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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us Track] 이루리 – Let Me Dive Into This Moment

발행일자 | 2020-11-17

시간도 제한되어 있고 무엇보다 앨범이 주인공인 행사이다 보니 근황이나 개인적인 이야기는 묻지 않을 예정인데요. 그래도 앨범에 관한 이야기이니 탄생하게 된 과정부터 들어야겠죠. 우선 두 번째 EP이신데요, 사실 EP라 해도 결심이 필요하잖아요. 언제쯤 결심하게 되셨는지, 그리고 언제부터 작업을 시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 제가 원래는 솔로로 활동을 이렇게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 없었어요. 하다 보니 차츰차츰 음악적으로 하고 싶은 것도 더 많이 생겼고, 그래서 이 활동을 계속해서 이어나가도 되겠다고 생각을 했을 때쯤 팬분들도 많이 생긴 것 같아요. 팬 분들이 실존한다는 걸 이렇게 또 알아갑니다. (웃음) 사실 비대면 공연이나 만나 뵐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없어서 저도 주로 인터넷으로만 소통을 하다 보니, 이렇게 실존하시는지 잘 몰랐거든요. 근데 여기 이렇게 계시다니 반갑습니다. 앨범을 내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제가 인스타그램으로 소통을 많이 하는 편이었는데 CD 발매 요청이 제일 많았어요. 그래서 나도 좀 CD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생각했고, 다른 MD보다 반드시 필요한 굿즈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많은 분들께서 요청해주시는 것 같아 이 때쯤이면 나도 솔로 활동을 이어 가는 데에 필요할 것 같아 이번 앨범으로 이어가게 됐습니다.

피지컬 앨범 발매 과정의 경험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 제가 밴드활동을 오래 했어서, CD를 제작하는 것은 저에게는 익숙한 일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딱히 큰 어려움은 없었는데, 부담감이 조금 있었어요. 워낙 지금 시디 시장 자체가 많이 죽었다고 해야 하나? 다들 온라인으로 많이 들으시니까요. 저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일단 구매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을까 제일 많이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우선 앨범에 관하여 알아보기 전에, 앨범 이름부터 살펴볼까 해요. 이번 앨범 제목이 조금 긴 편인데요. 어떤 뜻인지, 그리고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얘기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제 앨범 제목을 처음부터 정하고 만든 건 아니었어요. 앨범에 대한 구체적인 단어가 있기보다는 그냥 그림이랄까, 느낌 같은 것만 가지고 곡을 쓰면서 중간에 이루어진 건데요. 일단 저는 노을 지는 풍경에 대한 상상을 많이 하면서 이번 앨범을 준비했어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이 앨범 전에 [Rise from the Ashes]라는 EP 앨범 한 장이 더 있는데요. 그 앨범은 제가 사막을 생각하면서 만들었던 앨범이에요. 그러면서 사막에 대한 이미지 같은 것들에 대해서 영감을 많이 받았던 영화가 있는데, 곡을 쓸 때 [매드 맥스]를 보면서 그런 이미지를 많이 얻어갔거든요. 이번 앨범에서는 굳이 영화로 따지자면 [라라랜드]의 하늘. 노을 지는 풍경 그리고 색감 같은 게 되게 예쁘게 나오는 영화에요. 그래서 그런 이미지를 먼저 가지고 생각하면서 곡들을 썼습니다.

이번 앨범 커버를 보면 지금까지의 싱글 커버와는 다르게 조금 어두운 느낌이 들어요. 아무래도 앨범 자체가 지닌 이야기나 이미지에 맞게 가기 위해 이렇게 제작된 것이겠죠?

– 커버에 관해서는 제가 회사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앨범을 제작할 때 제가 자신 없는 게 음악 빼고 모든 부분이거든요. 저는 딱 음악만 집중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커버나, 비디오나, 홍보나 그런 모든 것들은 회사에서 아이디어를 나누고 생각과 의견을 전달해주시고. 제가 그렇다고 싫어하는 걸 억지로 하진 않아요. 같이 의견을 충분히 나누고 제 의견이 더해져서 커버가 나오고, 나머지 다른 아트워크도 나왔죠. 말씀 드렸듯이 제가 꼭 넣고 싶었던 것은 ‘노을 지는, 제가 상상했던 이미지들이 담겼으면 좋겠다’ 생각해서 지금의 커버가 되었는데요. 연관성을 못 찾으실 수도 있어서 굳이 더 설명해 드리자면… 노을 질 때 색감이 완전 다르잖아요? 푸른 하늘에서 주홍빛으로 변해가면서 물들고, 퍼질 때 대비되는 색들이 나올 때가 있는데요. 그런 대비되는 색감을 많이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런 부분에서 커버가 완성되었습니다.

– 이전 싱글도 다 제가 혼자 만든 건 아니고요. 아시는 분들은 알고 모르시는 분들은 모를 수도 있는데 백예린 씨께서 커버 사진들을 다 찍어주셨어요. 그래서 그 중에 예린씨도 맘에 들어 하시고 저도 맘에 드는 사진들을 골라서 작업을 했었고요. 제가 온전히 제 스스로 처음부터 끝까지 커버를 만든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다들 도움을 받았고 지금도 또 회사의 도움을 받아서. 도움을 받는 분만 바뀐 것 같아요.

뮤직비디오에는 물과 바다가 등장하잖아요. 사실 EP 발매 전에도 물고기, 유영이라는 곡이 있고 이번 EP에 수록된 Dive라는 곡도 있어요. 사실 소나기도 어떻게 보면 그렇고요. 모두 물과 관련 있는 이야기인데요, ‘물’에 관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시는지 궁금해요.

– 지금 앨범에서는 말씀 드린 것처럼 노을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렸고 물은 생각하지 않았었는데요. 이전의 앨범이나 싱글은 물을 생각하면서 만든 앨범들은 맞아요. 그래서 제목이나 노래 속 안에 물이 연상될 수 있는 소재로서 사용을 했습니다.

이번 앨범은 조금 더 눈 앞에 풍경을 그려내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이러한 부분에 실제로도 좀 더 의도를 하시고 또 고민을 많이 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 개인적인 노을에 대한 생각은… 그 시간대가 주는 느낌이 어떠했냐면, 해가 지면서 하루가 끝나는 것 같지만 또 밤이 시작되는 부분의 오묘한 상태 어딘가에 속해있지 않은, 중간 지점 같은 상태라는 이미지가 저에게 강하게 왔어요. 색감의 대비가 주는 오묘하고, 말로 설명하기가 어려운데 오묘한 그 느낌을 담기 위해서 가사 속에도 넣어보려고 노력했던 곡이 ‘노을 속에서’고요. 그게 가장 마지막으로 쓴 트랙이에요. 노래 네 곡을 완성하고 나니까 너무 직접적으로 노을이 표현되지 않은, 추상적인, 아니면 머릿속으로만 노을이 그려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걸 과연 들었을 때 노을이 떠오를까?’ 해서 가장 많이 담아보려고 했고, 제목에도 노을을 담았습니다.

각각의 곡에 관한 소개는 조금 있다가 할 건데요, 그 전에 타이틀곡을 두 곡으로 정한 이유가 있으실까요?

– 앨범을 다 완성하고 나서 안 그래도 노을이라는 이미지를 앨범에 넣고 싶었으니까 2번 트랙인 ‘노을 속에서’는 타이틀로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5곡을 저희 회사 아이디어 공유해주시는 팀원 분들께 보내드렸어요. 의견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회의를 하니까요. 다 들어보시고 나서 말씀해 주시길 ‘Ashby Road’라는 곡도 이미지적으로 되게 좋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왜냐면 그 동안 제가 락 밴드를 오래 해왔기 때문에, 밴드의 멤버가 가진 이미지와 솔로 아티스트 이루리가 새로 그려내는 이미지를 동시에 가지고 이런 앨범을 냈다는 이미지를 만들기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주셨어요. 저는 또 그런 의견에 귀가 팔랑팔랑하는 경향이 있어서, 맞는 말 같은 거에요. 원래는 ‘Ashby Road’ 한 곡만 타이틀로 가는 건 어떨까 제안해주셨어요. 근데 제가 제일 자신 없던 부분이 있었어요. 제가 노래할 때 노래 실력에 있어서 자신 있는 게 아니라서 발음이나 가사전달이 잘 되어야 한다고 생각은 하는데, 영어 가사다 보니 제가 영어를 잘 못하고 외국에 살다 온 경험도 없어서 발음이 좋을지, 좋게 들릴지 너무 어색해서 집중을 흐리게 하는 건 아닌지 고민을 되게 많이 했어요. 그래서 자신 있게 내보일 수 없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런 고민을 하다 보니 더블타이틀로 두 곡을 가면 좋겠다고 말씀해 주셔서 그렇게 더블타이틀이 됐습니다.

혼자 곡을 쓰다 보면 굉장히 외로울 것 같기도 하고, 고민이 깊어지는 시간도 있을 것 같아요. 동료 분들이 있긴 하지만, 앨범 작업을 하면서 그런 고민이 든 적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만약 그런 고민이 들었을 때 어떻게 해결하시는지도 얘기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혼자 작업을 하려 하면 제일 어려운 게 결정인 것 같아요. 머릿속에 떠다니는 것들을 풀어내서 아이디어를 꺼내 놓는 건 쉬운데, 그걸 어떤 걸 결정해서 주제를 정할까 이런 것들에 되게 자신감이 없다고 해야 하나. 저 혼자만을 위한 음악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작업을 하다 보니 듣는 사람 입장에서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눈치도 보고, 생각도 많이 하는 편인데 그런 결정을 내릴 때 혼자 하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 주변에 의견을 물어보는데 답은 정해져 있는 것 같아요.

싱글로 냈던 곡 중에서 “Dive”만 수록이 되었어요. 가장 최근 곡도 아니고, 발표한 지 조금 된 곡이기도 한데요. 이 곡을 담은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요?

– 제가 요즘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된 건, ‘내가 요즘 하는 생각은 뭘까’ 하는 생각을 앨범 만들면서 항상 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제가 싱어송라이터로서 해야 하는 일이 뭘까 생각하면, 뭐랄까. 노래로 거짓말을 못 하겠어요. 메소드 연기라고 연기자들한테 많이 말들 하시잖아요? 정말 그런 역할에 녹아들어서 자기 자신이 그 역할화 되어있는 걸 메소드연기라고 하잖아요? 근데 저는 반대로 노래에 제 삶이, 제가, 이루리가 진심으로 말할 수 있는 주제만 노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되게 강하게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저도 이 노래를 들으면서 가짜를 말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집중이 안될 것 같고, 들으시는 분들 입장에서 저는 어디에서 만들어진 아티스트가 아닌 계속 나의 음악을 들려주는 데 익숙했던 아티스트인데 거짓말을 하면 안되죠. 내 진심이 많이 전달되기를 바라서. 그 당시에 내가 요즘 하는 생각 중에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 ‘이 순간 속에서 살고 싶다’ 딱 그 말인데, 항상 하루 하루 매일매일이 행복하지가 않잖아요. 저는 그런데요. 매일매일 행복하신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매일매일이 행복하지 않은데 어쩌다 행복한 날이 있을 때 힘들 때면 너무 그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은 거에요. 그 순간으로 돌아가서 그냥… 만약 내 인생이 80살이다, 거기까지다 하면 80년을 그 순간만 계속 살고 싶은 거에요. 어쨌든 그 순간에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고, 그게 가장 다이브의 주제로 담긴 메시지거든요. ‘이 순간을 영원히 살고 싶다’ 그래서 그 생각을 제일 많이 하는 것 같아서 다이브를 넣게 되었습니다.

앨범 크레딧을 보니 믹싱을 대부분 직접 하셨더라구요. 사실 믹싱, 마스터링 작업은 자신과의 싸움이라고들 많이 하는데요. 그런 창작의 또 다른 고통은 없으셨는지 궁금합니다.

– 일단 믹싱 과정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음악을 만들 때 여러 악기나 소리들을 녹음을 받고, 예를 들면 한 마이크에 한꺼번에 녹음을 받는 게 아니잖아요. 이렇게 저렇게 다르게 받은 소리들을 함께 섞어가는 과정을 음악에서 편하게 믹싱이라고 하는데요. 믹싱이라는 것이 건드리면 건드릴수록 내가 바보가 되는 기분을 많이 느껴요. 작곡을 하는 것도 어렵지만 작곡을 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어쨌든 내 생각을 글로 풀어낼 때가 있듯이 음악으로 풀어내는 것이니까요. 믹싱은 그것도 제 취향이 반영이 되긴 하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들었을 때 불편함이 일단 없어야 된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예를 들면 소음이라던가 너무 밸런스가 맞지 않아서 방해가 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을 수 있어서 대체로 많은 사람들의 귀에 편안하게 들리는 기준을 찾으려고 하다 보니 자신과의 싸움이 되는 것 같고요. 기준이라는 게 모두가 다르고 우리가 듣는 소리는 사람마다 다 다르대요. 저음역대 고음역대가 들리는 폭도 다 다르대요. 근데 그게 하면 할 수록 들리는 폭이 더 늘어날 때도 있고 귀가 오늘 이상한가 싶을 정도로 컨디션에 따라 다르게 들릴 수도 있고요. 들으면 들을 수록 늘어가는 부분인 것 같아서 어렵고도 재밌는 부분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자신과의 싸움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좋아합니다. 즐거워요.

이렇게 관객 분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라이브하시는 것이 처음이실까요?

– 밴드 초창기에는 이런 공연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클럽 공연하면 되게 가까이서 많이 하다 보니까. 정말 얼굴 외울 정도로 많이 뵀던 분들도 많이 기억나는데. 근데 이렇게 가깝고 엄숙한 공연장은 되게 오랜만인 거 같아요. 아무래도 클럽공연은 가깝지만 모두가 술에 취해있거나 더워서 땀도 많이 나고 같이 업 되어있는 분위기에 있는데, 연주회 같은 분위기랄까요.

라이브해주신 곡, Ashby Road에 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 Ashby Road라는 곡은, 제목이 Ashby Road인 이유에 대해서는 영국 러프버러에 애쉬비 로드가 있어요. 마치 우리 테헤란로같은 이름처럼 길 이름이고요. 어떤 분께서는 애비 로드를 잘못 쓴 것 아니냐고 하시는데 애쉬비 로드가 맞습니다. 구글 맵스로 찾아보시면 확인해보실 수 있고요. 제가 그 곡을 썼던 작곡자의 입장에서는 영국의 길이다 보니 정말 브리티시 락 느낌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또 제가 일부러 그런 장르를 쓴 적은 없는데, 스트리밍 서비스 중 시티팝 플레이리스트들에 제 음악이 많이 있더라고요. ‘아, 내가 사람들이 들었을 때 시티팝 느낌이 많이 나는가보다’ 하고 그 때 알았어요. 그렇게 영국의 시티팝을 만들어보자 해서 브리티시 락을 만들었구요. 제가 그 동안 작사를 혼자 해왔는데 이거는 작사를 받은 곡입니다.

이 곡을 들으시는 분들께서 밤에, 새벽에 들으신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아무래도 앞서 말한 분위기나 풍경을 만드는 그런 힘이 있어서 더욱 그런 것 같아요. 이러한 반응은 예상하셨는지?

– 그런 반응에 대해서는 정말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것 같아요. 감히 제가 노렸더라고 예상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인 것 같고요. 그렇지만 그런 생각을 해요. 제가 쓰는 곡들이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기를. 그게 어떤 분들에게는 밤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저는 되게 좋은 것 같아요.

애쉬비 로드가 레스터 시티 근처에 있는 곳이더라구요. 레스터 시티의 팬이신 것과 연관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 연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제가 영국에 사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요. 산다면 런던보다는 그런 편안한 외곽으로 가고 싶거든요. 레스터 시티를 찾아보시면 런던에서 살짝 위로 가면 있는 동네인데 그쪽에 살고 싶은 마음에 썼습니다. 나중에 레스터 시티에 가면 그 말을 하고 싶어요. ‘여길 너무 좋아해서 여기 길을 보고 썼습니다’라고.

Dive, Ashby Road 이야기를 나눠보았구요. 이제 남은 세 곡에 관하여 조금 더 얘기해볼까 합니다. 우선 “순간 속에서”라는 곡부터 볼게요. 우선 굉장히 행복한, 그러니까 사랑에 빠져서 정말 푹 빠져서 일상으로부터 다른 차원으로 이동한 것 같은 그런 느낌이잖아요. 근데 저는 그보다는 굉장히 브릿팝에 가까운 곡이라는 점에 좀 더 관심이 가더라구요. 아무래도 루리님의 음악적 기반은 브릿 팝에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곡은 의도하지 않아도 브릿 팝에 가까워진 그런 것인지 궁금합니다.

– 브릿팝에 가깝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전혀 몰랐어요. 확실하게 의도하지 않아도 영향을 받았던 곡이 저절로 나타나는 거라고 생각해요.

– 저는 브릿팝의 핵심이 ‘달콤씁쓸’인 것 같거든요. ‘bittersweet’이라고 하죠. 그 감정이 제가 생각하는 브릿팝의 매력인 것 같아요. 힘든데 희망이 있고, 행복한 것 같은 삶으로 보이지만 그 안에 상처도 있고. 그런 게 인생과 닮았달까. 그런 느낌이 브릿 락에서 많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근데 음악을 전공한 사람의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음악도 사람의 배경과 환경과 역사와 그 문화적인 걸 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게 또 날씨랑도 연관이 많이 되어있는 것 같아요. 특히 영국의 날씨는 종잡을 수 없는 그런 날씨들, 맑은 하늘에 갑자기 날벼락이나 비가 온다던가. 그런 데서 사람들의 음악이 그렇게 나온 게 아닌가 싶어요. 알 수 없는 오묘하고, 달콤씁쓸하고, 행복한 건지 슬픈 건지 모르겠는 감정 같은 게 브릿팝의 매력인 것 같아요.

다음으로 얘기해볼 곡은 “내가 널 사랑하는 방법”인데요. 아무래도 박자가 독특하기도 하고 해서 곡에 관해서 소개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아까 말했던 메소드 연기랑 이어지는 부분인데요. 저는 그 가수가 이 노래를 부를 때 그 사람 같은 음악을 노래해야 와 닿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실제로 좋아하는 밴드들은 그런 이미지들이 동일한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아요. 분석적으로 밴드들을 보게 되는 게 있었는데, 내가 정말 마음 깊이 좋아하는 밴드들을 살펴보다 보면 그 사람의 음악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사생활적인 모습이라던가 아니면 그 외에도 뭘 좋아하는지 지켜보게 되잖아요. 근데 그 사람과 너무 닮아있는 음악이 곡으로 나올 때마다 제 가슴이 울리는 거에요. ‘나도 저런 음악을 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많이 생각해봤어요. 그럴 때 항상 생각하는 것들 중에 하나가 대체적으로 현실보다는 꿈을 쫓고, 현실적인 표현을 하는 것보다도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그런걸 담고 표현하는 걸 좋아한다고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한편으로는 그게 내가 나를 생각하는 모습이지 다른 사람들이 나를 봤을 때 그게 다를 수도 있잖아요. 그럴 때 나는 어떤 사람인가 생각했어요. 제가 인스타로 소통을 많이 했었는데 Q&A를 하면 많이 오는 이야기가 주로 고민 이야기나 되게 슬픈 얘기들이 많아요. 제가 차마 인스타에 올릴 수 없을 정도로 가슴 아픈 얘기들이 많아요. 그런 얘기들을 보면서 내가 이 사람들에게 편안하게 받아줄 수 있는 느낌을 주는 사람인가? 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리고 저에게 따뜻하게 말을 하신다는 분들이 꽤 많았어요. 제가 따뜻한지는 잘 몰랐고 모두 저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시는데, 거기다 대고 개념 없이 행동 할 수는 없잖아요. 저는 그 정성에 보답하는 것뿐인데 따뜻하다는 오해가 생겨서 부담이 되는 경우도 있는데, 그래도 그런 이미지를 생각했을 때 내가 어떤 말을 해야 이 사람한테 가장 위로가 될까, 어떤 말이 진심으로 와 닿을 수 있을까 같은 생각을 많이 해요. 그러면 ‘내가 듣고 싶은 말은 뭘까’, ‘내가 너무 힘든 순간에 어떤 사람이 이 말을 해줬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많이 했죠. 근데 제가 진짜 힘들 때 많이 듣고 싶은 말은 ‘이렇게 해서 더 나아질 거야, 어떻게 해봐’ 이런 게 아니라 ‘넌 지금 그 부족한 모습 그대로 너무 좋아’ 같은 말을 듣고 싶어서 그 곡을 쓰게 됐어요.

그러면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하시는 루무말대잔치가 곡에 영향을 준 것이군요.

– 큰 영향이 됐어요. 그런 생각이 없었으면 저도 곡을 쓰지 못했을 것 같아요. 저는 이런 말을 하면 주변 분들은 안 좋아하실 수도 있는데, 음악을 하면서 스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스무 살 때는 있었어요. 앨범을 내면 세상을 뒤집을 수 있을 것 같았고, 세계 재패가 꿈이고 ‘어디 무대 서고 싶어요?’ 하면 무조건 외국이었어요. 근데 그런 시간을 보내보고 지금 제일 하고 싶은 건,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도 잘 챙겼으면,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라도 잘 챙기는 사람이 되었으면. 그게 음악 하면서 가장 큰 목표고 살아가면서도 큰 목표인 것 같아요.

삼박자 곡이고, 곡을 쓰는 과정에서 고민도 많으셨을 것 같아요.

– 곡을 쓸 때마다 좀 다른 방식으로 쓰긴 하는데요. 주로 멜로디에 코드를 입히면서 써가는 방식으로 작업을 하는데, 멜로디는 거의 가사가 있는 상태로 곡을 써요. 근데 억지로 노력해서 쓸 때도 있기도 한데, 이 곡을 썼을 때는 누워있다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은데’하면서 가사를 흥얼거리다가 ‘어 괜찮은 거 같아’하면서 코드를 입히면서 쓰는데 3박인거에요. 3박의 곡을 쓰는 게 어렵다고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저에게 익숙한 건 4박의 곡이거든요. 3박의 곡을 드럼도 풀어보려니 너무 어렵고 그래서 4박으로 바꿔보려고도 노력했는데, 이미 멜로디가 너무 잘 붙어서 바꾸기가 힘든 거에요. 그래서 3박으로 써봤습니다.

아무래도 연주자이시기도 하고, 보컬도 하시고, 곡도 쓰시고, 그러다 보면 자신의 다양한 정체성에 관해서, 그리고 그러한 역할에 관해서 고민하시게 될 것 같아요.

– 저는 가수 이루리가 되고 싶은 생각은 많이 없었고, 지금도 많지 않고요. 제가 처음 앨범을 낼 때만 해도 이게 마지막이 될 거라고 생각도 하면서 냈는데. 그런 이유들은 그냥 저는 작곡가나 프로듀서, 믹스 엔지니어가 되고 싶고 오히려 그런 쪽이 저랑 맞는 거 같다고 생각을 해요. 근데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도 예를 들어 아이유 님이 노래를 썼지만 제가 쓴 아이유님의 노래를 아이유님이 불러주진 않으실 거잖아요. 제가 뭐라도 있고 뭐라도 곡을 쓴 걸 증명할 줄 알아야 그 분과 언젠가는 작업을 할 기회가 올 수 있을 거고. 그런 식으로 그럼 지금은 불러줄 사람은 없지만 내가 불러서 내 음악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자, 내 음악을 쌓아보자 생각하고 지금까지 앨범을 내고 있긴 합니다.

다른 아티스트와의 작업 계획도 있으시겠군요.

– 원래 밴드를 했던 것도 혼자 하는 음악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여러 명이 팀으로서 만들었을 때 오는 에너지와 거기서 더 좋은 것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협업을 항상 좋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협업을 할 기회가 있다면 저는 당연히 협업을 선택할 것 같아요.

이제 마무리할 시간이 다와가는데요. 마지막으로 이야기할 곡이자 라이브로 만날 곡은 바로 “노을 속에서”입니다. 먼저 곡 소개부터 조금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노을속에서는 제목과 같이 노을이 떠올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장 많이 하면서 만든 노래고요. 노을을 바라보면서 지난 날의 추억들을 떠올리는 노래입니다.

오늘 이렇게 보너스 트랙이라는 이름으로 리스닝 세션 자리를 가졌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 이런 대면하는 공연 자체가 올해 처음이고 요즘 대면 공연을 할 기회가 정말 없죠. 이렇게라도 만나 뵐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특히나 저는 이렇게 소수로 뵙는 것도 더 오랜만인 거 같아서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와주셔서 감사하고 반갑습니다.

오늘 보너스 트랙을 통해 루리님의 새 EP에 관하여 깊이 있는 이해를 얻어갈 수 있는 시간을 받았습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구요, 마지막은 라이브 들으시면서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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