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사회의 일원

  • Artist 해파
  • Release2026-04-14
  • Genre Rockindie
  • Label해파
  • FormatAlbum
  • CountryKorea
  • 1.건강한 사회의 일원
  • 2.자백
  • 3.아주 즐거운 나의 집
  • 4.흉내내기
  • 5.꿈에서
  • 6.씨앗
  • 7.고치는 마음
  • 8.코미디 탐험대
  • 9.크고 거슬리는
  • 10.안전지대

건강한 사회의 일원

일단은 웃기고 싶었습니다. “네가 건강한 사회의 일원이라니? 풉.” 누군가 그 말을 듣고 잠깐 실소를 터뜨리기를 바랐습니다. 모두가 승인하는 삶의 궤적을 따라야 한다는 기대 속에서 ‘못 해, 답답하고 억울해’와 ‘안 해, 멋이 없으니까’ 사이를 오가며 살았습니다. 솔직하게 말하거나 화를 내기보다 웃어버리는 쪽을 택했고, 그렇게 화와 눈물을 눌러 담은 채 여유 있는 척하는 일이 습관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조차 자주 헷갈립니다. 이 앨범은 그 혼란 속에서 쌓인 비릿하고 씁쓸한 마음과 제가 좋아하는 농담이 뒤섞여 나온 결과입니다. 이 노래들이 저만 이해하는 농담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기대해 봅니다. 누군가는 웃을 것이고 누군가는 조금 불편해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 둘 다 괜찮습니다.

 

 

마음의 심지를 깎아 씨앗을 만드는 사람

― 백은선(시인)

 

해파의 음악을 들으면 옛날의 기억이 떠오른다. 지하철 2호선 당산-합정 구간을 지날 때 누군가 유리에 찍어놓은 손바닥 위로 빛이 비칠 때마다 두근대던 장면이다. 자꾸만 문을 열어달라고 두들기는 간절한 손을 목격한 것 같은 기분. 그때 듣고 있던 음악 속에서 손을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던 일. 심장 속 새 떼가 날아오르는 기분. 이렇게 해파의 음악은 우리를 과거로 데려다 놓고 그 시간을 다시 살게 하는 힘이 있다. 그리고 현실의 모든 비천을 무연하게 응시하는 두 눈. 먼 과거에서 시작해 사람을 현재 앞에 바로 세우는 힘. 위로하려 애쓰지 않고 공감을 요구하지 않음에도 위로받고 공감하게 된다. 음악 속에서 보호받는 기분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내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넘어지거나 길을 잃어버리거나 미쳐버리기 쉬운 이 세계에서 사람을 살아 있게 만드는 힘은 무엇일까? 두 발로 땅을 딛고 뚜벅뚜벅 걸어가는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커다란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뜨거운 태양에도 꼿꼿한 사람. 그리고 계속해서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사람, 울음이 터져도 소매에 닦아내며 비틀거리는 사람을 본다. 나는 어쩐지 후자에 더 마음이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스스로 일으키는 사람. 끝내 나만의 문을 찾아 열고 말, 그런 사람. 마음의 심지를 깎아 씨앗을 만드는 사람. 망가진 것을 돌보는 착실한 두 손.

건강한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 우리는 매일 어항을 뒤집어쓴 채 밖으로 나간다. 우리는 닿을 수 없다. 스스로를 지키려고 했을 뿐인데, 그게 너를 밀어내버리는 결과를 맞이한 것을 깨달을 때. 텅 빈 두 손을 허공에 둔 채. 아무것도 만질 수 없을 때. 어항을 벗으려 했는데, 도무지 벗겨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때의 낭패감. 상처 입더라도 부서져야만 한다는 것을, 그래야 다시 한 발 도약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 내가 내지르는 소리가 나에게만 돌아올 때. 더 이상 그것을 용납할 수 없을 때. 용기를 주는 것은 음악이 아닐까.

결국 이 천박한 세상에서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은 꿈과 웃음과 사랑이 아닐까, 해파의 음악에 기대 생각해 본다.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꿈속에 나만의 세계를 만드는 일. 씩씩하게 자고 일어난 다음 서로를 꼭 끌어안을 때의 온기. 어떤 절망이든 웃음으로 바꿔버리는 일. 그러고 나면 세상만사가 얼마나 작고 무의미해 보이는지. 정말 꼭 맞는 사람을 찾아내는 것. 그와의 안전지대를 꾸리는 일.

너라는 영토는 얼마나 넓은가. 그곳을 다 헤매지 못한 채 이 삶은 끝나버릴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땅의 문을 찾는 일. 그 문을 계속 두들기는 절박. 결코 너와 내 지도가 완벽하게 겹쳐지지 않더라도. 함께 눈을 뜨고 함께 웃는 것. 우리를 자꾸만 고꾸라지게 만드는 무서운 생각 속에서도, 괴로운 기억이 찾아와도 그걸 이겨낼 수 있게 만드는 나의 안전지대. 그것이 바로 해파의 음악이 아닐까. 반짝이는 빛 속에서 아른거리는 문을 밀고 들어가 본다.

 

 

[Credits]

 

Produced by 해파, 조월

Music by 해파

Except Track 8 by 조월, 해파

Lyrics by 해파

Arranged by 해파, 조월

Brass arranged by 김부민, 조월, 해파

 

Performed by

해파 – vocals, chorus, electric & nylon-string guitars, programming

조월 – programming, electric guitar, chorus

정수민 – electric & double bass

한인집 – drums

송하균 – piano & keyboards

김부민 – saxophone

김정근 – trumpet

서울 – trombone

뮁, 예람, 윤숭, 정영호 – additional vocals & handclaps

 

Recorded by 민상용 at studioLOG

Vocals & guitars recorded by 천용성, 해파, 조월

Additional vocals recorded by 천학주 at Mushroom Recording Studio (Track 1)

Mixed by 조월

Mastered by 엡마 at AFM Laboratory

 

A&R, Creative Direction 정예림

Photography 박현

CD Design 윤수현

Music Video  모래내거동수상자들

Liner Notes 백은선

PR Support gudong lab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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