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힐 정도로 뜨거운 여름이지만, 숨통이 트이는 기분을 들게 하는 새로운 음악 소식은 선뜻 불어온 시원한 한 줄기 바람 같습니다. 지난 한 달 포크라노스는 75A, 오리엔탈 쇼커스, 쏠라티, 티어라이너, 더 한즈, 예서 등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에서 완성도 높은 앨범들을 발매했습니다. 새로운 음악을 듣다 보면 종종 우리가 듣고 있는 이 앨범을 작업하는 동안 아티스트는 어떤 생각을 하고, 또 어떤 음악을 들었는지 궁금해지곤 합니다.
포크라노스는 지금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아티스트인 신해경, 코가손, 파라솔, 새소년에게 지난 한 달 어떤 음악을 들었는지 물었습니다. 여기 네 팀이 추천한 곡들을 소개합니다. 이 음악들을 듣고 난 후 만나는 그들의 앨범은 한층 더 즐거운 음악 경험이 될 것입니다.
신해경 / 명왕성 (2017.07.29)
지난 2월 발매한 [나의 가역반응] 이후 뜨거운 관심 속에 쇼케이스 매진,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출연 등 ‘올해의 신인’으로 완전히 자리매김한 신해경의 새로운 싱글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큰 기대 속에 발매되었습니다. 2년 전 발표했던 곡인 ‘플루토’를 기반으로 발전시킨 러닝타임 6분에 육박하는 대작인 ‘명왕성’은 신해경이 그간 발표한 곡 중 가장 오랜 시간 작업한 곡이라고 하는데요. 음악적으로 아티스트의 욕심이 가장 많이 들어간 곡이라 애착 또한 크다고 합니다. 신해경 특유의 꿈꾸는 듯한 멜로디, 겹겹이 쌓여 부유하는 기타 사운드, 치밀하고 드라마틱한 구성이 극대화된 곡입니다.
신해경이 추천한 곡들은 국내외는 물론, 과거와 현재를 망라하는데요. 비치 보이스(The Beach Boys)의 대표곡부터 이상은의 명반 중 하나인 6집 [공무도하가] 수록곡, 그리고 인디 신의 숨겨진 원석 같은 김라마의 곡까지 신해경의 취향과 그의 음악 뒤에 깔린 정서를 상상하게 합니다. 아티스트 신해경만큼이나 궁금한 그의 플레이리스트를 지금 만나 보시길 바랍니다.
추천의 추천의 추천: 신해경이 추천합니다.
▶ Connan Mockasin – I’m The Man, That Will Find You
“처음 들었을 때 충격이 대단했던 기억이 난다. 멋진 곡이고 자기만의 색으로 청자를 압도하는 곡”
▶ 이상은 – 삼도천
“곡 가사 중에 ‘너와 나 사이에 물이 흐르고 있구나’가 있는데, 간결하고 어렵지 않게 깊은 감정선을 표현하고 있다. 이런 가사에 존경심을 표합니다.”
▶ The Beach Boys – Good Vibrations
“내가 들은 음악 중 가장 좋아하는 곡, 멜로디, 편곡 모든 부분에서 완벽하다고 생각한다.”
▶ 김라마 – 망각 / 헌신
“곡 전체를 지배하는 정서와 가사가 대단하다. 9분가량 되는 러닝타임 동안 영리하고 집중도 있게 곡을 풀어나간다. 멋진 곡이라고 생각되고, 재능에 감탄하게 되는 곡.”
▶ Bye Bye Badman – 너의 파도
“근래 가장 많이 반복해서 들은 곡이다. 가사 중에 ‘너는 모르니?’ 이 부분 들을 때마다 내가 정말 물어보는 기분이 들어서 좋아하는 곡.”
코가손 / 오늘의 할 일 (2017.07.11)
몇 차례의 멤버 교체와 밴드 포맷의 변화를 겪으며 어느새 활동 3년 차를 맞이한 밴드 코가손. 현재의 4인조 체제를 갖추고 처음 발표하는 이번 EP에는 ‘오늘’에 방점을 찍고 내일을 향해 가는 코가손의 다짐을 담았다고 하는데요. 첫 EP 명이 [오늘부터]였을 정도로 ‘오늘 전문 밴드’라고 해도 좋을 코가손의 2017년 오늘은 한층 풍부해진 사운드와 활력 있는 연주로, 거창하진 않지만 충분히 멋지고 청량한 하루를 선사합니다. 한층 입체적으로 등장한 코가손의 캐릭터 가손가 등장한 앨범 커버 아트, 부채, 티셔츠 그리고 앨범 명과 완벽하게 어울리는 ‘오늘의 할 일’ 점착 메모까지, 모든 것이 사랑스러운 코가손의 새 EP와 함께라면 무더운 여름 날씨도 잠시나마 잊힐 것만 같은 기분입니다.
코가손 멤버들이 보내온 추천곡들은 ‘코가손스러움’이 물씬 묻어납니다. 여름, 사랑스러움, 귀여움 같은 키워드가 가득한 코가손의 플레이리스트를 지금 만나 보세요. 무더운 여름의 단점들이 잠시 사라지고, 청량하고 기분 좋은 가벼움이 가득한 여름이 주변을 가득 메울 거에요.
추천의 추천의 추천: 코가손이 추천합니다.
▶ Marvin Gaye – What’s Going On
“설명이 필요 없는 너무나도 유명한 두 곡이다. 이 노래들의 메시지처럼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중요한 ‘오늘의 할 일’은 서로 보듬고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 (민혁)
▶ Charly Bliss – Ruby
“여전히 이런 바보 같고 귀여운 (좋은) 노래들이 꾸준히 나와서 행복하다.” (원준)
▶ 전자양 – 던전 2
“밤은 끝없는 미로, 그대만이 유일한 등불.” (원준)
▶ Led Zeppelin – Fool In The Rain
“’여름 안에서’ 편곡을 할 때 ‘이런 느낌으로 연주해봐도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멤버들에게 추천했던 곡. 발랄하고 통통 튀는 리듬이 좋다. ‘여름 안에서’처럼 땀 흘리는 여름에 들으면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기분.” (용산)
▶ Eugene Record – Here Comes The Sun
“여름 안에서 넘실거리기 위해” (기원)
▶ Real Estate – Darling
“정신없이 사랑스럽고 귀엽고 싶어서” (기원)
파라솔 / 아무것도 아닌 사람 (2017.07.08)
약 2년 만에 정규 2집을 발표한 파라솔은 그 누구보다도 눈에 띄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앨범 발매에 앞서 한 달간 진행했던 파라솔 주관 공연에 오른 밴드들만 해도, 일본의 더 와이즐리 브라더스(The Wisely Brothers), 한국의 신해경, 김반장과 윈디시티, 오존(o3ohn)이라니. 매 공연이 순식간에 매진될 만했죠. 실리카겔과의 합동 공연 <샴> 역시 공연계를 뜨겁게 달궜고, 결국 밸리록 페스티벌의 무대로까지 옮겨가 많은 음악 팬들을 열광하게 했습니다. 지금은 첫 전국 투어로 광주와 대전에서의 공연을 마무리하고, 9월에 있을 대구, 부산, 창원 투어와 서울에서의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파라솔의 플레이리스트는 앞으로의 활동과도 깊은 관계가 있어 보이는데요. 8월 19일에 내한해 파라솔과 함께 공연하는 미국의 인디 뮤지션 크리스 코헨(Chris Cohen)의 곡과 2016년 한국을 방문했던 덕테일스(Ducktails)의 곡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덕테일스가 내한했을 때 함께 공연하기도 한 파라솔의 지윤해가 덕테일스의 새 앨범에 참여했다는 놀라운 소식만큼 파라솔의 행보에는 경계나 한계 따위 없어 보이는군요.
추천의 추천의 추천: 파라솔이 추천합니다.
“최근 가장 많이 들은 곡 중 하나입니다.” (지윤해)
▶ Ducktails – Letter Of Intent
“좋은 친구이자 곧 나올 새 앨범에 제가 베이스로 몇 곡 참여한 뮤지션인 Ducktails의 노래 중 좋아하는 곡입니다.” (지윤해)
▶ Chris Cohen – Monad
“8월 19일에 파라솔과 함께 공연하는 크리스 코헨의 곡.” (김나은)
▶ Gilbert O’Sullivan – Alone Again (Naturally)
“유명한 노래인데 최근에야 노래 가사를 보고 너무나 암울하여 충격 받은 곡.” (김나은)
▶ Flaming Lips – She Don’t Use Jelly
“나의 기준의 팝송 중 하나” (정원진)
▶ Kurt Vile – Never Run Away
“요새 보기 드문 멋있는 가수” (정원진)
새소년 / 긴 꿈 (2017.06.20)
싱글이 채 발매되기도 전부터 이토록 주목받은 밴드가 근래에 있었나 싶었을 정도로 새소년에 대한 음악 신의 관심은 뜨거웠습니다. ‘새소년스러움’을 구성하는 로우파이한 질감, 빈티지한 느낌, 그리고 블루스, 사이키델릭, 록, 신스팝 등 여러 스타일을 관통하는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에는 음악 팬들뿐만 아니라 음악 관계자들도 주목할 수밖에 없었죠. 붕가붕가레코드에 합류해 발매한 첫 싱글 ‘긴 꿈’에는 실리카겔의 김한주가 프로듀서로, 파라솔의 지윤해가 사운드 엔지니어로 함께하기도 했습니다.새로운 물결을 일으키기 시작한 새소년 멤버들이 추천한 곡들 또한 이들의 음악만큼이나 흥미로운데요. 김밥레코즈를 통해 11월에 내한하는 마일드 하이 클럽(Mild High Club)부터 토로 이 모아(Toro y Moi) 등의 로파이 사운드부터 존 레논(John Lennon)과 오노 요코(Ono Yoko)의 아들이기도 한 션 레논(Sean Lennon)의 곡까지 멋진 곡들이 가능합니다. 새소년의 플레이리스트와 함께 올가을부터 어마어마하게 밀려올 새소년의 물결을 기다려 보는 것도 즐거울 것 같네요.
“11월에 내한한다는 기쁜 소식..(신 나) 2016년에 많이 들은 음악 중 하나입니다.” (강토)
▶ Toro y Moi – The Flight
“마찬가지로 많이 들은 뮤지션” (강토)
▶ KWAYE – Little Ones
“요즘 가장 즐겨듣는 아티스트입니다. 극도의 세련된 레트로 팝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황소윤)
▶ Childish Gambino – Redbone
“여름밤에 어울리는 끈적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황소윤)
▶ Sean Lennon – On Again Off Again
“추천받아 들었던 노래인데 계속 들었던 거 같습니다. 따뜻하면서도 불안한 느낌이 좋았습니다” (문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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