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시기에 만들어진 동요는 어떤 세대에게 기억으로 남아 어른이 되어도 감동을 주는 경우가 있고, 어떤 동요는 깊이 있는 가사로 어른의 마음도 울리고는 한다. 임수원의 작품 [애벌레]를 들으면 그러한 생각이 든다. 어른들을 위한 동요라는 것이 존재하는구나 싶어서 마음 한 켠에 울림이 있었고, 편안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Suwon Yim (임수원)
애벌레
2021.08.27
동화 중에는 아이들을 위한 동화가 많지만 어른들을 위한 동화도 있다. 그걸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감동을 주는 동화도 있다. 어떤 동화는 아이를 위해 쓰였지만 어른이 더 좋아하는 경우도 있다. 동요도 마찬가지다. 특정 시기에 만들어진 동요는 어떤 세대에게 기억으로 남아 어른이 되어도 감동을 주는 경우가 있고, 어떤 동요는 깊이 있는 가사로 어른의 마음도 울리고는 한다. 임수원의 작품 [애벌레]를 들으면 그러한 생각이 든다. 어른들을 위한 동요라는 것이 존재하는구나 싶어서 마음 한 켠에 울림이 있었고, 편안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임수원이라는 음악가를 지난 해 뒤늦게 GQ 어워즈 리스트에 올렸다. 동요라는 테마와 재즈를 동시에 가져가면서 훌륭한 재즈 앨범을 만들어낸, 그래서 새로운 재즈를 만드는 데 성공한 임수원의 데뷔 앨범은 코로나-19 시국에 발매된 데뷔작이라 반가운 동시에 활발한 라이브 활동을 보지 못해 아쉬웠다. 이번 앨범은 전작보다 좀 더 보컬에 비중을 두었고, 동시에 좀 더 동요에 무게를 옮겼다. 전작에서 보컬이 있었던 ‘Dottori’는 재즈 곡 위에 동요에 가까운 보컬을 두었다면, 이번에는 임수원의 보컬이 동요의 성격을 강하게 드러낸다. 어린아이와 같은 음색이라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간결한 폭의 보컬 라인과 예쁘고 사랑스러운 가사는 동요로서도 훌륭한 가치가 있겠지만, 재즈라는 단단한 토대 위에 동요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애벌레’와 ’숲속에는’은 당장이라도 힙한 엄마, 아빠들이 아이에게 들려주며 같이 즐길 것 같은 곡이다. 조금은 차분한 ‘Hope’나 ‘인생이 그래’는 후에 나오는 ‘토닥이’와는 또 다른데, 아무래도 위로해주는 느낌을 주다 보니 어른들이 더 좋아할 것 같다. 마지막 두 곡 중 ‘토닥이’가 정말 아이들에게 힐링을 주는 곡이라면, ‘Leaving Nest’는 Edmund Lee의 음색도 그렇고 편안한 재즈 곡에 좀 더 가깝다는 인상을 준다.
다양한 스타일을 소화하면서도 동요 음악을 만드는 것을 놓지 않는 임수원의 음악을 들으며, 그의 다른 활동을 함께 보며 동요를 만든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느낀다. 아마 동요를 만들 때 필요한, 혹은 꼭 있어야 하는 그런 감성이 존재하기에 더욱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최근 루나(LUNA), 솔(SOLE)과 협업한 것은 물론 풀리 볼드(Fully Bold)로 마제스틱 채널을 통해 제이문과 선보인 곡까지 다양한 스타일을 하면서도 임수원은 자신의 것을 단단하게 가져간다. 앞으로 나올 동요 앨범도, 재즈 앨범도, 그리고 작곡가, 연주자로서의 멋진 협업도 계속 기대하게 되는 건 자신의 것을 선보였을 때 더욱 가치가 느껴지는 아름다움 덕분이 아닐까 싶다.
Editor / 블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