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xt Big Thing / “Yes, our life is dance!” 더 한즈(The Hans)
소위 ‘난 놈’들은 언제, 어디서든 입에 오르내리기 마련이다. 댄서블 록밴드 ‘더 한즈(The Hans)’는 작년 한 해 2016 EBS 스페이스 공감 6월의 헬로루키로, K-루키즈에서의 장려상 수상 등 신인밴드 경연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여왔다.
애초에 공동의 목표 의식을 가지고 시작된 팀은 아니었지만 같은 이름으로 성취하는 것들이 늘어나며 ‘진정한’ 한 팀이 됐다는 그들의 이야기는 어쩐지 소년 만화의 마지막 장면을 몰래 엿본 기분이 든다. 비슷한 팀은 많을지언정 ‘한즈’같은 팀은 없다는 평가도 이런 이유 때문은 아닐까. 정신없이 웃고 왁자지껄 떠드는 그들을 보면서 내일에 대한 몇 가지 물음은 어쩐지 틀어막게 됐다. 하고 싶은 것도, 해야겠다 생각하는 것도 모두 다르지만 그래도 지금이 가장 재미있다고 말하는 밴드. 더 한즈(The Hans)의 어쩐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춤.
두은정 : ‘더 한즈’의 경우는 사실 일반적인 밴드들의 결성 계기와는 다른 느낌이에요. 어떤 결과나 목표를 생각하고 만들어진 게 아니라 ‘하다 보니’ 팀이 되었고 예상치 못한 결과들을 이룬.
김강윤(드럼) : 맨 처음 울산에서 같이 어울리던 성광(보컬)이와 중관(기타)이가 ‘우리도 서울에 다시 올라가서 작업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던 시기 만들었던 곡이 민트페이퍼 컴필레이션 앨범에 실리게 되었고, 어찌 보면 그게 이 밴드의 작은 시작이었죠.
저희 넷이 처음 모이게 된 건 대학 동기이기도 하지만 사실 학교 다닐 때 그렇게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은 아니었어요. 세션으로 처음 합류하고서 처음엔 한즈가 오래 할 팀이 아니라고 생각한 게, 애초에 보컬인 성광이가 군대를 가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군대를 미룬 상황에서 성광이가 공연을 하다 다리를 다치고 면제를 받게 됐고 처음의 계획보다 밴드 활동을 오래 하게 되었는데 저희가 어떤 목표점이랑은 상관없이 그냥 지금 당장 주어진 공연, 그다음, 다음 주의 공연들을 이어오다 보니 이렇게 계속 지속하게 된 것 같아요.
배성광(보컬) : 오히려 목표가 없으니까 넷이서 진짜 재밌게 하게 돼요. 뭐든지 다 재밌게 하니까 그게, 보였나 봐요. 진짜 재밌게 하는 게 보이니까 사람들도 저희를 즐겁게 받아들여주시고. 오히려 생각을 하고 의식을 했다면 더 안 되지 않았을까.
김강윤(드럼) : 아시겠지만, 저희가 워낙 비글 네 마리예요.(웃음)
두은정 : 혹시 지금도 그런 의식은 딱히 가지고 있지 않은 건가요. 팀을 결성하고 과정에서 얻어지는 결과들을 마주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도취되는 목표가 생기지 않을까 싶어요.
김강윤(드럼) : 저희 같은 경우는 넷 다 밴드로서 하고자 하는 것들이 모두 다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되려 팀이 사이좋은 상태로 계속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을 해요. 굳이 현실적인 목표점이라고 한다면 누구나 서고 싶어 하는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Glastonbury Festival) 같은 게 될 수도 있겠지만, 저희는 항상 앨범 소개 글에 쓰듯 우리가 하는 것들이 그냥 ‘춤’ 자체이고 싶어요.
저희 이번 EP 마지막 트랙인 ‘Wall’의 가사를 보면 ‘Yes, our life is dance’라는 가사가 후크처럼 들어가요. ‘우리의 삶은 춤사위다.’ 밴드 ‘끝없는잔향속에서우리는’같은 경우는 본인들을 ‘느린 춤’이라고 표현을 하는데, 그것에 빗대자면 저희 음악은 ‘격변하는 춤’이라고 생각해요. 굳이 목표점이라고 한다면 그런 일종의 ‘춤사위’가 되는 것. 다른 사람들이 우리 음악을 들었을 때 치유받고, 어떤 상황에서 우리 음악을 들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그런 것들이 추상적인 목표예요.
두은정 : 지금의 한즈는 딱히 한계를 정하지 않고 지금 재미있는 그 자체로 유지되고 있는 거군요.
배성광(보컬) : 이건 지금 생각났는데, ‘일단은 1위 한 번 찍고 그다음에 생각해보자’ 이런 얘기는 했었어요.
김강윤(드럼) : 맨 처음 클럽 공연을 시작할 때는 주말 공연 라인업에 들어가고 싶은 게 꿈이었죠. 처음 성광이에게 밴드 제의를 받을 땐 한 달에 3천만 원 벌기를 목표로 얘기했던 적도 있고요.(웃음)
두은정 : 올해 드디어 두 번째 EP [All About Hans]가 발매됐죠. 밴드 구성원으로서 곡 작업에서 특히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전승호(베이스) : 사실 저희가 녹음을 하면서 타이틀곡 선정에 있어 의견이 항상 달라졌어요. 한 곡 녹음이 끝날 때마다 ‘이걸 타이틀곡으로 하자’, ‘이 곡으로 하자’ 이렇게 매번 얘기가 바뀌었거든요. 그만큼 한 곡 한 곡 너무나 정성을 들이기도 했고. 저희가 ‘더 한즈’로 지내온 시간들 안에서 서로 합을 맞추면서 만들어져온 곡들이라 선지 모든 곡이 타이틀곡으로 선정돼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사실 마지막 곡 녹음할 때까지도 ‘이게 타이틀곡’이라는 생각으로 진행했었어요.
김강윤(드럼) : 드러머로써 이 친구들을 보자면, 밴드라는 건 기본적으로 그들만의 사운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딱 특색이 있어서 그것을 보러 사람들이 찾아온다는 생각을 하는데요. 첫 EP 때는 그 특색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면, 이번 두 번째 EP는 그 우리만의 사운드가 뭔지 이제 알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어떤 곡이든지 템포, 장르 이런 것들과 상관없이 우리 곡들을 합주를 하고 녹음을 하는데 뭔가 알 수 없는 ‘아련한’ 무언가가 있더라고요. 저희 ‘한즈’만의 사운드요. 그런 것들을 조금 더 부각되게끔 녹음에 신경 썼고, 공연도 그런 지점을 염두에 두고 해나갈 예정이어서 그런 부분을 캐치해서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김중관(기타) : 저희만의 사운드라는 게 있잖아요. 저는 녹음을 하면서 더 좋은 톤, 더 좋은 소리, 더 좋은 것을 하기보다는 원래 평소에 우리가 내던 사운드를 그대로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평소와는 다른 걸 더 해본다거나, 다르게 eq를 만져본다거나 그런 것 없이 그냥 평소에 하던 것들 그대로요.
배성광(보컬) : 저희는 모든 곡들이 곡마다 성격이 다 달라요. 예를 들어서 ‘Say’같은 곡은 관중을 휘어잡을 수 있는 무드의 곡이라 생각해서 녹음 부스 안에서도 몸을 움직이고 오만상을 찌푸려가며 작업을 했고요.(웃음) ‘흔들흔들’의 경우는 곡 자체에 감정 이입을 엄청 했어요. 소위 ‘썸’이 한창 진행되다 보면 상대의 마음이 헷갈려 짜증 날 때가 있잖아요. ‘이제 좀!’ 이런 느낌으로.(웃음) ‘wall’의 경우는 녹음을 하면서도 제가 감동을 받게 된 곡이기도 해요. 이렇게 곡마다의 개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게끔 보컬 작업을 했던 것 같아요. 그게 예상치 못하게 잘 담긴 게 특히 ‘stars’라는 곡인데요. 이걸 녹음할 때 굉장히 부드러운 톤으로 불렀는데 곡 의도와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두은정 : 앨범의 모든 수록곡들이 타이틀곡 같다고 했는데 곡 구성, 트랙 배치에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요.
김강윤(드럼) : 저희는 사실 이번에 2번 트랙 ‘흔들흔들’과 5번 트랙 ‘wall’을 더블 타이틀로 했는데요. 첫 번째 트랙같은 경우는 이 앨범의 킬링 파트가 될 만한 곡들을 항상 넣고요. 2, 3번째에 타이틀곡을 배치하고 뒤쪽으로 갈수록 조금 더 진지하고, 우리의 내면을 보여줄 수 있을만한 곡들을 넣어요. 첫 EP 때와 지금의 배치가 비슷한데 둘 다 뒤로 갈수록 조금 더 딥해지는 경향이 있죠. 복잡한 홍대 거리, 유명한 술집에서 술을 먹고 집에 가는 지하철 안에서 그 술이 깨면서 문득 외로워지는, 그런 느낌의 넘버들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두은정 : 사실 첫 EP 때는 구어체의 긴 문장으로 된 제목의 곡도 있었죠. 이번 앨범은 주로 짧은 단어로 구성된 트랙들이 제목으로 된 만큼 어쩐지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직관적인 느낌이에요.
전승호(베이스) : 저희가 앨범 작업을 마무리할 때 즈음 타이틀곡 ‘흔들흔들’과 ‘Wall’은 마스터링 들어가기 직전까지도 제목이 정해지지 않았었어요. 제목을 짓기 위해 가사를 중점에 두고 회의를 했던 적도 있어요.
배성광(보컬) : 강윤이 형이 ‘흔들흔들 어때?’라고 제의해서 바로 ‘콜’해서 정해지기도 했어요.
김강윤(드럼) : 원래 ‘Wall’같은 경우도 제목이 ‘War’였어요. 뭔가를 하려고 하면 벽에 가로막히는 그런 상황들이 제목과 잘 맞는다고 판단했죠.
두은정 : 이번 EP에서 사람들이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포인트가 있을까요.
김강윤(드럼) : 저희 이번 앨범 커버를 보면 1집에 나왔던 소년이 다시 등장하고 그 소년이 조금 더 성장하는, 그런 콘셉트예요. 앞으로 저희가 앨범을 낼 때 그 소년의 성장 과정을 같이 지켜봐 주시면 좋겠어요.
두은정 : 이 인터뷰는 사실 이제 막 첫 발을 내딛은 신인 뮤지션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뷰이기도 해요. 이제 막 두번째 미니앨범을 내놓은, ‘시작하는’ 한즈가 생각하는 ‘시작’이란 무엇일까요.
김강윤(드럼) : 한즈에게 시작이란 그냥 ‘시작’ 그 자체요. 시작이라는 말이 사실 거창하잖아요. 저는 끝보다 시작이 더 거창한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사람이 사는 게 비행기랑 똑같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중학교 때 친구에게 너는 어떻게 사는 게 꿈이냐고 물어봤는데 걔가 가늘고 길게 살고 싶대요. 근데 그 친구가 부연 설명을 한 게, 높이 확 날았다가 막 빙빙 돌며 낙하하는 그런 것이 아니라 비행기가 공항에서 출발할 때나 도착할 때나 똑같듯 그렇게 살고 싶다는 얘길 듣고 어쩌다 그게 제 인생의 좌우명처럼 됐거든요. 시작이란 게 그런 것 같아요. 거창하게 시작해도 끝날 때 추하지 않게 끝나는 게 중요한 거.
전승호(베이스) : 제가 한즈로 활동한지 벌써 1년 반 정도가 지났고 처음 만났던 순간이나 처음 합주했던 순간들이 많이 생각이 나는데요. 시간이 지나 정규 앨범이 나와도 시작을 아련하게 떠올릴 수 있는 그런 밴드가 되고 싶어요.
김중관(기타) : 시작은 ‘용기’라고 생각해요. 사실 이 말을 시작하는데도 여러 생각이 한 번에 들면서 뭘 말해야 할지도 무얼 말하고 싶은지도 정리가 안 됐는데요. 시작이란 건 일단 이렇게 하는 거 같아요. 일단 이렇게 용기 내서 하고 나면 그다음부터가 진짜 ‘시작’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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