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찰시험
- Artist 마찰,
- Release2021.07.23
- Genre Korean Traditional, Rock,
- LabelstudioLOG
- FormatEP
- CountryKorea
- 1.회전하는 나무 (feat. 이희문)
- 2.이별가 (feat. 이희문)
- 3.시간보다 빠른 노래 (feat. 이희문)
- 4.야간행진 (feat. 이희문)
- 5.넘어온 기억 (feat. 이희문)
다르다. 기타리스트 이태훈과 드러머 민상용은 그동안 많은 작업을 함께 해왔다. 재즈-훵크 밴드 세컨 세션(Second Session)의 멤버로 처음 호흡을 맞춘 뒤, 최근에는 테호(TEHO)의 구성원으로 자유 즉흥 연주를 담은 레코드를 남겼다. 이런 공식적인 기록이 아니더라도 수없이 함께 무대에 서고 스튜디오에 들어갔다. 서로를 가장 신뢰하는 음악적 동료라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런 둘이 또 다른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동안 둘이 들려줬던 음악과는 사뭇 다르다. 각각의 개인 이력에서도 찾기 어려운 스타일의 음악이다. 둘의 이름은 마찰이다.
그리고, 또 다르다. 현재 수없이 많은 크로스오버 음악이 있다. 굳이 이름을 언급하지 않아도 지금 마찰의 음악을 듣고 있는 감상자라면 현재 다양한 국악을 기반으로 한, 또는 국악의 요소를 차용해 활동하고 있는 밴드들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마찰의 음악에도 분명 국악 요소가 들어있다. 하지만 지금 유행과도 같은 흐름 속에서도 마찰의 음악은 또 다르고 특별하다. 멤버 구성에서도, 또 그들이 들려주는 사운드도, 풀어내는 방식도 분명 그렇다.
존 존(John Zorn)의 「Book Of Angels」 시리즈가 마찰의 동기(動機)가 되어주었다. 유대계 미국인 음악가로 엄청난 창작력을 보여주는 존 존은 「Book Of Angels」 시리즈를 통해 유대인의 전통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민상용과 이태훈은 이 시리즈를 함께 들으며 자극을 받고 영감을 얻었다. 우리의 전통 음악을 둘의 방식으로 풀어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며 늘 그렇듯 잼을 시작했다.
늘 그렇듯 잼을 하고, 늘 그렇듯 기준과는 다른 방식의 음악을 들려주고자 했다. 우리의 전통 음악을 풀어내는 방식으로 이들이 택한 건 ‘헤비메탈’이었다. 여기에서 ‘이태훈과 민상용의 헤비메탈’은 기존에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헤비메탈이 아닌 툴(Tool) 같은 얼터너티브 메탈이나 스터너 록 같은 음악이었다. 민상용은 자신들의 사운드를 ‘사납다’고 표현하였다. 이보다 적절한 표현을 난 찾지 못하였다. 이들은 시종일관 사나운 소리로 우리가 친숙하게 들어온 민요를 왜곡하고 비틀고 조진다. 이 형용사와 명사는 대부분 부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마찰의 음악에서만은 그렇지 않다. 그럼으로써 마찰의 음악은 더 새롭고 더 독특한 자리에 서게 됐다.
소리꾼 이희문의 목소리도 마찰의 독특함을 배가시킨다. ‘노래’라 쓰지 않고 ‘목소리’라 하는 건 이희문의 소리가 파편처럼 들어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도 마찰은 다른 방식을 택했다. 파편은 샘플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프로듀서이자 사운드 엔지니어이기도 한 민상용은 자신의 특기를 살려 이희문이 목 풀 때 낸 소리들을 자르고 재배치하며 보컬 샘플처럼 자신들의 사운드에 입혔다. 그래서 끝끝내 앨범의 주인공은 ‘소리’ 그 자체가 된다. 이태훈의 기타, 민상용의 드럼, 이희문의 목소리까지, 사납고 무겁고 날카로운 소리가 내내 압도한다.
마찰(摩擦)의 뜻을 다시 한 번 찾아본다. “두 물체가 서로 닿아 비벼짐. 또는 그렇게 함.”이라는 첫 번째 사전적 의미는 마찰의 음악과 꼭 잘 어울린다. ‘두 물체’는 기타와 드럼이라는 악기이자 민상용과 이태훈 각각의 세계이기도 하다. 두 악기가, 두 세계가, 두 상상력이 닿고 비벼짐으로써 이처럼 낯설고 유래 없는 록의 기록을 또 하나 남길 수 있게 됐다. 말 그대로의 훌륭한 얼터너티브(대안적인) 메탈이다. – 김학선(대중음악평론가)
Credit
마찰 Machaal – 민상용 드럼, 이태훈 기타
All music produced and composed by 마찰
All music arranged and performed by 마찰, 이희문
All lyrics by unknown
All music recorded, mixed and mastered at studioLOG by 민상용
Album artwork by 최경주
Distributed by Poclanos