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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레이블 특선 #1: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발행일자 | 2017-04-14

POCLANOS PICKS _ 레이블 특선 #1: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http://www.msbsound.com/)를 구성하는 아티스트들의 장르 군은 아주 천차만별이어서, ‘어떤 음악을 다루는 레이블이다’ 하고 쉽사리 단정짓기 어렵다. 레이블 색깔에 가려져 아티스트의 개성이 흐려지는 것을 지양하며, 회사의 성장보다 아티스트의 성장에 여전히 더욱 중점을 두고 있다. 아티스트는 창작의 고통에만 집중하면 된다(물론 그 고통은 너무도 극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기껏 만들어 놓은 음악에 타협 불가한 컨셉을 고집한다거나, 아티스트 본인이 원치 않은 방향으로 유도하는 풍경은 보기 어렵다. 아티스트 고유의 색깔이 레이블 합류 전과 후가 다르지 않은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의 탄생은 위로와 공감의 아이콘, 옥상달빛과 함께한다. 클럽에서 작은 공연을 하던 옥상달빛의 앨범을 제작하고자 했던 김소다 대표의 순수한 의도에서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윤 추구하기 위함보다, 앞서 말한 아티스트가 가진 ‘창작의 고통만 감수하면 되는’ 환경을 조성해주기 위함이다. 레이블이 생긴 옥상달빛은 음악을 제외한 나머지 사사건건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고, 옥상달빛과 같이 자기 색채가 뚜렷한 여러 아티스트들이 모여 지금의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가 되었다. 몸집은 커졌지만 아티스트 개개인의 개성은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것을 어떻게 세상에 내놓느냐는 김소다 대표의 고민이 되었다. 이런 고민 속에서 기존의 대형 유통사들이 인디 아티스트들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점에 생각이 이르렀고, 그 결과로 인디 아티스트들만을 위한 음원 유통사 포크라노스를 런칭했다. 연이어 자체적인 컨텐츠의 생산력이 중요한 시대가 온 것을 일찌감치 감지한 그의 뜻에 따라 온라인 음악 전문 미디어인 CASPERMUSIC TV(http://caspermusic.tv/)도 탄생했다. 오늘도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의 사무실에서는 궁극적으로 ‘차세대 인디 아티스트들이 활동하기에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모두가 열일 중이다.

 

*우리나라 언더그라운드 혹은 홍대씬의 흐름이 궁금하다면, 반드시 눈여겨봐야 할 레이블 중 하나,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어떤 아티스트들이 함께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1. 10cm <3.3>

작년 봄, 10cm의 ‘봄이 좋냐??’는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엔딩’을 살포시 누르고 국내 모든 차트를 휩쓸며 ‘봄 캐롤’의 신흥 강자로 등극했다. ‘길어야 5분’은 제대로 차트맛(?)을 본 10cm가 ‘봄이 좋냐??’ 발매 이후 선보인 싱글이다. ‘무엇이 5분이라는 거죠’, ‘제목만 보고 음흉한 상상을 했어요’ 등의 반응과 다르게, 집에 바래다 준 지 5분도 안되어 다시 보고 싶어진 사랑하는 사람을 애틋하게 떠올리는 노래다. 드디어 남몰래 사랑을 좇다 상처받은 ‘스토커’에서 벗어난 것이다! ‘찌질남의 감성’는 10cm가 데뷔 이래 한결같이 고수하고 있는 시그니처 정서이지만, ‘봄이 좋냐??’ 이후 찌질함이 덜 해진 것 같은 건 기분 탓이라고 본다.

 

 

  1. CHEEZE <Q>

달총의 1인 체제 CHEEZE로 바뀌기 전 달총과 구름이 함께한 마지막 미니 앨범으로, 싱그러움과 낭만의 이미지가 앨범을 관통한다. 선명하고 맑은 달총의 보컬과 구름의 흐드러지는 듯한 피아노. 특유의 영상미로 관객을 압도시키는 미셸 공드리의 영화 <무드 인디고>처럼, CHEEZE만의 색깔을 입혔다. 진짜 ‘팝’이 무엇인지 작정하고 보여주려고 한 듯, 이 조그만 여섯 트랙 짜리 EP에는 재즈도 있고, 발라드도 있고, R&B도 있다.

 

 

 

 

  1. K.AFKA <Asura>

한국 일렉트로닉과 록, 트립합의 아이콘 K.AFKA다. 각종 평단과 매니아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이들의 정규 4집은 고스와 메탈, 록과 일렉트로닉이 서로 압도적인 힘을 뿜어내며 ‘아수라’를 이룬다. 우울하고 차갑다. 올해 1월엔 김소연 감독의 독립영화 문영의 오리지널 사운드 작업을 통해 영화 음악으로도 손색이 없음을 입증했다.

 

 

 

 

 

  1. Needle&Gem <Pigeon’s Home>

듣다보면 절로 눈이 감기는 음악이 있다. 본능적으로 청력에 온 힘을 쏟게 되는 음악. 알지도, 가보지 않은 어느 무언가를 꿈꾸게 하는 Needle&Gem의 음악이 그렇다. <Pigeon’s Home> 이전 Needle&Gem의 디스코그래피는 깔끔했다. 다섯 곡이 수록된 <Before Dawn> EP 한 장. 어쿠스틱 기타와 바이올린 하나만으로도 눈이 감기길래, 이 악기 편성에 그런 힘이 있나보다 했다. 하지만 바이올린이 사라지고 그 남은 공백을 앰비언트로 채운 <Pigeon’s Home>에서도 똑같이 눈이 감겼다.

 

 

 

  1. RAINBOW99 <Calendar>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의 자타 공인 다작왕, RAINBOW99. 매달 한 두 곡씩 1년 동안의 싱글을 모아 [Calendar]가 탄생했다. 일년 내내 여행을 다니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닌데 RAINBOW99는 그 와중에 발매도 겸했다. ‘소리의 탐구자’라는 별명에 걸맞게, 그의 실험은 거침이 없다. 일상의 소리를 채집해 음악으로 만들어낸 소품집 [Calendar]. 전자음악 내에서도 보다 이질적인 사운드를 두루 갖춘 앰비언트, 드림 팝이 주된 장르라 볼 수 있겠다.

 

 

 

 

  1. 구름 <Cloud. 1 ‘더 나은 사람’>

밴드 바이바이배드맨의 키보디스트, 백예린의 작곡가이자 프로듀서로 그의 끼는 이미 충분히 입증됐다. 듀오의 반쪽이나 팀의 일부를 벗어나 홀로서기를 결심한 구름의 첫 싱글 <Cloud. 1 ‘더 나은 사람’>. 사랑이 짙어지고,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는 구름의 목소리에는 굳센 욕심이 묻어난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구름의 음색은 심한 비염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담백해졌단다.

 

 

 

  

  1. 루싸이트 토끼 <너를 보는 난 여름 (Love Letters)>

이들은 욕심 부리지 않는다. 적당량의 어쿠스틱과 팝, 일렉트로닉을 머금고 있다. 머리 한 구석이 트이는 듯한 시원함이 있지만, 과하게 청량하지는 않다. 꿈 속을 거니는 듯한 몽롱함도 있지만, 다른 차원의 세계를 떠올려야 할 만큼 현실과 멀지도 않다. 늘 역동을 지향하지만 누군가의 곁을 벗어나지는 못하는 루싸이트 토끼. <너를 보는 난 여름 (Love Letters)>에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언제나 ‘너’의 곁을 맴도는 존재이다. 있는 듯 없는 듯 멀찍이 떨어져 ‘너’를 갈망하는 이야기 ‘Wallflower’도, 새가 되어 ‘너’의 곁에서 머물고 싶어하는 고백 ‘내가 새라면’도. 욕심 부리지 않는다. 적당한 거리에서 샘솟는 애정과 사랑에 집중할 뿐이다.

 

 

 

 

  1. 사람또사람 <우주>

대구에서 ‘건훈씨’로 줄곧 활동해오던 오건훈과 정소임이 만나 사람또사람이 되었다. 이들의 정겨움은 고스란히 음악에 묻어나서 옆집 사는 언니 오빠들이 ‘내가 살아본 인생은 이렇더라~’하고 조곤조곤 이야기해주는 기분이 든다. 기쁨도 슬픔도 포크로 승화시키던 이들이 어느 날 갑자기 아날로그 신쓰를 들고와 ‘복잡할 필요 없이, 헤매일 이유 없이 너와 나 둘이서만 빛났으면’하고 말할 때의 충격이란! 오건훈과 정소임, 이 둘도 이렇게나 아름다운 사랑 노래를 할 줄 알았던 것이다.

 

 

 

  1. 선우정아 <4X4>

아티스트들의 뮤즈, 팔색조 선우정아. 그녀의 새침한 감각은 이 앨범 이곳 저곳에 묻어난다. 목소리로 장난을 치는 듯, 끊일 듯 말 듯 아찔한 보컬과 그 뒤에 수려하게 흩어지는 멜로디. 트랙 하나하나에 깃든 스토리 라인도 주목할 포인트다. 겪어본 사람들만 안다는 (빠)순이의 은근한 마음도, 식은 사랑 속에서 아파하는 모습도, 애정을 내색치 않는 어느 츤츤이와의 대화까지도. 듣는 이로 하여금 찬찬히 뜯어보고 음미하기 좋게 만들어진 소품집이다. 이래경 뮤직비디오 감독의 영상으로 완성도의 화룡정점을 찍은 작고 단단한 작품이다.

 

 

 

 

  1. 옥상달빛 <희한한 시대>

숨만 쉬어도 빡빡한 요즘이다. 생각해보면 꼭 요즘만 그런 것도 아니다. 우리의 삶은 늘 그랬다. <희한한 시대>가 발매된 2015년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2년이 넘어가는 사이 우리는 얼마나 더 희한한 것들을 마주해야 했나. <희한한 시대>에는 시대를 탓하는 것에 지쳐 나를 자책하기에 이르는 우리의 서글픈 모습이 담겼다. 항상 맑고 청아한 목소리로 위로를 건네던 옥상달빛도 지쳤는지, 가사가 조금 움츠러든 느낌이다.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입을 닫고 살면, 그럼 지금보다 더 행복할거래’라고.

 

 

 

 

  1. 요조 <끝에는 끝없이 너와 나>

한 편의 시를 방불케 하는 요조의 가사는 가끔 그녀의 끝이 궁금해지게 한다.

 

 

 

  1. 이영훈 <캐치볼>

남성 팬들로부터는 레슨과 악보 문의가, 여성 팬들로부터는 연민을 가장한 애정 혹은 사랑이 끊이지 않는 이영훈. 팬들은 궁금하다. 대체 이 남자는 지난 날 어떤 사랑을 했던 것인지, 얼마나 지독한 사랑이었길래 이리도 가슴 미어지는 음악이 자꾸 나오는 것인지. 공연이라도 하는 날에는 이영훈도 울고 관객들도 운다. 어쿠스틱 기타 하나 메고 이번에도 울 각오는 단단히 한 듯 프렛 하나하나 짚어내는 그의 조심스러운 음악 세계에 약간의 돌연변이가 나타났다. 피아노와 드럼, 베이스가 더해져 한층 발랄해진 셋으로 발매된 <캐치볼>. 이번에는 부르는 이 듣는 이 모두 흐뭇하다. 사랑을 캐치볼에 비유해 기분 좋게 따뜻한 곡이 나왔다. 그래도 이영훈의 음악은 울어야 제 맛이다.

 

 

 

  1. 정차식 <집행자>

‘사나이’ 아니다. ‘싸나이’다. 고되고 험난한 삶의 기형은 울끈불끈한 보컬에 고스란히 새겨지고, 날 것 그대로의 토속적인 사운드는 가슴에 콕콕 박힌다. 한 편의 마초 뮤지컬을 귀로 보는 듯한 이 앨범에서 가장 감탄스러운 것은 단단함을 받치는 부드러움이다. 우리나라의 상징적인 록 밴드 레이니썬의 보컬답게, 절규와 울부짖음에 가까운 보컬은 오래도록 귀에 남는다.

 

 Editor / 김은마로
eunmaro10@poclan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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