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만한시선 2

  • Artist 산만한시선
  • Release2025-09-27
  • Genre Acoustic/Folk
  • Label산만한시선
  • FormatALBUM
  • CountryKorea
  • 1.강릉아산병원
  • 2.쉬운남자
  • 3.지우는 날
  • 4.은십자가
  • 5.짐승의 끝
  • 6.차이나타운
  • 7.아는여자
  • 8.외갓집
  • 9.읽는사람
  • 10.튀밥을 먹는 아저씨
  • 11.개의 심장
  • 12.도망가는 사람
  • 13.
  • 14.오아시스
  • 15.사랑
  • 16.노래

 

[산만한시선 2]는

한국적인 풍경과 생활성에 대한 집착, 포크라는 장르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장면을 직접 관찰하고 최대한 투명하게 서술하는 ‘다큐멘터리’의 문법이

저희 음악에 담기기를 바랬습니다.

 

그렇게 한 곡, 두 곡 완성해 묶어 나갈 무렵에 관찰과 개입 사이의 거리 조절에 실패하며

저희가 만드는 세계에 스스로 침범하여 발을 딛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관찰에서 시작되어 저희의 작은방에서 끝이 나는 긴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다가 그런 말들을 나누었습니다.

 

사실적인 장면을 그대로 옮겨오는 일이 우리에게는 불가능하다는 것과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만으로는 노래가 될 수 없다는 것.

동시에 우리가 직접 경험하고 아파했던 사건만으로도 노래는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

 

그러면 우리는 어떤 노래를 하지?

 

어제 우리가 본 것들과 보지 못했던 것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울고 웃었던 일들 –

우리에게 이야기가 없다면 이야기를 모으고, 경험이 없을 때에는 경험들을 빌리면서

 

행여 내 것이 아니더라도 흩어진 시선들을 전부 모아

언젠가 우리가 살았던 날들을 설명할 수 있도록 조금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자료

 

그리고 그 사이에서 우리가 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

 

다큐멘터리가 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잘 짜여진 소설이 될 수도 없는

저희들의 이야기를 이렇게 노래해 보기로 했습니다.

 

[산만한시선 2]는 생활의 관찰과 개인적인 사건들에 대한 변명과 픽션들이 뒤섞인

전혀 사실적이지도, 솔직하지도 않은 앨범입니다.

 

그러나 저희가 노래하고자 하는 영역은 늘 생활에 있습니다.

듣는 음악을 넘어서, 볼 수 있는 음악을 부르고 만들어낼 수 있기를 바라며.

 

감사합니다.

 

산만한시선의 척추에는 김민기가 흐른다. 싱어송라이터가 황푸하가 인터뷰에서 했던 “나의 척추에는 김민기가 흐른다”라는 말은 산만한시선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김민기의 음악이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는데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황푸하는 이런 멋진 표현을 썼다. 황푸하의 인터뷰를 본 산만한시선은 자신들의 소셜 네트워크에 이 말을 인용했다. 너무나 되고 싶었던 사람, 닮기 위해 무던히도 애썼던 사람, 바로 그 김민기의 음악이 산만한시선의 척추에도 흐르고 있다.

 

“사람들이 보통 내가 못 가지는 점을 대부분 좋아하잖아요. 저는 김민기 선생님의 그런 점이 좋았어요. 그분이 갖고 있는 고요함, 신성함, 뭔가 백자 같은 그런 이미지가 어렸을 때는 부러웠던 것 같아요. 저는 그런 노래를 못 만드는 사람인 거예요. 음악 뿐 아니라 학전을 설립하고,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이런 것들이 다 제가 어릴 때 되고 싶던 어른의 상(像)이었어요. 그렇다고 매일 김민기 음악을 듣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외국 인디 포크 음악을 더 많이 듣는데, 그런 거 들으면서 밖을 떠돌다가 집에 오면 김민기 음악을 꼭 한 번씩은 듣는, 어떻게 보면 이데아 같은 거예요. 이제 그런 음악을 만들겠다는 것도 포기했어요. 그런 사람이 되겠다는 것도 포기했고, 이제 그냥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 자체가 좋은 거예요.” (서림)

 

김민기를 닮고 싶은 음악은 지난 첫 EP [산만한시선]에 담겨 있었다. 산만한시선은 김민기가 그랬던 것처럼 시종일관 가난하고 애틋한 것을 사려 깊게 관찰하고 이를 노래로 표현했다. “우리의 가난도 우리의 아픔도 노래가 되고 시가 된다면 예쁠 거야”라는 노래의 마음에는 김민기가 흐르고 있었다. 가난한 이들의 노래에 많은 이가 공감했다. 많은 제안이 있었고, 의미 있는 상도 받았다. 감사한 마음과 함께 첫 정규 앨범을 준비했다. 계속해서 관찰했고, 쉼 없이 노래를 만들었다. 그렇게 16곡이라는, 지금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많은 수의 노래가 앨범에 담겼다.

 

이제 산만한시선의 척추에는 블루스가 함께 흐른다. 송재원에게서 시작된 취향은 서림에게도 번져갔다. 시간을 거슬러 머디 워터스를 듣고, 밥 딜런을 듣고, 롤링 스톤스를 들었다. 앨범 전체에 걸쳐 포크와 블루스가 기막힌 배합으로 섞여 있다. 블루지하지만 ‘정통’으로 내세우진 않는다. 김민기와 블루스가 만나 산만한시선의 음악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한국의 블루스 음악인 ‘씨 없는 수박 김대중’을 너무나 좋아하는 송재원의 말은 지금 산만한시선의 모습과 자연스레 연결된다.

 

“(김)대중 선생님은 인터뷰도 별로 없고 알려진 게 많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저는 처음에 음악만 보고 좋아한 거예요. 블루스가 되게 위험하다고 느끼는 게 잘못 따라하면 어색하게 돼서 듣기 어려워진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블루스들 중에서 [씨 없는 수박 김대중] 앨범은 정말 한국적이면서 사적으로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면서 무지 좋아했어요. 몇 년 동안 매일 들으면서 너무 좋아했는데 요새는 ‘이제 좀 졸업했나?’ 란 생각이 가끔 들어요. 아직 대중 아저씨가 중심으로 남아있긴 한데 좀 더 새로운 것들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이제는 뭔가 더 새로운 지향점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도 해요.” (송재원)

 

이런 변화와 성장의 과정을 거쳐 16곡의 노래를 만들었다. 과거 김종진(봄여름가을겨울)은 봄여름가을겨울 2집을 회상하며 “음악이 샘물처럼 흘러나오고 있었다”라는 말을 했다. 그리고 지금, 음악의 샘은 산만한시선에게도 흐르고 있다. 왕성한 창작력으로 16곡만이 아니라 이미 다음 작업에 쓸 노래들도 완성해 놓은 상태다. “크리틱은 최대한 날카롭게”라는 신조 아래 서로의 창작물을 교환하고 의견을 나누고 살을 붙였다. 포크와 블루스의 정서가 차곡차곡 쌓였고, 침범이 아닌 조화로 곡들을 완성했다. 여전히 여리고 애틋한 포크와 함께 기존 EP에선 들을 수 없었던 블루지한 스타일의 곡들이 앨범의 허리에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가장 인상적인 건 앨범의 구성이다. 산만한시선은 젊은 음악인이지만, 옛 선배들을 따라 ‘앨범’의 가치를 누구보다 깊이 생각하고 오래 고민해왔다. 산만한시선을 떠올릴 때 연상할 수 있는 서정적인 포크로 시작해 점차 자신들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 뒤 마지막 곡 ‘노래’로, 처음 자신들의 이름을 알려준 EP의 첫 곡 ‘노래가 되면 예쁠 거야’와 다시 연결 짓는다. ‘차이나타운’은 ‘아는 여자’로, 다시 ‘튀밥을 먹는 아저씨’는 ‘개의 심장’으로, 마치 한 곡인 것처럼 이어진다. 산만한시선에겐 “(앨범을 들을 때) 곡이 점점 빨라지는 것을 못 느끼게 하자,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는 걸 못 느끼게 하자”는 게 목표였다. 그 목표처럼 무려 16곡의 노래지만 앨범은 유려하게 흐른다.

 

산만한시선은 이 앨범을 ‘실패한 다큐멘터리’라고 이야기했다. 관찰자의 시선에서 시작한 노래는 조금씩 바뀌어 중간부터는 자신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강릉아산병원’을 찍던 카메라는 마지막에 산만한시선의 작은 방에 도착해 있었다. 산만한시선은 이 실패를 그대로 앨범에 담기로 했다. 실패는 곧 성장의 과정이기도 하다. 16곡의 노래를 완성하며 이들은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을 얻었고, 쟁쟁한 선배·동료 연주자들을 지휘하고 조율할 수 있게 됐다. 믹싱까지 깊이 관여하며 자신들이 원하는 소리를 집요하게 쫓았다.

무엇보다 달라졌으되 여전히 좋은 노래들이 있었다. 무심히 던진 한 마디는 이 앨범을 관통한다.

 

“우리가 단 하나도 대충 한 적이 없는 16곡이 모였다는 게 짜릿해요. 16곡을 만드는 동안 단 한 번도 거짓말을 안 했어요.”

 

(김학선/대중음악평론가)

 

 

Credits
PRODUCED | 산만한시선

COMPOSED | 산만한시선

ARRANGED | 산만한시선

LYRIC | 산만한시선, 김민기(16), 김일두(16)

 

VOCAL | 산만한시선

PIANO | 성기문(3,4)

VIOLIN | 김보은(4,11)

CELLO | 송호정(6)

SAXOPHONE | 임달균(2,3,5)

BASS | 이정민(2,3,4,11), 우희준(6)

DRUM | 이선생(2,3,4,5,11,12,14), 서림(12)

PERCUSSION | 이선생(3,4), 서림(9)

PROGRAMING | 산만한시선

MANDOLIN | 김범준(6)

LAPSTEEL GUITAR | 김범준(4,6,10)

ACOUSTIC GUITAR | 산만한시선, 함춘호(4,8)

HAMONICA | 씨 없는 수박 김대중(9), 송재원(12,15)

VOICE | 鍛冶智菜美 (Kaji Chinami) (4)

 

MIXING | 김창우

VOCAL EDIT | 신경우

MASTERING | Miles Showell @ABBEY ROAD STUDIO

RECORDING | 인천음악창작소, STUDIO Sanmanhan

 

ALBUM ARTWORK | 전준수

ALBUM DESIGN | 산만한시선

 

PRODUCTION & SUPPORT 인천음악창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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