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종려나무
- Artist 모로 (Moreau),
- Release2026-10-13
- Genre Jazz, indie,
- Label스튜디오 로그
- FormatAlbum
- CountryKorea
- 1.수취인 불명, 진흙자국 (Returned to Sender, Mud-Stained)
- 2.카시미르 효과 (Casimir Effect)
- 3.사워 도우 (Sour Dough)
- 4.인식의 문 (The Doors of Perception)
- 5.바람꽃 (Windflower)
- 6.차갑고, 닫힌 입 (A Cold, Closed Mouth)
- 7.그는 자기보다 큰 것을 삼킨다 (He Swallows What Is Larger Than Himself)
- 8.소금과 연기의 춤 (Dance of Salt and Smoke)
모로 — 야생 종려나무 라이너노트
모로 MOREAU는 색소폰 김성완, 베이스 정수민, 드럼 민상용으로 이루어진 트리오입니다.
<야생 종려나무>는 여덟 곡의 즉흥연주를 담고 있습니다. 작곡도, 편곡도, 미리 정해 둔 약속도 없이 연주한 녹음입니다.
세 사람은 지난해 9월부터 격주 수요일에 만나 아무런 레퍼런스 없이 즉흥적으로 연주했고, 그 과정을 아날로그 릴테이프에 기록했습니다.
처음에는 앙상블 스터디와 녹음 실험 정도의 가벼운 시작이었죠. 그런데 첫 테이크부터 예상보다 선명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각자의 음악적 배경도, 취향도, 음악을 대하는 태도도 꽤 달랐지만, 서로의 차이가 충돌하기보다 음악 안에서 자연스럽게 섞였습니다. 그렇게 쌓인 녹음들을 다시 듣는 일은 조금 묘했습니다. 우리가 의도해서 만든 음악이라기보다, 함께 있는 동안 자라난 어떤 것을 뒤늦게 발견하는 기분에 가까웠으니까요.
세 사람은 서로 다른 곳에서 음악을 시작했고, 서로 다른 음악을 지나왔습니다. 대중음악에서 실험음악에 이르기까지 각자가 가진 경험의 폭도 다르고, 그 과정에서 만난 문화와 장소도 달랐습니다. 두 사람에게는 해외에서 공부하고 생활했던 시간이 있었고, 그곳에서 체득한 문화적 감각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 뒤에도 음악의 어딘가에 남아 있었습니다. 또 한 사람은 음악을 통해 동시대의 현실과 사회에 꾸준히 관계를 맺어왔습니다. 그런 서로 다른 경험들이 특별한 의도 없이 한 공간에 겹쳐졌습니다.
그래서인지 모로의 음악은 어느 한 장르나 특정한 지역의 음악으로 쉽게 설명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새로운 음악적 정체성이라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아요. 다만 서로 다른 곳에서 가져온 감각들이 한자리에서 만나면, 익숙한 것과 낯선 것이 뒤섞인 조금 다른 색깔이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을 이 음악을 통해 경험했습니다.
저는 어느 순간 이 음악을 ‘무국적 음악’이라고 불러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조금 더 거칠게 말하면 ‘미확인 민속음악’ 같은 것이라고도 생각했습니다. 어느 지역의 음악인지, 어느 시대의 음악인지 가늠하기 어려운데, 어딘가 오래된 음악처럼 들리는 순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들리게 하려 했던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여러 곳에서 흘러들어온 음악적 기억과 경험이 뒤섞인 끝에, 출처를 확인할 수 없는 민속음악처럼 들린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녹음이 이루어진 곳은 드러머 민상용의 스튜디오 로그입니다. 그는 그곳에서 오랫동안 포크 음악을 프로듀싱해 왔고, 수많은 소리들이 축적되어 온 그 장소의 공기와 우리가 각자 음악 냉장고를 털어 가져 온 재료들, 그리고 그날그날의 기분이 어떤 식으로든 이 음악 안에 섞여 있었을 것입니다.
아무것도 정해 놓지 않았다지만 아무렇게나 연주한 것은 아닙니다. 서로의 소리를 듣고, 때로는 기다리고, 때로는 먼저 움직이는 동안 음악은 그 순간에 필요한 질서를 스스로 만들어 갔으니까요. 그래서 이 음악을 듣다 보면 한 곡의 기승전결이라기보다 어떤 장면들을 지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모로라는 이름에도 그런 우연한 배경이 있습니다. 한 곡을 들은 싱어송라이터 김사월 씨가 루이 말의 영화와 배우 잔 모로를 떠올렸고, 그 인상이 팀 이름으로 남았습니다. 음악에서 의도하지 않았던 이미지가 먼저 생겨났고, 그 이미지가 다시 우리의 이름이 된 셈입니다. 음악이 무엇을 말하는지 설명하기보다, 듣는 사람 각자의 안쪽에서 무엇인가가 발견되기를 바랍니다.
<야생 종려나무>라는 제목 역시 특정한 의미를 설명하기 위한 이름은 아닙니다. 종려나무는 사막이나 해안, 산악지대 등 다양한 환경에서 자랍니다. 낯선 풍경 속에서 자라 어느 순간 그 풍경의 일부가 됩니다. 어디에서 왔는지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그 모습이, 익숙한 것과 낯선 것이 함께 존재하는 모로의 음악을 어렴풋이 떠올리게 합니다.
수요일 오전, 자연목 향기가 은은하게 감도는 스튜디오 로그에서 우리는 오랫동안 서로의 소리에 귀 기울여 왔습니다. 그 고요함 속에는 언제든 다음 소리가 나타날 수 있다는 긴장도 함께 있었습니다. 이 여덟 곡은 그 시간의 기록입니다.
무엇을 만들려고 했는지보다, 우리가 무엇을 듣고 있었는지를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김성완,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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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종려나무
The Wild Palms
1. 수취인 불명, 진흙자국 / Returned to Sender, Mud-Stained
2. 카시미르 효과 / Casimir Effect
3. 사워 도우 / Sour Dough
4. 인식의 문 / The Doors of Perception
5. 바람꽃 / Windflower
6. 차갑고, 닫힌 입 / A Cold, Closed Mouth
7. 그는 자기보다 큰 것을 삼킨다 / He Swallows What Is Larger Than Himself
8. 소금과 연기의 춤 / Dance of Salt and Smoke
김성완 — alto saxophone
정수민 — double bass
민상용 — drums
All tracks composed and arranged by
김성완, 정수민, 민상용
All tracks improvised by
김성완, 정수민, 민상용
Recorded, mixed and mastered by
민상용
Recorded at StudioLOG, Seoul
2025–2026
Cover Art — 김한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