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ho3

  • Artist Teho
  • Release2022.12.13
  • Genre Jazz
  • LabelStudioLog
  • FormatAlbum
  • CountryKorea
  • 1.서울행진곡
  • 2.그럴 수밖에 없었던
  • 3.붉은 숲에 사는 사람들
  • 4.뛰면 보였다
  • 5.겨울이 들려준 이야기엉뚱한 말만 하는
  • 6.엉뚱한 말만 하는
  • 7.뒤꿈치에 묻은 흙
  • 8.어둡고 가볍고 흔들리고
  • 9.의정부
  • 10.스스로 무너지는 건물들
  • 11.타는 나무에 떨어지는 물방울
  • 12.현재보다 더 생생한 미래
  • 13.출입금지구역
  • 14.취중진담
  • 15.더 큰 감정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집 『결정적 순간』은 그가 20여 년간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포착해낸 평범한 이들의 경이로운 삶의 순간들 그리고 역사의 변곡점이라 불릴 만한 현장의 다양한 순간들을 담고 있다. 올해 출간 70년을 기념하여 열렸던 브레송 특별전에 다녀왔거나 그의 사진집을 본 적이 있는 분이라면 <싱가포르, 1949>라는 작품을 기억할 것이다. 싱가포르 사형수동에서 장례 음악을 연주하는 도교 사제의 모습이 담겨 있는 이 흑백 사진 앞에서 나는 못 박힌 듯 한동안 시선을 떼지 못했다. 소박한 흰색 반발 티셔츠 차림, 나무 스툴에 앉아 플루트처럼 생긴 동양식 목관악기를 옆으로 불고 있는 중년 사제, 그의 눈가에 스민 어린아이 같은 미소를 보면서 삶과 죽음 중 과연 어느 쪽이 기쁨이고 어느 쪽이 슬픔인지, 그걸 우리가 무슨 수로 판단할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김없이 딸려오는 음악 생각, 인간의 다양한 일상과 의례에 빠짐없이 함께하는 음악 예술의 세속적인 아름다움과 숭고한 아름다움, 그 양면성에 대한 정리되지 않은 단상들. 브레송은 작가노트에 “죽음에 대한 적절한 헌사가 있다는 것이 너무도 중요하게 느껴진다”라고 적었다. 음악은 중요하다. 정말 그렇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느끼는 것은 아니다. 이태원 참사에 이어진 공연 취소 사태, 소위 강요된 애도 기간을 견디며 나는 그렇게 고쳐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위정자들은 기본적으로 인간이 음악을 만들고 인간이 음악을 사용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통제가 가능하다고 믿는 것이다. 내가 음악가로 살아가면서 해를 거듭할수록 느끼는 진실은 그 반대에 가깝다. 음악이 나의 도구가 아니라 내가 음악의 도구인 것, 그래서 음악을 다듬고 구부리고 잘라 붙여 넣는 것이 아니라 나를 다듬고 닦고 비우고 기다리는 것, 그래서 음악이 나를 통로로 사용하도록 놓아두는 것.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역시 영화에 관한 인터뷰에서 비슷한 의미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당신은 영화의 일부가 되는 것이지 영화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다. 영화가 당신의 삶을 이용한다, 그 반대가 아니라.”

 

테호의 세 번째 앨범은 2021년 5월에서 2022년 5월 사이 녹음된 열 번의 즉흥 음악 공연 실황을 간추려 담았다. 총 열다섯 트랙, 이번에는 가능한 많은 장면들을 담아내려 했다. 그 속에 테호의 많은 결정적 순간들이 정제되지 않은 형태로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네 명은 개별 프로젝트를 통해 대중음악 시장에서 상품이라 부를 수 있는 형식으로 다듬고 손질한 음악 작업물들을 이미 충분히 내놓고 있다. 그래서 테호만큼은 우리가 보정하지 않은 민낯의 자신을 드러내고 실험하는 성역으로 남겨놓고 싶다. 스튜디오로그는 우리의 성지인 셈이다. 테호에서 즉흥 연주를 하는 매 순간 우리는 오로지 서로서로를 연결하는 통로가 되고자 하는 의도 외에 다른 것을 떠올리지 못한다. 음악이 우리를 통과할 때 느끼는 일체감, 살아있는 느낌을 함께 나누는 관객들 그리고 음반을 통해 우리의 결정적 순간을 포착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여러분께 감사한다. 공연을 찾아주신 분들은 기억하시겠지만 이번 앨범의 중요한 순간들에 김바리, 주나모 무용가가 함께 했었다. 바리나모는 테호를 안무 삼아 테호는 바리나모를 악보 삼아, 서로를 번역하면서 동시에 서로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주던 아름다운 공연들을 잊을 수 없다. 바리나모에 뜨거운 감사를!

 

2022년 12월에, 성완

 

 

 

Credits

Drums 민상용

Alto Saxophone김성완

Guitar 이태훈

Piano 진수영

 

All music perceived and performed by TEHO

Recorded, mixed and mastered at studio LOG by 민상용

Artwork 이주향

 

Music Video

Directed by 정제현

Performed by 바리나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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