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 되면 이곳 저곳에서 연말 결산을 시작합니다. 올 한 해 가장 ‘핫’했던 인물,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건, 가장 인상 깊게 보았던 영화 등등. 가장 좋았던 음악과 뮤지션에 대한 이야기 역시 절대 빠지지 않는 흥미로은 결산 소재죠. 2017년에는 유독 반가운 행보들이 많았습니다. 멤버들의 군입대로 활동을 중단했던 밴드 Achime(아침)이 3년 만에 싱글로 돌아왔고, 주로 봄철에만 발매를 하곤 했던 홍갑이 가을에 신곡을 내주었고, ‘더 미러’에서 이름을 바꾸고 등장한 신해경도 있었죠. 구원찬, 새소년, 데카당 등의 설레는 데뷔도 있었습니다. 일일이 꼽을 수 없을 만큼의 많은 등장이 있었고, 또 그만큼의 즐거움도 넘쳐나던 한 해였습니다.
매일매일 쏟아져 나오는 주옥 같은 음악들, 멋진 뮤지션들과 함께하며 포크라노스도 참 즐거웠습니다. 2017년의 마지막 <추천의 추천의 추천> 편에서는 그중에서도 가장 대담한 변화와 신선한 등장을 보여주었던 네 명의 아티스트와 그들의 추천곡들을 소개합니다. 가장 반가웠던 정규 앨범을 내준 10cm, 놀라운 데뷔 EP를 선보인 테림(TE RIM), 그리고 내년이 더욱 기대되는 음악을 보여준 CIFIKA와 Offing을 만나보세요.
10cm
10cm / 4.0 (2017.09.01)
정규 앨범을 발매한다는 것은 모든 뮤지션들에게 가장 큰 욕심 중 하나임과 동시에 가장 무거운 부담일 거예요. 싱글과 미니앨범에서는 보기 어려운 긴 호흡의 서사, 긴 러닝타임을 아우르는 메시지는 물론, 향후 ‘어떤 뮤지션으로 정의될 것인가’에 대한 고찰도 담기니까요. 어딘가 모자르고 찌질하지만, 우리 모두의 깊숙하고 은밀한 무언가를 툭툭 건드리던 10cm에 대한 기억 역시 지난 정규 <3.0>에서 비롯된 것이겠죠. 그래서, 3년 전 발매 당시 타이틀곡도 아니었으면서 지금까지도 차트 100위권을 드나드는 인기곡‘스토커’를 만든 10cm가 대망의 새 정규 4집으로 돌아온 것이 너무도 반갑습니다. 10cm가 보내온 다섯 개의 추천 곡들은 그의 네 번째 정규 앨범만큼이나 흥미롭습니다. 익숙하면서도 새삼 신선한 조합을 보내왔거든요.
추천의 추천의 추천: 10cm가 추천합니다.
Chris Minh Doky – Every Breath You Take
스팅이 속한 the police의 원곡을 재즈버전으로 리메이크한 곡으로 나는 가끔 이 버전이 더 원곡처럼 들릴 때가 있다.
Kanye West – Stronger
나는 힙합은 잘 모르지만 사람들이 왜 칸예 웨스트를 좋아하는지는 알겠다. 심지어 daft punk도 잘 몰랐어서 나는 이 곡이 원곡인줄 알았던 때도 있었다.
오혁 – 소녀
그냥 오혁이 너무 부러웠던 곡.
Limp Bizkit – Faith
조지 마이클의 위대함을 너무 늦게 안 바람에 이 곡이 원곡인 줄 알았다. 위대한 조지 마이클을 알고 나서도 변하지 않은 이 버전에 대한 리스펙트
데이브레이크 – 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
제법 안 어울릴 것 같았는데 너무 멋지게 리메이크해서 깜짝 놀랐던 노래
테림(TE RIM)
테림(TE RIM) / ODE TO TE (2017.11.22)
이렇게도 화려하게 신스의 매력을 십분 활용한 이가 국내에 또 있을까요. 쇼미더머니6 우원재의 프로듀서로 더 잘 알려져 있는 테림(TE RIM)이 얼마 전 솔로 데뷔 EP로 내놓은 ‘ODE TO TE’에 담긴 감각적인 신스와 전자음악 요소들은 분명 눈여겨볼만 합니다. 여행에서 얻은 영감과 유년 시절의 기억들을 담아낸 것 치고는 사운드부터 아트워크까지 그 무엇 하나 완벽한 소설같지 않은 것이 없기 때문이죠! 첫 트랙 ‘BUNKER’부터 마지막 트랙 ‘THE DESERT ISLAND HOTEL’까지를 관통하는 어떤 이국적인 정서는 러닝타임 내내 몇 번의 감탄을 자아내곤 합니다. 지금껏 공개된 사진들과 뮤직비디오, 스페셜 클립 영상 마저도 일말의 군더더기 없이 깔끔합니다. 강렬한 데뷔를 보여준 그의 추천곡을 만나보세요. 그의 음악 못지 않게, 하나하나 빈틈없이 주옥 같은 8개의 곡들을 테림(TE RIM)이 직접 추천합니다.
추천의 추천의 추천: 테림(TE RIM)이 추천합니다.
“좋아하는 텍스쳐와 무드. Stevie Nicks 의 보컬이 담담한 연주에 얹혀있다.
힘들 때 듣곤 하지만 나를 억지로 위로하지도, 밀어내지도 않는, 슬프고 밝은 음악.”
Atlas Sound – Quick Canal (w. Laetitia Sadier)
“Animal Collective 의 Merriweather Post Pavilion 앨범이 피치포크에 소개되었을 당시
함께 세트처럼 가장 많이 들었던 Atlas Sound 의 Logos 앨범 수록곡.
자글자글한 텍스쳐가 이끌어가는 대곡의 느낌.
음악을 듣고나면 Wisdom is learnt. 라는 노랫말이 귓가를 맴돌 것이다.”
Men I Trust – Lauren
“반복되는 루프의 베이스가 주인공이면서 지루하지 않고, 미니멀하고 칠한 곡.
에릭 로메르 영화의 한 장면같은 뮤비가 매력적이다.”
Oleta Adams – Everything Must Change
“11살 무렵에 Oleta Adams 가 부른 이 버전의 곡을 아버지의 오디오에서 많이 들었고,
좀 더 자라서 제목을 알아낸 후 지금까지 오랫동안 가장 꾸준히 들어온 음악.
시적인 가사와 멜로디, 플루겔 호른의 아름다운 연주와 편곡.”
Grimes – Artangels
“앨범 Art Angels 의 모든 곡을 사랑하지만, 셀렉을 하는 지금 이 순간 가장 고르고 싶은 곡.
보컬 믹스와 리드 신스가 인상적. World Princess Pt. II, REALiTi, California… 결국 모든 곡을 다 들어야한다.”
Tame Impala – Past Life
“따뜻한 인트로 신스와, 으깨지는 디스토션의 베이스. 꿈꾸게 하는 우주와 같은 음악.”
Junior Boys – When I’m Not Around
“리드미컬한, 감각적이고도 세련된 무드. 2004년 작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Drake – Passionfruit
“현재의 내가 생각하는 팝의 이상.”
CIFIKA(씨피카)
CIFIKA(씨피카) / DOOROOGO (2017.12.05)
오늘날 우리나라의 전자음악씬의 현황을 알고 싶을 때, 가장 아이코닉한 인물을 꼽을 때 빠짐없이 언급되는 CIFIKA(씨피카)입니다. 흔치 않게 전자음악 프로듀싱과 동시에 보컬 활동까지도 하는 그녀이죠. 화제의 첫 번째 EP [INTELLIGENTSIA]를 발매한 그녀가 정확히 1년 만에 새 싱글 ‘DOOROOGO’로 돌아왔습니다. 미니멀한 구성으로도 감탄의 최대치를 이끌어낸 ‘DOOROOGO’는 또 한 번 CIFIKA(씨피카)의 역량을 보여준 흥미로운 싱글이죠. 그런 그녀의 플레이리스트를 엿보는 것은 정말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CIFIKA(씨피카)가 추천하는 4개의 트랙을 함께 만나보아요!
추천의 추천의 추천: CIFIKA(씨피카)가 추천합니다.
Adriatique – Quadrivia
아드리아틱의 작년 곡. 많지 않은 악기들은 같은 흐르는 시간안에서 서로 중첩하고, 교류한다. 이런 페이스의 음악은 나의 인생과 같다. 언제 일어날 지 모르는 사건과 같이 뜬금없는 타이밍에 새로운 소리가 등장하고, 그것은 음악 전체의 흐름은 압도한다. 이 곡뿐만 아닌, 해당 EP 의 세 곡은 전부 몸을 들썩이게 한다. (아주 잔잔하게)
Howling – Phases
내가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의 편견 중 하나가 ‘이런 풍의 곡에는 보컬은 아니지’ 식의 quote 이다. 그런 편견을 깨부셔줄 나의 페이보릿 트랙. 아티스트의 이름이 하울링이기 때문에, 이 음악가의 작품을 들을 때 마다 나는 늑대가 보름달 아래서 하울링 하는 이미지를 상상하며 듣는다. 내가 자주 사용하는 딜레이를 멋지게 활용한 예라고 생각.
Pure X – Starlight
나의 친구 규희가 추천한 밴드의 곡. 이렇게 사랑스러운 러브송을 쓰는 밴드는 실제로는 어떤 외모를 가지고 있을까 궁금하지 않은가? 규희는 처음 이곡을 들려주며 그들의 엘피를 나에게 보여주었다. 나머지는 상상에 맡기겠음.
Otzeki – True love
진실된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두려움과 외로움이 존재 하지 않는 것이 사랑인지 나는 의심한다. 두려움과 외로움은 분명 느끼기에 미소가 지어지는 감정은 아니나, 그것을 인지 후에 받아들이는 행위는 사랑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Offing(오핑)
Offing / Simon Said (2017.12.12)
10cm, 옥상달빛, 선우정아, 치즈 등 다채로운 조합의 뮤지션들이 모여있는 레이블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의 서브레이블 ‘피치스레이블’의 신인 Offing이 얼마 전 세 번째 싱글을 발매했죠. 로파이한 질감의 사운드, 나른한 보컬로 관조적인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모습이 매력적인 그녀는 평소에도 음악 추천을 굉장히 즐겨 한다고 전했습니다. 그녀가 추천하는 여섯 개의 트랙들을 들으며 앞서 발매된 세 편의 Offing 싱글들을 새로이 떠올려보는 것 또한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추천의 추천의 추천: Offing이 추천합니다.
Cat Power 노래에 빠져 있던 고등학교 시절 참 많이 들었던 노래입니다. 실컷 울고 나서 들어도 좋고, 너무 기쁠 때 들어도 좋은 이상한 노래입니다. 가사도 멜로디도 정말 좋아요.
Cigarettes after sex – K.
검은 개 드럼 베이스 녹음하러 갔을 때 처음 듣고, 정말 잠깐 들었는데도 너무 좋아서 집에 오는 길에 계속 반복해서 들었어요. 밤에 맥주 한 잔 마시고 들으면 나른해지면서도 묘하게 설레이게 되는 곡입니다.
King Krule – Ocean Bed
이 노래를 듣자면 여름 밤 따뜻한 풀에서 튜브를 타고 둥둥 뜬 채로 취해 있는 기분이 듭니다.
Oh yeah hey dog hey wassup! 일레트로닉을 즐겨 듣는 편은 아닌데 Yaeji 노래는 정말 많이 듣습니다. 곡들이 감각적이고 창의적인 데다 깔끔해서 너무 좋아요.
St. Vincent – Young Lover
정말정말 좋아하는 아티스트라 추천하고 싶은 곡들은 엄청 많지만, 가장 최근 나온 앨범에서는 이 곡을 소개하고 싶어요. 일단 가사가 너무 흥미롭고, 그와 어우러지는 드라마틱한 전개가 무척 멋있는 곡입니다.
Klaxons – Echoes
이 노래와 함께 자전거를 타면서 질주하면 극도의 해방감을 느낄수 있습니다. (없던 분노도 해소됩니다.)
eunmaro10@poclan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