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와 미래를 떠도는 시간 여행자들, 문없는집 FL [MIRAE COMPLEX Pt. 2] 발매 기념 인터뷰
우리는 자꾸만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본다. 때로는 과거를 후회하고, 행복했던 지난날을 오래도록 추억한다. 한편으로는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를 상상하며 불안과 걱정 속에서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 문없는집은 이처럼 한정된 시간으로 인해 고통받는 증상을 ‘MIRAE COMPLEX’라고 정의한다.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 본 시간 여행과 타임 슬립 소재를 문없는집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MIRAE COMPLEX]는 그들의 첫 번째 정규 앨범이다. 비록 Pt. 1과 Pt. 2로 나뉘어 시간차를 두고 발매되었지만, 두 작품은 결국 하나의 긴 이야기로 이어진다. 과거의 노스탤지어와 미래를 향한 디스토피아적 상상, 그리고 시간 여행 끝에 도착한 곳, 현재까지.
온스테이지 2.0 출연으로 주목을 받으며 그들만의 온도로 천천히 세계를 넓혀온 문없는집과 함께 시간과 기억, 그리고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들어보았다.
Q. 문없는집 멤버분들 각자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성준 : 안녕하세요, 저는 문없는집에서 드럼과 밈을 담당하고 있는 박성준입니다.
여진 : 저는 문없는집에서 베이스를 치고 있는 송여진입니다.
효진 : 저는 문없는집에서 노래를 쓰고 부르는 손효진입니다.
민식 : 기타치고 있는 김민식입니다.
Q. (성준님은) 밈을 담당하고 계시다고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성준 : 제가 MZ식 밈이나 SNS 같은 요즘 유행하는 것들을 많이 접하는 편인데요. 그걸 이 친구들한테 얘기하면 항상 잘 몰라서 제가 설명해줘야 하거든요. “이게 요즘 유행하는 거다.” 그런데 이 친구(여진)는 항상 알면서도 이해 못하는 척을 해요.
민식 : 아니야, 아니야. 성준이가 지금 되게 꺼드럭거리는데요. 정확하게는 트렌드를 잘 따라가고 있는 건 여진이고, 성준이는 한물간 밈을 가지고 와요. 그래서 반응이 싸늘할 뿐이죠. 성준이는 ‘왜 이걸 모르지? 시대에 뒤처진 녀석들’ 이렇게 생각하는 거죠.
여진 : 딱 그 말하고 싶었는데. (웃음)
효진 : 그래서 보통은 못 들은 척합니다.
Q. 최근 근황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여진 : 무사 졸업을 위해서 수업 안 빠지려고 열심히 듣고 있어요.
효진 : 그래서 티셔츠를 3일째…
여진 : 아, 근데 시험기간이었고! 1교시가 연속으로 있었고!
민식 : 대단하다.
성준 : 저도 민식이처럼 대학원생인데, 졸업이 가까워지면서 논문쓰고 실험하고 있습니다.
효진 : 저는 이번 문없는집 앨범 작업과 장편 영화 음악 작업을 같이 해오고 있었어요. 그래서 어쩌다 보니 한 10곡 정도 길이의 앨범을 2개… 작업하고 있습니다.
민식 : 저도 최근엔 집중적으로 앨범 작업을 했어요. 그외엔 계속 논문 쓰고, 다듬고, 연구하고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Q. 이번 앨범 작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민식 : 처음 이야기를 꺼낸 건 2019년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기억하는 게 맞다면요. 그때 군대에 있다가 잠깐 나와서 효진이랑 만났는데, 밥을 먹으면서 “정규를 이런 식으로 해보고 싶다”는 얘기를 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구상은 그때부터 시작됐던 것 같고요. 그런데 계속 “하자, 하자” 하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미뤄지기도 하고, 다른 작업들이 우선이 되다 보니 계속 뒤로 밀렸어요. 그러다가 “이제는 본격적으로 작업을 해보자” 하고 들어가게 된 게, 제 기억이 맞다면 2025년쯤이에요. 무려 한 6년 동안을 제가 질질 끌었죠.
효진 : 근데 끌었다고 하기에는 뚜렷한 틀이 있었던 건 아니고요. 그냥 ‘이런 아이디어로 어떤 컨셉추얼한 앨범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어요. 그 사이에 “이 노래를 해볼까? 저 노래를 해볼까?” 하는 얘기를 가끔 하긴 했는데, 저희가 EP 앨범으로 먼저 데뷔해서 활동을 하다 보니까 “그다음에는 어떤 색을 보여줄까?” 이런 얘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EP 단위 작업을 계속하게 됐고요. 현실적으로는 그 당시 저희가 모두 학생이었고, 밴드를 전업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상태도 아니라서 여러 가지 일들에 밀려 후순위로 가게 됐던 것 같아요.
민식 : 앨범의 처음 구상이 어떻게 시작됐는지를 말씀드리면, ‘MIRAE COMPLEX’라는 이름이 붙은 건 비교적 최근이지만 돌이켜보면 [Happyhappyhappylife] 때부터 시간을 붙잡고 싶다는 주제의 곡들을 계속 선보였던 것 같아요. 그런 이야기를 좀 더 길게 풀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고요. ‘붙잡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시간을 붙잡고 싶다는 건 한편으로는 굉장히 내면적인 감정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스펙터클하게 풀어낼 수도 있는 거잖아요. 굉장히 판타지스럽고 SF적인 이미지로도 확장될 수 있고요. 그런 이미지에 꽂혀서 이걸 앨범으로 풀어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구상하게 됐던 것 같아요.
효진 :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과거에 만들어진 SF 영화에 관심이 많았어요. 예를 들어, <블레이드 러너>는 배경이 2019년인데 이미 그 시간이 지나버렸잖아요. 그 영화에서 그렸던 시간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시간이 된 거고요. 그래서 저는 과거에 상상한 시간과 실제로 도달한 미래 사이의 불일치, 그 괴리에서 흥미를 느꼈었어요. 시간이 꼭 선형적으로만 흐르는 게 아니라 과거에 상상했던 그 미래도 어딘가에는 존재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판타지 같은 상상을 많이 했고요. 이런 것들을 작업으로 풀어내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민식이) 얘기한 것처럼 저희가 지금까지 써온 가사들을 돌아보면 지나간 날들을 회고하는 내용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런 부분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Q. 구상 단계부터 두 편으로 나누어 발매할 계획이 있으셨나요?
효진 : 처음에는 하나의 정규 앨범으로 구상했어요. 미래와 시간에 대한 컨셉추얼 앨범을 만들어보자는 방향이었는데,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5~6년 동안 계속 아이디어를 쌓아두다 보니 곡들이 늘어나게 됐어요. 그래서 2025년에 앨범으로 내자고 결정했을 때, 한 장에 담기에는 어렵겠다는 판단이 들어 나누게 됐습니다.
민식 : 제 기억이 맞다면 효진이 2023년쯤 트랙을 엄청 많이 수록하고 싶다고 했어요. 그래서 2026년에 굉장히 후회하게 됩니다.
효진 : 저는 후회하지 않아요.
민식 : 저는 마감하기 이틀 전에 굉장히 후회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다시 행복해졌습니다. 처음 구상할 때, 얘기 나왔던 앨범이 The Smashing Pumpkins의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인데 이 앨범을 효진이가 엄청 좋아했거든요.
효진 : 지금도 제 최애입니다.
민식 : 그런 컨셉츄얼한 것을 꼭 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던 것 같아요.
Q. 그럼 컨셉을 먼저 설정한 뒤에 트랙 작업을 진행하신 건가요?
민식 : 네, 맞습니다.
효진 : 네, 거의 그런 방식으로 작업이 진행됐어요. 그렇지 않은 곡들도 있었나?
민식 : 저도 다른 작업들을 해보면 청각적인 흥미를 쫓아서 시작하는 경우가 되게 많았고, 그런 작업들도 굉장히 재밌었어요. 그런데 문없는집 이번 정규는 컨셉이 먼저 정해진 다음, 앨범 안에서 각 트랙이 맡을 기능적인 역할, 이를테면 “이 트랙은 이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식으로 먼저 정해두고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방향에 맞춰 작업하려고 굉장히 많이 노력했어요.

Q. 이번 앨범 [MIRAE COMPLEX]의 세계관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효진 : 세계관이라고 하면 조금 거창하게 느껴지긴 하는데요. 작년 초에 앨범을 내야겠다고 구상하면서 마치 소설가가 글을 쓸 때 목차를 정리하듯이 적어둔 일종의 맵(map)같은 게 있어요. ‘미래’라는 소재와 연루되는 단어들이 어떤 것들이 있을까 생각하면서 유통기한과 미래, 폐허와 미래, 타임캡슐과 미래, 기술과 미래, 꿈에서 본 미래처럼 여러 키워드를 떠올렸어요. 그중 Pt. 1은 ‘시간 여행과 미래’를 중심으로 잡았고요.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인물이 꿈을 통해 자신이 깨어나고 싶은 시절로 되돌아가고, 그 꿈속에서 시간 여행을 하게 되는 이야기예요. 과거로 돌아가 어린 시절 친구의 모습을 마주하기도 하고, 무너진 폐허 속에 모여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각 트랙별로 인물을 설정했어요. Pt. 1은 그렇게 시간 여행을 하는 ‘멜랑콜리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Pt. 2 역시 시간 여행과 미래라는 소재를 공유하고 있지만 결은 조금 달라요. Pt. 1이 과거의 아스라한 노스탤지어에 가깝다면, Pt. 2는 보다 현재에 가까운 SF, 어떻게 보면 디스토피아적인 상상을 바탕으로 전반부를 구성했어요. 그리고 시간 여행 끝에 ‘결국 무엇이 우리의 기억에 남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싶어 그 내용을 후반부에 담았습니다. 그래서 Pt. 2는 전반부와 후반부의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질 거예요.
민식 : 너무 모든 걸 다 알려드린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갑자기 들었습니다…
Q. 리스너가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두길 원하시나요?
민식 : 저는 좀 열어두고 싶은 편인 것 같아요.
효진 : 사실 이 내용이 작업을 하는 데 지표가 되긴 했지만 그대로 드러났다고는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설명을 드리면 오히려 그 방향으로만 이해될까 조금 걱정되기도 하네요.
민식 : 해석이 고정되어버릴 수 있으니까요.
Q. 여진님과 성준님은 이 컨셉과 세계관을 처음 들었을 때 어떤 인상을 받으셨나요?
성준 : 점점 스며들었던 것 같아요. ‘아, 이런 소재로도 이렇게 멋진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진 : 저도 비슷했어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지? 이게 어떻게 이렇게 연결이 되지?’ 이런 점들이 신기했고요. 저는 그게 너무 어렵게 느껴졌거든요.


Q. Pt. 1과 Pt. 2에서 시간을 바라보는 태도가 다르게 느껴지는데 이렇게 구분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민식 : 가장 현실적인 이유부터 말씀드리면 그동안 저희가 EP 3장과 여러 싱글을 내왔는데 다음으로는 시간, 기억, 미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걸 기존 작업물들과 유기적으로 연결해 풀어나가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Pt. 1은 자연스럽게 이전 앨범들과 비슷한 결을 가져가게 됐고, 그 과정에서 노스탤지어가 중심이 된 것 같아요. 그렇게 하나의 앨범으로 풀어내고 나니까 Pt. 2에서는 조금 더 도전적인 방향을 시도해보고 싶었어요. 어떻게 보면 또 한 번 10곡 단위로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거잖아요. 같은 톤으로 반복하기보다는 다른 각도로 접근해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Pt. 1은 몽글몽글한, 조금은 축축한 노스탤지어를 상상했다면 Pt. 2는 좀 더 드라이한 이미지로 가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효진 : 시차가 있었던 것 같아요. Pt. 1에 수록된 곡들은 2019~2020년쯤 앨범을 처음 구상했을 때 써둔 곡들이 꽤 있었거든요. ‘내가 태어난 해 여름’이나 ‘Party party party!’ 같은, 그 시기에만 나올 수 있는 감정과 생각을 담았던 것 같아요. 반면에 앨범 단위로 이걸 내자고 결정한 이후에 곡들을 정리하다 보니, 2024년 <타임캡슐> 공연을 준비하면서 만든 곡들이 Pt. 2에 들어가게 됐어요. 활동을 쉬던 시기에 “한 번 모여서 공연을 해볼까?” 하는 식으로 시작했던 프로젝트였는데, 그때 썼던 미공개곡들이 자연스럽게 그 다음 이야기로 이어진 거죠. 그래서 결과적으로 두 앨범 사이에는 시간적인 간극이 있었고, 그게 분위기 차이로 이어진 것 같아요. 어떤 전략이 있었다기보다는 흐름을 따라가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아요.
민식 : 맞는 설명인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큰 주제 안에서 곡들이 시기별로 나뉘어 있는데요. 말씀드렸듯이 2019년부터 작업해온 곡들과 비교적 최근에 같은 주제로 작업한 곡들이 있었는데, 이걸 섞을지 아니면 구분할지를 고민하다 저희는 구분하는 쪽을 선택했거든요.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나이를 먹으면서 이 주제를 바라보는 태도가 바뀌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어릴 때일수록 과거에 대한 노스탤지어에 더 끌렸던 것 같고, 그런데 지금의 제 상태는 오히려 Pt. 2 후반부에 더 가깝다고 느끼거든요. 그런 경험과 생각들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나뉘게 된 것 같습니다.
효진 : 앨범을 내야겠다고 결심하고 작업을 시작하면서, 가사를 쓰기 위해 일기장을 쭉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2023년부터 계속 일기를 써왔는데 4~5년치를 훑어보니까 시기별로 감정이 확연히 나뉘더라고요. 2019~2020년쯤에는 앞으로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 지에 대한 순수한 관심이 있었어요. 이런 말들이 적혀있었어요. ‘사람들의 관심사는 역시 언제나 앞으로의 일 인것 같다’, ‘정치인은 재선을 걱정하고, 올해 장마가 얼마나 길 지를 예상하고, 확진자 수를 예측하고…’ 그리고 당시에 코스모스 같은 책을 보면서 우주를 상상했던 20세기 사람들의 시선을 상상하고 그랬어요. 그런데 2022년부터 최근까지의 일기를 보면, 나의 변화하는 환경과 주변 사람들 이야기, 그리고 그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기억에 남는 순간의 단상같은 것들이 묘사되어 있었어요. 실제로 Pt. 2 후반부 곡들의 가사도 메모장이나 일기장에서 가져온 조각들이 많은데, 대부분 비교적 최근에 쓴 글들이었어요. 그런 차이가 앨범으로 이어진 것 같아요.
Q. 리스너들이 앨범을 감상할 때, 특별히 염두에 두고 들으면 좋을 포인트가 있을까요?
효진 : 오히려 염두를 안 하셨으면 좋겠는데요… (웃음) 처음 들으실 때는 최대한 백지 상태에서 쭉 들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민식 : ‘MIRAE COMPLEX’라는 타이틀을 공유하고 있긴 하지만, Pt. 1과 Pt. 2는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거든요. Pt. 1이 좀 더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구조라면, Pt. 2는 상대적으로 옴니버스적인 구성이어서 그 차이를 느끼면서 들어보셔도 좋을 것 같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두 앨범이 거울처럼 반사되는 지점이 있다고 느껴요. 그런 부분이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효진 : Pt. 1과 Pt. 2가 결국 전하고 있는 메시지는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다른 경로를 거쳐왔지만 하나로 귀결되는 느낌이 있어서 그런 흐름으로 들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Q. Pt. 2 앨범은 현실을 기반으로 한 시간 여행으로 이해해도 될까요?
효진 : 네, 그렇게 보셔도 될 것 같아요. 제가 작업할 때 참고했던 노트에도 그렇게 정리를 해두었거든요. Pt. 1에서는 과거의 SF 영화처럼 미래가 밝고 희망적인 방향으로 그려지잖아요. 기술이 발전하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고, 어쩌면 영생에 가까운 상태까지 갈 수 있을 거라는 상상 같은 것들이요. 반면에 Pt. 2는 보다 현재적인 SF를 반영한 것 같아요. 밀레니엄을 지나오면서 과거에 꿈꿨던,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열망이 실제로 많이 꺾이기도 했고요. 그런 흐름을 지표처럼 삼으며 작업을 했습니다.
민식 : Pt. 2에서는 6번 트랙 ‘조각들’을 기점으로 무드가 확 전환되는데, 그 위치에 그 트랙이 들어가면서 환기가 되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게 적절하다고 느꼈어요.
효진 : 맞아요. 그냥 자연스럽게 ‘조각들’ 위치는 고정되어 있었어요. 오히려 그 앞에 어떤 트랙을 배치할지를 고민하면서 비워둔 시기가 있었어요.
민식 : 그 빈 부분은 리스너 분들이 채워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만약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된다면, 과거와 미래 중 어디로 가보고 싶으신가요? 또 과거로 간다면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고 싶으신지도 궁금합니다.
효진 : 가고 싶지 않아요. 그냥 현재를 살고 싶어요.
민식 : 진짜 언행일치다. 앨범이랑 동일하게 가네.
효진 : 가면 돌아올 수 없잖아요.
Q. 그런데 [MIRAE COMPLEX] 앨범 설정대로라면 다시 돌아오게 되는 것 아닌가요?
효진 : 그러네요. (웃음) 근데 어디서 들었는데, 과거로 돌아가는 건 기술적으로 아예 불가능하고 미래로는 갈 수 있는데 돌아오는 건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여진 : 저는 과거로 가고 싶어요. 기억을 유지한 채로, 다른 방향으로, 다시 살아보고 싶어요.
효진 : 그럼 애늙은이가 되는 거네?
여진 : 고민하다가 안 했던 것들, 못 했던 것들 해보고 싶어.
성준 : 막 시험 100점 맞고?
여진 : 근데 기억을 가지고 돌아가도 그건 안 될 것 같아. (웃음)
성준 : 저도 안 가는 쪽이긴 한데, 굳이 고르자면 미래로 가보고 싶어요. 현재 내가 지내고 있는 이 순간도 결국 지나면 과거가 되잖아요. 과거로 언제든 갈 수 있다고 하면 현재를 충실하게 살지 못할 것 같아요. 그래서 미래를 고르고 싶어요.
효진 : 미래로 가면 늙어있지 않을까?
성준 : 그래서 사실 안 가고 싶긴 한데… (웃음) 저는 Pt. 1, Pt. 2를 모두 듣고 나서 결국 ‘현재의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자’는 생각으로 귀결되는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영화 <어바웃 타임>이랑도 비슷한 결론인 것 같아서, 저도 그렇게 느끼고 있습니다.
민식 : 저는 완전 과거로 가고 싶습니다.
효진 : 아, 진짜?
성준 : 비트코인 살 거야?
민식 : 생각해 보세요. 일단 돈을 많이 벌 수 있고, 그러면 문없는집 활동할 때도 믹스나 마스터를 못 맡기는 상황 같은 것부터 해결할 수 있잖아요. 2026년 4월 기준으로 제가 알고 있는 히트곡들을 가지고 과거로 돌아가면 어떻게 될까요?
효진 : 그런 영화 있잖아요.
민식 : 맞아요, 비틀즈 노래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비틀즈 곡들을 들고 나타나니까 사람들이 난리가 나는 그런 영화가 있거든요. 조금 더 확장해서 말해보면, 저는 인생을 한 번만 사는 게 아깝다고 생각해요. 세상이라는 곳은 굉장히 큰 콘텐츠인데, 하나의 몸에 갇혀서 딱 80년 정도 살다가 가잖아요. 이 삶이 끝나고 나면 새로운 캐릭터로 또 한번 살아보고 싶고, 이런 생각을 해요.
효진 : 윤회를 믿어요?
민식 : 믿진 않는데, 그런 거 있잖아요. 이 세계는 시뮬레이터고, 우리는 시뮬레이터 속 캐릭터고. 저는 가끔 그러길 바라는 것 같아요. 지금 삶이 끝이 아니고, 다시 시작할 수 있음 좋겠다.
효진 : 이런 얘기를 많이 해가지고 제가 인셉션 당했어요(?) 처음에 이 앨범 구상할 때도 “나는 영생을 하고 싶어” 이런 말을 했거든요.
Q. 영생을 살고 싶으신가요?
민식 : 네, 저는 영생하고 싶어요. 영생하고 싶지 않으신가요?
효진 : 제 주변 친구들한테 물어보면 다 안 하고 싶다고 답하거든요. 근데 민식은 주변에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무조건 매트릭스지” 이렇게 대답한대요.
민식 : 매트릭스까진 아니더라도 오래 살고 싶은 욕망은 다들 있는 것 같아요.
성준 : 나도. 영생하고 싶어. 이 인간 문명이 어떻게 변할지 궁금해.
Q. 만약 영생이 가능하다면, 지금의 모습으로 영생하는 것과 나이가 든 상태로 영생하는 것 중 어떤 쪽을 선택하시겠어요?
성준 : 지금 상태로 영생하고 싶어요.
효진 : 그거 진짜 슬퍼. 영화 <올란도> 봤어?
성준 : 주변 사람들 다 늙고 나혼자 남은? 그렇긴 하겠다. 근데 나이 들어서 흰머리 나도, 과학 기술이 발전해 계속 건강하다는 가정이 있으면 늙어가도 좋지. 건강만 하다면.
효진 : 가늘고 긴 삶…
민식 : 근데 영생이라고 하면 보통 나만 남고 다른 사람들은 다 죽는 상황을 떠올리시는 것 같은데,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모두가 생명을 유지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잖아요. 지금도 예전보단 평균 수명이 늘어난 시대니까.
효진 : 그래도 완전한 영생은 디지털 세계가 아니면 불가능할 것 같아요. 디지털에는 풍화가 없잖아요.
민식 : 제가 생각한 것과 많이 다르네요. (웃음) 영생하기 위해 디지털 세계로 들어가야만 한다면 그건 별로 원하지 않아요.
효진 : 예전에 앨범 구상하기 전에도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민식이 본인과 컴퓨터를 동기화할 거라고. 컴퓨터에 자기 데이터를 백업해 영생할 거라고. 육신은 없고, 정신만 들어가 있는 건데, 너무 기괴하지 않아요?
민식 : 죄송한데 존중해 주세요. 그럴수도 있는 거잖아요.
성준 & 여진 & 효진 : (웃음)
효진 : 그럴 수 있죠. 이러다 보면 ‘자아가 무엇인가?’ 이런 이야기까지 하게 되는거죠.
Q. 이렇게까지 현생에 머물고 싶어 하는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민식 : 저는 이 모든 게 하나의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희로애락이라는 게, 물론 우리는 기쁜 상태를 더 선호하긴 하지만 슬플 때도 있고 그렇잖아요. 그런데 그런 감정들까지 다 포함해서 하나의 콘텐츠라고 본다면, 영화를 볼 때 꼭 웃겨야만 좋은 게 아니라 울음이 나도 좋은 영화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삶도 그런 식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좋다고 느끼고요. 물론 좋은 환경에서 자란 영향도 있겠지만, 저는 전반적으로 삶이 좋아요.
성준 : 만족도 최상이네.


Q. 앨범에서의 설정처럼 과거가 예언되고 꿈을 통해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면, 인생 전체를 알고 가는 게 도움이 된다고 보시나요?
민식 : 이 질문의 핵심은 ‘알고는 있지만 바꿀 수는 없다’는 거잖아요. 어떻게 흘러갈지 알고는 있지만 그대로 가야하는거죠. 그렇게 봤을 때, 저는 굉장히 불행해질 것이라고 봐요. 자주성 같은 게 사라져버린다고 느껴지거든요.
성준 : 갑자기 내일 교통사고를 당한대. 그걸 알고 있어. 그럼 너무 불행하잖아.
효진 : 그게 양날의 검이지. 그래서 시한부처럼 간절하고 절박하게 현재를 살 수도 있는 거고. 결론적으로 바꾸지 못한다는 것. 그게 운명애고, 그게 비극이야.
Q. 운명이나 사주를 믿는 편이신가요?
성준 : 같은 사주를 가진 사람이더라도 살아가기 나름이겠죠. 순간순간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거죠.
효진 : 그런데 사실 믿느냐 아니냐에 따라서 또 크게 달라지는 건 없겠네요.
성준 : 근데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지. 나랑 한날한시에 똑같이 태어난 사람이 나랑 완전 똑같은 삶을 살진 않잖아. 하기 나름이다.
효진 : 그렇긴 하지. 민식은 사주 싫어하는데. 자주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데. 반박하려고… (웃음)
민식 : 근데 사주대로라면 같은 일시에 태어난 사람은 사주가 다 동일한 거 아니에요?
성준 : 같은 속성을 공유하고 있는 거야. MBTI 같은 거야.
민식 : 음. 그렇군요.


Q. 성준님은 현재 어떤 분야를 공부하고 계신가요?
성준 : 저는 화학공학과를 나와서 같은 전공 대학원에 진학했어요. 흔히 과학자하면 떠올리는 것처럼 비이커 들고 이것저것 섞으면서 실험하는 그런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Q. 그래서 컨셉포토를 연구원 컨셉으로 찍게된 걸까요?
효진 : 그건 아니였는데, 시간 여행과 관련된 소재를 고민하다가, 포토 작가님이 말씀하셨나, 저희가 먼저 이야기했나 기억이 잘 안 나네요.
민식 : 뭘요?
효진 : 저희가 왜 연구실에서 사진을 찍었죠?
민식 : 제가 그렇게 하고 싶었어요.
성준 & 여진 & 효진 : (웃음)
효진 : 역시 만족도 최상의 삶. 자주적인 삶.
성준 : 80년대 대학원생.
민식 : 대학원생이면 가운을 입어야한다고 제가 그렇게 강력 주장했던 것 같아요.
효진 : 아, 맞아. Pt. 1 앨범 준비할 때, 노스탤지어 이런 과거를 기반으로 생각하다 보니까 그런 설정을 하고 싶어 했어요. 80년대 대학원생이여야 된대요. 80년대는 알겠는데 도대체 대학원생은 뭔데?
성준 : 약간 찌든 연구원 같이.
효진 : 시간 여행을 연구하고 있는 그런 이미지로 찍었죠.
Q. 작업 과정에서 민식님의 의견이 비교적 많이 반영되는 편인가봐요.
효진 : 저는 따를 때는 따르고, 아닐 때는 다른 의견을 얘기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하면 ‘뭔가 믿는 구석이 있나 보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자주적인 삶까지는 아니고 약간 덜 자주적인 삶…? (웃음)
민식 : 모두가 확신이 없는 건 똑같아요. 그렇지만 수만가지 선택이 있을 때, 저는 확신이 없어도 있는 척하면서 이야기하는 것이 믿음을 준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접근하는 것 같아요.
효진 : 사실 믿음이라는 것도 단단한 근거가 없는데 믿음 때문에 믿음이 생기는 그런 케이스가 많은 것 같아요. 저도 그렇게 세뇌를 하며 살아야겠어요.

Q. 시간 여행에서 돌아와 전하고 싶은 소감이 있을까요?
효진 : 여행자의 시선으로 보면 다르게 보이는 지점들이 있잖아요. 저도 그런 걸 일부러 연습해본 적이 있는데요. 어디 여행을 가면 버스를 타거나 걷는, 그런 일상적인 행동조차도 다 특별하게 느껴지잖아요. 그래서 돌아와서도 집 근처에서 똑같이 해본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내가 내 삶을 살고 있다기보다, 다른 존재가 잠깐 와서 제 눈을 빌려서 살아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감각이었어요. 어릴 때는 그런 감정을 더 자주, 강하게 느꼈던 것 같아요. 늘 가던 길이 아니라 다른 길로 돌아갈 때 느껴지는 그 묘한 설렘 같은 거요. 그래서 시간 여행을 하고 돌아온 감각도, 결국은 여행자의 시선으로 내 일상을 다시 바라보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순간순간에 더 감동하게 되고, 작은 일들을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되는, 그런 쪽으로 귀결되는 것 같아요.

Q. 앞으로 예정되어 있는 활동이나 스케줄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효진 : 5월 16일에 부산 오방가르드에서 공연을 하고요. 그리고 6월 12일에 롤링홀에서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을 합니다. 6월 12일 금요일 오후 8시. 저희가 여태까지 했던 것중에 가장 심혈을 기울여서 만들고 있습니다.
민식 : 역대급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단계 레벨업된 공연을 보여드리고자 여러 전문가분들과 함께 준비하고 있어요. 연주적인 부분도 더 타이트하게 다듬고 있고, 비주얼적인 요소에도 특별히 신경 쓰고 있습니다.
효진 : 그리고 피지컬 CD도 정식으로 발매할 예정입니다.
Q. 마지막으로 팬분들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민식 : 안녕하세요, 미국에 살고 있는 20대 김민식입니다. 다들 무탈하게 평안하게 보내시길 바라고, 저희 이번에 앨범 열심히 준비했고, 공연도 심혈을 기울여서 준비하고 있으니까 많은 관심 부탁드리고, 저희 음악 들으시면서 시간 여행해 보시면 흔치 않은 경험이 되실 겁니다. 잘 즐겨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효진 : 사실 두 번에 거쳐서 장기 프로젝트로 발매하긴 했지만 그래도 저희는 이 두 개의 앨범이 하나의 첫 정규 앨범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 정규를 처음 내고 나서야 비로소 팀이 다시 굴러가기 시작하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앞으로를 많이 기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여진 : Pt. 1과 Pt. 2 쭉 이어서 들어보면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이어서도 들어봐주세요.
성진 : 항상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저희가 좋아하는 음악 계속해 나가겠습니다. 그리고 공연 준비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많이 기대해 주세요.
Interview | 구은영
사진제공 | 문없는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