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투어 등을 통해 한국에도 찾아온 바 있는 그가 이번에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려 정규 앨범을 발매했다. 여전히 현역 디제이로, 그리고 음악을 만드는 사람으로 활동 중인 그의 음악은 여전하지만 또 약간의 변화가 있다.
Kenichiro Nishihara
empath
2022.01.26
아마 한국에서 힙합 음악, 특히 일본 힙합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켄이치로 니시하라의 이름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만큼 그는 일본 내에서도, 밖에서도 입지전적의 인물로 통한다. 누자베스(Nujabes)로 대표되었던 재즈와 힙합의 조합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으며, 긴 시간 음악을 해오면서 에스노(ESNO)라는 또 다른 이름을 쓰며 자신의 이름으로 냈던 것과 조금은 다른 결도 선보였다. 아시아 투어 등을 통해 한국에도 찾아온 바 있는 그가 이번에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려 정규 앨범을 발매했다. 여전히 현역 디제이로, 그리고 음악을 만드는 사람으로 활동 중인 그의 음악은 여전하지만 또 약간의 변화가 있다.
우선 자신이 가장 아껴온 재즈라는 장르에 있어 그 표현을 더욱 강화했다. 헬싱키의 재즈 퀸텟인 파이브 코너스 퀸텟(The Five Corners Quintet)의 역할이 컸다. 확실하게 재즈를 담아내기 위해 그는 자신의 프로덕션에 연주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였고, 그 결과 그루브 강한 재즈 곡이 탄생할 수 있었다. 물론 여전한 부분도 있다. 서브스텐셜(Substantial)이나 팻 존(Fat Jon), 제이라이브(J-Live)와 같은 래퍼의 이름은 오랜 시간 힙합 음악을 즐겼던 이들이라면 반가울 수밖에 없다. 누군가에게는 과거의 스타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재즈 힙합이라 불리는 랩 음악이 지니고 있던 미덕을 그대로 간직하고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도 분명한 매력이다. 여기에 훨씬 더 입체적으로 만들어진 프로덕션, 좀 더 다양해진 BPM은 일본의 재즈 힙합은 천편일률적이라는 과거의 인식을 바꾸기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그는 정규 앨범에는 없지만 시럽(SIRUP)부터 다오코(daoko)까지 일본에서 핫한 이들과 꾸준히 작업하고 있고, 옛사람이라는 이미지보다는 꾸준히,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 그런 느낌이 더욱 가깝지 않나 싶다.
편안하게 감상해 보자는 접근해도 좋지만, 의외로 듣다 보면 배신감을 느낄 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느낌이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음악을 찾는 이들이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기에 입체적이면서도 고유의 스타일을 어느 정도 함께 묶은 이번 앨범은 그를 좋아했던 사람에게는 물론,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에게도 과감하게 권해본다. 그만큼 들인 공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Editor / 블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