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크루 K.U.W, Music Video Playlist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음악의 단위는 몇만 ‘장’에서 몇만 ‘뷰’가 되었다. 다종다양한 뮤직비디오는 음악을 듣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었고 썸네일이 좋아서 듣는 음악도 부지기수, 뮤직비디오 감독이 어떤 곡에 참여했는지도 척하면 척이다. 보기 좋은 음악들을 하나의 주제로 엮어 만든 뮤직비디오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한다.
“언제쯤 록 음악이 다시 대중의 이목을 끌 수 있을까?”라는 얘기를 꺼내기가 무색할 만큼 록이 오랜 침체기를 맞고 있는 현 시장에서 밴드 혁오와 ADOY의 인기는 실로 이례적이었다. ‘위잉위잉’과 ‘공드리’, ‘Wonder’와 ‘Lemon’. 이들의 연이은 히트작에는 늘 웰메이드 뮤직비디오가 함께였고, 이는 모두 영상 스튜디오 ‘VISUALSFROM.’(비주얼스프롬)의 작업물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인디 뮤지션과 특별한 시너지를 발휘하는 비주얼스프롬의 뮤직비디오 작업물을 모아보고 싶었다. 뮤직비디오로 많이 알려진 영상 스튜디오인 동시에 팀원 모두가 그래픽, 디자인, 사진, 전시 등 영상만이 아닌 시각매체 전반에서 작업을 펼치고 있는 아티스트 콜렉티브다.
혁오 ‘공드리’
비주얼스프롬과 뮤지션의 시너지를 얘기하는 데에 단연 밴드 혁오 (HYUKOH)를 빼놓을 수 없다. 학교 선후배 사이였다는 오혁과 정진수 감독은, 오혁의 음악 작업물에 정진수 감독이 영상을 만들고 정진수 감독이 영상 설치 전시를 할 때면 오혁이 음악을 만들며 데뷔 전부터 작업을 함께 했다. 혁오와 비주얼스프롬의 공식적인 첫 협업은 ‘위잉위잉’의 뮤직비디오. 이후 ‘Panda Bear’ ‘Hooka’ 등 초창기 음악의 대다수 영상 작업을 함께 하고, 이어 발표한 ‘공드리’의 뮤직비디오가 큰 주목을 받으며 본격적인 비주얼스프롬의 뮤직비디오 작업들이 시작되었다.
김사월 ‘로맨스’ | ‘외로워’
앞서 말했듯 비주얼스프롬은 지코 (ZICO), SHINee (샤이니), AKMU (악뮤) 등 대형 기획사의 아티스트들과 작업함과 동시에 인디 뮤지션들과도 꾸준히 작업을 함께하고 있다. 오랜 인연이 이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뮤지션이 바로 김사월. 2018년 발매한 김사월의 정규 2집 수록곡 ‘누군가에게’ ‘로맨스’부터 시작해, ‘확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상처 주는 키를 우리는 모두 가지고 있어’ 그리고 최근 발매한 EP까지 이어지며 김사월 디스코그래피의 대부분을 함께 하고 있다.
김사월의 새로운 EP <드라이브>는 현재의 시간을 살아가기 위해 간직하고 털어내야 할 사적인 시간들, 과거와 미래에 대한 감각을 표현하고 있다. 앞서 발표한 선공개 곡 ‘너만큼’에 이어 EP의 타이틀곡 ‘외로워’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다. 두 영상 모두 “Continue…”라는 문구와 함께 종료되는데, 예상되는 그대로다. 앨범의 전체 트랙을 이어가는 뮤직비디오가 연이어 공개될 예정이다. 이번 뮤직비디오에는 비주얼스프롬의 멤버 김혜원 감독이 배우로 출연하기도 했다. 공개된 두 편의 뮤직비디오는 편의점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며 각 등장인물이 어떤 사람들인지, 어떤 일상을 보내왔고 왜 편의점에 오게 되었는지에 대해 담아냈다. 이후로는 또 어떤 이야기들을 담아낼지, 머지않아 공개할 영상을 기대해 보자.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아티스트
치즈 | 10CM | 민수
레이블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소속 뮤지션들과도 여러 작업을 함께 해오고 있다. 2017년 발매된 CHEEZE(치즈)의 ‘Be There’는 구름과의 듀오 체제에서 달총 솔로 체제로 전환 후 발매한 두 번째 싱글이다. 전작 ‘좋아해’의 뮤직비디오로 홀로서기 후의 치즈를 담아내고, 이어 비주얼스프롬이 작업한 ‘Be There’의 뮤직비디오를 통해 나른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이어가며, 새로운 치즈의 이미지를 확립하는 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 곡을 듣고 영화 <러브레터>에 등장하는 과거의 학교 장면, <허니와 클로버> 같은 만화들이 생각났다는 영상 작업은 ‘화면이 예쁜 시트콤’의 콘셉트 및 편안한 소재의 비주얼을 살리는 방향으로 표현되었다. 외에도 민수의 ‘커다란’, 10CM ‘서울의 잠 못 이루는 밤 (Feat. 이수현)’ 등의 영상작업을 함께 하며 꾸준한 연을 이어오고 있다.
홍갑 ‘볕이 드는 날 (Feat. 오지은)’
마지막으로 소개할 뮤직비디오는 홍갑의 ‘볕이 드는 날 (Feat. 오지은)’이다. 볕이 들었던 포근한 날을 생각하며 써 내려갔다는 곡은, 상상 그대로의 맑고 따뜻한 이미지로 영상화되었다. 홍갑과 정진수 감독과의 연은 2013년 홍갑이 소규모 아카시아밴드의 공연 세션을 하며 시작되었다. 당시 정진수 감독이 소규모 아카시아밴드의 공연 영상을 담당했고, 음악과 영상이 공존하는 공연장에서의 좋았던 기억은 뮤직비디오 작업으로 이어졌다. 산, 길, 커피 등 가장 일상적인 행동들 안에 가장 아름다운 게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는 감독의 얘기처럼, 뮤직비디오 역시 볕이 잘 들고 고양이가 있는 방의 이미지 만으로 음악을 듣는 데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상상력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에디터: 이지영
※ 해당 컨텐츠는 2021/10/15일자로 인디포스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