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dlewithcare

  • Artist ZIN CHOI
  • Release2025-12-05
  • Genre PopR&B/Soul
  • Label22
  • FormatEP
  • CountryKorea
  • 1.Instrument
  • 2.2016
  • 3.elf on the shelf
  • 4.ROCK
  • 5.New Recording 285

 

스마트폰, SNS, AI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만 17세 아티스트 진초이가 자신의 목소리로 노래하는 노스탤지어

<handlewithcare>

 

만 17세의 아티스트가 2016년을 그리워하며 노래를 부른다. 지난 시간을 회상하기엔 너무 어린 것 아닐까? 과거의 특정한 순간을 그리워하는 ‘노스탤지어’는 전통적인 질서가 무너지고 사회가 급변할수록 유행한다. 노스탤지어는 한 때 퇴행적 감정이자 질병으로 취급받았다. 뇌과학의 발달과 함께 노스탤지어의 평가는 180도 바뀌었다. 노스탤지어를 느낄 때 우리는 외로움과 죽음의 공포를 덜 수 있다. 낙관적인 태도를 키워주고 창의적인 생각을 유도한다는 연구도 있다. 우리가 미래로 나아가기 전 배울 수 있는 존재는 과거밖에 없다. 그렇다면 지금이야말로 우리에게 노스탤지어가 필요한 순간이다.

 

아티스트 진초이(ZIN CHOI)의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첫 음반을 내고 겨우 1년을 넘기는 동안 두 장의 EP와 세 장의 싱글을 발표했고 첫 레이블을 떠나 독립 아티스트가 됐다. 그 사이 우리의 시간도 빠르게 흘렀다. ‘세종 대왕 맥북프로 던짐 사건’을 맘대로 지어내던 AI는 이제 프롬프트 입력 1분 만에 내 얼굴로 ‘진초이 짱’이라 랩하는 영상을 만들어 준다. 비교적 기술 친화적인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하는 나조차 지금 시대의 기술 변화 속도를 따라잡기 힘들다. 이 시대를 사는 만 17세의 아티스트는 어떤 감각으로 세상을 느끼고 있을까.

 

진초이의 세 번째 EP <handlewithcare>의 첫 곡 ‘Instrument’는 다른 악기 없이 온전히 진초이의 목소리로 시작한다. 아카펠라와 비트박스. 자신의 목소리에 앰프가 달려 있고, 킥과 드럼 소리도 낼 수 있다고 노래하는 진초이의 가사는 이 음반의 주인공이 자신이라는 선언이다. 실제로 목소리는 진초이의 현재 커리어를 관통하는 주요한 악기다. 변성기를 거치고 치아교정기를 떼며 진초이의 음반마다 목소리가 조금씩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은 리안나(Rihanna)의 ‘Work’와 드레이크(Drake)의 ‘One Dance’의 히트와 함께 댄스홀 리바이벌이 유행한 시기다. ‘2016’은 아이폰을 끄고 댄스홀 리듬과 함께 당시 진초이가 머물던 LA 거리를 달리며 펼쳐진다. 태어날 때부터 손에 스마트폰이 들려 있었고, 삶과 SNS의 경계가 흐릿한 세대지만, 그래도 AI도 없고 지금보다는 그것들로부터 자유로웠던 때로. 찍히는 순간이 두려워 자유롭게 놀지 못하는 시대에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자유롭게 음악을 즐기라 말하는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의 앨범 <Don’t Tap The Glass>와 같은 감각이다. 진초이는 친구들과 AI-니힐리즘적인 대화를 자주 나눈다고 한다. 미래의 꿈을 꾸고 싶어도, AI가 그 일을 대체할 것 같은 두려움을 나눈다고. 우리가 다시 노스탤지어를 느끼고 우리가 과거에 무엇을 소중하게 여겼는지 돌아봐야 할 이유다.

 

진초이가 <handlewithcare>를 구상한 건 작년 겨울의 일이다. 베드룸팝 ‘elf on the Shelf’와 ‘ROCK’은 겨울, 그중에서도 12월의 이미지가 곳곳에 숨어 있는 곡이다. ‘elf on the Shelf’는 <토이스토리> 같은 ‘사람이 없을 때 장난감이 살아 움직인다’는 오래된 상상력을 담은 그림책의 제목이다. 엘프가 산타의 스파이 요원처럼 아이들을 지켜보다 아침이 되면 다른 장소에 등장한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규칙은 ‘엘프를 만지면 안 된다’다. 엘프를 만지면 마법이 사라져 산타에게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소중한 것일수록 함부로 만지면 안 된다는 교훈.

 

다행히 진초이는 엘프를 만지지 않고 12월을 맞이한 것 같다. ‘ROCK’에서 산타에게 선물을 받게 되었으니까. 굴뚝을 타고 미끄러져 내려오는 선물들. 잔디밭에 앉아 있는 루돌프. 하지만 진초이는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다. 사실 산타는 없다는 걸. 이 모든 이야기가 거짓말이라는 걸.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어디서부터 거짓말이었던 걸까. 상상과 현실. 과거와 현재. 장난과 진심. 그리고 마지막 트랙에서 아이폰 디톡스를 한다고 했던 진초이는 상대의 연락을 기다리며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다.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이 모순적인 감정들,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마음을 진초이는 혼자 끌어안지 않는다. 그는 이를 노래로 풀어내고, 자신의 파티 시리즈 ‘That Party’를 통해 함께하는 경험으로 이어 갈 예정이다. 2016년 유행했던 음악을 틀고,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안전하게 함께 놀 수 있는 공간. 어른을 위한 파티가 대부분인 이곳에서 어린 아티스트가 만들어가는 이 용감한 시도는,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 오래 기억될 순간으로 남을 것이다. 우리, <handlewithcare>와 함께 그리워하고, 자신의 목소리로 노래하고, 자유롭게 춤추자.

 

글/ 하박국(영기획YOUNG,GIFTED&WACK Records 대표)

 

 

Credits

01 Instrument

작사 ZIN CHOI. 작곡 ZIN CHOI, Hitchhiker. 편곡 Hitchhiker

 

02 2016

작사 ZIN CHOI. 작곡 ZIN CHOI, Hitchhiker. 편곡 Hitchhiker

 

03 elf on the shelf

작사 ZIN CHOI. 작곡 ZIN CHOI, Hitchhiker. 편곡 Hitchhiker

 

04 ROCK

작사 ZIN CHOI. 작곡 ZIN CHOI, Hitchhiker. 편곡 Hitchhiker

 

05 New Recording 285

작사 ZIN CHOI. 작곡 ZIN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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