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카
- Artist 산보,
- Release2026-02-11
- Genre Rock, indie,
- Label앳시콜렉티브
- FormatAlbum
- CountryKorea
- 1.산마루
- 2.고상
- 3.709
- 4.약한마음
- 5.거짓부렁
- 6.저기요
- 7.앗차차
- 8.럼블2
- 9.그사람
“항상 즐겁기도 하고 벌서는거 같기도 한 우리는”
산보 – 아니카
우선 특이한 제목에 먼저 눈이 간다. ‘아니카’. 낯선 이 단어를 검색창에 입력하니 높이 75cm 정도 자란다는 다년초 풀이 나온다. 조금 더 내려본다. 독일의 테니스 선수, 스웨덴의 골프 선수, 방글라데시의 배우… 수많은 아니카 중 본 앨범의 힌트가 된 존재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럴 수밖에 없다. 산보의 ‘아니카’는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속 삐삐의 옆집에 살던 남매 중 여동생이다. 삐삐도 아니고 삐삐의 옆집 소녀라니!
산보를 대신해 아니카를 소개하면 이렇다. 삐삐를 만나기 전 아니카와 그의 오빠 토미는 부모님 말씀을 잘 듣는 모범적인 어린이였다. 늘 단정한 차림새에 예의 바르고 순종적인 남매였던 이들은 삐삐를 만난 후 180도 바뀐다. 부모의 엄격한 그늘에서 벗어나 깨끗한 옷이 지저분해지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노는가 하면, 지붕 위에 올라가고 낯선 곳으로 모험을 떠나며 자신들의 세계를 거침없이 확장해 간다. 그 나이대에 친구란 세상 전부와 같지 않나. 아니카는 그렇게 삐삐를 만나 ‘착한 아이’에서 ‘행복한 아이’가 되었다.
4인조 밴드 산보는 서로가 서로의 삐삐이자 아니카다. 윤아빈(보컬, 기타), 김태욱(드럼), 박서영(베이스), 나경호(기타, 키보드)로 구성된 이들은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함께 다니고 팀을 이뤄 지난 2024년 첫 앨범 [룸펜]을 내고 데뷔했다. 밴드는 당시 매력적인 기타 팝 앨범을 내면서 “처음 모인 날부터 첫 앨범이 나오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이번에는 다르다. 작년 싱글 ‘hey’(2025)에 이어 이번 소포모어 [아니카]까지, 팀은 물오른 창작력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그러니까, 새 앨범 [아니카]의 테마는 친구다. 친구들이 모여서 만든 밴드가 들려주는 나와 친구, 우리에 관한 앨범인 셈이다. 싱그러운 아홉 곡의 수록곡에는 외부인은 정확히 알 수 없는, 그들만의 사적이고 인간적인 우정 이야기가 담겨있다. 사실 정확히는 알 수 없어도 어렴풋하게는 알 것 같은 이야기다. 이들이 재잘대는 자기 친구 얘기를 듣고 있으면 어느 한 시절을 함께 보낸 내 친구와의 일화가 떠오르기도 하고, 잊고 살았던 누군가가 생각나기도 한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쓰인 [아니카]는 이 지점에서 뜻밖의 보편성을 획득한다.
현실적인 스토리텔링에 숨을 불어넣는 건 생동감 넘치는 음악이다. 앨범의 문을 여는 첫 세 곡부터 강력하다. 산뜻한 기타 연주가 귀를 간질이는 ‘산마루’의 인트로를 들어보라. 지난 인연을 씁쓸하게 돌아보는 가사가 밝고 경쾌한 음악과 대비되며 입체적인 감상을 선사한다. 관심이 가는 상대방 앞에서 한없이 소심해지는 주인공을 그린 타이틀곡 ‘고상’에선 댄서블한 리듬과 쟁글거리는 기타가 기분 좋게 어우러진다. 자꾸만 위축되는 겉모습과 달리 달뜨는 속마음은 꼭 이 노래 같지 않았을까. 뜨겁게 스쳐 간 찰나의 관계를 떠올리는 ‘709’에선 속도감 넘치는 연주, 시원하게 터져 나오는 후렴이 쾌감을 안긴다.
선공개 곡 ‘약한마음’은 다툼의 한 장면을 눈앞에 선명하게 펼쳐 놓는다. 방어 기제처럼 모진 말로 자신을 거칠게 깎아내리며 한심해진 나와, 구김살 없어 보이지만 사실 슬프고 외로운 너. 애증의 평행선 위를 걷는 두 사람을 유려한 멜로디와 정교한 연주로 담아냈다. 속뜻을 알 수 없는 ‘거짓부렁’이 앨범의 템포를 늦추며 완급을 조절하면, 비교적 의미가 명확하고 음악적으로도 매끄러운 ‘저기요’가 뒤따른다. 자전거에 올라타면 어디든 갈 수 있다고 소리치던 어릴 적 친구들은 이제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살아간다. 내일 아침 해가 뜨면 또 바쁘게 일하러 가야 할 테다. 매일 보던 친구도 몇 달에 한 번이나 겨우 볼 수 있는 현실. 점점 친구에 대한 그리움을 품고 살아가게 되는 20대 중반 청년의 이야기를 애틋하게 그렸다.
앨범 후반의 흐름도 흥미롭다. 마치 두 곡처럼 나뉘는 ‘앗차차’는 비현실적이고 허둥대는 듯한 전반부의 묘사와 곡이 잠시 멈췄다가 진솔하게 속마음을 털어놓듯 이어지는 후반부가 대비를 이루며 신선한 재미를 준다. 영리한 연출이다. 기타의 몽환적인 질감에 맞춰 초감각적 이미지를 늘어놓으며 이별을 못 박는 미디엄 템포 ‘럼블2’는 마치 초현실주의 그림을 음악으로 옮긴 듯 신비롭게 느껴진다. 아웃트로처럼 들리는 마지막 곡 ‘그사람’은 앨범에서 가장 솔직해서 건조한 곡이다. 마음과 다르게 어느새 멀어지고 흘러가 버린 이들을 기타 반주만으로 쓸쓸히 돌아보며 긴 여운을 남긴다. 보컬의 절제미가 특히 빛나는 노래이기도 하다.
참으로 복잡다단한 청춘 드라마 같다. 굴곡 없는 인간사 없다지만, 그 시절의 파고는 어쩜 그렇게 다양하고도 빈번한지. 생활 반경에, 마음 깊은 곳에 드나드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 시기는 어쩌면 그때뿐인지도 모른다. [아니카]는 10대 후반에 만나 20대의 중턱을 함께 지나고 있는 산보이기에 가능한 결과물이다. 이들은 훗날 유기적으로 파편화되어 있는 이 앨범으로 지금의 나날을 기억하리라. 친구라는 프리즘에 다채롭게 굴절된 자신이란 빛을 발견할 것이다. 그렇다고 밴드에게만 값진 작품은 아니다. 음악을 다 듣고 나면 마음속 떠오른 각자의 아니카를 그리워하게 될 테니. 이미 나 또한 그렇다.
– 정민재 (대중음악 평론가)
[Credits]
산보
윤아빈, 김태욱, 박서영, 나경호
1. 산마루
Lyrics by 윤아빈
Composed by 윤아빈
Arranged by 윤아빈, 김태욱, 박서영, 나경호
2. 고상
Lyrics by 윤아빈, 김태욱, 박서영
Composed by 윤아빈
Arranged by 윤아빈, 김태욱, 박서영, 나경호
3. 709
Lyrics by 윤아빈, 김태욱, 나경호
Composed by 윤아빈
Arranged by 윤아빈, 김태욱, 박서영, 나경호
4. 약한마음
Lyrics by 윤아빈
Composed by 윤아빈
Arranged by 윤아빈, 김태욱, 박서영, 나경호
5. 거짓부렁
Lyrics by 윤아빈
Composed by 윤아빈
Arranged by 윤아빈, 김태욱, 박서영, 나경호
6. 저기요
Lyrics by 윤아빈
Composed by 윤아빈
Arrangey by 윤아빈, 김태욱, 박서영, 나경호
7. 앗차차
Lyrics by 윤아빈, 김태욱
Composed by 윤아빈
Arranged by 윤아빈, 김태욱, 박서영, 나경호, 이동하
8. 럼블2
Lyrics by 윤아빈, 김태욱
Composed by 윤아빈
Arranged by 윤아빈, 김태욱, 박서영, 나경호
9. 그사람
Lyrics by 윤아빈
Composed by 윤아빈
Arranged by 윤아빈, 나경호
Produced by 윤아빈, 나경호
Vocals 윤아빈
Guitar 윤아빈, 이민기 (Track 1, 3, 4, 7)
Drums 김태욱
Bass 박서영
Keyboards 나경호 (Track 2, 7, 8)
Chorus 윤아빈, 박서영 (Track 2, 4), 나경호 (Track 6)
Recorded by 김태균 at VMS
Drum Technician 박계수
Edited by 나경호
Mixed & Mastered by 나경호
Artwork by 이현지
‘고상’ M/V Directed by 이재민
LIVE CLIP Directed by 김문하 at 마일드아이즈필름
Photography by 진유
Styling by 심재현 at reproduce
Make-up by 무진 / Hair by 유주
Presented by 앳시콜렉티브
Director 심주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