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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t Big Thing] 지금 피어나는 것들에 대하여, 서울문

발행일자 | 2017-02-01

 

[Next Big Thing] 지금 피어나는 것들에 대하여


각자 ‘바이바이배드맨’, ’24아워즈’, ‘챔피언스’의 멤버로 씬에 굵직한 발자국을 남겨온 이들이 뭉쳤다. 이들 모두의 활동 년수를 따지면 손가락 열 개도 더 넘게 접어야 하는 엄청난 연륜의 소유자들이지만, ‘우리 많이 시끄럽죠’라고 말을 거는 장난기 넘치는 얼굴들엔 여전히 새로움에 대한 기대와 갈망이 엿보인다. 그 때가 아닌 바로 지금 피어나는 ‘서울문’과의 대화.

 

 

두은정 : 씬에서 다들 오래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함에 있어 일종의 의지 같은게 필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김혜미(보컬) : 저는 ’24아워즈’를 하면서 뭔가 다른 팀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우선 저는 이루리 씨를 보고 밴드를 시작한 거나 다름없어요. 루리 씨 공연을 보고 너무 멋있어서 친했던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 ’24아워즈’라는 팀을 하게 된 거죠. 밴드 활동을 하면서 자주 마주치게도 되고, 무엇보다 루리 씨는 대학 친구이기도 해서 계속 영향을 받게 된 것 같아요. 마음속으로 ‘아, 루리랑 같이 밴드를 해야겠다’ 이 생각을 계속했었거든요. 혜미(드럼)의 경우도 엄청 친하다거나 수업을 같이 들은 적은 없었어도 대학 시절 같이 어울려 다니는 무리에 항상 같이 있던 친구였고요. 저는 항상 멤버들에게 같이 하고 싶다고 돌려서라도 말을 계속 해왔거든요.(웃음) 뭔가 그 생각이 비슷해서 이렇게 서로 뭉치게 되고 이걸 꼭 해야겠다는 의지가 더 강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신혜미(드럼) : 저는 드럼이라는 파트 특성상 세션을 많이 해왔고 누군가를 도와주는 일이 되게 많았어요. 제가 소속된 팀들은 물론 있었지만 저 스스로 주도적으로 의견을 내고 음악적으로 해보고 싶은 걸  표출할 수 있는 내 팀을 언젠가 해야지라는 다짐을 해왔죠. 제가 먼저 스트레이트로 졸업을 하고 이후 루리 씨와 혜미 씨의 졸업 공연을 도와주면서 대화를 많이 나누게 됐고 모두가 비슷한 경향이 있고 이야기가 잘 통한다고 생각을 했어요. ‘야, 우리 재밌게 팀 해볼래?'(웃음)라고 얘길 하게 됐죠. 처음에는 사실 재미 삼아 시작했다가 점점 암하는 자세가 진지해졌고 지금은 좀 더 열심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지금 ‘챔피언스’라는 팀도 하고 있지만 분명 음악적 스타일이 다른 부분이 있어서, ‘서울문’을 통해 보여드리고 싶기도 해요. 무언가를. 드러머, 세션이 아니라 팀의 구성원 ‘신혜미’이고 싶어요.

이루리(베이스) : 음악하는 사람들 모두 이런 마음일지 모르겠지만 저는 한 장르에 구애받는게 굉장히 싫거든요. ‘바이바이배드맨’을 하면서도 계속 새로운 걸 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렇지만 팀이라는게 서로의 색깔을 계속 섞다보니 완전히, 온전하게 내가 하고 싶은걸 그대로 할 수 없었고 그래도 그 안에서 새로운 것을 찾는 재미로 해왔었거든요. ‘서울문’도 또 다른, 새로운 멤버들과 함께 함으로써 우리만의 새로운 걸 만든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매우 즐겁게 작업을 했고요. 아무래도 새로운 보컬, 새로운 연주자를 만남으로써 그들의 생각을 바라보며 ‘아, 이건 이런 방식으로 풀면 재밌겠구나’하는 것들을 배우고 있고요.

 

 

두은정 : ’24아워즈’에서 기타 파트였던 혜미 씨가 서울문에서 새롭게 보컬을 겸하면서 예전하고 다르다고 생각되는 점이 있나요.

김혜미(보컬) : 일단은 라이브에서도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해야 하는 상황. 물론 녹음만 했을 땐 다양한 연주를 뽐낼 수 있을지라도 뭔가 라이브를 하면서도 좋은 기타 연주와 좋은 노래를 들려드릴 방법이 없을까 되게 많이 고민했었어요. 둘 다 욕심이 나서요. 예전엔 보컬 0, 기타 10으로 힘을 쏟았다면 지금은 5대 5로 배분하려고 하고, 확실히 기타 플레이가 많이 달라졌고요. 처음엔 제가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고, 그 ‘허전해진’ 느낌이 익숙지 않아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노래할 때 코드만 나오는 곡이 있잖아요. 전 그런 코드만 나온다는 형식 자체가 처음엔 어려웠거든요. 내가 라인을 넣어야 할 것 같고. 24아워즈 할 때도 그런 압박감을 많이 가졌었어요. 아무래도 기타 멤버가 두 명이나 보니 나만의 라인을 보여줘야 하고. 서울문을 시작하면서도 제가 그런 감정을 느꼈는데, 합주를 많이 하면서 그런 점들을 내려놓게 된 것 같아요.

두은정 : 그러고 보면 이렇게 대화할 때와 노래를 할 때의 목소리 느낌이 많이 달라요. 대화를 할 때는 저음에 가깝네요.

김혜미(보컬) : 이상하게 노래할 때는 다른 존재가 되는 느낌이에요.(웃음)

이루리 : 저도 그래서 처음 녹음할 때 되게 놀랐어요. 사실 짐작만 하고 있었는데, 녹음을 위해서 곡을 불러보라 하고선 ‘어’ 했죠. 그때부터 곡 쓰는 방향이 정말 확 바뀌었어요. 사실 초반에 쓴 곡은 혜미 목소리를 고려하지 않은 곡이거든요. 처음 부른 작업물을 받자마자 느꼈어요. 이렇게 쓰면 안 되겠구나.

두은정 : 사실 모두들 이전 밴드에서 연주 파트를 맡아온 멤버들이어서 보컬이 누구일지, 어떻게 정해졌는지도 궁금했어요. 처음부터 내정되어 있던 건가요?

이루리(베이스) : 처음부터 혜미 씨가 불렀으면 좋겠다는 이미지는 가지고 있었어요. 무엇보다 뭔갈 하면 열심히 할 거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혹시 우리 둘 중에 누군가가 보컬이 됐다면 혜미 씨가 했던 노력만큼은 아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신혜미(드럼) : 저 같은 경우에도 에둘러서 말하질 못하는 스타일이라 보컬에 피드백에 대해 얘길 하면 거기에 대해 스스로 고민을 많이 하더라고요. 연습도 정말 많이 하고요.

두은정 : 새롭게 첫 앨범을 낸 구성원으로서가 아닌 여태껏 음악을 해온 뮤지션으로써 새롭게 이 팀에 기대하고 있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이루리(베이스) : 아무래도 보컬이 달라지고, 여자로 바뀌니까 곡을 쓰는 방식이 굉장히 많이 바뀌더라고요. 그리고 목소리의 특색도 있고요. 사실 사람들은 모두 장점이 있고 단점이 있을 거예요. 그 단점만을 보고 이 사람을 바꾸려 하는 건 사실 아니잖아요. 이 사람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려는 곡을 쓰고 그런 결과물을 만드는 것에 특히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서울문’에 특히 더 잘 어울리는 곡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노력해야겠구나. 사실 음악에도 트렌드가 있잖아요. 그런 것을 따라가면서 억지로 보컬을 맞춘다던지 하기보다는 우리가 가진 색을 잃지 말자. 그게 비록 시대를 지났다고 느껴지거나 좀 더 앞서간다고 느껴지더라도 그런 것에 구애받지 말자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두은정 : 드러머 혜미 씨는 서울문의 첫 신곡을 통해 시도해 본 요소가 있나요.

신혜미(드럼) : 저는 사실 지금 서울문에서의 드럼 플레이 자체가 처음 치는 플레이예요. 사실 어떻게 쳐야 하지 하는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드럼이 너무 말이 많아도 튀고, 너무 말이 없어도 허전한 파트거든요. 중간지점을 찾기 위해 사실 멤버들에게 노래 추천을 많이 받았어요. 이런 스타일을 가진 아티스트가 또 누가 있는지 묻고 추천받은 앨범들을 아예 온라인 음원서비스 플레이어에 통째로 모두 넣어서 매일 들었어요. 카피도 하고, 연습도 하면서 몸에 많이 익히도록 노력했어요.

두은정 : 서울문 sns에는 자체적으로 만들어내는 컨텐츠들이 자주 올라와요. 이를 테면 컨셉 사진이나 직접 주제를 정하고 촬영한 재밌는 요소의 영상들이요.

이루리(베이스) : 서울문은 공연을 많이 한다기보다 다른 방식의 소통을 할 수 없을까 고민하면서 처음 시작이 된 콘텐츠들이에요. 사실 공연의 경우 거의 주말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스케줄적인 면에서 겹치게 될 때도 있고요. 뭔가 우리를 보는 사람들과의 소통을 조금 다른 방법으로 해보고 싶었어요. 사실 곡은 작업하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고 그렇게 자주 발매를 할 수도 없으니까요.

김혜미(기타) : 기존의 팬분들께는 새로운 모습이겠지만 저희를 잘 모르는 분들께는 저희 음악을 들어볼 수 있게끔 하는 유입의 창구 같아요.

 

 

두은정 : 사실 모두 또래인 ‘서울문’ 멤버들이 겪고 있는 지금의 20대 후반이라는 나이가, 어쩌면 저 역시 그렇듯 성취감과 불안함이 함께 오는 시기인 것 같아요.

김혜미(보컬) : 왠지 더 불타올라요. 이 나이가 되면 더 그런 것 같아요.(웃음) 저는 어렸을 때 지금의 제 나이가 어른이고, 정말 많은 나이인 줄 알았거든요. 막 욕도 안 하고 살 것 같고, 누군가를 호칭할 때도 항상 ‘~씨’라고 호칭하게 될 줄 알았어요. 막 어느 새 파리에 가있고.(웃음) 그래서 지금 더 의지가 불타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불안한 마음도 있기야 하지만 걱정은 또 30대에 하지 뭐 같은 생각으로 말예요.

신혜미(드럼) : 저는 지금 힘을 많이 뺐어요, 사실. 더 긍정적으로 보려고 하고 음악적으로도 더 내려놓으려고 노력을 해요. 설레이고, 거기서 오는 불안함보다도 새로운 걸 더 새롭게 보려고 하는 마음이 들고요.

이루리(베이스) : 저는 욕심 때문에 시작조차 못 한 일들이 너무 많거든요. 내가 너무 큰 걸 바랐기 때문에 이 곡도, 저것도 완성할 수 없던 것들이 너무 많아요. 끝내지 못한 작업물들이 만 개는 넘을 거에요. 빨리 내 솔로 앨범도 내보고 싶고, 사운드 클라우드에 개인적인 작업물도 올려보고 싶고 이런 생각을 한 지는 벌써 지금 몇 년이 지났는데도 한 곡조차 못 했어요. 근데 그 이유가 다 욕심 때문인 것 같아요. 뭔가 더 크고, 더 완벽한 걸 바랐기 때문에요. 지금 인터뷰를 하면서도 느낀 거지만 사실 ‘서울문’ 멤버들은 그런 것들을 서로 다 알고, 느꼈기 때문에 어느정도 자기 욕심을 내려놓거나 양보하는 것 같아요. 서로를 이해할 줄 아는 사람들끼리 만났기 때문에 우리의 작업들이 더 빨리 진행될 수 있던 것 같아요.

두은정 : 지금 ‘서울문’ 멤버들에게 ‘꿈’이 있다면.

이루리(베이스) : 우리나라에도 락스타라는 말이 통했으면 좋겠어요. 뭔가 하나의 이미지로.(웃음)

김혜미(보컬) : 그 얘기하니 생각이 나는 건데 왜, 어머니들은 자식들에 대해 남들에게 조금 더 과하게 얘기를 하시잖아요. 예를 들어 수학 점수가 70인데 ‘얘 수학 천재야’라고 하는 것처럼. 근데 그것처럼 저희 어머니도 어디 가서 저를 소개할 때 ‘얘 록커야, 록커’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그럴 때마다 제가 굉장히 부끄러워하지만 한편으론 이게 안 부끄러운 일이 됐으면 좋겠어요.

 


Editor / 두은정 (촬영, 인터뷰)
youngwave@poclan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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