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편하게 웃지 못하는 코미디가 있고, 마냥 리듬을 탈 수 없는 하우스 음악이 있다. 영화의 정서를 잘 가져온 덕에 그것의 어두운 면모가 그대로 반영된다.
Sojeso
Sonatine
2022.04.27
마냥 편하게 웃지 못하는 코미디가 있고, 마냥 리듬을 탈 수 없는 하우스 음악이 있다. 소제소(Sojeso)가 만든 앨범 [Sonatine]가 그렇다. 보통의 하우스 음악은 즐겁게 춤을 추기 좋거나 흥겹게 즐길 수 있지만, 이 앨범은 영화의 분위기와 정서를 잘 가져온 덕에 영화가 지니고 있는 어두운 면모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영화 [소나티네]는 오키나와라는 특수한 공간을 배경으로 삼으며, 그 안에서 강한 폭력성을 드러내는가 하면 삶과 죽음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일본의 한 영화평론가는 영화를 두고 “감독 기타노가 코미디언 비트 다케시를 살해하는 영화”라는 평을 남기기도 했는데, 그만큼 유머는 있지만 그 유머가 잔혹함과 처절하게 공존하며 영화를 보고 남는 것은 허무함과 우울한 정서뿐이다. 이제는 의류 브랜드 이름이기도 한, ‘기타노 블루’라 불리는 특유의 색채 때문에 영화는 더욱 그 진한 감도를 유지하며 작품은 한 가지 방향으로 뚜렷하게 간다. 오키나와 특유의 아름다움, 공간이 드러나는 순간 그 안에서 등장하는 순수함은 그래서 더욱 대비되는 효과를 지닌다.
앨범 역시 마찬가지다. [Sonatine]는 간결한 구성의 하우스 음악으로 구성되어 있다. 얼핏 들으면 가볍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지만, 영화를 모르더라도 그 안에 담긴 어두운 분위기나 서정적인 면모는 듣는 내내 눈치채지 못하는 것이 어려울 정도다. 그 안에는 영화를 연상케 하는 퍼커션 리듬과 멜로디 악기들이 자리하고 있다. 두 가지 토대가 영화의 느낌을 잘 살리면서도 긴장과 여유가 공존하게끔 만들어 놓는다면, 곡마다 다른 리듬과 전개가 앨범이 진행되는 내내 분위기를 바꿔가며 묘한 감상을 준다. 소개글처럼 레게부터 애시드 하우스까지 다양한 장르의 요소가 등장하면서도 “Sonatine”보다 더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 음악 같은 “HANA”가 있고, 영화의 결말이 눈 앞에서 그려지는 듯한 “Heaven”도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남동철 프로그래머가 “천국의 아이가 되기에 너무 늦은, 세상을 너무 빨리 알아버린 어른을 위한 비가”라고 표현한 것처럼, 이 곡 역시 그러한 여운을 전달한다.
물론 이 앨범은 영화의 OST가 아니다. 영화로부터 영감을 얻어, 영화 장면을 보며 만든 음악이다. 하지만 영화의 새로운 OST라고 해도 충분히 수긍이 갈 만큼 작품이 지닌 아이러니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히사이시 조의 음악이 있기는 하지만, 영화 [소나티네]를 알고 있거나 감상하는 이들이라면 이 앨범에 담긴 여덟 곡에 크게 공감할 것이다.
Editor / 블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