彼女の時計 (그녀의 시계)

  • Artist Lamp
  • Release2018.05.24
  • Genre Asian
  • LabelWild Mountain
  • FormatAlbum
  • CountryKorea

1. 夜会にて/ Yakainite (밤의 연회에서)
2 ラブレター/ Love letter (러브레터)
3. 1998 
4. スローモーション / Slow-Motion (슬로우모션)
5. 夢の国/ Yume no Kuni (꿈나라)
6. 車窓/ Shasō (차창)
7. 誰も知らない / Dare moShiranai (아무도 모른다)
8. Fantasy

 


 

– 좋아하는 것을, 언제까지나 – 램프 [그녀의 시계]
– 이미 빛 바래져 있기에 빛 바래지지 않을 Lamp의 여덟번째 정규앨범
– 완벽히 제어된 ‘램프식’ 팝송 모음집
– ‘2018년 9월 8일 토요일 홍대 상상마당’ 발매 기념 내한 공연 확정!

2017년 12월, 밴드 램프가 오랜만에 서울을 찾았다. 햇수로 7년 만에 열리는 무척 오랜만의 단독 공연이었고 혹독하고 긴 겨울을 예고하듯 무척 추운날이기도 했다. 오랜만에 한국 무대에 오른 멤버들은 늘 그렇듯 관객들과 낯을 가렸지만 공연의 기세만큼은 전과 달랐다. 풀 밴드 구성으로 두 시간을 꼬박 달린 램프의 무대는 한국을 찾지 못한 동안 발매한 두 장의 앨범이 보여준 멋진 결과물과 다양한 나라를 거치며 한 단계 레벨 업 된 밴드의 라이브 역량을 동시에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이듬해 발표될 앨범에 수록될 곡이라며 들려준 새 노래에는 자신감이 넘쳤고, 무엇보다 ‘사치코(さち子)’가 있었다. 본 공연이 끝난 뒤 쏟아진 앵콜 요청에 다시 무대에 오른 멤버들은 별 다른 멘트 없이 2014년 발표한 [꿈(ゆめ)]의 마지막 트랙인 이 노래를 조용히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말마따나 ‘집념과 우연으로 태어난, 이 이상의 곡은 만들 수 없을 것’이라 장담했던 바로 그 노래. 알 수 없는 힘에 마음이 깊이 움직인 건 그때였다.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 밴드를 앞으로도 오랫동안 지금보다 더 깊이 애정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 같은 그런 종류의 동요였다.

그로부터 반 년 뒤 약속한 새 앨범이 발표되었다. 타이틀은 [그녀의 시계]. 램프의 음악을 사랑해 온, 특히 최근 작업들에 주목해 온 이들이라면 다시 한 번 마음을 빼앗길 수 밖에 없는 앨범이 완성되었다. ‘작은 발라드 소품집을 만들어 보자’는 가벼운 마음에서 시작했다는 [그녀의 시계]는 그러나 완성까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고, 결국 8곡의 노래를 실은 램프의 아홉 번째 앨범이 되었다. 비교적 가벼웠던 첫 마음 때문일까, 앨범은 마치 램프의 초기작들만큼 산뜻한 팝송들로 가득하다. 봄빛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듯 포근한 소리들이 조화로운 멜로디를 펼쳐놓는 첫 곡 ‘夜会にて(밤의 연회에서)’에서 10cc의 ‘I’m not in love’ 혹은 브라이언윌슨의 집념 어린 러브송들을 연상케 하는 마지막 곡 ‘Fantasy’에 이르기까지 앨범은 단 한 순간도 빼놓지 않고 온통 애틋한 사랑스러움으로 가득하다.

앨범을 감싸고 있는 이 쉽고 편안한 사랑스러움은 2008년 발표한 [램프 몽환] 이후 [8월의 시정](2010), [도쿄 유토피아 통신](2011), [꿈](2014)을 거치며 변해 온 램프의 음악적 흐름에 정확히 반하는 것이다. 언제나처럼 ‘빛 바랜 램프 표 러브송’들은 분명 2010년을 전후해 앨범을 더해가며 보다 정교하고 복잡해져 갔다. 멤버들 스스로 ‘진화’라 부를 정도로 점점 몸집을 불리고 부품을 늘려가던 램프의 음악은 이번 앨범 [그녀의 시계]를 기점으로 잠시 팽창을 멈춘다.

대신 이들이 택한 건 높은 효율과 압축률이다. 감성과 사운드의 밀도는 여전히 높지만 구성은 비교적 단순해졌다. 여기서 다시 ‘사치코(さち子)’가 소환된다. 이 곡을 통해 잠깐의 숨 고르기를 맛본 램프는 한동안 밴드의 시그니처 사운드로 여겨졌던 특유의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전조(転調)와 빈틈 없이 채워진 소리에 대한 강박을 다소 내려놓았다. 특히 소메야의 경우 이번 앨범에 실린 자신의 곡은 모두 ‘’사치코’의 영향 아래 있다’고 말할 정도다.

이러한 변화 양상은 무엇보다 좋아하는 것에 대한 탐구를 멈추지 않으며 그것을 꾸준히 자신의 음악에 반영하는 이들의 근면함에서 비롯된다. 예를 들어 이반 린스(Ivan Lins) 나 자반(Djavan) 을 선망하던 시절 이들이 탄생시킨 것이 매혹적인 화려한 전조가 빛나는 곡들이었다면, 지금은 하나의 조성 아래 다양한 변화를 주는 것으로 곡의 다이나믹을 만드는 토니뇨호르타(ToninhoHorta) 나 로보르헤스(Lo Borges) 같은 음악가의 작법에 심취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소메야에 비해 비교적 수수한 타입의 노래를 만드는 나가이의 음악과 영원한 꿈 속을 헤매는 듯한 사카키바라만의 몽환적인 노랫말이 자연스레 어우러지며 [그녀의 시계]가 탄생한 셈이다.

이 모든 변화는 그대로 마치 물 흐르듯 램프식 팝송으로 연결된다. 노래들은 하나 같이 사뿐하지만 결코 얄팍하지 않다. 한 음의 멜로디도, 한 단어의 노랫말도 버릴 것 없이 꼭 필요한 곳에 꼭 필요한 만큼만 놓여 있다. 그저 텅 비어 보이는 공간조차 하나하나 조율된 섬세한 공기 방울들로 빼곡하다. 기가 막힐 정도로 완벽히 제어된 ‘팝’의세계. 첫 인상은 한 없이 부드럽지만 앨범을 들을수록 치밀한 고수의 향기가 마디마다 풍겨오는 건 바로 그런 이유다.

앨범을 들으며 몇 번이고 램프를 처음 만났던 여름의 기억을 떠올렸다. 무척 더웠던 관동지역의 여름, 우연히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온 음악이 너무나 아름다워 주파수가 잘 잡히지 않는 FM라디오를 들고 작은 방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노래가 끝난 후 겨우 알아들은 ‘람프’라는 단어에 심장이 찌릿하던 순간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그 감정이 아직도 유효하다는 사실에 새삼 놀란다. 이토록 공들인 달콤함에 이토록 쉽게 온몸을 기대버려도 되는 걸까 알 수 없는 죄책감이 몸을 감싼다. 쓸데 없는 걱정이란 걸 안다. 우리가 누구든 그것이 어디든 램프는 조금도 변하지 않은 채, 동시에 멈추지 않은 채 늘 지금과 같은 파장을 만들어내고 있을 것이다. 다소 낡았지만 그래서 더없이 포근한 빛과 소리. ‘램프의 음악은 시작부터 빛 바래 있었기에 (앞으로도) 빛 바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던 나가이의 말을 떠올린다. 좋아하는 것을 앞으로도 오랫동안 마음 편히 좋아할 수 있을 거란 강한 믿음. [그녀의 시계]가 주는 가장 큰 행복이다.

김윤하 / 대중음악평론가

 

* 앨범 추천평

조그만 발라드 모음집’, 혹은 또 하나의 빛바랜 소우주. 램프의 8번째 오리지널 앨범 <彼女の時計(그녀의 시계)>는 이렇게 요약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램프의 우주가 지속적으로 팽창해왔다면, 이번에는 또 하나의 소우주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우주를 확장시킨 느낌이라고 할까. 비정규작까지 무려 10장에 이르는 디스코그라피에서 한 장 정도, 연인들의 서글플 정도로 나긋나긋한 한 시절을 박제해온 듯한 발라드 집의 자리를 가질 수 있는 건 분명히 행운이다. 그리고 이는 데뷔 후 한시도 한눈 팔지 않고 꾸준하고 성실하게 자신들의 미학을 추구해온 그들이기에 누릴 수 있는 행운이라 생각한다.
<정바비 (가을방학)>

 

늘 그랬듯이, 이번 앨범 역시 오랫동안 잊고 있던 소중한 기억을 되찾는 기분이다.
다른 사람의 음악으로 나의 옛 기억을 떠올리는 건 참 신기하고 설레는 일이다.
<김윤주 (옥상달빛)>

 

이번 램프의 새 앨범<그녀의 시계>는 클래시컬한 팝 터치와 앨범의 통일성에 상당한 공을 들인 앨범인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앨범의 가장 백미는 3번과 7번 트랙이라고 여겨지는데 특히 3번 트랙 ‘1998’은 수려한 멜로디와 곡의 후반부로 진행될수록 램프만의 할 수 있는 변칙적이고 섬세한 편곡이 잘 표현된 트랙이라고 생각합니다. 7번 트랙<아무도 모른다>는 앨범에서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하는 곡이라고도 생각되는데, 수록곡 중 가장 빠른 템포의 곡으로 램프풍의 청량한 감수성이 잘 담겨있는 노래입니다.
개인적으로 팬이기도 한 램프의 음악을 듣고 추천사를 쓸 수 있어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이번 새 앨범<그녀의 시계>는 저처럼 기존의 램프의 음악을 좋아하시는 팬분들 그리고 좋은 팝 음악 기다리시는 팬분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신해경>

 

언젠가부터 그랬듯이 ‘그녀의 시계’ 속의 Lamp는 다시 한번 또 다른 낯설음과 익숙한 아련함을 담아주고 있다.
<송무곤 (줄리아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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