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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레이블 특선 #2: 붕가붕가레코드

발행일자 | 2017-08-18

POCLANOS PICKS _ 레이블 특선 #2: 붕가붕가레코드

본인은 음악에 재능이 없음을 오래 전에 깨닫고, 음악하는 친구들 옆에서 ‘숟가락을 얹고 싶다’는 마음으로 레이블을 시작했다는 붕가붕가레코드(이하 붕가붕가)의 고건혁 대표(일명 곰사장). 대학교 재학 시절 뺸드뺀드짠짠의 2집, 3집 프로듀싱에 참여하며 9와 숫자들의 9(송재경)와 브로콜리너마저의 윤덕원, 장기하와 얼굴들의 장기하, 박종현(생각의 여름)과 함께 붕가붕가 레이블의 시초를 다져갔다. 지금 돌이켜보면 어마어마한 인물들의 조합이 아닐 수가 없다. 붕가붕가가 정식으로 설립된 2005년의 같은 달에는 전설 속에만 존재한다는 ‘관악청년포크협의회’의 앨범이 나왔고, 뒤이어 청년실업의 앨범과 ‘수공업소형음반’ 시리즈를 제작하면서 레이블다운 면모를 갖춰가기 시작했다. 시작은 그랬다. 학교에서 만난 마음 맞는 사람과 함께하는 취미활동, 그리고 비즈니스.

홈레코딩은 물론, CD를 직접 한 장 한 장 구워서 만드는 가내수공업으로 레이블 경영을 시작한 붕가붕가의 곰사장은 여전히 공연을 보다 마음에 드는 아티스트가 있으면 직접 손을 내밀기도 하고, 그렇게 본인이 발굴한 아티스트들의 모든 앨범 소개글을 직접 쓰기로 유명하다. 이는 단순한 관심을 넘어서, 붕가붕가와 함께하고 있는 아티스트 하나하나에 대한 애정이자 자신감이라고 본다. 물론 그 이전에, 개성과 색깔을 유지하며 음악 활동을 이어나가고자 하는 아티스트들이 포진되어있는, 그런 이들의 인구조차 쉽사리 가늠하기 어려운 이 미지의 씬에 대한 간절한 마음과 호기심을 전제로 말이다.

보다 다양한 노출 플랫폼을 갖춘 여타 메이저 레이블들과 달리, 클럽 공연과 음원/음반 판매에 가장 많은 힘을 쏟는 인디 레이블이 그의 모토와 같이 10여 년 넘게 딴따라질을 지속하고 있는 이 현상은 분명 보기 드문 것이다. 그 와중에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음반과 공연을 제작하며 이 언더그라운드씬의 주축이 되어 주고, 노장 밴드들의 앨범을 꾸준히 끄집어 냄과 동시에 걸출한 신인 발굴에 게으르지 않는 붕가붕가.

한 번 들으면 결코 잊어버릴 수 없는 굵고 강한 이름(붕가붕가)과 모토(지속 가능한 딴따라질) 때문일까, 모든 인터뷰에는 레이블명과 모토에 대한 설명이 빠지지 않는다. 오래 전 결별한 장기하와 얼굴들과의 친분, 추구하는 음악적 방향과 금전적 상황 사이에서 얼마나 타협해야하는 지에 대한 질문도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것들보다 더 반짝이는 것들이 많고, 그 중심에는 오랜 세월 변치 않고 굳건히 좋은 음악을 내주는 노장 밴드들과 새로 영입된 차세대 아티스트들의 풋풋한 행보가 있다.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레이블 특선(링크)에 이어, 이번 레이블 특선 편에서는 홍대의 대표적인 언더그라운드씬 레이블이자 무려 설립 13년차에 들어선 터줏대감, 붕가붕가레코드(이하 붕가붕가)의 발매작들을 소개한다.

*지난 레이블 특선 편과 같이 소속 아티스트들의 발매작 하나씩을 다뤄보고자 했으나 그 많은 아티스트(심지어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보다 많다)를 모두 다루기는 ‘무리’라는 판단 하에, 개인적으로 가장 아끼고 좋아하는 발매작들을 골라보았다.

 


 


01. 술탄 오브 더 디스코 <SQ (We Don’t Need No EQ IQ)>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개성 넘치는 발매작들 중 단 한 곡만을 추천해야한다면 조금의 고민도 없이 ‘SQ (We Don’t Need No EQ IQ)’를 꼽겠다. 러닝타임 내내 쉴 새 없이 난무하는 노골적인 단어 선택과 직관적인 ‘효과음’은 언어의 장벽도 극복하게 해주고, ‘I’m the beast’라든가 ‘I’m gonna make you sex maniac!’과 같은 발칙한 지름만 제대로 듣는다면 의미 전달에 대한 걱정은 잠시 내려 놓아도 좋다. 귀를 의심하게 하는 것은 가사뿐만이 아니다. 낯뜨거운 전개 속에서도 이들이 흥 넘치는 훵크 밴드임은 분명히 들린다. 탄탄한 베이스라인과 브라스가 뒷받침해주는 그루브는 물론, 훌륭한 연주 그 자체에 극강의 희열이 느껴진다. 화룡점정의 뮤직비디오 또한 놓치지 말 것.

 


02. 나잠 수 <Till the Sun Goes Up>

앨범명 그대로 해가 뜰 때까지 엉덩이든, 술잔이든 뭐라도 흔들어야 할 것 같은 훵키한 앨범이다. 나잠 수는 언더그라운드, 메이저 할 것 없이 걸핏하면 앨범 크레딧에 불쑥불쑥 등장하는데 (그뿐이랴, 그는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리더/보컬/작곡자이면서 프로듀서, 엔지니어, 디자이너, 뮤직비디오 감독까지 해내는 만능꾼이다), 대체 어느 틈에 13개 트랙의 꽉 찬 정규를 준비했는지 모르겠다. 모든 트랙의 도입부에서 아날로그 신디사이저와 드럼 시퀀서의 사운드가 귀에 콕콕 박히면서 80년대로 시간이동을 하는 기분을 떨칠 수가 없다. 단어 그 자체로는 이미 한 물 간 느낌의 역설적인 단어 ‘첨단’이 붙는 ‘첨단 그루브메이커’라는 수식어가 이보다 더 어울릴 수가 없다.

 


03. 로다운 30 <그땐왜>

로다운 30의 ‘록’은 풍만하고 따뜻하다. ‘블루스와 하드록을 기반’한다는 공식적인 설명 외에도, 윤병주(기타/보컬)와 김락건(베이스), 새로 영입된 최병준(드럼)의 원숙미 때문일까, 윤병주의 늘어지지 않는 보컬에도 불구하고 빈틈없는 공간감은 그대로다. 그래서 세 번째 정규 [B]를 발매하기에 앞서 공개했던 싱글 <그땐왜>가 유독 가볍고 담백하게 다가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노곤함에 물든 걸음을 젖히고 사뿐히 움직이는 느낌일랄까.

 


04. 생각의 여름 <From a Tree Perspective>

지극히 ‘자연주의’에 어울리는 몇 안되는 우리나라 아티스트 중 하나, 생각의 여름. 속세에 지쳐 인적 드문 어딘가로 떠나는 초가을의 기차 여행이라든가 볕 잘드는 할머니 댁 마루에서의 낮잠, 아니면.. 전자파 따위는 먹히지 않는 어느 농촌에서 보내는 어느 오후. 그런 감상들이 떠오르는, 적당히 유약한 목소리와 적당히 차분한 연주들로 만나는 고요. 멜로디뿐인가, 한 권의 시집을 방불케하는 그의 가사들을 보면 물 따라 구름 따라 돌아다니는 음유시인을 방불케 한다. 그렇게 유유히 흐르는 물처럼 묘한 청량감을 주던 그의 음악이 실리카겔 김한주의 터치(?)를 받자 따뜻한 햇살 아래에서 쏟아지는 별 아래로 자리를 옮겼다.

 


05. 파라솔, 실리카겔 <Space Angel>

파라솔*과 실리카겔의 유례없는 콜라보레이션 ‘샴’, <Space Angel>. 조금의 타협도, 양보도 없이 제각각 녹음과 후반 작업까지 끝낸 뒤 붙였다는 트랙의 모습은 이와 같다. 나른한 지윤해의 보컬과 연주를 시작으로 마지막 한 마디 ‘비상벨소리’가 나오기 전까지는 온전히 파라솔이지만, 2분대부터 울려퍼지는 신디사이저 소리와 짙은 리버브의 보컬이 등장하며 실리카겔의 트랙으로 넘어간 것을 알 수 있다. 너무 감쪽같고 순식간이라 넋놓고 있다간 놓치기 십상이다.

*파라솔은 실리카겔과 함께 일회적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을 뿐, 붕가붕가레코드의 소속은 아니다.

 


06. 새소년 <긴 꿈>

발매된지 10년을 넘어서고 있는, 이제는 결별한 브로콜리너마저의 <앵콜요청금지>와 장기하와 얼굴들의 <싸구려 커피>가 아직도 전형 수식어처럼 함께 회자되고 있는 붕가붕가레코드에서 주목해야할 차세대 아티스트는 단연 새소년이다. 홍대 부근의 클럽 공연을 통해 오로지 입소문만으로도 정식 데뷔 싱글이 나오기 전부터 시끌시끌했던 문제적 밴드. ‘긴 꿈’을 듣고 세 번의 혼란이 있었다. ‘분명 내가 기억하는 보컬 황소윤은 여자인데, 내가 모르는 사이 새 보컬이 영입된 걸까?’, ‘이거 기타 피치(pitch)가 자꾸 떨어지는 건 의도한 거겠지?(의도한 부분이 아니라면 어서 빨리 음원 자료를 다시 받아야 하니까)’, ‘(재빨리 크레딧을 확인해보며)삼인조가 맞다고? 세 명이서 낼 수 있는 사운드가 아닌 것 같은데, 세션이 또 있었겠지’. 보컬은 황소윤이 맞았고, 로파이한 질감을 위해 빈티지한 사운드 효과를 준 것이 맞고, 세션은 없었다. 가을에 발매가 예정된 EP를 기다리기엔, 이 꿈이 너무 길다.

 


 

 

Editor / 김은마로
eunmaro10@poclan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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