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매체
- Artist 신승은,
- Release2026-04-27
- Genre Folk, indie,
- Label신승은
- FormatEP
- CountryKorea
- 1.난 너무 생각이 많아서
- 2.천 너머
- 3.너무좋아
- 4.자기야
아직 오지 않은 확장을 기대하며
신승은이 예전에 만든 노래를 들을 때마다, 자주 (사이)를 떠올렸다. 희곡에서 (사이)는 대사와 대사 사이에 놓여진 시간을 의미하는데, 흔히 대사 중간에 인물의 행동 변화나 장면 전환을 암시한다. (사이)는 일시적인 멈춤의 상태일 수 있고, 침묵이 흐르는 시간일 수 있고, 하지 못한 말들을 할 수 있을 때를 기다리는 순간이거나, 장면이나 감정이 전환되기 직전에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장치일 때도 있다. 신승은의 목소리와 가사 곳곳에 놓여 있던 (사이)에는 다정하지만, 대체로 체념, 자조, 슬픔, 분노가 꾹꾹 눌려 담겨 있었다. 5년 만에 발매한 EP [사랑과 매체]를 들으면 그 (사이)가 드라마틱하게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신승은은 사랑과 서로 다른 예술 장르들이 함께 맞물려 점차 확장되어 가는 여정을 <난 너무 생각이 많아서>, <천 너머>, <너무좋아>, <자기야>와 같은 노래로 담아냈다.
1번 트랙 <난 너무 생각이 많아서>에서 군데군데 생략된 말들은 꽤나 길고 긴 일시 정지 상태의 (사이)로 읽힌다. 무언가 말을 하고 싶지만 아직까지는 마음을 열고 싶지 않은 사람처럼, 막이 오르고도 빈 무대에 홀로 서 있는 사람처럼. 하지만 피터 브룩이 말했듯 “어떤 사람이 지나가고, 다른 사람이 그것을 바라본다면 그것으로 연극이 시작되기에는 충분하다.”
한 번도 먼저 다가가 본 적 없는 사람이, 다가갈 수 없는 대상을 마주한 순간에 (사이)의 의미는 2번 트랙 <천 너머>에서 망설임으로 전환된다. 망설임이란 무언가 결정하지 못한 채 멈춰 있는 머뭇거림의 상태를 뜻한다. 그런데 어떤 순간 앞에서 망설임은, 원래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들어 버리고 이전과는 다른 선택을 향하는 기대감을 동반한다. 예고도 없이 연극은 시작되었고, 영화를 볼 때처럼 다음에 어떤 장면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난생처음 다가가기를 선택한 사람의 선전포고는 밝고, 환하고, 벅차다.
3번 트랙 <너무좋아>는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온 이들이 만나 ‘하루하루가 매번 신기록’처럼 느껴질 만큼 설레고, 신나고, 기쁘다. 이제 머뭇거림의 (사이)는 사라지고, ‘한 번도 알 수 없던 미래를 알 것 같은 기분’은 하나에서 둘로, 셋으로, 수많은 장면으로 확장된다. <너무좋아>의 노래를 듣고 나서, 모든 설렘과 기쁨이 고스란히 담긴 뮤직비디오를 함께 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마지막 트랙 <자기야>는 이전에 발표했던 노래들과는 전혀 다른 장르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사랑 얘기만 잔뜩 해도 되냐는 말에, ‘사람들은 사랑을 좋아해요’라고 답하는 신승은은 조금 낯설다. 누군가를 알고 싶으면 나를 거쳐 그 사람의 세계로 들어가야 한다던데, 신승은은 스스로 더 크고 넓은 세계로 확장되기를 기꺼이 받아들인 사람 같다. 먹먹한 가을과 차갑고 시린 겨울을 지나, 봄을 거부하기엔 그 봄이 너무도 분명하게 다가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조유림
연극하고 연구한다. 신승은의 노래와 노래할 때의 모습을 사랑하는 사람들 중 하나.
Credits
기타 보컬 – 신승은
일렉기타 – 김정민 (track 3)
베이스 – 김정민 (track 2,3)
드럼 – 무이 (track 3)
작사 작곡 – 신승은
편곡 프로듀싱 – 신승은 (track 1, 2), 김정민 (track 3), 김인영 (track 4)
녹음 믹스 마스터 – 김정민 @studio wansung
드럼 녹음 – 브래드 @wheeler music (track 3)
아트웍 – 이담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