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하게도 그의 음악은 러닝타임이 길수록 그만의 독창성이 드러난다. 그만큼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감성을 풀어낼 줄 아는 음악가다. 그의 음악에는 밴드 음악도 있고, 전자음악도 있고 소울 음악도 있다. 그가 선보이는 창법 역시 어느 한 장르만으로도 설명할 수 없다. 힙합, 알앤비의 리드미컬한 감각보다는 상대적으로 멜로디와 서정성으로 승부를 보면서도 다양한 장르로부터 영향을 받았음을 은연 중에 드러낸다.
pleasepleaseplease
Please Pray for the Pigs
2021.09.23
고백하면 플리즈플리즈플리즈(Pleasepleaseplease)에 관한 배경 정보가 많지는 않다. 그의 SNS를 통해 알 수 있는 것들, 그리고 그의 음악을 통해 짐작할 수 있는 것들이 전부다. 진저(g1nger)의 친구라는 점, 기본적으로 뛰어난 가창력을 지니고 있으며 자신만의 사운드스케이프를 확실하게 구현한다는 점, 멋진 비주얼을 하고 있다는 점 정도만 알 수 있을 뿐이다. 플리즈플리즈플리즈의 첫 싱글 [담아야]는 연여인의 인상적인 아트워크는 물론, 영화 <타락천사>의 영상을 활용한 비디오도 그의 감성을 담고 있다. [담아야]의 연장선이지만 전혀 다른 비주얼을 하고 있는 [Tribute]는 상대적으로 본격적인 음악 행보의 시작처럼 느껴졌다. 충분히 넓고 크게 사운드를 펼쳐내면서도 담백함을 유지하는, 그러면서도 음색을 충분히 드러낼 수 있는, 넓은 폭을 쓰면서도 수려하게 이어 나가는 보컬 라인은 그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조차 이어 나온 싱글 [Dive]에 비하면, 그리고 이번 EP에 비하면 맛보기에 불과했다. 특히 [Dive]는 뮤직비디오와 함께 공개했는데, 애니메이션이 결합되어 있으면서도 자신만의 느낌을 훌륭하게 선보였다. 이번 앨범에서도 ‘Mediploz’의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는데, 꼭 한 번씩 볼 것을 권한다. 그의 음악적 표현이 시각과 일치하는 듯하며, 무엇보다 그의 음악이 어딘가 이국적임에도 한국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담겨 있다.
그의 앨범을 들으면 가장 첫번째로는 음색과 가창력이 귀에 들어온다. 다시 생각해보면, 그만큼 보컬 라인 자체가 매력적이라는 이야기다. 여기에 그 라인 아래 탄탄하게 존재하는 것이 바로 트랙이다. 독특하게도 그의 음악은 러닝타임이 길수록 그만의 독창성이 드러난다. 그만큼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감성을 풀어낼 줄 아는 음악가다. 그의 음악에는 밴드 음악도 있고, 전자음악도 있고 소울 음악도 있다. 그가 선보이는 창법 역시 어느 한 장르만으로도 설명할 수 없다. 힙합, 알앤비의 리드미컬한 감각보다는 상대적으로 멜로디와 서정성으로 승부를 보면서도 다양한 장르로부터 영향을 받았음을 은연 중에 드러낸다. 그것을 촌스럽게 직접적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아마 이미 듣는 사람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영어로 된 가사를 무분별하게 지향하는 경우가 요즘 들어 많이 보이지만, 플리즈플리즈플리즈의 경우에는 영어의 발음이 지닌, 특히 연음에서 발생하는 전개와 음악이 더없이 잘 어울린다. 이번 앨범에서는 한국어로도 그러한 표현을 자연스럽게 선보이며, 부드럽게 멜로디를 이어가면서도 디테일을 쌓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물론 그의 가장 큰 매력은 트랙의 모습이라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의 보컬에 푹 빠져들었다. 앞서 세 작품은 한 곡이었기 때문에 아쉬웠는데, 이번 EP 덕분에 더욱 긴 호흡으로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즐거움을 여러분도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Editor / 블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