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문턱을 지나 마주한 음악
세련, 서투르거나 어색한 데가 없이 능숙하고 미끈하게 갈고 닦음을 의미한다. ‘세련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때 그것은 어딘가 잘 만들어진 동시에 매력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세련된 이들을 모아 한 달에 한 번씩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할 세 팀은 다음과 같다.
이루리
바이바이배드맨의 베이시스트로 데뷔한 이래 싱어송라이터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성공적으로 씬에 안착한 이루리. 그가 EP 발매 이후 약 7개월 만에 새 싱글 [I Feel Your Love]로 돌아왔다. 이루리의 스테디셀러 ‘선인장 꽃’이 청량함을 머금은 여름의 모습이라면, 이번 신곡은 비로소 만개하는 봄의 심상을 지녔다.
“모든 게 이대로 멈출 것 같아, 네가 내 눈을 바라볼 때면”. 무심한 목소리로 건네는 그의 따뜻한 노랫말은 어쩌면 작금의 상황을 닮았다. 봄이라는 계절이 무색해질 정도로 건조한 나날 속에서, 다시 찾아올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이루리의 노래가 봄비처럼 스며들기를.
수잔
탄탄한 송라이팅을 바탕으로 깊고 짙은 멜로우 팝을 구사하는 아티스트 수잔. 그가 아버지와 함께한 남미 여행을 음악으로 엮어 발표한다. 더블 싱글 [Con papá]는 각각 퇴직과 졸업을 마주한 아버지와 딸이 그간 염원해온 남미 배낭 여행길에 오르며 보고, 듣고, 느낀 감정을 담아낸 앨범이다.
걱정일랑 없던 안온한 시기, 무사히 여행을 끝내고 돌아온 두 부녀의 따스한 온도가 귓가에까지 전해져오는 듯하다. 수잔의 곁에 아버지가 함께하듯, 소중한 사람을 떠올리며 들어보기를 권한다. 아버지의 열연(?)이 빛나는 뮤직비디오 역시 감상 포인트.
문소낙
한편, 재즈와 R&B를 기반으로 하는 신예 싱어송라이터 문소낙 역시 새 싱글을 발표했다. 데뷔 싱글 이후 약 2년 만에 선보이는 신곡인 [way too deep]은 불현듯 찾아오는 사랑의 감정을 차분하고 포근한 어조로 담아낸 재즈 팝 트랙이다. 박문치의 그녀이자 보컬리스트로도 활동 중인 동료 음악가 허캐(hukke)가 목소리를 보탰다.
타인의 하루가 내 삶에 자리하고, 그 일상이 익숙해지는 과정이란 마치 깊은 계절 속으로 다이빙하는 것만 같다. [way too deep]이 그려내는 평화처럼, 헤아릴 수 없는 행복만이 가득하기를 바라며!
에디터: 키치킴
※ 해당 컨텐츠는 빅이슈코리아 250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