인터뷰 <신해경의 처음, “나의 가역반응”>을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그의 첫 앨범 [나의 가역반응]이 [속꿈, 속꿈]으로 어떤 과정을 통해 오게 되었는지 조금은 알 수 있다. 또한 아트워크를 맡은 사진가 하혜리의 코멘터리도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신해경이라는 이름은 시인 이상의 본명인 김해경에서 따왔다고 한다. 싱글 [그대의 꿈결] 소개는 “속아도, 속여도 그대의 꿈결”이라는 구절이 있다. 이상의 소설 [봉별기]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속아도 꿈결 속여도 꿈결 굽이굽이 뜨내기 세상 그늘진 심정에 불질러 버려라 운운.” [속꿈, 속꿈]은 신해경이라는 음악가가 만든, 신해경의 음악이지만 신해경이 만든 어떤 세계이기도 하다. 정규 앨범 한 장을 감상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앨범에 있는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쭉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권해본다.
*해당 글은 빅이슈코리아 7월호(230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