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안에는 연주곡이 세 곡 담겨 있고, 보컬이 다섯 곡, 랩이 한 곡 담겨 있다. 많은 사람에게 익숙한 보컬과 낯선 보컬이 공존한다. 호흡이 익숙하다는 듯 자연스럽게 맞추는 피쳐링진과의 합도 인상적이지만 더 인상적인 것은 전개의 흐름과 각 곡이 주는 인상이다.
L-like (엘라이크)
Olive
2021.07.20
엘라이크의 앨범 [Olive]는 긴 시간 엘라이크라는 이름을 들어온, 그리고 그의 이름을 알아온 이들에게는 존재만으로도 반갑고 행복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디스코, 하우스를 비롯한 전자음악부터 알앤비, 소울, 훵크, 재즈까지 두루 영향을 받은 듯한 음악은 지금까지는 싱글 단위였기 때문에 발매할 때마다 호기심과 갈증을 줬다. 아마 클럽에서 그의 플레이를 만난 이들은 그 갈증과 호기심이 더욱 컸을 것이다. 매력적인 셋은 뺏고 싶다는 식상한 표현보다는 오히려 그런 시기마저 내려놓고 ‘나 혼자 듣게 셋 하나 짜달라고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기분 좋은 에너지를 준다. 이제 엘라이크는 자신이 직접 만든 곡을 통해 그 에너지를 전달한다.
[Olive]에는 총 아홉 곡이 담겨 있다. 그 안에는 연주곡이 세 곡 담겨 있고, 보컬이 다섯 곡, 랩이 한 곡 담겨 있다. 많은 사람에게 익숙한 보컬과 낯선 보컬이 공존한다. 호흡이 익숙하다는 듯 자연스럽게 맞추는 피쳐링진과의 합도 인상적이지만 더 인상적인 것은 전개의 흐름과 각 곡이 주는 인상이다. 혼자 꾸려 나가는 “Harmonic”이나 “Espresso Build”, “Butterfly”는 가사가 없어도 충분히 듣는 이에게 이미지를 연상케 해준다. 사운드 구성이 지닌 짜임새는 물론, 소리의 질감까지 확실히 전달되어 좋은 감상을 따라오게 만든다. 여기에 기존에 조합을 선보인 바 있는 소금, 수민과는 찰떡같이 편안한 시너지를 내는가 하면 서현수의 보컬이 지닌 따뜻함을 적절한 여백과 함께 배치하여 더욱 잘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이어 등장하는 “INSIDE”에서는 반대의 분위기지만 쿤디판다의 미니멀하게 리듬 중심의 트랙 구성으로 랩이 지닌 리듬감을 더욱 선명하게 전달하며 유일한 랩 곡의 쾌감은 물론 목소리를 빌린 이와의 좋은 호흡으로 때로는 서로를 받쳐주며, 때로는 양보해가며 좋은 노래를 이어간다. 트랙 길이부터 앨범 전체를 통해까지 느낄 수 있는 완급조절도 인상적인 만큼 앨범을 첫 곡의 시작부터 마지막 곡 끝까지 쭉 이어 들어보길 권한다.
어떤 앨범이든 다채롭고 재미있는 구성을 지니고 있으면 듣는 재미를 주기 마련이다. 다만 엘라이크의 앨범이 지닌 다채로움은 글을 시작하면서 얘기했던 그의 음악적 스펙트럼이나 믹스셋을 통해 들려줬던 즐거움을 넘어 프로듀서로서, 자신의 것을 지닌 음악가로서의 역량 그 자체다. 어떻게 이 정도 규모의 앨범을 처음 발표하면서 훌륭한 기승전결을 꾸릴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그는 이미 훌륭한 디제이/프로듀서이기 때문에 이제야 그것이 제대로 증명된 것이 아닐까 싶다. 오랜만에 자신 있게 ‘세련’이라는 단어를 붙여 소개할 수 있는 작품.
Editor / 블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