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POV] 포크라노스 오리지널 바이닐 시리즈 1

발행일자 | 2024-11-12

[POV] 포크라노스 오리지널 바이닐 시리즈 1

 

음악을 소비하는 속도가 어느 때보다도 빨라진 시대. 음반을 구매하기보다 ‘플레이리스트’에 수록된 음원을 디깅하는 시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작품을 계속해서 찾고자 하는 소중한 구독자분들 덕분에 포크라노스가 제작한 바이닐이 어느덧 열 타이틀을 돌파했습니다. 감사한 마음을 담아 포크라노스의 바이닐을 차근차근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각 작품들의 소개글에는, 음원 발매부터 피지컬 발매까지 전 과정을 함께한 포크라노스 스태프들의 시선이 담겨있습니다.

 


 

📀 끝없는잔향속에서우리는 <우연의 연속에 의한 필연>

 

 

처음으로 소개드릴 바이닐은 혼성 포스트록 밴드 ‘끝없는잔향속에서우리는’의 [우연의 연속에 의한 필연]입니다. 2017년에 발매된 디지털 앨범이 7년의 시간이 흘러 바이닐로 깜짝 제작된다는 소식에 반가움을 느꼈을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요, 포크라노스 스태프들도 마찬가지로 테스트프레스반을 처음 받았던 당시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ANTIHERO], [Babel] 등의 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프론트퍼슨 안다영을 중심으로, 일명 ‘끝잔향’으로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우연의 연속에 의한 필연]은 짜임새 있는 구성에 짙은 서정성을 더하며 대자연의 장엄하고 웅장한 기운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밴드명에 걸맞게 청취자의 마음속에 깊은 잔향을 남기곤 합니다.

 

7년이 흐른 지금도 우리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진한 여운을 남기는 [우연의 연속에 의한 필연]. 여러 우연의 순간들이 겹치면서 그야말로 필연처럼 바이닐로 제작되어 여러분을 찾아왔습니다. 그 덕분인지 이번 바이닐은 새로운 트랙 순서로 리패키지되면서 색다른 재미가 더해졌고, 미공개 곡 ‘What if’가 특별 수록되면서 오랜 시간 밴드 ‘끝잔향’을 기억해 온 팬들에게 선물 같은 소식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포크라노스 비스테이지를 비롯한 각종 온오프라인 판매처를 통해 판매되고 있으니, 처음 이 앨범을 마주하던 운명의 순간을 다시금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 한겨울에도 비빔냉면을 즐겨먹는 익명의 스태프A

 

 


 

 

📀 버둥 <지지않는 곳으로 가자>

 

 

두 번째로 소개할 작품은 네오포크 뮤지션 ‘버둥’의 [지지않는 곳으로 가자] 리이슈 버전입니다. 제 10회 서울레코드페어 최초공개반을 통해 처음 바이닐로 제작되었던 이 앨범은 버둥의 대표곡 ‘연애’가 수록되어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으로, 빠른 절판 덕분에 추가 제작에 대한 팬들의 목소리가 꾸준히 이어져왔던 바이닐이기도 합니다.

 

내면의 불완전함을 인정함과 동시에 다가오는 사랑을 맞이하고자 하는 화자의 투명한 마음이 버둥 특유의 선명한 목소리를 만나 진득한 설득력을 가지게 되는 과정이야말로 이 앨범에 시간이라는 속성이 누적됨에 따라 더욱 깊은 의미를 자아내는 이유일 것입니다. 그리하여 포크라노스는 [지지않는 곳으로 가자] 바이닐 발매 3주년을 기념하여 새롭게 탈바꿈한 디자인과 함께 리이슈 버전을 제작하기로 결정합니다.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본인의 음악을 다시 들어보며 적어내려간 버둥의 코멘트가 포함되어 그 의미와 소장 가치를 더하는 이번 리이슈 버전은 세월이 흘렀음을 상징하는 빛바랜 색감으로 리디자인된 앨범 커버, 그리고 시간과 빛의 흐름이라는 컨셉으로 제작된 투명 민트 알판의 조화가 어우러져 이전 버전과 차별화되는 새로운 감상 포인트를 선사합니다.

 

특히나 포크라노스에서 제작한 10번째 바이닐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공개되어 더욱 특별함을 더하는 [지지않는 곳으로 가자] 리이슈 버전은 한정 수량으로 주요 온오프라인 판매처를 통해 판매되고 있습니다.

 

– 까다로운 식성을 보유한 익명의 스태프 B

 

 


 

 

📀 알레프 (ALEPH) <사과향>

 

 

EP 이상 단위의 앨범은 어떤 곡을 어떤 순서로 수록하였는지, 그 의미가 앨범의 감상을 좌우합니다. “순서대로 이어지는 곡들이니 차례대로 들어주세요”라는 아티스트의 언급이 더해졌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싱어송라이터 ‘알레프 (ALEPH)’의 [사과향]을 소개합니다.

 

치밀하게 짜낸 짝사랑의 서사는 총 여섯 트랙으로 흘러갑니다. 알레프가 그리는 짝사랑은, 대상 앞에서 붉게 물든 볼보단 옅고 완전히 달아진 사과보단 덜 익은 풋내를 내풍깁니다. 아티스트의 의도를 따라 여섯 트랙을 연달아 듣고 나면, 이윽고 바이닐을 뒤집을 시간입니다. B면은 A면에 수록된 전체 트랙을 인스트루멘탈 버전으로 담아냅니다. 오직 바이닐을 통해서만 들을 수 있는 트랙들로, 짙은 여운을 경험하게끔 합니다. 앨범은 청각의 영역을 의도함과 동시에 촉각과 시각의 영역에서도 색다른 경험을 의도합니다. 바이닐을 보고 만지는 또 다른 감상 포인트로, 자켓 색상을 반전한 포스터를 제공합니다. 포스터의 뒷면엔 알레프가 작성한 시 구절을 적어내어 소장 가치를 높입니다. 앨범은 발매와 동시에 빠르게 절판되었습니다. 뒤늦은 소식을 접한 이들에겐 아쉬움의 대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언젠가 다시, 어디에선가 우연히 앨범을 만나게 되는 날을 기대하며 지내시길 희망합니다.

 

– 아이스크림은 우유가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익명의 스태프 C

 

 


 

 

📀 안다영 <ANTIHERO>

 

 

네 번째로 소개할 작품은 안다영의 [ANTIHERO]. 안다영의 [ANTIHERO]를 들은 이들은 모두 ‘안다영이 누구야?’라는 호기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자조적인 언어로 풀어가는 가사들은 안다영의 머릿속을 유영하는 기분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날이 서있는 사운드 위에 몽환적인 목소리를 더 해 우울한 사람들을 유인하여 집어삼켜 버리죠. 땅을 보며 사과를 줍는 아이처럼 수록된 트랙을 하나하나 주워가다 보면 결국 신화를 써버린 본인만의 안다영을 만날 수 있습니다. 불온함, 혐오감, 충동감, 허무주의 등 모든 것을 포용한 뒤 사랑을 갈구하는 그녀는 진정한 악마일까요?

 

12인치 블랙반으로 제작된 바이닐을 펼쳐보면, 새빨간 별색 인쇄지 위로 각 트랙의 무드를 시각화한 독특한 모형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띕니다. 검정과 빨강의 뚜렷한 시각적인 조화, 그리고 강렬한 사운드는 우리의 뇌리를 강타할 것입니다. 단숨에 우리의 감각을 사로잡는 안다영의 [ANTIHERO] 바이닐은 포크라노스 비스테이지와 온오프라인 판매처를 통해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 자고 일어나면 뿔이 나 있으면 좋겠는 익명의 스태프 D

 

 


 

📀 TRPP <TRPP>

 

 

다섯 번째로 소개할 작품은 밴드 TRPP의 정규 1집 [TRPP]입니다.

 

TRPP를 비밀스레(?) 편애하는 스태프로서 그들의 데뷔 풀렝스 바이닐을 소개하게 되어 기쁩니다. 다소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한 분이라도 구매 욕구를 자극했으면 좋겠네요.

 

각자의 활동으로도 충분히 멋진 세 아티스트가 부캐를 자처하며 TRPP라는 밴드로 첫 앨범을 발매했을 때부터 이들의 음악을 좋아했습니다. 듣고 있으면 자꾸 나를 과거로 보내버리는, 웬 청춘물 반항캐 주인공으로 만들어버리는 그런 앨범이었죠.

 

지글지글 노이즈 낀,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 음악들은 이후 바이닐이라는 매체에 담기면서 그 매력이 한 번 더 극대화됩니다. 본인은 [TRPP] 바이닐을 처음 받아 든 날 퇴근하자마자 한 번, 그리고 주말에 여유롭게 한 번, 도합 두 번을 감상하였습니다. 그중 압도적으로 좋았던 건 주말 낮 타임이었습니다.

 

첫 곡 [Pause]의 가사대로 ‘이대로 누워-‘, ‘움직이는 것이 없이’ 소파에 널브러져 시작하니 왠지 모르게 뿌듯함이 올라왔습니다. 이어지는 최애 트랙 [Yeah]가 나올 때엔 이미 소파를 박차고 북적이는 도쿄 사거리를 비장하게 걷고 있습니다. 야-야-야-야 구호에 맞춰(실제로는 Yeah)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으로 변신하더군요. Yeah!

 

빙글빙글 돌아가는 바이닐을 따라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보면 어느새 꿈속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치치가 저 멀리서 부르는 목소리인지 옆에 있던 나의 고양이가 귀에 대고 속삭이는 소리인지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실제로 낮잠에 들었는지도 모릅니다.

이래저래 영화 한 편 뚝딱 찍고 나면 ‘아- 맛있다!’ 생각이 절로 드는 음반입니다.

 

한여름 낮에 감상하는 [TRPP] 바이닐 소리는 낮잠처럼 달고, 몽롱하고, 어지럽고, 어딘가 또 울적한 맛입니다. 여러분도 저처럼 이 여름이 완전히 가기 전 토요일 오후 2시, 볼륨을 이-만큼 키우고, 어딘가에 누워 감상하길 추천해 봅니다. 커버부터 이너슬리브, 디스크까지 강렬한 보랏빛을 내뿜는 TRPP의 바이닐은 포크라노스 웹사이트를 비롯한 각종 온라인 판매처에서 오늘도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 베일에 싸인 익명의 스태프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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