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DNIGHT TELEVISION

  • Artist ddbb, 
  • Release2026-10-20
  • Genre Rock, indie, 
  • Labelddbb
  • FormatSingle
  • CountryKorea
  • 1.MIDNIGHT TELEVISION

곡을 들으며 끝없이 절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했다. 그것은 어쩌면 삶을 포기하는 마음이기보단 자기 자신이기를 견디지 못하는 상태에 가깝지 않을까란 결론에 다다랐다. ddbb가 겪었거나 떠올렸을, 혹은 나 역시 겪어보았던 자신이 가장 망가진 시간에 대한 기억을 더듬으며 글을 쓴다. 그가 그 시간을 아름답게 고쳐 쓰지 않았듯, 나 역시 가장 솔직한 날것의 기억을 펼쳐본다. 스스로를 바라보는 일조차 견딜 수 없었던 날들, 그리고 누군가에겐 자신을 떠나라고 밀어낼 수밖에 없었던 상황들. 하지만 그도 나도 안다. 그 말의 이면에는 정반대의 마음이 숨겨져 있었던 것을. 이런 나라도 사랑할 수 있냐고, 이렇게 망가진 나를 보고도 떠나지 않을 수 있냐고.

 

자신을 사랑할 수 없는 사람에게 타인의 사랑은 위안보다 서글픈 의심에 가까울 때가 많다.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기에 상대를 밀어내고, 그 사람이 정말 떠나면 다시 그것을 자신이 사랑받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증거로 삼는 악순환. 그래서 자기혐오는 혼자만의 감정으로 끝나지 않는다. 가장 아픈 사람은 자기 자신이라고 말하면서도, 가까이 오면 너까지 아프게 만들겠다고 경고하는 형태의 애처롭고 고독한 슬픔. 상처는 어느 순간 다른 사람에게 건너가고, 사랑은 서로를 구하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상처를 확인하는 일이 되어간다. 이제 누가 누구를 먼저 망가뜨렸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사랑이 자신을 망가뜨린 것인지, 이미 망가져 있던 자신이 사랑까지 망가뜨린 것인지조차 나는 점점 알 수 없다. 그 순간, 부서지는 듯한 소음이 시작되고 ddbb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겹겹이 밀려드는 기타와 파열하는 노이즈는 슬픔을 가만히 어루만지는 음악이 아니다. 이 곡을 프로듀싱하고 기타를 연주한 신해경의 존재는 바로 그 소음에 또 하나의 결을 만들고 있다. 구름 속을 서서히 헤집고 나아가는 듯한 특유의 몽환과 아련함이 날카롭게 부서지는 기타 노이즈 사이로 스며들면서, 곡은 마냥 검고 강렬하게 질주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짙푸른 색 애틋한 슬픔까지 품는다. 거칠지만 지저분하지 않고, 어둡지만 무기력하지 않은 이 거대한 소음 속에서 ddbb의 목소리는 파묻히는 대신 이상하리만큼 또렷한 의지를 갖는다. 오래 눌러두었던 감정은 자기혐오에서 분노로, 분노에서 비명으로,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힘으로 형태를 바꾼다.

 

“No brakes, I’m off the map.”

브레이크는 없고, 이미 지도 밖으로 벗어났다. 아무도 자신을 되돌릴 수 없고, 이제 숨을 곳조차 없어진 아찔한 풍경. ‘지도 밖’이라는 말은 길을 잃었다는 고백인 동시에 더 이상 우리가 이전의 좌표로 돌아갈 수 없다는 선언처럼 들린다. 어디로 가야 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돌아갈 수는 없다는 것에서 추락과 돌진은 이 순간 기묘하고 괴이하게 같은 얼굴을 갖는다.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싶고, 자신의 말을 읽어주기를 바라면서도 끝내 전송 버튼을 누르지 못하는 두려움에 찬 손. 떠나라고 말하면서 사실은 발견되기를 바랐고, 혼자 있고 싶다면서도 누군가 자신을 이 밤에서 꺼내주기를 기다렸던 외로운 나날들. 연결되고 싶지만 연결될 용기가 없는 사람. 어쩌면 〈MIDNIGHT TELEVISION〉의 가장 깊은 외로움은 혼자라는 사실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손을 뻗고 싶은, 타인에 의존하고자 하는 마음이 아직 남아 있다는 데 있다.

 

허나 곡이 전개될수록 시선은 점점 ‘너’에게서 ‘나’에게로 돌아온다. 가장 달콤한 약이라고 믿었던 상대가 독이었던 것이 아니라, 어쩌면 상대의 몸속에 독처럼 남은 것은 자신이었다고 아프게 고백한다. 그리고 뒤늦게 깨닫는다. 그토록 필사적으로 도망쳐온 것은 그 어떤 사랑도, 어떤 이별도 아닌 나 자신의 지난날들이었다는 것을. 결국 아무리 멀리 달아나도 마지막까지 따라오는 것은 자기 자신인 것이다.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과 망가진 관계, 무엇보다 그 모든 시간을 통과해 여기까지 온 나 자신. 과거를 버릴 수 없다면 결국 남은 것은 그것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일뿐이다. 그래서 〈MIDNIGHT TELEVISION〉은 절망을 이겨낸 사람의 노래라기보다 절망 속에서도 끝내 사라지지 않기로 한 사람의 노래에 가깝게 느껴진다. 밤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텔레비전은 여전히 켜져 있고 해결된 것은 거의 없다. 다만 화면 앞에 웅크리고 있던 사람이 마침내 자신의 가장 추한 얼굴을 외면하지 않고 바라보기 시작할 뿐이다. 새로운 시작이 언제나 밝은 아침의 모습으로 찾아오는 것은 아니니까. 때로는 가장 깊은 밤,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시작되기도 하니까. 그렇게 ddbb는 끝내 버릴 수 없었던 자기 자신을 데리고, 가장 어두운 밤에서 아직 지도에 없는 방향으로 첫발을 내딛는다. 이토록 농밀한 심연의 ddbb라니, 하지만 이 노래는 이상하리만큼 당차게 들려온다.

 

조혜림 (대중음악평론가)

 

[Cerdits]

 

Produced by 신해경

Composed by 정주리, 신해경

Lyrics by 정주리

Arranged by 신해경, theoria

 

Guitar 신해경

Bass 강진현

Chorus 정주리

Programming 정주리, 신해경, theoria

Bass recorded at 포이에시스 poiesis

 

Mixed by 신해경, theoria

Mastered by theoria.

 

Photo by 김윤영

Photo assist by 장종훈

Graphic Design by 장지환

Special Thanks to 주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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