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호함을 따라 다시 찾은 재미, dress, Raf Sandou EP [MOHO] 발매 기념 인터뷰
때로는 명확함보다 모호함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dress와 Raf Sandou의 EP [MOHO]는 이름처럼 모호한 경계 위에 놓인 앨범이다. 90~2000년대 R&B의 향수를 품고 있지만, 그 시절 감성을 단순히 재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현재의 시점으로 새롭게 재해석했다. 그 중심에는 Raf Sandou의 목소리가 있다. <SHOW ME THE MONEY 12> 출연 이후 래퍼로 인식되던 Raf Sandou는 [MOHO]를 통해 감미로운 싱잉과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dress에게도 [MOHO]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어줄 앨범이다. 인디펜던트로 선보이는 첫 작업물이자, 새롭게 만든 레이블 ‘Other things’의 출발이기도 하다. 마크, 미연, 백현 등 내로라하는 K-POP 아티스트의 앨범을 프로듀싱하며 커리어를 쌓아온 dress는 이번 작업을 통해 음악을 만드는 재미를 다시 떠올렸다고 말한다. 프로듀서이자 아티스트인 dress를 만나, [MOHO]에 담긴 에피소드, 그리고 앞으로 그가 펼쳐갈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Q. 안녕하세요, dress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에 dress, Raf Sandou [MOHO]라는 앨범으로 돌아온 dress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Q. 먼저 근황부터 여쭤보고 싶어요.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앨범 나온 지 이제 일주일 다 되어가는 것 같은데, 홍보를 계속하고 있어요. 챌린지 반응이 저희가 기대한 것보다 너무 좋아서 거기에 맞춰 좀 더 많은 분들이 (노래를) 들을 수 있게 열심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Q. 앨범 발매되고 나서 반응이 좀 어떤가요?
프로듀싱 작업이 아닌 제 이름으로 낸 앨범 중에서는 가장 반응이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조금 어리둥절하기도 해요. 지표나 차트로 (결과가) 보이니까 저도 그렇고, Raf도 재밌어하고 있어요. Raf 같은 경우에는 <SHOW ME THE MONEY 12> 이후 처음 나온 음원인데, 본인 말로는 방송 당시 음원이 차트에 올랐던 것 말고는 이런 반응이 처음이라 기분이 정말 좋다고 하더라고요. 본인도 신나서 열심히 홍보하고 있고, 저도 여기저기 연락해 부탁하고 있습니다.
Q. 인스타그램 매거진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도 이번 앨범을 계속해서 조명해 주고 있더라고요.
그러니까요. 정말 감사하게도요. 저희도 이렇게까지 많은 관심을 가져주실 줄 몰랐어요. 저희는 저희가 하고 싶은 걸 했는데, 흐름이 좋았는지 그걸 최대한 즐기면서 감사해 하고 있습니다.
Q. ‘dress’라는 활동명은 어떻게 짓게 되셨나요?
원래는 dress가 아니었어요. 제가 처음으로 냈던 싱글이 있는데, 그때를 기점으로 이름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입에 감기는 이름을 쓰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네이버를 켜고, 온갖 이름을 다 검색해 봤어요. 그러다 ‘dress’라는 이름을 아무도 안 쓰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dress로 정하고, 발매한 이후에 의미를 부여한 케이스예요. 어떤 인터뷰에서는 “제가 경상도 사람이라 dress로 붙여봤다”라는 식으로 말하기도 했고요. 인스타그램 아이디도 takeyourdress인데, 누가 물어보면 “제 비트를 드레스처럼 입혀주겠다는 의미”라고 답하곤 했어요. 사실 문법적으로 맞는 문장은 아니지만요. (웃음)
THEBLACKLABEL에 있을 때는 테디 형이 dress 앞에 뭔가를 붙이라고 하셨어요. “네이버에 dress를 검색하면 네가 진짜 드레스를 이길 수가 없다”고요. 그런데 저는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태양님도 진짜 태양을 이길 수는 없잖아요. (웃음) 그래서 이길 수는 없더라도 열심히 해보겠다고 했죠. 지금 생각해 보면 저한테 잘 맞는 이름인 것 같아요. 처음에는 ‘dress’라는 이름 때문에 저를 여성 아티스트로 아는 분들도 많았거든요. 제가 정체를 밝히지 않던 시절에는 특히 그랬어요.
Q. 프로듀서로 여러 아티스트와 작업하다 보면 각자의 취향과 방향성을 조율해야 하는 순간이 많을 텐데요, 그 과정에서 dress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통 방식이 있을까요?
작업에 앞서 스킨십을 가져보는 것 같아요. 여러 가지 장르를 시도해 보는데, 그러면서도 이 친구가 어떤 걸 원하고, 어떤 걸 좋아하는지 제 머릿속에 먼저 파악해두는 편이에요. 그다음에 그 친구가 가진 장점이 부각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제안하고요. 그래야 서로의 만족도도 높아진다고 생각해요. 물론 함께 작업하는 아티스트들은 가창자이자 프런트맨이기 때문에, 본인이 익숙하고 잘하는 것에 집중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그런데 그렇게만 하다 보면 제 기준엔 한정적인 방향으로 앨범이 나올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대화로 설득하려는 부분도 있어요.
Q. 상대방이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어필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할 것 같아요. 그런 순간에는 어떻게 맞춰가시나요?
아티스트마다 (성향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이건 정말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제가 생각한 의견이 맞다고 판단된다면 강력하게 피력은 하죠. 그런데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티스트도 있거든요. 그럴 땐 어느 정도 수긍하고, 가능한 범위 안에서 최선을 뽑으려고 해요. 저는 프로듀서가 어떻게 보면 남의 돈으로 제 예술을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작업할 때도 그 점을 계속 염두에 두려고 하고요. 그런데 이번 [MOHO] 같은 경우에는, 웃긴 말이지만 제 돈을 태워서 만든 앨범이잖아요. 그러면 아무래도 제 의견을 좀 더 피력할 수 있죠. (웃음)
Q. 협업은 보통 어떤 과정으로 시작되나요? 회사나 레이블을 통해 제안받는 경우, 그리고 서로 교류가 쌓인 뒤, 자연스럽게 작업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을 것 같아요.
(작업을 하게 되는) 몇 가지 루트가 있는데요, 먼저 리드를 보내주는 회사들의 경우엔 단순히 데모만 보내는 경우가 많고요. 그런데 마크나 미연 또는 최근에 작업하고 있는 림킴님, 이런 분들은 개인적으로, 또는 회사를 통해 연락을 받아 스킨십을 조금 가지고, 작업까지 이어진 케이스에요. 서로 알아가는 시간이 생기면서 그렇게 작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어요. 반면에 저랑 같이 앨범을 낸 Raf Sandou, sogumm, 키드밀리 (Kid Milli) 같은 경우는 제가 먼저 제안했어요. 작업을 해보면 이 친구랑 뭔가 해보고 싶다는 느낌이 올 때가 있거든요. 그렇게 하나씩 만들어보게 되었죠.
Q. dress님이 직접 제안해 시작된 협업과 의뢰를 받아 진행되는 프로듀싱 작업은 아무래도 접근 방식이 다를 것 같아요. 각각 어떤 지점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나요?
확실한 기준이 있어요. 제 앨범을 만들 때는 돈에 대한 개념을 크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 친구와의 관계에서 오는 재미, 함께 작업하며 생기는 즐거움을 더 중요하게 보는 편이에요. 지금까지 제가 만든 앨범들도 대부분 그런 마음에서 출발했고요.
반대로 프로듀싱 의뢰를 받는 작업들은 결과주의에요. 저는 프로듀서가 아티스트에게 돈을 벌게 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거든요. 제가 하고 싶은 예술을 해서 잘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경우가 많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협업하는 아티스트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 그리고 앨범 제작비에 상응하는 수익성을 결과로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책임감이 있어요. 차트인이나 저작료처럼 눈에 보이는 결과로 증명됐을 때 뿌듯함을 느끼고요.
반면 제 작품에서는 재미를 더 쫓는 편이에요. 그동안은 재미를 따라간 작업이 결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던 것 같기도 한데, 이번 Raf와 함께한 앨범은 작업 자체도 재미있었고 결과적인 수치까지 나오니까 더 즐겁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Q. 이번에 Raf Sandou님과의 호흡은 어땠나요?
Raf는 저랑 이전에도 작업을 여러 번 했어요. Raf가 저와 함께 다른 아티스트의 앨범 프로듀싱을 도와주기도 했고요. 그래서 이 친구가 뭘 잘하는지 이미 알고 있었고, 이 친구도 제가 제안하는 것들에 흔쾌히 따라줬던 것 같아요. 사실 사람들이 “얘가 랩이 아닌 노래를 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저는 전적으로 Raf가 잘 따라와 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왜냐면 앨범 작업을 할 때, 서로가 서로의 의견을 따라줘야 하는 경향이 반드시 있거든요. 끝까지 힘겨루기 하듯 (작업이) 이뤄지면 아웃풋도 듣기 빡센 음악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포인트에 있어 Raf와 잘 맞았고, 앨범도 잘 나온 것 같습니다.
Q. Raf Sandou님과는 어떤 계기로 함께 작업하게 되셨나요?
처음 알게 된 건 4~5년 전쯤이에요. 꽤 오래 전인데, 당시 Raf가 피처링을 되게 많이 했어요. 그때까진 본인 앨범이 없었거든요. 피처링으로 참여한 곡들을 듣고 제가 먼저 연락해서 “작업 한 번 해보자”라고 제안했는데, 당시에는 티키타카가 잘 이어지지 않았어요. 그렇게 시절 인연처럼 흘러가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러다 어느 날 키드밀리 (Kid Milli) 단독 공연에 놀러 갔는데, 대기실에서 누군가 저한테 인사를 하더라고요. 봤더니 본인이 Raf Sandou라고 하면서 “그때 답을 못 드려서 죄송했다”라고 하는 거예요. 저는 사실 완전히 잊고 있었거든요. (웃음) 그렇게 뒤풀이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 번 더 보자”는 말이 나왔고, 이후에 Raf가 제 작업실에 오게 됐어요.
마침 그때 마크 앨범을 프로듀싱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거 같이 해볼래?” 하고 물어봤고, 그렇게 붙잡히게 된 거죠. (웃음) 그런데 너무 잘하더라고요. 몇 번 같이 작업하다 보니 손발도 잘 맞는 것 같아서 제가 몇 곡을 더 같이 해보자고 제안했어요. 그렇게 만들어둔 곡들이 쌓였고, 이걸 앨범으로 내보자고 이야기한 게 이번 [MOHO]로 이어진 거죠. 재밌는 건 앨범을 내자고 먼저 이야기가 나온 뒤에 Raf가 <SHOW ME THE MONEY 12>에 나갔다는 거예요. 다행히 방송도 잘 됐고, 타이밍도 잘 맞아떨어지면서 앨범이 나오게 됐어요. 그래서 저는 정말 하늘이 도와준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Q.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SHOW ME THE MONEY 12>를 통해 Raf Sandou님을 알게 됐을 것 같은데, 방송 출연 이후 발매한 앨범에서 랩이 아닌 싱잉을 보여줬다는 점을 흥미롭게 느꼈을 것 같아요.
제가 다른 매체에서도 언급한 적 있었는데, 저는 Raf를 래퍼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왜냐면 저랑 작업할 때는 항상 싱잉을 했거든요. 근데 <SHOW ME THE MONEY 12>이 힙합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래퍼라는 프레임이 붙어 버린 거죠. 그렇지만 저는 항상 이 친구를 ‘랩을 할 줄 아는 보컬’로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것마저도 시기가 잘 맞았던 거죠.
Q. Raf Sandou님과 작업해 보고 싶다고 느낀 데에는 어떤 매력이 가장 크게 다가왔나요?
저는 음색, 목소리를 많이 보거든요. 이 친구 목소리가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목소리가 되게 좋다, 멜로디를 한 번 불러봐라” 요청했는데 그걸 잘 소화하더라고요. 그래서 이 친구를 단순히 래퍼라기보다 싱잉하는 아티스트, 가수로 인식하게 된 것 같아요.
Q. 이번 앨범 작업에 있어서 Raf Sandou님의 보컬적인 매력을 드러내기 위해 중점을 두고 디렉션 한 부분이 있었나요?
확실하게 목소리였어요. 이 친구 목소리가 되게 감미롭거든요. 감미로운 목소리를 부각시키려고 했어요. 이 친구가 참여한 모든 곡을 들어보진 못했지만, 기존과는 다른 목소리를 보여주려고 집착을 좀 했죠. 제가 웬만하면 녹음 디렉을 직접 보는 편인데, “더 감미롭게 불러라, 가성을 써봐라” 이런 점에서 확실하게 디렉션을 줬어요. Raf 입장에서도 제가 형이니까 바로 따라와 줬죠.
이번 앨범 전반적으로 봤을 때도 모두 감미로운 곡들이거든요. 이런 점을 나름 의도했어요. 왜냐면, 이건 그냥 제 생각인데, 사람들은 <SHOW ME THE MONEY 12>에 나온 Raf Sandou 정도로만 알지 이 친구의 목소리를 기억하진 않거든요. 더군다나 타블로, 개코 형님처럼 사람들이 구분할 수 있는 래퍼의 목소리를 가진다는 게 정말 어렵거든요. 그런데 보컬의 목소리를 구분하는 건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이지 않더라도 비교적 쉽거든요. 그래서 Raf Sandou 목소리에 대한 인식이 아직 정립되지 않았으니 이런 점을 밀어야겠다고 생각했죠.

Q. R&B라는 장르를 선택하신 것도 설득력 있게 다가왔어요. 이 방향은 어떻게 잡아가게 되었나요?
이번 앨범의 시발점이 됐던 곡이 ‘Skin of gold’였어요. 처음에 제가 비트 만들고, Raf한테 들려주면서 “우리 이런 거 하자”라고 말했거든요. 이 곡이 90년대 R&B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요. 그래서 전체적인 방향은 90~2000년대 R&B로 잡되, 너무 컨셉추얼하지 않도록, 얼터너티브 R&B에 가깝게 풀어보기로 했어요. 그리고 Raf는 99년생이라 90년대 R&B를 잘 모를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녹음할 때도, “벌스 (Verse)를 네 스타일대로 뿌려라” 그렇게 주문하고, 한 곡씩 쌓아가게 됐죠.
Q. 보컬 전공하던 시절에도 R&B를 좋아하셨나요?
네. R&B 좋아했고, 휘성님을 정말 좋아했어요. 예전에 YG 엔터테인먼트 안에 R&B 전문 레이블인 M.Boat(엠보트)라는 회사가 있었어요. 거기 오디션도 자주 보러 가고 그랬어요. 그런데 어쩔 수 없이 보컬 전공을 하다 보면 재즈로 가야 하는 상황이 오거든요. 제가 학교 다닐 당시엔 커리큘럼 때문에 어쩔 수 없었어요. 최근에는 시스템이 많이 바뀌었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전공인 재즈를 미친놈처럼 공부했죠. R&B, 발라드, Rock 이렇게 두루두루 좋아했지만, 그중에서도 R&B를 가장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앨범 작업이 더 재밌게 느껴졌나 봐요. 감수성에 좀 젖었던 것 같아요.
Q. 보컬을 전공하셨던 경험이 지금의 작업 방식에도 영향을 끼치는 부분이 있을까요?
제가 보컬을 전공하다가 작곡으로 전향했기 때문에 확실하게 디렉을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노래를 직접 불러주는 게 제일 설명하기 쉽거든요. 불러주지 못하면 계속 추상적인 설명을 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Raf한테도 직접 불러주면서 “이렇게 가봐라. 이런 느낌으로 해봐라” 예시를 들어줄 수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보컬 전공한 게 참 다행이죠. 제가 중학교 2~3학년쯤부터 입시를 시작했는데, 한때는 그 시간이 아까웠어요. 처음부터 작곡 공부를 할 걸 후회도 하고. 그런데 허투루 쓴 건 아니었어요. 그 시간이 결국 다 돌아오더라고요.
Q. 오히려 가창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부분도 있나요?
제 쿠세(버릇)가 나오지 않게끔 노력해요. 쿠세라는 건 좋지 않은 습관인 거죠. 아무래도 직접 노래를 들려줄 때, 저만의 버릇이 나오기 마련이거든요. 그걸 최대한 깎으면서 보여주려고 하죠. 음정이나 최소한의 느낌만 참고할 수 있게끔. 비유하자면 레이블마다 선호하는 보컬 스타일이 있잖아요. 예를 들어, JYP는 박진영님 같은 느낌, YG는 예전에 박봄님 같은 느낌. 배우는 과정에서 그런 부분을 따라갈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이해를 돕기 위한 정도고, 가창자가 본인 것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열어두는 거죠.
Q. 보통 녹음할 때, 소요되는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리나요?
이것도 완전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데, 빨리 끝나는 경우도 있고, 오래 걸리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도 최소한으로 끝내려고 하거든요. 저는 친한 아티스트한테는 녹음하기 전에 목을 꼭 미리 풀고 오라고 해요. 꼰대 같은 마인드일 수도 있는데, 저는 입시를 오래 했으니까 녹음실을 대하는 태도나 자세, 그런 게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녹음하러 와서 목 풀 수도 있지만, 시간을 허비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강요까진 아니더라도 아티스트 분들한테 부탁을 하죠.
Q. 지금까지도 dress님의 음악 취향에 영향을 준 아티스트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휘성님의 2, 3, 4집을 정말 미친 듯이 들었어요. 저희 세대에는 휘성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노래도, 가사도 정말 잘 쓰셨고요. 지금도 즐겨 듣습니다.
해외 아티스트 중에서는 정석이긴 하지만 Stevie Wonder와 Boyz II Men을 좋아했어요. 그리고 제가 입시를 준비하던 시절에 Billy Porter라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배우가 있었는데, 그분의 노래가 한때 한국 입시 판을 휩쓸었어요. 신용재님도 부르고 그랬거든요. 그분 노래도 많이 듣고, Maxwell 같은 네오 소울도 굉장히 좋아했어요. 한국에서는 아소토 유니온의 김반장님이 계신 윈디시티 밴드도 좋아했고요.
Q. 그런 음악적 기반이 THEBLACKLABEL에 들어가기로 결심하신 이유와도 이어져 있을까요?
네. 예전부터 YG가 제게는 우상 같은 존재였고, 마침 기회가 되어 꿈에 그리던 회사에 들어가게 됐어요. 지금은 K-POP 작업도 많이 하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제 기반은 R&B거든요. YG가 힙합 기반이기도 하지만, 전 의외로 힙합을 좋아하진 않았어요. 힙합은 군대 가서 처음 들었거든요. (웃음)
Q. 지금은 힙합도 즐겨 들으시나요?
나오면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들어요. 사실 힙합보다는 발라드를 좀 더 좋아했어요. 예전에는 가정집마다 CD 플레이어가 있었고, 옆에 CD 장이 있어서 거기에 앨범을 꽂아놓고 들었어요. 저희 부모님이 조성모를 굉장히 좋아하셨거든요. 제가 발라드 가수 중에 유일하게 좋아하는 분들이 딱 2명이었는데, 이수영 그리고 조성모님이었거든요. 그래서 조성모님 노래를 꽤 많이 들었죠. 더군다나 조성모 4집에 참여한 작곡가 황찬희님이 저와 동향이기도 해요. 그런 이유로 발라드 음악을 더 많이 듣고 공부했던 것 같아요.
Q. K-POP 작업을 할 때는 시장의 흐름이나 트렌드를 어떤 방식으로 파악하는 편이신가요?
무조건 멜론만 들어요. 제가 TOP100을 정말 병적으로 듣거든요. 오늘 오면서도 계속 들었고, 시간 날 때마다 틀어놓고 걸어요. 보통은 1절까지만 들어요. 2절까지 굳이 다 들을 필요가 없으니까, 1절 듣고 넘기고, 또 1절 듣고 넘기는 식이죠. 그렇게 듣는 게 ‘이런 게 유행이구나’하고 분석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그냥 자연스럽게 알고 체득하게 만들기 위해서예요. 해외 차트는 잘 모르겠어요. 요즘은 흐름이 거의 동시다발적이잖아요. 예전에는 해외에서 유행하던 게 1년 뒤에 한국에서도 유행하고 그랬다면, 지금은 해외에서 유명한 곡이 이미 멜론 차트 안에도 들어와 있어요. 그래서 크게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Q. 이번 앨범의 90~2000년대 R&B 바이브가 요즘 음악 시장의 흐름과도 잘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타이밍도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계셨나요?
물론 2000년대 Y2K 감성이 최근 트렌드인 건 맞아요. 그런데 프로듀서는 트렌드를 계속 파악하고 있어야 하지만, 어떤 흐름이 왔다고 해서 그걸 곧장 접목시키면 오히려 안되더라고요. 몇 수 앞에 오는 흐름을 느끼고, 그걸 계속 피부로 체득하고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저도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지만, 이제는 “이게 지금 유행이래. 만들자”는 식으로 접근하면 절대 안 된다는 걸 알아요. 사실 90~2000년대 바이브가 유행한 지도 꽤 됐잖아요. 그런데 그게 한국 시장 안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기까지는 1~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그래서 최근 1년 정도는 비슷한 무드의 트랙을 계속 만들어보고 쌓아두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걸 지금 꺼내본 건데 타이밍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Q. 그리고 90~2000년대 R&B의 향수를 담고 있지만, 지금의 감각으로 세련되게 풀어낸 지점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었나요?
음악적으로 조율을 했는데요, 예를 들어, ‘Skin of gold’ 같은 경우엔 드럼을 현대적으로 바꿨어요. Raf Sandou, DIMO REX, Joh! 같은 친구들에게 부탁할 때도 확실하게 디렉션을 줬거든요. 이걸 시대 음악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요. “형, 이거 90년대 스타일인데요? 그렇게 해볼게요”라고 접근하면 안 된다고 했어요. 그런 걸 의식하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뱉으라고 했죠. MGL 같은 경우에도 원래 제 작업 방식은 처음에 곡을 들려주고, 정리를 하기 위해 탑라인을 쓰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바로 헤드폰 쓰게 하고, 곡을 틀어준 다음에 자연스럽게 해보게 했죠. 그렇게 하다 보니 저희가 의도한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자연스럽게 섞인 것처럼 느껴지게 된 것 같아요.
Q. 자연스럽게 섞이도록 만든 앨범이라는 점이 인상적인데요, 그래서 이번 앨범명을 [MOHO]라고 짓게 되신 건지 궁금해요.
원래는 모호(MOHO)가 아니었어요. 예전부터 ‘Teenage Fantasy’를 언젠가 앨범명으로 꼭 쓰고 싶다는 로망 같은 게 있었어요. 막상 이번 앨범에 붙이려고 하니까 결이 안 맞는 거예요. 그러다 ‘MOHO’라는 단어가 딱 떠올랐어요. 제가 박찬욱 감독님을 되게 좋아하는데, 영화 <어쩔수가없다>를 보다가 초반에 ‘모호 필름’이라는 이름이 뜨는 걸 봤거든요. 그때 ‘모호’라는 단어를 의외로 많이 안 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뜻도 괜찮고, Raf도 <SHOW ME THE MONEY 12> 출연한 이후 어떤 경계에 서 있는 상태고, 저도 K-POP 프로듀서로 작업과 제 작업을 병행하면서 어떤 경계에 있는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MOHO]라고 정하게 됐어요. Raf도 영어로 쓰니까 되게 좋아하더라고요. 뭔가 제목이 주인을 만났다고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에전에 sogumm이랑 같이 했던 [Not My Fault]도 그렇고, 키드밀리 (Kid Milli)랑 했던 [Cliché]도 그렇고요. 고유명사처럼 찰떡인 이름들이 있어요. 이번 [MOHO]도 딱 붙길래 ‘이거다’ 싶었죠.
Q. [MOHO]를 모두 대문자로 표기한 이유도 있을까요?
제가 원래 대문자를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제 활동명 dress도 다 소문자로 쓰고 있어요. 그런데 앨범명을 정하면서 직접 몇 번 써보니까, 소문자는 이상하게 멋이 없었어요. 대문자와 소문자를 섞어서도 써봤는데, 결국 대문자로 쓴 [MOHO]가 딱이더라고요.


Q. 이번 앨범에는 안다영, OKASHII, JUNNY, DIMO REX 등 여러 아티스트 분들이 피처링으로 참여했어요. 각 트랙의 무드나 음색의 조화를 고려해 섭외한 라인업이었나요?
네, 맞아요. 먼저 다영님이 피처링한 트랙은 애초에 다영님을 염두에 두고 있었어요. 하루는 다영님이 작업실에 놀러 왔는데, 악기를 정말 잘 다루시거든요. 그래서 자리에 앉아보라고 하고, 생각해둔 코드가 있는지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이런 거지!” 하면서 바로 쳐주셨는데, 지금 곡에 들어간 루프가 그때 나온 그대로예요. 다영님이 20마디 정도 써주셨는데, 제가 그걸 잘라서 쓰고, 그 위에 탑라인을 쓴 다음 가사와 가창까지 부탁드리게 됐죠. ‘긴 밤으로 큰 집을 지어 널 기다리네, 어제처럼’은 발라드처럼 만들고 싶었어요. 가제가 ‘택시 안에서’였거든요. 제가 김연우님의 ‘이별택시’처럼 낭만의 시대에 쓰인 가사를 좋아하는데, 그런 정서를 오마주처럼 가져가 보고 싶었어요. 딱 떠오르는 가수가 다영님밖에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Skin of Gold’ 같은 경우에는 DIMO REX가 예담님인지 모르고 연락을 드렸어요. 어디선가 노래하시는 걸 봤는데 너무 잘하셔서 눈여겨보고 있다가 DM을 보냈거든요. 그런데 방예담 계정으로 답장이 온 거예요. 그렇게 성사가 됐죠. 예담님이 R&B를 정말 잘하시잖아요. 처음에는 Raf와 “이 곡을 환희나 케이윌님 같은 분들께 부탁해 볼까?”라는 이야기도 했어요. 시대적인 무드가 있는 곡이니까요. 물론 그분들도 정말 잘해주셨겠지만, 결국에는 요즘 세대의 젊은 친구가 이 곡을 불러야 재해석의 의미가 더 살아날 것 같았어요.
Q. 맞아요. [MOHO]가 흥미로운 건, 그 시대를 직접 겪지 않은 젊은 리스너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닿고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이런 반응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계시나요?
저도 신기해요. 2000년대 초중반에 태어난 친구들은 그 당시 유행하던 음악을 직접 접하지 못했잖아요. 제가 태어나고 자랄 때 유행했던 음악이 한 사이클을 돌아서 지금 다시 온 건데, 그게 너무 재미있어요. 그 감성을 얼핏 알고 있는 친구들이 “나 이거 아는데?” 하는 분위기를 깔아주고,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았던 친구들은 그걸 가지고 그냥 놀게 된 거잖아요. 그렇게 했을 때 뭔가 결과물이 나오는 게 되게 재밌었어요. 제가 시대의 한가운데 서 있는 느낌도 들고요. 예전에는 하루하루 살기 바빠서 시대의 흐름을 이해하기 어렵잖아요. 그런데 나이를 먹고 정체성이 잡히니까, 그 흐름이 조금씩 눈에 보이더라고요. 이 나이가 되니까 감각적으로도 알게 되고, 그걸 음악에 녹였을 때 사람들한테 반응이 오는 걸 체감하니까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Q. K-POP 작업을 통해 이미 큰 화제성을 가진 결과물들을 많이 경험해오셨을 것 같은데, 이번 [MOHO]의 반응은 유독 새롭게 다가온 것 같아요. 이번에는 어떤 점이 달랐나요?
프로듀싱할 때랑은 조금 다르더라고요. 프로듀싱은 아티스트의 영향이 커요. 제가 아무리 오목조목 조립해서 만들어가도, 아티스트가 그걸 잘 소화하지 못하거나 시대의 흐름과 맞지 않으면 결과로 이어지기 어렵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롤플레잉을 하는 Raf Sandou가 자기 역할을 잘해줬고, 타이밍도 잘 맞아떨어졌던 것 같아요. 챌린지 영상도 Raf가 직접 폰트 같은 걸 만들고 편집해서 올렸더라고요. 저도 처음에는 “오, 괜찮다” 정도로 봤는데, 그걸 어린 친구들이 따라 해서 자기 방식으로 만들어 올리기 시작한 거예요. 그걸 보면서 ‘요즘 감각을 가진 친구가 직접 만들었기 때문에 이렇게 된 건가 보다’ 싶었죠.

Q. 이번 앨범은 트랙별로 뮤직비디오가 존재하면서도, 이어놓고 보니 한 편의 영상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이 구성은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기획하신 건가요?
전적으로 제 의견이었어요. 제가 트랙별로 다 찍자고 했거든요. 발매 전에는 한 편씩 올리고, 나중에는 풀버전으로 유튜브에 올렸잖아요. 사실 처음에는 풀버전 한 편만 올리는 방향으로 제작을 시작했어요. 단편 영화까지는 아니더라도, 짧은 한 편의 영상처럼 만들고 싶었거든요. 이번 앨범이 제가 회사를 나온 뒤, 인디펜던트로 처음 작업한 앨범이기도 해서 좀 더 힘을 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그래서 밀어붙였죠. 그런데 결과적으로 잘 풀린 것 같아서, 운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다시 느꼈어요.
Q.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장면이 하나 있어요. ‘~할 때만’ 영상에서 Raf Sandou님과 JUNNY님이 각각 파란색, 빨간색 상의를 입고 등장하시잖아요. 이 부분도 의도된 연출이었나요?
전혀 아니었어요. 저희도 뮤직비디오 촬영 당일에 알았어요. 그날 JUNNY 대표님이 현장에 오셨는데, 그 부분을 물어보시더라고요. 전혀 의도한 건 아니었고, 마침 발매일이 선거일과 겹치기도 했잖아요. 제가 정치적인 발언을 하는 사람도 아니고요. 그래서 특별히 의미를 두지 않고 그대로 갔어요. 그 장면은 뮤직비디오 감독님의 연출 중 하나였어요. 단순히 두 사람이 스파링하는 모습을 담고 싶었던 거였는데, 그게 그렇게 해석될 줄은 몰랐죠.
Q. 더불어 인디펜던트로 선보이는 첫 작업이었잖아요. 직접 많은 것들을 해보니 어떠셨나요?
재밌으면서도 너무 힘드네요. 예전에는 아티스트 입장에서 회사에 불만을 가질 때도 많았는데, 막상 혼자 해보니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말 많은 일들이 이루어지고 있었구나 싶더라고요. 문서 작업부터 입금, 세금계산서 발행까지 자잘한 일이 정말 많았어요. 이번에는 제작비도 제가 직접 부담하다 보니 그런 부분까지 전부 챙겨야 했고요. 음악 작업은 또 작업대로 해야 하니까, 정말 멘탈이 나갈 것 같더라고요.
가사 검수라는 걸 이번에 처음 해봤어요. 사실 아티스트들은 대부분 가사를 쓰고 그냥 보내는 경우가 많거든요. 예전에는 누가 “dress님, 이 부분 가사가 이게 맞을까요?” 하고 물어보면, 제대로 보지도 않고 “아, 맞는 것 같아요”라고 했어요. (웃음) 그런데 이제는 혼자 하는 거니까 그러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검수를 몇 번씩 봤어요. 저작권 등록도 직접 해야 했고요. 뮤직비디오 촬영 때도 매니지먼트가 없으니까 제가 직접 택시를 불러서 현장까지 갔어요. 촬영장이 가평 쪽이라 거리가 꽤 있었거든요. 돌아올 때는 차를 얻어 타고 왔고요. 음감회 때도 다니는 샵이 없으니까 Raf Sandou 쪽에서 예약해 준 곳에 갔어요.
그래도 조금씩 적응해가고 있어요. 제 나름의 시스템을 만들고 있고, 당분간은 스스로 해보자는 마음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만약 다음에 다시 회사에 들어가게 된다면, 직원분들에게 좀 더 너그럽게 대하려고요.
Q. 혼자 해보면서 가장 크게 와닿았던 부분도 있었나요? 실무적인 어려움과는 또 다른 차원의 고민이 있었을 것 같아요.
이전에도 제가 직접 결정하는 일은 많았지만, 인디펜던트로 활동하니까 물어볼 사람이 없더라고요. 전에는 저랑 오랫동안 소통하던 A&R 팀장님이 계셨어요. 제가 전 회사에 8년 정도 있었는데, 매니저님도 그렇고 담당자분들도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었거든요. 특히 그 팀장님과는 “팀장님, 이건 어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하면서 정말 많이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렇게 물어볼 사람이 없는 거예요. 다 제가 결정해야 하더라고요. 그게 외롭기도 하고 어렵기도 했어요. 주변에 음악을 하는 친구들이나 동생들에게 물어봐도, 제 나이나 커리어가 있다 보니 다 좋다고 해요. 관계를 생각해서 그런 것도 있을 테고요. 그러면 사실 물어보는 게 의미가 없어지거든요. 회사 팀장님은 객관적으로 말씀해 주셨는데, 그런 피드백을 받을 사람이 없다는 게 이번에 가장 크게 와닿았던 것 같아요.

Q. 초창기 음악을 시작했을 때와 현재를 비교했을 때, 음악을 대하는 태도에 달라진 부분이 있을까요?
이번에 [MOHO]라는 앨범을 준비하면서 정말 오랜만에 재미있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제 작업을 하는 게 재미 없어진 순간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작업을 하면서 음악을 만드는 재미를 다시 찾은 것 같아요. 어느 시점에는 제가 돈이라는 것에 매몰된 때도 있었어요. 음악을 하는 데 있어서 돈이 중심이 되는 시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재미를 더 추구하게 된 것 같아요. 제가 음악을 시작한 지가 벌써 20년이 됐더라고요. 말하고 보니 나이가 엄청 많은 사람처럼 들릴 수도 있는데, 생각해 보니까 정말 오래 한 거예요. 그런데 그동안 스스로 재미를 찾아가는 것에는 욕심을 내지 않았더라고요. 요즘은 다시 재미를 추구하면서 레이블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됐어요. 재미를 추구해야겠다는 마음이 커졌고, 그래서 요즘은 정말 순수한 재미를 찾고 있습니다. ‘내가 뭘 해야 재미있을까?’, ‘내가 뭘 해야 의욕이 생길까?’ 이런 것들에 포커스를 많이 맞추고 있어요.
Q. 앞으로 도전해 보고 싶다거나 새롭게 확장하고 싶은 분야가 있을까요?
사운드나 장르에 있어서는 크게 욕심 없어요. 대신 요즘 저한테 원대한 목표가 하나 생겼어요. 이번 앨범 기획사명을 보면 앞에 ‘Other things’라고 적혀 있거든요. 제가 만든 레이블 이름인데, 사실 레이블을 만들고 사업자를 낸 건 꽤 오래됐어요. 예전부터 레이블을 운영하고 싶었고, 이번 앨범이 그 시작점인 거죠. 이 레이블을 더 크게 만들고 싶어요. 아직 구체적인 방향성이 완전히 정리된 건 아니지만, 웃긴 말로 들릴 수도 있는데, ‘산리오 (Sanrio)’ 같은 레이블을 만들고 싶거든요. 그 안에 마이 멜로디, 헬로 키티처럼 각각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들이 있잖아요. 그런 식으로 레이블을 키워 나가는 작업을 구체화시켜 보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다 보니까 다른 이름, 소위 말하는 ‘부캐’ 활동을 준비하고 있어요. 속도는 느릴 수 있겠지만, 천천히 준비해서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기대 많이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Q. 다른 이름으로 준비 중인 활동은 정체를 밝히지 않은 채로 이어가실 계획인가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밝힐 수도 있지만, 캐릭터가 브랜딩 되기 전까지는 밝히지 않으려고 해요. 음악을 만드는 건 자신 있는데, 아티스트를 어떻게 브랜딩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계속 가지고 있거든요. 그 정체가 dress라는 걸 밝히는 게 도움이 된다면 밝히겠지만, 아니라면 저를 도와주시는 분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부캐 자체를 더 부각시키고 싶어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원대한 꿈이 있습니다. 저는 힙합 베이스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대중가요를 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제가 <SHOW ME THE MONEY>로 이름을 알렸고, 그래서 사람들이 dress라고 하면 힙합 하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더 넓은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보여드리고 싶어요. 새로운 음악도 빠른 시일 내에 들려드리겠습니다.
Q. ‘dress’라는 이름이 사람들에게 어떤 아티스트로 남길 바라시나요?
이건 명확한데요, 그냥 낯선 사람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면, 누군가는 저를 A 같은 분위기의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는데, 옆에 있는 사람은 “아니야, B를 하는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거죠. 그렇게 종합해 봤을 때, 이 사람이 뭘 하는 사람인지 명확하게 정의 내리기 어려운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낯선 음악을 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어떤 때는 낯선 음악을 하다가, 또 어떤 때는 익숙한 음악도 하고요. 어떻게 보면 이번 [MOHO]라는 앨범과도 귀결되는 이야기인 것 같아요. 구분 짓기 어렵고, 그래서 모호하게 느껴지는 사람으로 남으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리스너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번에 Raf Sandou와 오랜만에 [MOHO]라는 앨범을 발매하게 됐는데요, 저와 Raf Sandou가 정말 재밌게 작업한 앨범인데, 하루 24시간 언제든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니까 재밌게 들어주시고, 앞으로의 활동도 많이 기대해 주시면 좋은 창작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Interview | 구은영
사진제공 | d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